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198화 (19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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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피부. 두툼한 근육. 보기 좋게 갈라진 복근.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한 살결. 시원하게 뻗은 쇄골. 석주가 숨을 쉴 때마다 얕게 들썩이는 가슴팍.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아진이 손을 뻗었다.

“…….”

손끝에 닿는 석주의 피부는 차가웠다. 얼음처럼 차갑다는 건 아니었고, 미적지근한 것보다 약간 낮은 온도였다. 그러나 홧홧한 제 체온과 완전히 상반되는지라 몹시 시원하게 느껴졌다.

아진은 석주의 몸 여기저기를 거리낌 없이 만져 댔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는 두꺼운 팔뚝을 주무르고, 작은 근육이 촘촘하게 붙은 옆구리를 쓰다듬고, 쇄골을 훑고, 가슴에 손바닥을 짚어 쿵쿵 뛰어 대는 심장 박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진이 달뜬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공들여 석주의 몸을 만져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서 처음. 기분이 묘했다. 전생의 석주가 왜 매번 제 몸을 그렇게 주물러 댔는지, 입술을 비비고 진득한 시선으로 훑어봤는지 알 것도 같았다.

아진은 잠시간 석주를 매만지다, 자신은 옷을 전혀 벗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그는 부끄러움 없이 훌러덩 윗도리를 벗어 던졌다. 눈앞에 있는 석주는 제가 수도 없이 몸을 섞었던 그 석주가 아닌데. 어째서인지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대낮에 시작한 정사라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에 아진의 몸이 훤히 드러났다. 피부가 어찌나 하얀지. 피부 주변으로 은은하게 빛이 퍼졌다. 꼭 아진의 주위로 안개가 드리운 것 같았다.

“하…….”

석주가 짧게 탄식했다가 다급히 입술을 겹쳐 물었다. 그의 눈동자가 아진의 몸을 샅샅이 훑었다. 작은 꽃이 핀 듯한 유두, 은근히 드러난 갈비뼈, 늘씬한 허리, 오목하고 귀엽게 파인 배꼽 같은 것들이 자꾸 시선을 잡아끌었다. 발기한 지 한참 된 성기가 꺼떡거리며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다고 농성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진은 옷만 벗고 멀뚱멀뚱 있었다.

일단 석주를 눕혔고, 옷도 벗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냅다 삽입부터 하자니 뒤늦게 겁이 났다. 부득부득 집어넣어 봐야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눈물이나 줄줄 흘릴 게 뻔했다.

이전엔 어떻게 했더라. 석주가 어떻게 제 몸을 만져 주고 열어 주었더라.

아진이 목을 긁적이며 석주를 내려다보는데. 석주가 무겁게 잠긴 목소리로 아진을 불렀다.

“아진아.”

“응?”

“만지고 싶어.”

아진은 그 말이 반가웠다.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 그가 석주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에 얹어 놓았다. 서늘한 손바닥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석주는 매우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득하게, 공들여 아진의 몸을 매만졌다.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허리를 쓸어내리자 아진의 등이 오목하게 들어가며 휘어졌다. 갈비뼈가 툭 올라오고, 희미하던 일자 형태의 복근이 도드라졌다. 석주는 그의 허리를 자신 쪽으로 당겨 왔다. 그리고 긴장해서 딱딱해진 아진의 유두를 엄지로 꾹 눌렀다.

“읏…….”

아진이 고개를 뒤틀었다. 한쪽 눈을 설핏 감기도 했다. 석주는 그런 아진의 얼굴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유두를 애무했다. 검지와 엄지로 집어 올리고, 돌돌 돌리듯 만졌다. 손톱 끝으로 유두를 살살 긁거나 유륜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유두를 꼬집듯 쥐면,

“으응…….”

아진이 목을 움츠리며 신음했다. 유두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열에 민감한 몸답게 만지면 만지는 대로 붉어지는 게 매우 야했다.

“예뻐.”

석주가 탁한 눈동자로 말했다. 아진이 수줍게 웃었다. 한동안 석주의 손길을 느끼던 아진은 어색하게 그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는 석주의 몸보다 석주의 얼굴을 만지는 것에 집중했다. 엄지로 잘생긴 눈매를 쓰다듬고, 광대를 쓸어내리고, 마른 입술을 간질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긴 시간 동안 서로의 몸을 애틋하게 만지고, 쓰다듬고, 느꼈다. 서로에게 감정을 묻히며 길었던 시간의 공백을 채워 갔다. 상반되는 체온을 섞고 다른 색의 시선을 진득하게 얽었다.

그것만으로도 질펀하게 몸을 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치밀던 욕정이 뭉툭해졌다. 아진이 어쩌면 이런 행위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겠다, 하고 팔자 좋은 생각을 하던 찰나.

“읏…….”

돌연 석주가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간질간질하고 곰살맞게 이어지던 자극과 확연히 다른 자극에 아진의 몸이 딱딱해졌다. 그러나 석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진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투실한 살덩이를 재차 움켜쥐었다. 통통하고 보드라운 살결이 석주의 기다란 손가락에 한껏 뭉개졌다.

“형…….”

놀란 아진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데. 석주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 왔다.

“하아, 아진아…….”

진득한 숨을 내뿜은 그가 아진의 가슴팍에 쪽쪽 입을 맞췄다. 손으로 만지며 연신 군침을 삼키던 유두를 빨기도 했다. 그의 붉은 혀가 민감해진 유두를 야하게 핥았다.

아진의 눈동자가 흐려졌다. 낭만적인 감정에 잊고 있던 육욕의 심지로 다시금 불이 붙었다. 석주의 어깨를 짚은 그가 엉덩이로 석주의 성기를 꾹꾹 눌러 댔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래를 석주의 배에 문질렀다.

그 낭창한 몸짓에 석주의 숨결이 대번에 후끈해졌다.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손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향했다. 손끝이 뒷구멍에 닿았다. 건조하게 아물려 있던 뒤가 낯선 손길에 움찔거리며 조여들었다.

“안 되겠는데…….”

석주는 허탈할 정도로 쉽게 백기를 들었다. 제대로 해 보지도 않고, 주름진 뒤를 슬쩍 문질러 본 게 다면서 손을 거두었다.

만면에 성욕이 철철 흘러넘치는 게 뻔히 보이는데. 까딱하면 눈앞에 있는 이를 씹어 먹기라도 할 표정인데. 아진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 성기가 불끈불끈 맥동하고 있거늘. 아진이 못 하겠다고 하면 두말 않고 물러날 기세였다.

“하아…… 괜찮아요.”

아진이 걱정을 가득 문 석주의 입술에 입 맞췄다. 자꾸 과거의 잔상이 목구멍을 긁어 대긴 하지만 모른 척할 수 있었다.

새로운 관계가, 새로운 감각이 필요했다. 과거를 덮어야 했다. ‘마지막’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순간이 지금이어야 했다.

고개를 느리게 움직이며 아진의 키스에 응해 주던 석주가 다시 뒤로 손을 뻗었다. 중지 끝으로 움츠러든 뒷구멍을 살살 매만졌다. 원을 그리듯 문지르기도 했다. 허나 아진은 흠칫흠칫 몸을 떨기만 할 뿐, 쉽게 긴장을 풀지 못했다. 주름은 계속해서 단단해졌다.

석주가 반대 손으로 아진을 슬쩍 들어 바지를 벗겨 버렸다. 헐렁한 홈웨어 바지가 미끄러지듯 침대 아래로 사라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드로즈도 벗겼다. 아진은 이제 와 부끄럽기라도 한 건지 눈을 꼭 감으며 석주의 입술에 매달렸다.

근데 석주가 턱을 뒤로 물렸다. 촙,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아진의 눈가에 짜증이 차오르는데. 석주가 별안간 자신의 검지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뿌리부터 끝까지 쭉 빨아올렸다.

“뭐 해요?”

아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흘리며 물었다. 나 여기 있는데, 왜 애먼 네 손가락 따위나 빨아 재끼냐는 물음이었다. 석주가 손가락을 빼냈다.

“적시면 좀 나을까 하고.”

“으음…….”

아진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주가 자신의 손가락을 다시 입에 넣으려 했다. 근데 아진이 그 손목을 쥐어 자신의 입으로 끌고 갔다. 석주의 곧고 기다란 손가락이 아진의 뜨거운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

석주가 헛웃음을 흘렸다. 겁도 없이 자꾸 되바라진 짓을 하는 아진이 무서웠다. 제가 이성을 잃고 그를 탐할까 무서웠다. 그럼 결국 다치는 건 아진이라서.

부글부글 끓는 석주의 속은 추호도 모를, 그리고 아마 알아도 새침하게 무시할 아진은 양껏 석주의 손가락을 빨아 댔다. 기교라곤 없이 춥춥거리며 사탕처럼 빨기도 하고, 혀를 내어 길게 핥아 올리기도 했다. 손가락이 침에 질척해지면 질수록 석주의 눈동자 역시 짙어졌다.

“나도 빨고 싶어.”

석주가 아진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읊조렸다. 아진이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내밀었다. 석주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거 말고.”

“웅?”

아진이 석주의 손가락을 문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얼굴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석주는 눈앞에 내밀어진 아진의 손끝에 짧게 키스하고,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의 위에 앉아 있던 아진이 들썩거렸다.

석주는 한 손을 아진의 입에 넣어 둔 채, 또 다른 손으로 마른 등을 감싸 그를 조심히 밀어 눕혔다. 하얀 침대 위로 아진의 머리칼이 민들레 씨처럼 퍼졌다.

석주는 아진의 위에 올라타지 않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아진의 등을 받치고 있던 손을 내려 무릎 뒤쪽을 잡아 올리자 가랑이가 훤히 벌어지고, 손끝으로만 느끼던 뒷구멍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우으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아진이 무어라 말하려 했다. 그러나 석주의 손가락이 혀를 아래로 누르며 목구멍까지 들어오는 바람에 억눌린 탁음밖에 낼 수 없었다.

사냥을 준비하는 맹수처럼 엎드린 석주가 아진의 마른 다리를 자신의 어깨에 얹었다. 그리고 동글동글하고 보드라운 고환과 짙은 분홍빛 뒷구멍 사이의 회음부에 쪽 입을 맞췄다.

“후으!”

그 생경함에 아진의 뒤꿈치가 석주의 등을 확 긁었다. 아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요동쳤다. 석주가 무엇을 빨고 싶어 하는지 뒤늦게 눈치챈 거였다. 그가 입에 틀어박힌 석주의 손가락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석주는 검지로 모자라 중지까지 넣어 왔다. 고작 손가락 두 개에 아진의 입 안이 가득 찼다.

석주는 검지와 중지를 가위처럼 움직여 아진의 혀를 잡아 쓸었다. 그러고는 몸을 위로 밀어붙였다. 아진의 엉덩이가 한 뼘 정도 공중으로 뜨며 보일 듯 말 듯 하던 뒷구멍이 훤히 드러났다. 석주가 그곳으로 냅다 얼굴을 파묻었다.

“아우응!”

석주의 손목을 두 손으로 움켜쥔 아진이 자라처럼 목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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