소설리스트

쌍피-259화 (259/261)

외전 12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뜬 아진이 접합부를 내려다봤다. 쑥쑥 신기할 만큼 빠르게 드나드는 석주의 성기 주변으로 하얀 거품이 엉켜 있었다. 석주가 미처 다 빨아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과 석주의 타액, 그의 프리컴, 그리고 아진이 찔끔찔끔 흘린 정액이 엉망으로 뒤섞인 거였다.

어쩜, 그마저도 천박하고 야했다.

“으앙, 앗, 흑, 아, 으응!”

아진은 접합부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몇 시간 전 국밥집에서 말하지 않았나. 저도 이제 석주와 방탕하게 몸 비비는 게 좋다고.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쑤걱쑤걱 들어갔다 나가는 석주의 성기가 너무 자극적일 때는 고개와 눈동자가 함께 뒤로 넘어가서 어쩔 수가 없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계속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석주는 그런 아진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그의 눈가를 줄줄 빨아 댔다.

“후우, 윽, 후…….”

“흐읏, 응, 아, 으윽…….”

숨소리가 끝을 모르고 거칠어졌다. 간헐적으로 입술을 비비다가, 혀만 내어 얽기도 했다. 흡사 짐승 같은 키스였다.

두 사람은 함께 절정을 향해 갔다. 석주의 허리 짓이 빨라졌다. 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그의 가슴 근육과 복근이 요동쳤다. 힘은 또 어찌나 센지. 그의 힘을 받아 내는 뼈가 다 지잉지잉 울릴 지경이었다.

뒤가 터질 것 같은 느낌에 아진은 어금니를 꾹 씹은 채 추삽질을 견뎠다. 그렇게 수 초가 지났을 때, 석주가 아진의 엉덩이를 아래로 아래로 잡아당기며 꾸우욱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두툼한 살덩이가 불끈, 맥동한다 싶더니 뜨끈한 게 배 속을 한가득 적셨다.

“큭……, 아진……아…….”

“히윽…….”

아진이 허리를 뒤틀며 석주의 가슴팍을 밀어 냈다. 그런다 한들 밀릴 그가 아닌 걸 아는데, 항상 이랬다. 아무래도 뿌리까지 들어온 석주의 성기는 버티고 말고 할 수준이 아니라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오는지라.

석주의 사정은 길었다. 아주 오줌 누듯 줄줄 싸 대는데 아진은 배가 땡땡하게 부푸는 느낌에 연신 헛구역질을 해야 했다. 석주는 그런 아진을 흡사 입덧하는 아내를 보듯 사랑스럽게 봤다. 아랫입술을 귀찮을 정도로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석주는 사정하면서도 느릿하게 성기를 넣었다가 뺐다. 팽팽하게 벌어진 아진의 주름 사이로 희멀건 탁액이 삐직삐직 새어 나왔다. 석주가 그것을 엄지로 훔쳐 회음부에 꾹꾹 펴 발랐다.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이었는데, 어이없게도 그게 꽤 좋았다. 아진은 그 괴상한 자극을 마침표로 한발 늦게 절정에 다다랐다.

“흑…….”

아진이 덜덜 몸을 떨며 허리를 들썩였다. 그 움직임에 뒤에 박혀 있던 성기가 들어왔다 나가며 또 다른 자극을 만들었다. 절정을 넘어선 쾌락이 괴로웠다. 아진이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며 신음하자 석주가 아진의 엉덩이를 들고 위로 쭉 들어 올렸다.

깊숙이 파묻혀 있던 성기가 주르륵 빠져나가더니 마지막으로 귀두가 나갈 땐 펍, 하고 방울 터지는 소리가 났다. 빠끔 벌어진 구멍 사이로 석주의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석주가 구멍에 마개를 채우듯,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었다.

“하으…….”

아진이 어금니를 꾹 짓씹었다. 손가락이 버겁거나 괴롭진 않았다. 이미 석주의 성기로 한껏 헐렁해진 구멍이라. 근데 희한하게도 자극은 그대로였다. 석주의 손가락이 가위질하듯 움직이며 정액을 휘저을 때마다 꼬리뼈가 파르르 떨렸다.

아진의 요도가 꿈질꿈질 움직이며 남은 정액을 짜냈다. 석주가 다른 손 엄지와 검지로 집게를 만들어 귀두를 집어 올렸다. 요도 끝에서 정액이 치약처럼 올라왔다. 석주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훔쳐 입으로 가져갔다.

“…….”

아진은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소파에 등을 기대며 축 늘어졌다. 석주가 무슨 해괴한 짓을 하든 알 바 아니었다. 당장 호흡을 고르는 것도 힘겨웠다.

마른 가슴이 바쁘게 들썩거렸다. 갈비뼈가 볼록 올라왔다가 사라지길 반복했고, 평소보다 붉어진 유두가 빼꼼 일어났다.

석주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가슴을 크게 베어 물었다. 입을 한껏 벌리고 유두와 유륜은 물론 주변 가슴살까지 전부 입에 담으려 노력했다.

“으응…….”

곰살맞은 쾌감에 아진이 허리를 뒤척였다. 그러자 석주가 아진을 두 팔로 껴안고는 유두를 줄줄 빨아 댔다. 흡사 진공청소기 같은 흡입력에 유두가 뽑힐 듯 당겼다. 아진이 설핏 미간을 구겼다. 그러다 본인의 가슴에 파묻혀 있는 석주의 뒤통수를 슬슬 쓰다듬으며 물었다.

“또 할 거예요?”

그 말에 첩첩, 가슴을 빨던 소리가 멈추었다. 석주가 마지막으로 추우웁, 가슴을 빨고는 고개를 뒤로 물렸다. 유두 끝과 석주의 아랫입술이 실타래 같은 타액으로 길게 연결되었다. 한 번 더 아진의 유두를 빨았다가 놓은 석주가 시선을 맞춰 왔다.

“그러고 싶어. 하지만 네가 싫다면 안 할게.”

“…….”

아진이 석주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다 옅은 웃음을 흘렸다. 눈깔이 이미 사람 눈깔이 아닌데, 말은 또박또박 잘도 하네, 싶었다.

아진은 석주가 본능과 싸우는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웠다. 지금처럼 육욕을 억누를 때는 물론, 폭력을 억누를 때도 그랬다.

국밥집에서 취객이 행패를 부릴 때. 주먹만 꽉 움켜쥔 채 제 허락을 기다리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말 잘 듣고 훈련 잘된 호랑이가 저를 지켜 주는 것 같아 든든했다.

그렇게 훌륭하게 주인을 지켜 냈으니 보상은 해 줘야겠지.

아진이 땀에 젖은 석주의 앞머리를 크게 쓸어 넘겼다. 그리고 잘생긴 이마에 쪽 뽀뽀를 해 주며 속삭였다.

“한 번 더 해요. 근데 여기는 싫어. 무릎 아파.”

어둑한 창으로 비치는 모습이 그렇게 난잡할 수가 없었다. 아진은 무심코 창을 봤다가,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뒤로 넘겼다. 뒤통수로 석주의 어깨가 닿아 왔다.

석주가 아진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으르대듯 말했다.

“아진아, 얼굴. 얼굴 보여 줘.”

“흐우…….”

입을 앙다문 아진이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박혀 있던 성기가 쭈우욱 뽑힌다 싶더니 퍽! 깊숙이 박혔다. 파드득 몸을 떤 아진이 어쩔 수 없이 목을 바로 세웠다.

창문 너머로 번뜩이는 석주의 안광이 또렷이 보였다. 그 앞에는 일그러진 제 얼굴이 있었고, 아래로는…… 쭉 뻗은 제 다리가 있었다.

이상한 자세였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자세이기도 했다.

수십 분 전, 무릎이 아프다는 제 말에 화들짝 놀란 석주는 무릎을 확인했다. 딱딱한 마룻바닥과 치인 무릎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석주의 얼굴이 또 자책감으로 일그러지기에, 아진은 그를 달래며 그의 성기를 발뒤꿈치로 슬슬 문질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멀리 갈 것 없이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아진은 당연하게 소파에 누우려고 했다. 근데 석주가 소파에 앉더니, 아진을 끌고 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 두었다. 평소처럼 마주 보는 자세가 아니었다. 둘 다 창 쪽을 바라본 채, 아진의 등과 석주의 가슴이 맞닿는 자세였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이전에도 몇 번 해 본 적 있는 자세라.

아진은 발끝으로 바닥을 짚고, 석주의 무릎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석주의 성기에다 맞추려 했다. 근데 별안간 석주가 아진의 양쪽 허벅지 아래를 쥐더니 다리를 모아 올렸다. 그러고는 굵직한 팔로 아진의 무릎 아래를 감싸 고정했다.

흡사 부모의 손에 들려 오줌 싸는 아이 같은 자세였다.

놀란 아진이 버석하니 굳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석주가 아진의 몸을 들어 천천히 성기를 삽입했다.

그 후로는 이 상태였다. 석주는 오롯이 팔 힘으로 아진을 들었다가 놓으며 추삽질했다. 아진이 아무리 말랐다고 한들, 성인 남성인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어둑한 창에 실내가 또렷이 비쳤다. 아진이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위로 우뚝 솟은 제 다리와, 사타구니 사이로 뽈록 나온 고환, 그리고 훤히 드러난 엉덩이와 그 틈으로 쑥쑥 매끄럽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석주의 성기까지. 음란한 전경에 도통 눈 둘 곳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석주의 성기가 제 속으로 들어오는 걸 보며 군침을 꼴깍꼴깍 삼켜 댔는데. 지금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딱 죽어 버리고만 싶었다.

아진이 울먹울먹하게 젖은 눈으로 창 속 석주를 바라보는데. 석주의 후끈한 숨결이 귓바퀴로 훅 쏟아졌다. 그것에 놀라 어깨를 움츠리려는 찰나. 석주의 성기가 주르륵 뽑혀 나가더니 푸걱! 거세게 박혔다.

몹시 힘이 센 삽입이었다. 그냥 깊다는 말로는 모자랐다. 배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석주와 틈 없이 맞붙으면서 엉덩이 살이 납작해졌다.

아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가 자신의 다리를 감싼 석주의 손을 떼어 내려 용을 썼다.

“형, 너무 깊, 흐, 깊어요, 아! 배가, 흐앙, 너무…….”

그러나 말을 똑바로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몸이 붕 들렸다가 푹, 내리꽂혔다. 그게 매우 빠르게 반복됐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둔탁하게 팔랑거렸다. 놀이기구라도 탄 듯 들썩거리는 눈앞에 멀미가 다 났다.

물론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석주의 성기였다.

그와 마주 보고 몸을 겹치고 있을 땐 익숙한 쾌감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도통 적응이 안 됐다. 그도 그럴 게 석주가 오롯이 팔 힘으로 아진을 들었다가 내리다 보니 성기가 문지르는 부분이 매번 달라졌다. 가끔은 성기가 구멍을 제대로 노리지 못하고 엉덩이 골로 쭉 빠지기도 했다.

그럼 석주가 화라도 난 듯 급하게 다시 성기를 쾅! 하고 때려 박았다. 그럴 때마다 아진은 오장육부가 목젖까지 치미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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