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58화 (258/261)
  • 외전 11

    “아흑, 읏, 흐……, 으…….”

    아진의 무릎이 덜덜 떨렸다. 발끝에 자꾸 힘이 들어가서 무릎이 허공에 떴다가 내려앉길 반복했다. 성기가 저릿저릿했다. 만져진 거라곤 뒷구멍과 회음부 그리고 고환뿐인데. 벌써 사정이 다가오는 게 퍽 자존심 상했다.

    아진은 이를 악문 채 절정을 미루려 기를 썼다. 근데, 석주가 검지를 쑤우욱 구멍 속으로 넣었다. 얕게 넣은 게 아니라 손바닥에 막혀 더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넣었다. 그러고는 아진의 전립선을 쿡 짓이겼다. 그러면서 엄지로는 회음부를 삭삭 문질러 댔다.

    “히으…….”

    아진이 다시금 허리를 공중으로 띄웠다. 찌릿찌릿 짜릿짜릿한 쾌감이 올라왔다. 절정을 미루긴 개뿔. 저도 모르게 다급해져서 성기를 소파 가죽에다 북북 문질렀다. 엉덩이를 석주 쪽으로 흔들기도 했다.

    그러다 전신의 근육이 단단하게 뭉친다 싶을 때쯤, 맥없이 사정했다. 정말 허탈할 정도로 볼품없는 사정이었다.

    “읏…….”

    성기 끝에서 희멀건 탁액이 쭉쭉 쏘아졌다. 소파에 묻어 바닥으로 질질 흘러내리는 그것이 정액인지, 아니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인지 분간이 안 됐다.

    아진은 잠시 사정의 여운에 몸을 떨다 고개를 팩 뒤로 돌렸다. 그리고 원망 가득한 눈으로 석주를 노려봤다.

    “이씨…….”

    제가 먼저 떡 치자고 달려들었지만 이런 걸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포근하고 보드라운 침대에서 몸을 겹치고, 다정하게 입 맞추며, 서로의 몸을 만지는, 그런 낭만적인 걸 기대했단 말이다. 근데 아이스크림 때문에 다 망쳤다.

    아진이 어떻게 석주를 한 대 쥐어박을까 고민하는데. 석주가 손을 뻗어 아진의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쭉쭉 잡아당기듯 문지르며 남은 정액을 빼 주었다.

    “으읏…….”

    아진이 언제 석주를 노려봤냐는 듯 목을 뒤로 넘기며 신음했다. 요도가 움찔거리며 정액을 찔끔찔끔 흘려 댔다. 그것을 보던 석주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귀엽다, 아진아.”

    여태 입 꾹 다물고 있었으면서.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으면서. 기껏 수십 분 만에 한다는 말이 저따위라니. 아진이 기가 찬다는 듯 실소했다. 그러다 축 처졌다.

    그래, 귀여우면 귀여워해라. 난 모르겠다.

    아진이 비에 젖은 고양이처럼 늘어져 가쁜 숨만 내쉬고 있는데. 석주가 두 팔로 바닥을 짚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아진의 입술을 춥 빨았다가 놨다. 짧은 뽀뽀는 그대로 진득한 키스가 됐다.

    석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아진이 뒤로 밀려나고 밀려나다 소파에 기대게 됐다.

    “으응…….”

    석주가 아진의 양쪽 다리를 벌려서 접었다. 그 후 엉덩이를 자신의 허벅지 위로 잡아 올렸다. 아진의 아래가 훤히 드러났다. 석주가 축축하게 젖은 아진의 가랑이 사이에다 자신의 아래를 쿡쿡 치댔다. 마치 추삽질을 하는 것처럼.

    석주는 아직 바지를 벗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성기가 얼마나 발기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바지가 불룩해지다 못해 팽팽해져서 속에 든 것이 천을 찢고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아진이 꼴깍 마른침을 삼키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보다 선정적인 장면을 훨씬 많이 봤는데. 석주의 성기가 온전히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도 야하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상체를 숙인 석주가 특유의 저음으로 물어 왔다.

    “하아……. 아진아. 들어가도 돼?”

    순간 아진의 뺨에 홍조가 떠올랐다. 저를 내려다보는 석주의 시선이 말도 못 하게 섹시했다. 흥분에 달떠 짙어진 눈매, 제 뒤를 빠느라 붉게 상기된 입술, 조급한 듯 연신 나왔다가 들어가는 혀.

    사정 후 축 늘어졌던 아진의 성기가 다시 발기하기 시작했다. 마른 입술을 핥은 아진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허락에 석주가 다급히 바지를 내렸다. 잘생긴 장골이 드러난다 싶더니 두툼하고 기다란 성기가 흥분한 뱀처럼 튀어나왔다.

    아진이 재차 마른침을 삼켰다. 석주의 것은 봐도 봐도 친근해지지가 않았다. 두꺼운 몸체와 사납게 곤두선 핏줄, 단정하게 생겼으나 크기는 단정하지 않은 귀두. 볼 때마다 새로웠다.

    “…….”

    석주가 정체 모를 액체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귀두를 주름에 갖다 댔다. 그리고 성기를 아래위로 슥슥 문질렀다. 귀두 끄트머리가 주름을 가볍게 짓눌렀다가 튕기듯 밀려났다.

    “으응, 아…….”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자극에 아진이 목을 움츠렸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뺨과 이마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그러다 아진이 키스해 달라는 듯 턱을 드는 순간, 귀두가 쑥 들어왔다.

    “흡…….”

    아진이 석주의 팔뚝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석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꾸역꾸역 성기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진이 아랫입술을 말아 물었다. 석주의 손가락이 들락날락하던 깊이까지는 괜찮았다. 조금 버겁긴 했으나 아프지도 않았다. 허나 그 이상 담아내자 뒤가 터질 것만 같았다. 찢어지는 것도 아니고, 물을 용량 이상으로 담은 물풍선처럼 뻥- 하고 터져 버릴까 봐 무서웠다.

    후끈하던 몸뚱이가 순식간에 차게 식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끅끅 숨을 끊어 먹던 아진이 젖은 눈으로 석주를 올려다봤다.

    “형……. 잠시만 쉬었, 쉬었다가, 흐, 천, 천천히…….”

    아진은 그만하자는 소리를 절대 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건 on / off 스위치 같은 거라서. 그 말을 뱉는 순간 석주는 코드 뽑힌 로봇처럼 중지해 버렸다.

    원래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최근 들어 심해져서 아진도 조심하게 됐다.

    아진의 애원에 석주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아진의 얼굴에 잘게 키스하며, 손으로는 아진의 성기 쪽으로 손을 내렸다. 늘 그랬듯, 긴장을 풀라며 성기를 만져 주는 줄 알았는데. 큼지막한 손은 성기를 지나쳐, 고환 아래로 들어갔다. 종착지는 회음부였다. 아진의 엉덩이가 기저귀 가는 아이처럼 쑥 내밀어져 있어 고환을 들고 말고 할 필요도 없었다.

    석주는 엄지에 힘을 주고 회음부를 꾸욱, 꾹 눌러 댔다. 마치 지점토를 만지는 것처럼.

    “흐읏…….”

    아진이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그 움직임에 석주의 성기가 잘게 나갔다가 들어옴을 반복했다. 근데 아프지 않았다. 오감이 회음부에 집중되어서 그랬다.

    석주가 여린 살을 짓누를 때마다 찌릿찌릿한 쾌감이 일었다. 아진의 성기가 조금 더 단단하게 발기했다. 그것을 본 석주가 천천히 아래를 밀어 넣었다. 쫄깃한 내벽이 조금씩 조금씩 성기를 삼켜 갔다. 다행히 아진의 눈가에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이윽고, 석주의 성기 대부분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뿌리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처음부터 다 들어가는 건 무리임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아진아…….”

    아진의 머리칼에 코를 묻은 석주가 나른한 숨을 내쉬었다. 성기가 쭉쭉 빨리는 느낌에 목덜미가 다 섬뜩했다. 잠깐 눈을 감은 채 내벽을 만끽하던 석주가 아진을 살폈다. 그러자 아진이 석주의 어깨를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빨리, 빨리…….”

    “…….”

    석주는 아진이 말하는 ‘빨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버겁고 고통스러우니 빨리 쾌감으로 그것들을 덮어 달라는 거였다. 석주가 아진의 겨드랑이 너머로 소파를 짚었다. 그리고 허벅지를 움직여 소파와 더 가까이 붙었다. 그에 아진은 석주와 소파 사이에 바짝 끼여서는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

    아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다리는 석주 쪽으로 훤히 벌려서 오므리지도 못하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말렸고, 뒷구멍에는 석주의 성기가 꽂혀 있고.

    퍽 경박한 자세였으나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다. 석주의 성기가 어떤 모습으로 제 뒤에 박혀 있는지 훤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커다란 살덩이를 삼킨 제 뒤가 신기하기도 했다.

    아진이 멍하니 아래를 응시하는데. 석주의 성기가 천천히 밖으로 뽑혀 나가기 시작했다. 안으로 말려 있던 주름이 바깥으로 당겨지며 부풀었다. 귀두가 나오려 할 때는 구멍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제 몸 같지 않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한 장면에 아진이 잠시 넋을 놓는데. 석주가 일순간에 성기를 다시 퍽! 쑤셔 넣었다.

    “…….”

    아진이 그대로 버석하니 굳었다. 어……? 하고 놀라긴 했는데 그게 다였다. 눈으로 훤히 보고 있음에도 어째선지 현실 같지가 않았다. 뒷구멍도 놀란 모양인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그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석주의 팔뚝만 부들부들 움켜쥐고 있는데. 석주가 주우욱 성기를 빼냈다. 그러고는 또 단번에 배 속 깊은 곳까지 쑤셔 박았다. 이번에는 전립선이 귀두에 짓눌려 납작해지는 게 또렷이 느껴졌다.

    “히윽…….”

    아진이 새된 소리를 내지르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 그의 성기 끄트머리에서 희멀건 탁액이 퐁퐁 솟아올랐다. 단번에 절정에 다다른 거였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뒷구멍이 안 된다는 듯 석주의 성기를 옴팡지게 조여 댔다. 냉큼 꺼지라고 조이는 거였는데, 그게 석주에게는 고스란히 쾌감이 되었다.

    “큭, 후우…….”

    소파를 고쳐 쥔 석주가 본격적으로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푸걱푸걱, 쑥쑥, 철퍽철퍽, 난잡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으응, 앗, 앙, 흣, 아!”

    아진의 허벅지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시시각각 짓뭉개지는 배 속과 전립선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물속에 잠긴 듯 모든 소음이 탁하게 들렸다. 손가락이 멋대로 구부러져서 석주의 팔뚝을 긁게 됐다. 석주의 팔뚝에 붉은 상처가 죽죽 새겨지는 게 뻔히 보였음에도 성기가 배 속 깊은 곳을 콱콱 짓이길 때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했다.

    “하아, 하아…….”

    석주의 거친 숨결이 이마 위로 쏟아졌다. 쾅쾅 때려 박히는 성기가 위협적이었다. 근데 모순적이게도, 그래서 좋았다. 쿵쿵 찍히는 전립선과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귀두, 그리고 구멍이 터질 듯 빠듯한 부피, 받아 내기 힘겨울 정도로 빠른 허리 짓.

    끝없이 이어지는 자극의 향연이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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