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56화 (256/261)

외전 09

부연 설명일랑 없는 세 음절이었으나 석주는 그가 하자는 게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평소라면 좋아, 하고 냅다 아진을 눕혔을 텐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를 놀리고 싶었다.

“뭘?”

“그거.”

“그게 뭔데.”

“아 그거요.”

“뭔지 모르겠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석주의 반문에 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석주의 옷을 쥐어뜯던 그가 빽 소리쳤다.

“떡 치자고요!”

적나라한 표현에 석주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아진은 원래, 그러니까 전생 땐 말을 가려 하진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살인귀 같다며 무서워하는 제게도 미친놈아, 개새끼야, 사장님 양아치예요? 따위의 말을 서슴없이 했었으니까.

이생에서도 할 말은 하는 편이었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필터는 거쳤다. 명희와 꽃님이 단도리를 잘한 덕이었다.

근데 떡 치자는 말을 하다니. 자자는 것도 아니고, 섹스하자는 것도 아니고 떡 치자니. 석주는 이런 말을 하는 아진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아진이 여전히 아진이구나 싶어서.

석주가 소반을 쭉 밀었다. 거친 손길에 파르르 흔들리던 잔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안에 있던 소주만 쏟아졌을 뿐, 잔은 깨지지 않았다.

아진이 놀란 눈으로 데구루루 구르는 잔을 쳐다보는데. 석주가 그의 골반을 들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아진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아진은 짜증이 난 듯 고개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석주를 피하다, 결국엔 석주의 목을 감싸며 입술을 쾅 들이박았다. 그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석주의 아랫입술을 쭈우우웁, 하고 세게 빨기도 했다.

귀여운 투정에 석주가 웃음을 삼켰다. 그는 아진을 달래듯 통통한 입술에 쪽쪽, 쪽 잘게 입 맞추었다. 혀를 내어 핥기도 했다.

아이스크림 특유의 단맛이 났다. 근데 차갑지 않고 뜨거운 아이스크림이었다. 그게 참 맛깔스러웠다.

속은 더 달짝지근한 맛이 날 텐데.

석주는 갈급했으나 함부로 아진의 잇새로 파고들지 않았다. 아진의 입술을 집요하게 핥으며 그가 허락해 주길 기다렸다. 억지로 비집고 들어서는 건 먼 옛날에 충분히 했으니까.

아진은 고집스레 입을 앙다물고 있다가,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석주가 아진의 턱을 쥐어 옆으로 비틀었다. 그리고 깊숙이 입술을 얽었다. 아이스크림과 알코올 맛이 규칙 없이 뒤섞였다.

아진은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굴다가, 석주가 혀를 깊게 집어넣자 홧홧한 숨을 내뿜으며 석주에게 엉겨 붙었다. 석주의 어깨 너머로 팔을 넘긴 그가 석주의 도톰한 니트를 손가락으로 접고 접으며 끌어 올렸다. 석주는 아진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늘씬한 허리를 쓸어내렸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혀를 섞고, 익숙하게 서로의 옷을 벗겨 갔다. 석주가 아진의 티셔츠를 목까지 올렸다. 그에 아진이 입술을 물리며 얼굴을 빼냈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다시 석주의 입술로 달라붙었다.

혀가 질척하게 비벼졌다. 술기운 탓에 평소보다 뜨겁고 질척한 타액이 물기 어린 소리를 내며 엉켰다.

석주는 아진의 입 안을 집요하게 핥아 먹었다. 여기저기 숨어 있는 아이스크림의 흔적을 쫓아 혀를 움직였다. 그러다 아진이 유달리 민감한 입천장이나 목구멍 안쪽, 혀 옆구리 등을 핥으면 가느다란 허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석주의 커다란 손이 아진의 몸을 길게 쓰다듬었다. 마른 등줄기, 툭 튀어나온 날개뼈, 은근히 근육이 붙은 가슴과 호흡할 때마다 도드라지는 갈비뼈 등을 세심하게 매만졌다. 애무는 아니었고, 그저 아진을 손끝으로 느끼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아진의 몸은 눈으로 보는 것도 즐겁지만, 만지는 건 더하다. 부드럽고, 매끈하고, 그런데도 어쨌거나 사내인지라 골격과 근육이 두드러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곳을 만질 때마다 그의 존재를 더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진의 몸 여기저기를 매만지던 석주의 손이 유두에 다다랐다.

“하아…….”

아진이 목을 움츠리며 입술을 뗐다. 그리고 석주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목에 쪽쪽 입 맞추며 유두를 만지작거렸다. 작고 말랑한 알갱이가 느껴졌다. 그것을 살살 문지르고, 누르고, 그러다 어린아이의 볼을 꼬집듯 심술궂게 잡아당기면 아진이 몸을 뒤척였다. 설핏 구겨진 눈가가 몹시도 사랑스러웠다.

조금 만졌을 뿐인데 유두가 금세 단단해졌다. 평소라면 그곳으로 입술을 가져갔을 텐데, 석주는 웬일로 그대로 손을 내려 아진의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손 두 개가 들어가자 넉넉하던 허리가 꽉 조였다. 아진이 불편한 숨을 내쉬더니, 제 손으로 바지를 쑥 내렸다. 고무줄로 되어 있던 홈웨어가 숭덩 내려갔다. 석주가 옅게 웃으며 아진을 살짝 들었다. 그리고 그의 다리에 엉켜 있던 바지를 매끄럽게 벗겨 소파 위에 대충 얹어 놓았다.

완전한 나신이 된 아진이 쑥스럽다는 듯 급하게 석주에게 안겼다. 석주의 입가에 장난기가 스몄다. 조금 전만 해도 떡 치자고 우렁차게 외쳐 놓고. 막상 벗고 보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석주는 어떻게 그를 놀릴까, 고민하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토라진 아진이 저를 버리고 침실로 들어가면 낭패니까.

아진의 머리칼에 쪽 입 맞춘 석주는 그의 신체 중에 유달리 사랑하는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말랑한 찹쌀떡 같은 살덩이가 손안 가득 잡혔다.

“으…….”

긴장한 아진이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 살을 꽉꽉 움켜쥐었다. 보드라운 살은 쥐면 쥐는 대로 뭉개졌다. 그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올 듯 탄력 있었다. 석주는 아진의 머리칼에 코를 묻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으로 아진의 엉덩이를 고스란히 느끼려 노력했다.

아진의 살결이 세세하게 만져졌다. 엉덩이 살은 바깥에 드러나는 일이 드물어서 다른 곳보다 보드랍고 여렸다. 그만큼 예민하기도 해서 이따금 석주가 검지와 엄지로 살을 두껍게 꼬집듯 쥐거나, 무딘 손톱으로 아프지 않게 긁으면 아진이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을 흘렸다.

석주는 아진의 둔부가 복숭아처럼 분홍빛이 될 때까지 주물렀다.

“그만……. 아파요…….”

견디다 못한 아진이 짜증과 아픔을 섞어 말하고 나서야 손을 옮겼다. 허나 그래 봤자 엉덩이였다. 그의 손가락 끝이 엉덩이 골 사이로 미끄러졌다.

“흑…….”

아진이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석주에게 더 바짝 달라붙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어 잠수하기 전처럼 숨을 연신 들이마시는데. 어째서인지 석주의 손이 금세 떨어져 나갔다. 주름을 한 번 크게 훑었을 뿐이었다.

아진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이마와 미간, 그리고 콧잔등에 뽀뽀했다. 그러더니 별안간 아진이 삭삭 긁어 먹은 아이스크림 통을 들었다.

“아이스크림 먹으려고요?”

영문 모를 행동에 아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석주가 검지로 아이스크림 통 벽을 슥- 훑었다. 녹은 액체가 손가락 가득 묻어났다. 질척하게 녹은 게 흡사 정액처럼 보였다.

석주는 손가락끼리 비벼 그것을 펼쳐 바르더니 곧장 엉덩이로 가져갔다. 끈적한 손가락이 주름에 닿는 순간, 아진의 몸이 움찔 떨렸다.

“읏!”

질척한 접촉에 놀랐다기보다는, 차가움에 놀랐다. 아이스크림은 녹아도 아이스크림이라 매우 차가웠다.

아진은 냉기를 좋아했다. 그런다 한들, 애먼 부위로 차가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기묘한 낯섦에 어깨가 자꾸 움츠러들었다.

“차갑, 차가워요…….”

아진이 석주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젤은 침실에 있고, 석주는 섹스를 한번 시작하면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어쨌거나 뒤를 풀 점액이 필요한데 아이스크림이 아니고서야 남는 건 석주의 타액뿐이었다.

숱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그건 퍽…… 괴로웠다. 석주는 뒤를 아주 집요하게 빨았기 때문에. 오죽하면 그의 높다란 콧대에 쓸려 엉덩이 골 살갗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그래, 그보다는 낫지-, 라고 생각할 때였다.

지문을 새길 듯 주름을 살살 문지르던 손가락이 쑥, 예고 없이 안을 파고들었다.

“으앗!”

아프진 않았다. 다만 여전한 차가움에 놀랐을 뿐. 다른 곳보다 체온이 높은 내벽이라 아이스크림의 차가움이 더 선연하게 다가왔다. 아진의 목이 뻣뻣하게 섰다. 목 근육과 쇄골이 도드라졌다.

그것을 본 석주가 손가락을 빼냈다. 좁은 내벽에 끼어 있던 손가락이 빠지자 촙, 하고 젖은 소리가 났다. 이질적인 상실감에 아진의 엉덩이가 단단해졌다.

“…….”

석주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끼리 마찰시켰다. 손에 얽혀 있던 아이스크림이 사라졌다. 흡사 아진의 뒷구멍이 빨아 먹기라도 한 것처럼.

마른 입맛을 다신 그가 다시금 아이스크림 통에 손을 쑤셔 넣었다. 이전에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훑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그 큰 손을 전부 욱여넣고 아이스크림을 묻혔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아진의 뒤로 다가왔다.

“으아…….”

아진의 입에서 영 섹시하지 못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이스크림으로 질척한 석주의 손이 뒤에 닿는 게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그냥 온통 낯설고 이상하고 그랬다.

석주는 아이스크림을 구멍에다 온통 묻혔다. 이어지는 자극에 주름이 움찔움찔 떨렸다.

“…….”

석주는 손가락을 주름에 묻은 채 그 움직거림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아진의 주름은 손가락을 밀어 내듯 굴면서도 누르면 누르는 대로 집어삼켰다.

쿨쩍쿨쩍.

손을 움직일 때마다 젖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끄덩한 손이 구멍 안으로 매끄럽게 들어갔다가 나옴을 반복했다. 그럴수록 아진의 뒷구멍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렇다고 헐렁한 건 또 아니었다. 젖병을 빠는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옴팡지게 빨아 댔다.

그게 어찌나 야한지. 콧잔등이 다 뜨끈거렸다. 추잡하게 코피를 쏟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석주의 손가락이 한 마디, 두 마디 아진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진의 엉덩이가 손을 바싹 조여 왔다. 꾸물거리는 내벽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러다 손가락을 빼내면, 치덕치덕 묻어 있던 아이스크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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