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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242화 (24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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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가 바디 워시 냄새네. 거기서 씻고 온 거야?”

    석주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한 아진이 덥석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진짜…… 진짜 형이에요? 아니지, 진짜 일어난 거예요?”

    “응. 진짜 일어난 거야.”

    석주가 그 손을 쥐어 마른 손목에 쪽 입술을 눌렀다가 뗐다. 아진의 냄새가 담뿍 스며 있는 손바닥에다 코를 비비기도 했다. 아진이 그런 석주를 신기한 동물 보듯 쳐다봤다.

    “어, 언제 일어났어요?”

    “방금. 네가 내 곁에 누웠을 때.”

    석주가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말했다. 아진의 앞에선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거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꽃님이 시킨 거짓말은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진의 눈썹이 감동으로 일그러졌다. 눈가가 금세 붉게 달아오르더니 목소리에 물기가 스몄다.

    “형…….”

    아진이 석주의 가슴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그리고 석주의 등을 꽉 껴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주춤거림 없이 터져 나온 마음이 참 맑았다.

    “나도.”

    석주가 아진을 마주 안았다. 가슴팍으로 따뜻하게 스며 오는 그의 체온이 감격스러웠다.

    “매일, 매일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었어요.”

    아진이 석주의 가슴에 눌려 탁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나도. 꿈속이 온통 너였는데도 보고 싶었어.”

    나직이 웃은 석주가 그 그리움에 화답해 주었다. 아진은 석주의 가슴에 들어가겠다는 듯 얼굴을 욱여넣고 있었다. 그러다 빼꼼 고개를 들었다. 석주가 진정 눈을 뜬 게 맞는지,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모양새였다.

    그런 아진을 알았을까. 석주가 다정히 시선을 맞춰 주었다.

    “…….”

    “…….”

    두 사람은 이렇다 할 말 없이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야 가득 상대방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간 있었던 고난에, 상처에, 불안에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석주가 아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고마워.”

    “뭐가요?”

    “용서해 줘서.”

    “…….”

    아진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러다 일이 있기 전, 그와 나누었던 통화를 떠올렸다.

    대충 용서를 해 주겠다고 했더니, 석주는 침묵했었다. 그에 왜 대답하지 않냐고 따졌는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었다.

    ‘보고 싶어.’

    ‘얼굴 보고 대답하게 해 줘.’

    그 대답을 이제야 하는 거였다. 아진이 석주의 손바닥에 뺨을 묻었다. 손바닥 가득 차는 말랑하고 뜨끈한 볼에 석주의 웃음이 더욱 깊어졌다.

    “고마워.”

    “…….”

    “눈뜨자마자 널 볼 수 있게 해 줘서.”

    아진은 찬찬히 그 말을 곱씹었다. 그러다 꾸역꾸역 억누르던 감정들을 울컥 토해 내고야 말았다. 눈가를 타고 굵직한 눈물이 투둑 떨어졌다. 석주가 엄지로 그것을 얼른 훔쳐 냈다.

    “왜 울어. 가슴 아프게.”

    “모르겠어요. 좋은데, 슬퍼요. 형이 너무…… 많이 다쳐서 그런가 봐.”

    아진이 자신의 눈가를 더듬는 석주의 손목을 가볍게 감쌌다. 붕대가 두툼하게 감겨 있었다. 힘으로 부득불 케이블 타이를 끊어 내면서 피부가 심하게 파였다. 아진도 손목의 흉터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익숙했는데. 석주의 상처는 그보다 심했다. 난장이 있었던 날, 구급차에 실려 가는 그의 손목을 잡고 한참이나 울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또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울지 마. 하나도 안 아프니까.”

    석주가 아진의 눈물을 따라 꾹꾹 입술 도장을 찍었다. 그러다 눈물 하나가 아진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스몄을 때, 그의 머리를 감싸 쥐고 조심히 입을 맞췄다. 아진이 턱을 살짝 들어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석주는 부드럽게 입술을 머금었다. 아진이 자연스레 입을 벌리자, 그의 숨결이 훅 스며 왔다. 울음으로 더욱 달아오른 숨결은 평소보다 질고 뜨거웠다. 석주가 그것을 남김없이 받아먹었다. 그러고 나니 돌연 허기가 졌다.

    닷새나 아진을 보지 못했다. 시체처럼 정신을 잃고 있으면서, 그를 듣지도 못하고 만지지도 못했다. 그것을 자각하니 참을 수 없이 아진이 고파졌다. 버석하게 마른 오감에 아진을 쏟아붓고 싶었다.

    석주가 아진을 자신 쪽으로 더욱 바짝 당겨 왔다. 그리고 다급하게 그의 입술을 빨아 댔다. 놀란 아진이 헛숨을 들이켜는 찰나, 혀를 욱여넣기도 했다.

    아진은 짐승처럼 거친 호흡을 뿜는 석주에 놀랐으나, 밀어 내진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그도 적잖이 석주에게 굶주려 있던 터라.

    두 사람의 코가 엇갈렸다가 붙길 반복했다. 이가 딱딱거리며 부딪치기도 했다. 자못 난투극 같은 키스였는데, 석주도 아진도 서로를 끌어당기며 입만 더욱 크게 벌릴 뿐 누구 하나 물러나지 않았다.

    눈도 감지 않았다. 혀가 섞이고 엉킬 때 상대방이 어떻게 눈가를 일그러트리는지, 얼마나 짙은 시선으로 서로를 보고, 어떤 표정으로 차오른 숨을 뿜어내는지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그렇게 아랫입술과 혀뿌리가 얼얼할 때까지 입을 맞추고 났더니 어느새 석주가 아진의 위로 올라가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찬 아진이 살짝 그를 밀어 냈다. 그리고 색색 밭은 호흡을 몰아쉬는데. 석주가 돌연 환자복을 티셔츠처럼 위로 훌떡 벗었다.

    그새 입술이 통통하게 부은 아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 지금요? 지금 하게요?”

    옷을 벗는다는 건, 키스와는 다른 행위를 하자는 것을 뜻했다.

    “응. 싫어?”

    석주가 야차 같은 눈빛과 달리 다정한 음성으로 물었다.

    “어…… 그건 아닌데…….”

    방금까지 혼수상태였던 사람이지 않나. 옷을 벗었음에도 피부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온통 붕대로 뒤덮여 있는 사람이, 총을 한 방도 아니고 두 방이나 맞은 사람이 눈뜨자마자 떡을 쳐도 되는 걸까.

    “의사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진이 심각한 낯으로 고민하는데.

    “일어나자마자 섹스해도 되냐고 묻게?”

    피식 웃은 석주가 손등에 붙은 링거를 두두둑 떼어 냈다. 테이프가 떨어지고 링거가 빠지면서 핏방울이 봉긋 올라왔다.

    “뭐 하는 거예요!”

    기겁한 아진이 상체를 들어 올리는데, 링거 줄을 침대 아래로 아무렇게나 내던진 석주가 그를 살짝 눌러 눕혔다. 그리고 고운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댔다.

    “만지고 싶어, 아진아.”

    “…….”

    “너랑 닿고 싶어.”

    “…….”

    “네가 너무 고파.”

    애절한 목소리에 갈망이 가득했다. 그래서 아진은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푹 한숨을 내쉰 그가 엄지로 석주의 손등에 묻은 피를 조심히 닦아 냈다. 그리고 석주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마음껏 닿아요, 우리.”

    “아흐……, 읏, 으응…….”

    석주의 혀는 예민하고 비밀스러운 곳을 거리낌 없이 핥고 빨아 댔다. 석주의 옆구리에 걸쳐진 아진의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하얀 양말을 신은 발등이 일자로 쭉 펴졌다.

    아진의 성기 기둥을 한참 핥던 석주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더니 고환과 기둥이 연결된 틈에 혀를 넣고 비비기 시작했다.

    “아흡!”

    아진이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생소한 쾌락에 몸이 절로 딱딱해졌다. 석주가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더욱 들이밀었다. 그의 턱에 고환이 짓눌리고, 잔뜩 발기한 성기는 잘생긴 뺨 위로 턱 얹혔다. 그 장면이 어찌나 수치스럽고 야한지. 아진은 한쪽 눈만 질끈 감은 채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석주는 그 음탕한 시선을 기껍게 즐기며 성기를 애무했다. 다른 곳보다 색이 진한 접합부를 끈질기게 핥던 그가 혀끝으로 기둥을 쭉 핥으며 올라왔다. 그러더니 귀두부터 성기 끝까지 단숨에 훅, 삼켜 버렸다.

    “으으응…….”

    아진의 허리가 위로 솟아올랐다. 손이 석주의 어깨로 향했다가 얼른 다시 돌아왔다. 어깨에 칭칭 감긴 붕대가 보기만 해도 아파서, 어딜 함부로 쥘 수가 없었다. 꼭 석주가 연약한 풀꽃처럼 느껴졌다.

    반면 석주는 아진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양껏 주무르며 성기를 먹어 치웠다. 맨들맨들한 귀두를 혓바닥으로 핥고, 입술로는 기둥을 조이며 아진의 짙은 살 내음을 만끽했다.

    그러다 중지 끝으로 아진의 엉덩이 골 사이를 깊게 쓸어내렸다. 아진이 흠칫 굳는 게 느껴졌다. 긴장하거나 겁을 집어먹었다기보다는 또 다른 자극에 놀란 것 같았다.

    석주는 그런 아진을 집요하게 보며 엄지로 주름을 돌돌 돌리듯 매만졌다. 오밀조밀하게 모인 주름이 석주의 손길을 따라 움츠러들었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흐…….”

    아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성기를 만져 주는 건 마냥 좋은데, 뒤는 이질적인 느낌이 먼저 든다. 은근한 거리낌도 느껴지고. 그저 이 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석주가 아진의 허벅지 아래를 위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혀끝으로 아진의 성기와 고환과 회음부를 타고 내려왔다. 곧 그의 미끈한 혀가 뒷구멍에 다다랐다.

    “흑!”

    아진이 목을 자라처럼 움츠렸다.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깨물었다.

    석주는 주름 위로 키스하듯, 입술을 쪽쪽 붙였다가 뗐다. 그러다 혓바닥을 넓게 펼쳐 주름은 물론 엉덩이 골과 회음부까지 침을 묻혔다.

    손바닥 가득 쥐고 있던 아진의 허벅지가 단단해졌다. 다가올 쾌락을 인지한 몸이 긴장한 거였다. 석주가 낮게 웃으며 아진을 올려다봤다. 검지를 꼭 깨문 아진이 풀린 동공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석주는 그 야한 시선을 바라보며 혀끝을 세웠다. 그 후 주름을 찌르듯 파고들었다. 혀끝에 진득하게 배어드는 아진의 살 내음이 말도 못 하게 좋았다.

    “으응…….”

    아진이 손가락을 조금 더 세게 깨물었다. 석주의 혀는 집요하고 질척했다. 온통 침 범벅을 만들고도 모자란지 주름 사이사이, 구멍 틈에도 혀를 문질러 댔다. 그러다 입술 전체를 바짝 붙이고 세게 빨아당겼는데, 그럼 엉덩이가 절로 위로 쳐들렸다.

    석주는 그런 아진의 허리를 한쪽 팔로 감싸 쥐고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더 깊숙이 묻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주름 위로 뭉개지는 게 느껴졌다. 이따금 치아가 구멍을 긁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진의 허리가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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