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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185화 (185/261)

185

물을 털던 손도 허공에서 멈추었다. 그가 거울 속으로 석주를 쳐다봤다. 석주는 평이한 낯으로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진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제가 잘못 들었나? 잘못 들었겠지. 하긴, 이 타이밍에 갑자기 그런 걸 묻는 미친놈이 어디 있나. 꿈도 그런 걸 꾸더니 현실에서까지. 누가 알까 두렵다.

아랫입술을 슬쩍 핥은 아진이 석주가 내민 수건을 받으며 뻔뻔하게 되물었다.

“뭐라고요?”

“안 한 지 며칠이나 되셨습니까?”

“뭘요?”

“자위요.”

아진의 손에서 수건이 툭 떨어졌다. 진짜 그걸 물은 거였어?

“뭐, 뭐라는 거야…….”

경악한 아진이 석주를 쳐다보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뒤꿈치가 미끄러져서 그대로 훅 뒤로 넘어갔다. 아진이 본능적으로 석주의 팔뚝을 잡는데. 석주가 한 손으로는 아진의 팔꿈치를, 반대 손으로는 아진의 허리를 잡아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곧 중심을 잡은 아진이 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돌연 몸이 번쩍 들렸다. 석주가 그를 선반에 앉혀 놓았다.

아진이 놀란 얼굴로 다리를 까딱였다. 왜 갑자기, 까지 생각하는데. 석주가 무릎을 벌리더니 다리 사이로 매끄럽게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뭘-”

실례하는데요, 라고 묻기도 전에 석주의 손이 바지춤을 파고들었다. 기겁한 아진이 뒤로 도망가는데. 등 뒤로 거울이 닿아 왔다. 옆으로 도망가려고 버둥거리자, 그 찰나를 놓치지 않은 석주가 아진의 허리를 감싸 몸을 살짝 위로 들더니 바지를 그대로 쑥 내려 버렸다.

“어…….”

바지 버클이고 뭐고 없는 헐렁한 홈웨어가 매끄럽게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아랫도리가 휑했다.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이질적이었다. 아진은 고개를 내리고서야 속옷이 함께 벗겨졌음을 알아차렸다.

아진이 허망한 낯으로 석주의 손에 들린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쳐다보는데. 석주가 옷가지를 선반 끄트머리에 곱게 개어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아진의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다.

반쯤 정신이 나간 아진이 멀뚱멀뚱 그를 쳐다봤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제가 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지, 제 바지는 대체 왜 벗겨진 건지, 어째서 석주가 제 성기로 다가오는……, 뭐?

아진이 눈을 힘껏 감았다가 뜨며 정신을 차렸다. 그쯤엔 석주의 코가 축 늘어진 성기에 닿기 직전이었다. 아진이 몸을 펄떡거리며 그의 이마를 짚었을 때였다.

“뭐 하는, 아으응…….”

석주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덥석 귀두를 물었다. 뜨끈하고 축축한 입 안이 선연히 느껴졌다. 생경하면서도 짜릿한 자극에 성기가 곧장 발기를 시작했다. 아진이 저도 모르게 허벅지를 움츠렸다. 그러자 석주가 무릎을 옆으로 벌리며 성기를 깊숙이 머금어 왔다.

“아흑!”

아진이 목을 옹송그렸다. 단전으로 순식간에 열이 몰렸다. 아랫배가 전기라도 통하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눈가가 일그러지고,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게 됐다. 어쩔 줄 모르던 손이 석주의 앞머리를 움켜쥐었다.

석주는 아진의 것을 입 안 가득 문 채 혓바닥 전체로 기둥을 문질렀다. 그러다 아진의 것이 완전히 발기했다 싶을 때쯤,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을 안으로 모으고, 볼을 홀쭉하게 만들고, 목구멍을 조이며 아진의 것을 애무했다. 그러면서 아진을 슬쩍 올려다봤다.

그렇게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석주의 혀에 녹아내리던 아진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가 빽 소리를 지르며 석주의 뒤통수를 잡아당겼다.

“미친, 미친놈아!”

미친놈!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미친놈! 이 새벽에, 코피 흘리는 사람 붙잡고 자위를 하냐 안 하냐 묻더니, 난데없이 이게 무슨 음탕한! 제가 숨만 쉬어도 먼저 꼬드겼다며 혼자 발기하고, 밤마다 제 허벅지 사이에 좆을 끼우고 자던 그때의 석주와 하등 다른 게 없었다.

아진이 다리를 버둥거리며 석주의 입 안에서 벗어나려는데. 석주가 쭈우웁, 힘주어 아진의 성기를 빨았다. 표피가 딸려 갈 정도로 센 흡입력이었다. 그 순간 전신에 힘이 쭉 빠졌다.

석주를 밀어 내던 손이 휘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석주가 마른 손목을 하나씩 잡아 쥐고 아래로 꾹 잡아당기며 결박했다. 아진의 몸이 아래로 내려가며 엉덩이가 선반에 찰싹 붙었다. 허벅지가 넓적하게 퍼졌다.

아진이 뒤늦게 팔을 흔들었으나 아귀힘이 어찌나 대단한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가볍게 아진을 제압한 석주는 온 정성을 다해 아진의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참 단정한 애무였다. 금욕적인 얼굴로, 예의 있게 좆을 빨았다.

단정하게 좆을 빨아. 아진은 본인이 생각해 놓고도 뭔 개소린가 싶었다.

“윽, 아흐…….”

그의 단단한 입천장에 귀두가 쿡쿡 문질러졌다. 이따금 가지런한 앞니가 기둥의 살갗을 긁고 지나갔다. 그러다 뿌리 끝까지 깊숙이 머금기도 했는데, 그럼 석주의 콧김이 배와 성기가 이어지는 부분에 훅 흩뿌려졌다. 그의 앞머리가 아랫배를 간질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아진을 응시하는 검은 시선까지.

모든 게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 죽었다 깨어난 이후로 자위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성욕과 거리를 두고 있던 몸이 석주의 애무에 만개하듯 피어났다. 오감이 성기로 앞다투어 달려갔다.

절정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불끈불끈 맥동하는 성기에 석주가 입을 조금 더 조였다. 그 후 고개를 빠르게 왔다 갔다 움직였다.

“후으, 응, 아아, 흑…….”

아진의 허벅지가 덜덜 경련했다. 발가락이 안으로 한껏 움츠러들었다. 쭉쭉 빨리는 살덩이에 정신이 혼미했다. 찔끔 흘러나온 눈물 탓에 눈앞이 흐렸다.

아진이 도리도리 머리를 흔들었다.

“나, 나와요. 흣, 나와요…….”

그러니 비켜 달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석주는 되레 고개를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입이 귀두 아래까지 빠졌다가, 뿌리 끝까지 다가오길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말랑하고 촉촉한 석주의 입술이 성기와 마찰하며 뭉개졌다. 그게 어찌나 야하고 음탕한지.

묵직한 쾌감에 아진의 골반이 들썩거렸다. 그가 발뒤꿈치로 석주의 갈비뼈를 툭툭 맥없이 두드렸다.

“나온…… 다구…….”

아진이 억눌린 목소리로 애원하는데. 석주는 코가 아진의 배에 눌릴 만큼이나 성기를 깊숙이 머금었다. 그리고 그대로 추우웁, 하고 세게 빨아당겼다.

“아흐윽!”

아진이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목울대가 봉긋하게 도드라졌다. 아랫입술을 겹쳐 문 탓에 턱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싶더니 곧 절정에 다다랐다. 뜨겁고 묵직한 탁액이 석주의 목구멍으로 쭉쭉 쏘아졌다.

“…….”

석주는 그런 아진을 집요하게 올려다보며, 입 안 가득 물고 있던 살덩이를 반쯤 빼내 귀두를 집중적으로 빨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혀 위로 질척한 점액이 흩뿌려졌다.

석주는 입 안 가득 그의 정액을 모았다가, 단번에 꿀꺽 삼켰다. 그 소리에 아진이 어깨를 움찔 떨며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석주가 그와 눈을 맞추며 다시 성기를 머금었다. 그리고 전보다 느리게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혀가 요도를 찌르듯 움직였다. 탄력 있는 입술이 절정에 경련하고 있는 기둥을 부드럽게 빨아당겼다.

그 미열 같은 쾌감에 아진의 허리가 파르르 떨렸다. 앵두처럼 알알이 붙은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난리였다. 이미 절정에 다다랐는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쾌락에 괴로웠다.

“그만…….”

눈물을 찔끔 짜낸 아진이 목을 움츠렸다. 그러나 석주는 끈질기게 아진의 것을 빨고 빨아 남은 정액까지 모두 먹어 치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떨어져 나갔다. 축 늘어진 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석주를 내려다보는데. 석주가 마찰로 붉어진 혀를 내어 아진의 성기 여기저기에 묻은 정액을 샅샅이 핥아 먹었다. 귀두 아래의 오목한 홈, 고환과 기둥이 이어지는 접점까지 꼼꼼히도 핥았다.

춥춥, 난잡한 소리에 그러잖아도 붉던 아진의 귓바퀴가 터질 듯 빨개졌다. 그러나 그만 좀 하라며 그를 밀어 내진 않았다. 혀만 닿았다가 떨어지는 곰살맞은 쾌락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아…….”

몽롱하게 눈을 반쯤 뜬 아진이 옅은 신음을 흘렸다. 몸에 힘을 쭉 빼고 코를 훌쩍이며 욕실 조명을 흐리게 응시했다.

머릿속이 텅 비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래도 되는 건지, 고민해야 할 건 많은데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아진의 가랑이 사이에 꿇어앉아 있던 석주가 단조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최근에 자위 안 하셨네요. 잘 주무시려면 꼬박꼬박 하셔야 합니다.”

“…….”

아진이 떨떠름한 낯으로 석주를 쳐다봤다.

미친놈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런 말을 왜 정액 먹고 입맛 다시면서 해. 우리 대체 무슨 사이였는데. 무슨 사이였기에 자위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고, 익숙하게 좆까지 빨아 주는 건데…….

넋을 잃은 아진이 허망하게 늘어져 있는데. 석주가 자신의 입가에 묻은 정액을 핥았다. 그 얼굴이 지나치게 야했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설핏 구겨진 미간. 완만한 오르막을 그리고 있는 짙은 눈썹. 평소보다 조금 부은 듯한 입술. 놀리듯 나왔다가 들어감을 반복하는 혀. 묘하게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 그가 내뿜는 후끈한 콧김까지.

자극적인 장면을 물끄러미 보던 아진의 성기가 돌연 들썩, 하고 움직였다. 얼굴만 보고 발기한 것이다. 다른 이유 없이, 오로지 석주의 얼굴만 보고.

놀란 아진이 다급히 사타구니를 모으는데. 성기를 코앞에 두고 있던 석주가 그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석주의 입술이 한쪽으로 비죽 올라갔다. 묘한 웃음이었다.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석주가 슬쩍 아진의 손을 놓아주었다. 마른 손목에 붉은 손자국이 생겨났다. 아진이 얼른 손을 안으로 모았다. 손목을 몇 번 돌리던 그가 선반을 짚으며 내려가려는데. 석주가 고개를 쭉 빼 다시 아진의 것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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