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10화 (210/261)

210

그게 어찌나 성가신지. 아진은 목을 뒤틀었으나 석주는 허리까지 감싸 쥐고 입술을 비벼 댔다. 그 덕에 자꾸 손이 엉켰다. 아진이 짜증스레 넥타이를 아래로 확 끌어 내렸다. 그러자 석주가 기다렸다는 듯 입술을 물어 왔다.

석주는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가 놓더니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곧장 혀가 밀려왔다. 결국 아진은 넥타이 매기를 포기하고 석주에게 매달려야 했다.

그렇게 키스를 하다 불끈거리며 발기한 아랫도리를 상대방의 배에 문지르고, 짙은 시선을 주고받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바지를 벗겼고, 결국 이 상태였다.

“아! 형, 살살, 아흐, 응! 아, 좋아……, 좋아, 거기…….”

서랍장 위로 엎어진 아진의 등줄기가 안으로 우묵하게 말렸다. 석주가 그것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습기를 머금은 티셔츠가 그의 몸에 붙어 몸 선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녀린 허리선과 툭 도드라진 날개뼈, 그 위로 길게 주름지는 옷이 입천장이 당길 정도로 야했다. 옷 입고 섹스하는 건 처음인데, 그의 뒷모습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따금 낭창하게 눈을 맞추며 좋다고 속삭이는 목소리까지.

“…….”

석주가 아진의 입 안에 들어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춥 빨았다. 손에 묻어난 그의 타액이 아까워서. 그 후 아진의 골반을 고쳐 쥐었다. 그러고는 그의 엉덩이를 위로 추켜올리며 성기를 내리꽂다시피 퍽 처박았다.

“아흑!”

아진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기겁한 그가 성기를 빼내려 몸을 뒤트는데. 석주가 그의 뒤로 바짝 붙어 왔다. 그리고 넥타이 진열장 위로 올라간 아진의 무릎 아래로 손을 걸어 진열장을 집었다. 그러자 아진이 못 박힌 것처럼 고정되었다.

아진이 당황한 눈으로 석주를 뒤돌아보는데. 정점을 코앞에 둔 석주가 특유의 새까만 눈을 한 채 허리를 마구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불그스름해진 엉덩이를 벌려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과, 그 구멍 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자신의 성기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흐아, 읏, 응, 형, 혀엉……. 아!”

철벅철벅, 찔꺽찔꺽, 척척척, 난잡한 소리가 드레스 룸을 울렸다. 서랍장 유리에 뺨을 묻은 아진이 목을 움츠렸다. 그가 내뿜는 후끈한 숨결이 유리 위로 하얗게 묻어났다.

시야가 휘청거렸다. 가지런하게 걸린 와이셔츠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 위로 조명등이 산란했다. 거칠고 적나라한 쾌락에, 배 깊은 곳을 얻어맞는 타격감에, 북북 긁히는 전립선에 눈물을 찔끔 흘리기라도 하면 석주가 얼른 허리를 숙이고 혀로 그것을 훔쳐 갔다.

까치발로 선 아진의 한쪽 다리가 부르르 경련했다. 석주가 손을 아래로 내려 아진의 아랫도리를 만져 주었다. 한껏 발기했음에도 적잖이 말랑말랑한 성기를 아래위로 흔들자 뒷구멍이 꽉 움츠러들었다. 석주가 후우, 하고 짙은 숨을 내뿜으며 아진의 목덜미에 입술 도장을 찍어 댔다.

“아진아, 오른쪽 봐. 오른쪽. 응?”

그 말에 오열하듯 신음하던 아진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드레스 룸 한쪽 벽면을 차지한 거울에 저와 석주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치고 있었다. 아진이 그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석주의 우람한 성기가 쑥쑥 들어갔다 나가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그게 얼마나 난잡하고 원색적인지. 꼭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기분이라, 죄를 짓는 기분이라 후다닥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석주가 낮게 웃으며 아진의 귓불과 그 아래를 쭙쭙 빨아 댔다. 몸을 섞는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불그스름해진 광대가 말도 못 하게 귀여웠다.

“놀리지 말고오……. 빨리. 응? 빨리…….”

아진이 엉덩이를 석주 쪽으로 들썩였다. 요즘 잘 먹여서 살이 올라 토실토실해진 엉덩이가 맛깔스럽게 흔들렸다. 그 사이에 끼인 석주의 성기도 덩달아 흔들렸다. 주름이 오물오물 성기를 씹어 대는 게 보였다.

석주의 눈동자가 대번에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상체를 숙여 아진의 등 위로 몸을 붙인 그가 급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뒤를 들쑤셨다.

이내 새하얀 절정이 터져 나갔다.

거울 앞에 비스듬히 선 아진이 축 늘어진 앞머리를 위로 쓸어 올렸다. 석주가 손수 드라이해 준 머리가 땀 때문에 다 망가졌다.

옷도 그랬다. 섹스하는 내내 발아래에 구겨져 있던 슈트 팬츠는 조금 전 석주의 손에 빨래통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아진은 드로즈에 하얀색 티셔츠만 걸친 채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석주가 새로운 티셔츠와 팬츠를 골라 아진에게 내밀었다. 아진이 습기를 머금은 티셔츠를 벗고 석주의 손에 들린 것을 받아 머리를 끼웠다. 그 찰나 드러난 분홍색 유두와 늘씬한 배,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도드라지는 갈비뼈에 석주의 시선이 뭉근하게 와 맴돌았다.

그것을 느낀 아진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도 오늘은 내가 용케 서 있어요, 그죠?”

“…….”

“엄마랑 약속이 있어서 다행이야.”

원래 정사를 한 번 하면 웬만해선 멀쩡히 못 걷는다. 그 ‘한 번’이 한나절 동안 끝나지 않아서. 더는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짜낸 정액에, 줄줄 빨린 전신에, 찔끔찔끔 쏟아 낸 눈물과 신음까지 하면 2박 3일 동안 쉬어도 회복이 안 됐다.

근데 가끔, 이렇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말 딱 한 번으로 끝낼 때가 있다.

출근하다 말고 회사 주차장에서 몸이 달아올라 차 안에서 떡을 치거나, 미팅 가기 전에 사장실에서 다급하게 허리를 흔들어 대거나, 혹은 지금처럼 몇 시간 뒤에 일정이 있으면 섹스를 길게 이어 가려야 갈 수가 없었다.

이럴 때마다 아쉬운데, 다행이라는 양가감정이 들었다.

천진하게 웃던 아진은 잇따라 바지를 입으려다, 허벅지가 후들거려 휘청거렸다. 석주가 얼른 그의 팔꿈치를 잡아챘다. 아진은 뭐가 웃긴지 또 킥킥거리며 웃어 댔다.

“글쎄. 딱히 다행인지는 모르겠는데.”

석주가 아직 정사의 열기를 다 빼내지 못해 붉은 기가 도는 그의 아랫입술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진은 그 못다 푼 욕망을 기껍게 방관하며 바지 버클을 남김없이 올렸다. 그 후 석주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갔다 와서 마저 하면 되지. 머리나 다시 해 줘요.”

* * *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어.”

선화는 호화로운 공연장 홀에서 만나자마자 아진의 등을 철썩 후려쳤다. 아진이 목을 움츠리며 밉지 않게 콧잔등을 찡그렸다.

“미안…….”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못 들어서.”

석주가 꾸벅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그에 선화는 무어라 한 소리 하려던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등을 공연장 안으로 떠밀었다.

“사람들이랑 인사나 하라고 불렀더니만……. 일단 들어가. 끝나고 나서 해. 엄마는 친구랑 보니까 알아서 자리 찾아가고.”

석주가 선화가 내미는 티켓을 두 손으로 받았다. 오늘 오페라 공연의 출연진에는 선화와 연이 있는 기업 회장의 막내딸이 속해 있었다. 그래서 귀한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선화는 그들과 아진이 안면을 텄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정진과 미진은 이미 자리를 잡은 지 한참이라 이런 자리가 필요 없는데, 이제 막 재계에 발을 들인 아진에게는 중요했다.

선화는 말을 마치자마자 먼저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석주는 좌석 번호를 확인하고, 공연장 앞에 붙은 좌석 배치도를 살폈다. 그의 곁에 붙어 선 아진이 종알종알 물었다.

“나는 오페라 처음 봐요. 아니, 기억상으로는 처음 봐요. 뭔지 몰라서 조금 찾아봤는데, 그래도 뭔지 모르겠어. 형은요? 형은 오페라 좋아해요?”

“나도 잘 몰라. 좋다고, 싫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그럼 우리 잠깐 도망갈까요?”

아진이 눈을 반짝이며 석주를 올려다봤다. 석주가 훤히 드러난 아진의 이마를 검지로 그리듯 쓰다듬으며 말했다.

“회장님한테 혼날걸. 널 많이 예뻐하시긴 하지만, 잘못한 건 호되게 꾸짖으시는 편이야.”

“…….”

“너 잘되라고 부르신 건데, 자리는 지켜야지. 끝나고 달리기하러 한강 가자.”

아진이 시무룩하게 눈썹을 떨어트렸다.

“이럴 때 보면 비서인지 선생님인지 구분이 안 돼.”

“실제로 하는 일도 썩 다르진 않아.”

장난스러운 말에 아진이 새치름히 석주를 노려봤다. 석주가 낮게 웃으며 그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입술이 잘 익은 자두처럼 탐스러웠다. 아주 입 안에 넣고 쏙쏙 발라먹고 싶을 지경이었다.

“키스하고 싶다.”

석주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아진이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요?”

“들어가자고.”

석주가 평이한 낯으로 앞쪽으로 손을 뻗었다. 꼼꼼히 뒤집어쓴 무표정한 가면에 아진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랫입술 뒤쪽을 가볍게 핥은 석주가 그를 뒤따랐다.

아진은 오페라 초반에는 공연에 집중했다. 공연 그 자체를 감상했다기보다는 공연장 특유의 정숙한 분위기와 4층까지 이어진 좌석, 벽에 동글동글하게 붙은 박스석, 고급스러운 내부, 쨍한 조명,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는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를 신기해했다는 게 맞았다.

그리고 수십 분이 흘러 그것들이 더는 신기하지 않게 되었을 때쯤. 석주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답게 늦가을임에도 서늘하게 유지되는 내부 온도는 아진이 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석주가 어깨를 살짝 내려 아진이 자기 편한 자세를 만들었다.

가을에 접어들고, 아진은 여실히 잠이 늘었다. 여름 내내 더위에 시달리느라 자지 못했던 잠을 보상받겠다는 것처럼 열심히도 잤다. 아침에도 일어나기 힘들어했고, 초저녁에도 눈두덩에 잠을 그득히 쌓아 두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올해만 그런 건 아니고 매년 있는 일이었다. 십 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킨 석주는 이런 아진이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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