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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91화 (91/261)

91화

석주를 받아 내는 건 힘들다. 근 며칠은 유달리 힘들고 아팠다. 그가 뒤를 찢으며 부득부득 들어올 때마다 그냥 그대로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백 번씩 했었다.

근데 지금은 어째 고통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약을 먹고 조금 너그러워진 석주가 뒤에다 끈적이는 기름을 왕창 쏟아 주긴 했지만 그게 단데. 이전에 그와 함께했던 잠자리처럼 뒤를 핥아 준 것도 아니고, 손가락으로 공들여 풀어 준 것도 아닌데. 퉁퉁 부은 채로 아물린 뒤를 그냥 뚫고 들어오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물론, 좋지도 않았다. 약 기운도 고통을 쾌락으로 만들어 주진 못했다. 아진은 그저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헤엄칠 줄 모르는 멍청한 물고기와 같았다.

헌데 윽윽거리며 짐승 같은 소리만 내는 아진에 신물이 났을까. 석주가 아진의 골반을 쥐고 살짝 위로 올렸다. 그러더니 성기를 위에서 아래로 푹 내리꽂았다.

그 순간. 묵직한 쾌락이 아진의 몸을 관통했다.

“아…….”

아진이 고개를 번쩍 쳐들며 신음했다. 잔뜩 커진 그의 눈동자 위로 정체 모를 빛이 무수히 쏟아졌다. 찌릿한 요의 같은 게 아랫배를 간질였다. 맥없이 축 늘어져 있던 성기가 대번에 꺼떡거리며 발기했다.

쾌락의 여파에 부르르 떨던 아진이 몸을 움츠렸다. 욕조를 쥐고 있던 손이 아래로 쑥 미끄러지며 몸이 출렁거렸다.

그러자 석주가 아진의 가슴과 배를 감싸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무릎을 꿇고 선 두 사람의 몸이 맞붙었다. 아진의 등 뒤로 석주의 두툼한 가슴과 우둘투둘한 복근이 딱 달라붙는 자세였다.

석주는 그대로 아진의 아랫배를 감싼 채 성기를 푹푹 쑤셔 댔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아진의 차가운 피부와, 제 것을 찔러 넣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살결이, 불룩 부풀었다가 다시 판판해지는 보드라운 배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으응, 아, 흐으…….”

아진이 자신의 배를 감싼 석주의 손등을 쥐었다. 별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나풀거리는 손을 둘 곳이 없어서였다. 근데 석주가 흠칫거렸다. 그는 아진의 배 속 깊이 성기를 박은 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그에 아진의 눈썹이 어그러졌다.

“왜, 왜…….”

아진이 어색하게 허리를 앞으로 당겼다가 뒤로 치댔다. 찰박찰박, 살결이 맞닿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 뭉근한 쾌락에 아진이 “으응…….” 달콤한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 자연히 석주의 시선에 그의 말간 얼굴이 가득 찼다.

“…….”

석주가 그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약 기운 때문인가. 술기운 때문인가. 아니면 미처 버리지 못한 감정의 잔상 때문인가. 아진의 얼굴이 참…… 아름다웠다. 석주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를 보고 있었다.

그때, 아진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사장, 니임……. 얼른…….”

아진이 엉덩이를 좌우로 비비적거렸다. 석주의 성기가 배 속을 휘저을 때마다 뒤통수가 다 서늘했다. 그러다 아랫배 깊숙한 곳에 있는 어느 부분이 문질러지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좋기도 했다.

아진은 서툴게 몸을 움직이면서도 석주의 손이나 팔뚝, 또는 돌 같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면 더 애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려면 뒤로 머금은 성기를 빼야 할 듯해 포기했다. 이 두툼하고 뜨거운 것을 찰나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아응, 아……. 사장니임……. 자요?”

아진이 힘겹게 고개를 위로 꺾으며 물었다. 그 말에 석주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진이 제정신이 아니긴 한 모양이다. 이 상황에서 자는 미친놈이 어디 있겠나.

마른침을 연달아 두 번이나 삼킨 석주가 아진을 꽉 껴안았다. 한 손으로는 말랑한 가슴팍을 감싸고, 또 한 손으로는 제 것을 품은 배를 감쌌다. 그리고 아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성기를 귀두까지 주우욱 길게 뺐다가 푸욱 쑤셔 넣었다.

“으앙! 아…….”

아진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뒷구멍이 옴팡지게 움츠러들었다. 그 아찔한 조임에 석주가 눈을 찌푸리는데. 난데없이 쪼르륵, 하고 물 위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희멀건 욕조 물 위로 하얀 아지랑이 같은 게 가라앉고 있었다. 아진의 정액이었다.

석주가 실소했다. 그가 아진의 아랫배를 감싸고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절정의 여운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성기를 쥐었다. 뜨겁고 단단한 손바닥에 아진이 눈을 부릅뜨며 몸을 퍼덕거렸다.

“아흑, 아, 안 돼……. 안 돼요……. 으앗, 싫어, 만지지 마…….”

그가 찰싹찰싹 힘없이 석주의 손을 내리쳤다. 그러나 석주는 아진의 성기를 쥔 채, 제 것을 당겨 뺐다가 푹 밀어 넣었다. 아진이 또 파르르 몸을 떨며 쾌락에 침몰했다.

석주의 코앞에 흐트러지고 녹아내린 아진의 얼굴이 자리했다. 비록 뺨에 푸르딩딩한 멍도 올라와 있고, 눈가는 짓물렀고, 입가는 터져 있었지만, 어쨌든 아진이었다. 석주가 사랑하던 아진 말이다. 그는 이 꼴이 되고도 아름다웠고, 예뻤다.

석주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진의 어깨에 꾹 입술을 눌렀다가 뗐다. 그리고 통통한 귓불도 쫍 빨았다. 얼마 만에 입에 담는 아진의 몸인지. 별것도 안 했는데 성기가 꺼떡거렸다.

“흣, 으응……. 좋아…….”

그 미약한 움직임에도 아진은 좋다고 몸을 움찔거려 댔다. 손가락이 멋대로 오므라들었다가 펴졌다. 엉덩이는 시시때때로 경련하며 뒤로 문 석주의 것을 꽉 조였다가 풀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안 돼요, 싫어요, 하더니 그새 좋다고 하는 게 발칙하면서도 깜찍했다.

석주가 아진의 엉덩이 사이를 치대며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진아.”

“하으…….”

“아진아. 대답해야지.”

“흐응, 아, 흣, 네, 네에…….”

“좋아?”

“응, 조, 좋아…….”

“좋다고 해. 계속. 그럼 더 세게, 더 깊이 쑤셔 주마.”

“응……. 아흣, 아! 좋아요……. 사장님, 좋아요…….”

아진이 몽롱한 낯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던 석주가 퉁퉁하게 부푼 좆을 주욱 뽑아냈다가 퍽- 하고 힘차게 박아 넣었다. 그 타격감에 아진의 몸이 앞으로 휙 무너졌다. 석주는 쓰러지는 그의 양쪽 팔꿈치를 잡고 자신 쪽으로 당기며 퍽퍽 성기를 치받았다.

아진의 머리가 팔랑팔랑 바쁘게 움직였다. 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진득한 타액이 실처럼 이어져 떨어졌다. 그를 부여잡고 세차게 허리를 놀리는 석주의 두툼한 가슴이 물결치듯 출렁였다. 팔뚝은 우락부락하게 부풀었고, 아진의 뒷구멍을 헤집는 성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흐익……. 아! 좋, 아요……. 사장님, 좋, 아흑!”

“하아…….”

“아앙, 조아요……. 아, 아, 흑, 좋아…….”

아진은 숨 쉬듯 좋다는 말도 반복했다. 간간이 사장님, 사장님, 하는 게 떡 치는 게 좋다는 건지, 석주가 좋다는 건지 분간이 어려웠다.

낭창한 아진의 허리를 내려다보던 석주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아랫배가 시큰거리고 허벅지가 저릿저릿한 게 사정의 기미가 올라오고 있었다.

석주는 더욱 힘있게 움직였다. 그의 골반에 얻어맞은 아진의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며칠 전부터 지속된 강압적인 정사로 여기저기 멍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 위로 또 불그스름하니 제 흔적이 덧씌워지는 게 몹시 마음에 들었다.

한참 철벅철벅, 퍽퍽 좁은 구멍에다 성기를 욱여넣던 석주가 아진의 골반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그를 제 쪽으로 당기며 허리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아진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성기 뿌리가 꾸역꾸역 안을 비집고 들었다. 그러다 마침내 좆이 모두 사라졌을 때. 석주가 사정하기 시작했다.

“힉…….”

아진의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배 속에 뜨끈한 오줌이 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민하게 달아오른 내벽에 정액이 흩뿌려지는 게 기이할 정도로 세세히 느껴졌다. 그게 안에 어떻게 고이고, 어떻게 차오르는지도.

“하아……, 아진아…….”

석주가 아진의 어깨를 잘근거리며 느릿하게 성기를 넣었다가 뺐다. 안에 고여 있던 정액이 움찔거리는 주름 사이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아…….”

아진의 눈꺼풀이 반쯤 감겼다. 그가 가랑이를 안으로 모았다. 그러나 성기는 이미 쪼르륵 묽은 정액을 토해 내고 있었다.

긴 사정을 마친 석주는 쉼 없이 곧장 다시 발기했다. 아진은 그게 기뻤다. 이전이었으면 기겁하고 석주를 밀어 냈을 텐데. 지금은 닳고 닳은 남창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석주의 좆을 반겼다.

어째 두 번이나 연달아 사정했는데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다. 체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어디서 자꾸 힘이 샘솟았다. 꼭 영혼을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쾌락에 몸을 흔들다 타 버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근데 돌연, 석주가 쑥 성기를 빼냈다. 화들짝 놀란 아진이 그를 돌아봤다. 왜, 왜……, 하며 입을 벙긋거리는데, 석주가 땀과 물에 젖은 그의 앞머리를 크게 쓸어 넘겨 주었다. 그리고 이마에 꾹 짧게 입을 맞춘 후, 환락에 젖어 늘어진 아진을 안아 들었다.

종착지는 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욕실을 나서서 이동할 것 없이 곧장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석주가 욕실 앞에 있는 빨래 바구니에서 두루마기를 꺼내 대충 펼쳤다. 그 위에 아진을 눕히자, 아진이 겁도 없이 하얀 다리를 벌려 석주의 허리를 감쌌다.

석주는 군말 없이 뻐끔거리며 개폐를 반복하는 구멍에 귀두를 맞췄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섰다.

“아…….”

아진이 고개를 뒤틀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시 정사가 시작됐다.

아진은 팔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석주가 푸욱, 푸욱 안을 짓뭉개고, 느끼는 지점을 세차게 비빌 때마다 그의 팔을 할퀴거나, 그의 목을 끌어안거나, 등을 긁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석주의 눈이 말로 형용하지 못할 감정에 젖어 들었다.

오랜만이었다. 정사는 여태 하루도 빠짐없이 했는데. 정말 둘이, 온전히 함께하는 게 느껴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석주는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아진을 짓밟으며 부득부득 욕정은 풀어 왔으나, 다른 건 풀지 못했다는 걸. 제게 필요한 것은 ‘정사’가 아니라 ‘아진과의 정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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