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57화 (257/261)
  • 외전 10

    석주가 아진의 어깨 너머로 손을 펴 보았다. 손등과 손바닥은 여전히 아이스크림 범벅이고, 아진의 구멍 속으로 들어갔던 손가락만 멀끔했다. 그것을 보자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갈증이 일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는 욕망이 치밀었다.

    그렇다고 그냥 곱게, 숟가락으로 한 입 한 입 먹고 싶진 않았다.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온통 묻히며 게걸스럽게 먹고 싶었지.

    “…….”

    초점이 뒤틀린 눈으로 손가락을 보던 석주가 아진의 골반을 감싸 쥐었다. 아진이 왜 그러냐는 듯 석주를 쳐다보는데, 그가 마른 몸을 번쩍 들어 소파에 엎어 놓았다. 아진은 무릎으로 서서 엎드린 자세가 됐다.

    저항할 겨를도 없이 뒤바뀐 자세에 놀란 아진이 홱 뒤를 돌아봤다. 근데 석주가 보이지 않았다. 그새 어디로 사라진 건지, 순간 이동이라도 한 건지. 놀란 아진이 그를 부르기 위해 입을 뗐을 때였다.

    “흣!”

    뒤에 뭐가 닿아 왔다. 아진은 그것을 보지도 않고 정체를 알아차렸다.

    석주의 얼굴이었다.

    오죽 뒤를 자주 빨렸으면, 엉덩이로 그의 얼굴을 분간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치미는 수치스러움에 아진이 냅다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진은 석주가 뒤를 빠는 걸 왜 저리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저도 때때로 석주의 우람한 성기를 보며 입에 담아 보고 싶다, 맛보고 싶다, 생각하긴 하지만 그건 단순히 호기심이었고, 석주는 흡사 허기라도 채우는 것처럼 뒷구멍에 집착했다.

    “혀, 형, 형…….”

    아진이 엉덩이를 앞으로 빼내며 석주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커다란 손이 아랫배를 감싸더니 뒤로 죽 잡아당겼다. 허리가 오목하게 안으로 들어가고,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았다.

    석주는 먹기 좋게 대령된 엉덩이에 다시금 얼굴을 파묻었다. 아진의 엉덩이 골과 주름에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었다. 석주가 혀를 넓게 펼쳐 그것을 길게 핥아 올렸다.

    “흐으…….”

    아진의 등줄기가 푸르르 떨렸다. 석주의 체온이 아무리 낮다고 해도 혀는 뜨겁다. 그런 혀가 민감한 곳을 삭삭 핥고 있으니 자극적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

    석주는 두어 번 뒤를 핥고는 입맛을 다셨다. 달큼한 아이스크림 맛이 났다. 맛이 좋았다. 단것을 딱히 즐기지 않는데 아진의 체취와 섞여서 그런가. 어금니 사이로 쭉쭉 침이 다 배어 나왔다.

    본인의 입술을 핥은 석주가 다시 아진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술 전체를 붙이며 쭙쭙 빨아당기고, 아랫입술이 납작해질 만큼 주름에다 문지르고, 혀가 들어가기 좋게 파인 엉덩이 골을 삭삭 핥아 댔는데 어째 맛이 잘 안 났다.

    “…….”

    석주가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몇 번 빨지도 않았는데 벌써 맛이 옅어졌다. 욕심 많은 구멍이 이미 아이스크림을 죄 집어삼킨 모양이었다.

    그럼 구멍 속에 있나?

    석주가 고민할 것 없이 커다란 손으로 엉덩이 한쪽을 옆으로 쭉 벌렸다. 말랑한 살이 저항 없이 늘어나고, 좁았던 엉덩이 골이 평평해졌다. 아이스크림과 손가락, 그리고 혀로 말랑하게 풀어진 주름이 옆으로 길게 벌어졌다.

    딱 달라붙어 있던 주름이 빠끔 벌어진다 싶더니, 그 사이로 흐물흐물한 하얀 액체가 찔끔 비집고 나왔다.

    석주가 얼른 입술을 맞붙였다. 흡사 불모지에서 평생을 갈증에 시달리다 이슬을 만난 짐승 같았다. 삐져나온 아이스크림을 쭙 빨아 먹은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구멍 속으로 혀를 욱여넣었다.

    “으응, 아, 흣…….”

    아진이 엉덩이에 바짝 힘을 주었다. 근육이 올라온 엉덩이가 단단해졌다. 그러나 그런다 한들 석주의 아귀힘을 이길 순 없었다. 구멍은 움츠러들지 못하고 석주의 혀가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질척하고, 미끄덩하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혀가 예민한 내벽을 마구 헤집었다. 혀끝은 뾰족하고, 뒤로 갈수록 그 부피가 두툼해지는 것도 자극적이었다. 강한 흡입력에 속에 든 것이 찔끔찔끔 빠져나가는 게 속속들이 느껴졌다.

    “아읏, 아, 으응!”

    아진의 발등이 툭툭 바닥을 두드렸다. 저도 모르게 석주의 코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가 놀라서 다시 소파에 바짝 엎드리기도 했다. 그의 손끝이 소파 가죽을 북북 쥐어뜯었다.

    석주는 코끝이 뭉개질 정도로 아진의 뒤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근데 얼마 가지 않아 또 아이스크림 맛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아진의 엉덩이 양쪽을 다 잡아 벌려 혀뿌리가 당길 만큼 깊이 넣어 봤다. 허나 여전히 단맛을 느낄 수 없었다.

    석주가 아쉽게 혀를 거두었다.

    “하아…….”

    짙은 숨을 내쉰 그가 손등으로 대충 입술을 닦아 냈다.

    “하아…….”

    아진도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움이 밴 석주의 한숨과 달리 안도의 한숨이었다.

    아진이 그 정도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석주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몸이 워낙 크고 긴지라 짧게 움직여도 바람이 일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구멍을 할퀴는 찬기에 아진이 허리를 들썩이는데.

    등 위로 무언가가 주르륵 쏟아졌다. 아주 차갑고 질척한 액체였다.

    “으앗, 차가워요!”

    아진은 뒤돌아보지 않았음에도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았다. 녹아서 통 바닥에 고여 있던 아이스크림이겠지.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눈을 뜬 아진이 석주를 노려봤다. 뭐 하는 짓이냐는 뜻이었다.

    근데 석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텅 빈 아이스크림 통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혼탁한 눈으로 아진의 등을 응시했다. 오목한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몹시…… 색정적이었다.

    녹은 아이스크림은 계속해서 흘러 꼬리뼈에서 멈췄다가, 찰방하게 고이다가, 끝내는 엉덩이 골 사이로 질질 흘러내렸다. 흡사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 같았다.

    “흐…….”

    소름 끼치는 감각에 아진이 목을 움츠렸다. 물이었으면 이토록 이질적이진 않았을 것 같은데. 특유의 질척하고, 차갑고, 끈끈한 질감에 엉덩이에 오소소 소름이 다 돋았다.

    아진이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안으로 꽉 조였다. 그러자 석주가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려 액체가 주름을 흥건히 적시게 했다.

    “형……, 이, 이거 별로야…….”

    아진이 소파에 이마를 비비며 칭얼거렸다.

    “…….”

    그러나 석주는 대답이 없었다. 검지 끝으로 주름을 살살 긁기만 했다. 그게 어찌나 간지러우면서도 자극적인지. 엉덩이가 들썩들썩 난리였다.

    연달아 이어지는 자극에 주름이 넓게 펼쳐졌다가 쪼그라들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스크림이 질척하게 고였다. 그럼 석주가 혀로 그것을 삭삭 핥아 먹었다. 혀끝을 세워 주름 사이사이까지 핥고, 구멍 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 역시 혀로 후비듯 파내 모두 먹어 치웠다.

    “아응, 흐, 읏, 응…….”

    그 후로는 천박한 애무의 연속이었다. 석주는 아진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주물러 댔고, 투실한 볼깃살에 녹은 아이스크림을 치덕치덕 발랐고, 앞니로 주름을 긁고, 구멍에 혀를 쑤시고, 그러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치우면 꼬리뼈에 맺혀 있던 것을 끌어와 손가락으로 구멍 속에다 집어넣기까지 했다. 쩝쩝, 첩첩, 흡사 식사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거기다 여린 피부를 긁어 대는 높다란 콧대며, 흥분해서 거친 숨결까지.

    “흐앗, 응, 으응!”

    아진이 다리를 꽉 오므렸다. 그러자 고환이 사타구니 사이에 끼여서는 토끼 꼬리처럼 볼록 튀어나왔다. 맨들맨들하고, 보드랍고, 말랑한 고환이 석주의 망막에 콱 맺혔다.

    아진의 하체에 온통 난자한 아이스크림이 그곳에도 묻어 있었다. 마치 물엿을 잔뜩 묻힌 꿀빵 같았다. 입맛을 다시던 석주가 냅다 달려들었다.

    “흡!”

    갑작스럽게 성기로 이동된 관심에 아진이 숨을 거꾸로 삼켰다. 석주는 한입에 고환 두 개를 전부 넣고는 쭙쭙 게걸스레 빨아 댔다. 코앞에 있는 회음부에 얼굴을 비비기도 했다.

    뜨끈한 입 안에서 통째로 굴려지는 고환에 아진이 발목을 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럴수록 고환이 도드라진다는 걸 몰라서 할 수 있는 자세였다.

    석주는 혀로 고환 사이를 살살 헤쳤다. 그러다 돌연 쭙, 하며 고개를 뒤로 물렸다. 사라진 자극에 아진이 엉덩이를 스르륵 아래로 떨구는데. 석주가 그의 허벅지를 감싸 안고 자세를 고정했다.

    아진이 뾰족하게 벼려진 눈으로 그를 뒤돌아봤다.

    미친놈이, 왜 갑자기 생전 먹지도 않던 아이스크림에 꽂혀서는.

    도통 섹스를 정상적으로 하는 법이 없다. 그가 뒷발로 석주의 잘생긴 얼굴을 후려쳐 줄까, 고민하는데.

    석주가 엄지를 가로로 펴 회음부 아래부터 엉덩이 골, 그리고 꼬리뼈까지 한 번에 쭈우욱 쓸어올렸다. 아이스크림과 타액으로 아래가 축축이 젖어 있어 그 손놀림이 몹시 매끄러웠다.

    “히윽…….”

    아진이 가슴을 펼치며 뻣뻣하게 굳었다. 이건 또 다른 감각이었다. 전립선을 자극당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하지만 애당초 전립선은 석주가 뒷구멍으로 들어왔을 때에야 제 몸에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고 자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근데 회음부 살이 짓눌리는 거로 전립선을 자극당하다니.

    낯선 감각에 놀란 아진이 뻣뻣하게 굳자, 석주가 대번에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번들번들한 아진의 엉덩이를 빤히 쳐다보다, 엄지로 다시 엉덩이 사이를 길게 훑어 올렸다.

    “읏!”

    아진이 목을 아래로 고꾸라트렸다. 등이 움푹 아래로 꺼지며 날개뼈와 어깨가 도드라졌다. 발기한 그의 성기가 툭툭 소파를 쳤다.

    석주는 계속해서 아진의 회음부를 꾹꾹 짓눌렀다. 찐득한 뒤에 그의 손가락이 마치 보드를 타듯 휙휙 빠르게 움직였다. 뒷구멍도 눅진하게 풀려서 석주의 손가락이 드문드문 주름 속으로 파묻혔다가 나오기도 했다.

    “…….”

    석주는 끈질기게 아진의 아래를 만졌다. 고환을 손안 가득 쥐고 조물거리다, 회음부를 아릿할 정도로 세게 문지르다가, 주름 속으로 엄지를 쑥 집어넣었다가 빼거나, 엉덩이 골을 손톱으로 긁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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