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81화 (81/261)
  • 81화

    “아흐윽…….”

    아진이 철퍼덕 바닥에 엎어졌다. 해질 대로 해진 구멍을 다시 파고드는 성기가 말도 못 하게 고통스러웠다.

    아진은 발로 석주를 밀어 내고, 손으로는 마루를 벅벅 긁어 가며 앞으로 도망치려 했다. 호흡을 억누르고 시야를 가리던 재킷이 없어서 그런가. 어째 전보다 기력이 넘쳤다.

    허나 도망은 시작도 전에 실패했다. 그를 뒤엎은 석주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등을 콱 내리눌렀기 때문이다.

    “큭…….”

    묵직한 쇳덩이 같은 힘에 아진의 몸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머리와 상체는 바닥에 바짝 붙었고, 엉덩이는 위로 솟아올랐다. 마치 좆을 달라 조르는 꼴이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뒷모습을 관음하며 퍽퍽 성기를 쳐올렸다. 땀에 젖은 아진의 검은 머리칼이 둔탁하게 나부꼈다. 석주는 손바닥으로 아진이 가쁘게 내쉬는 숨과, 그의 연약한 심장 박동과, 움직거리는 날개뼈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에 석주의 성기가 울컥 더 부풀었다.

    “하아…….”

    석주는 우람하게 발기한 성기를 좁은 구멍에 마구 처박았다. 철벅철벅 소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아진이 손가락으로 마루를 긁으며 애원했다.

    “사장……님……. 윽, 그만해 주세요……. 제발…….”

    “…….”

    “아파요, 사장님……. 우흐윽, 아파요…….”

    아진의 만면이 고통스레 구겨졌다. 소파에 있을 땐 내리찍히는 석주의 성기만 감내하면 됐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불 하나 없이 맨바닥에서 석주의 힘을 받아 내려니 온몸이 아팠다.

    마루에 밀리는 무릎은 으스러지는 것 같고, 짓눌린 뺨은 뿌득뿌득 마찰했으며, 석주의 무게를 짊어진 허리는 우둑하고 부러질 것 같았다.

    “큭, 흐읏, 윽, 아파요……. 아흑! 사장님……, 제발…….”

    아진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프다, 그만해 달라, 제발, 너무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하지만 석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쉼 없이 성기를 쑤셔 대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석주가 또 사정을 준비했다. 허리짓이 빨라졌고, 뒷덜미로 흩어지는 그의 숨결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것을 느낀 아진이 눈을 부릅떴다.

    화가 났다. 저는 하나도 좋지 않은데. 석주만 좋은 게 얄미워 죽을 것 같았다.

    제가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석주와 수도 없이 몸을 섞어 왔는데. 얼마든지 함께 좋을 수 있는데. 그걸 가르쳐 준 게 석주인데. 그런 그가 지금은 철저히 제 쾌락을 무시한 채 본인의 욕심만 채워 가고 있었다.

    그게 어찌나 억울한지. 아진은 울음에 전 숨도 거꾸로 말아먹고는 맹렬히 반항하기 시작했다.

    “싫어! 하지 마! 씨발! 아아악! 하지 마-아!”

    몸을 퍼덕거리고, 목청이 터지라 소리를 지르고, 손으로는 석주를 밀어 냈으며, 발로는 석주의 무릎을 찼다. 아진의 비명 같은 고함이 집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집안사람이 전부 들을 수 있을 만큼이나 큰 소리였다.

    “하…….”

    같잖은 반항에 석주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우뚝 허리짓을 멈추었다. 아진의 속눈썹이 위로 바짝 올라갔다. 행여 석주가 이 행위를 멈추어 주려나, 하는 섣부른 기대가 됐다.

    허나 당연하게도 틀린 기대였다. 석주는 고름이 헐거워진 아진의 저고리를 찢듯 풀어 헤치더니 그것을 뒤로 당겨 아진의 손목을 묶었다. 입에는 멀리 던져두었던 재킷을 다시 끌어와 전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욱여넣어 주었다.

    “우흐우……, 윽…….”

    아진이 도리질 치며 울었다. 퍽 애처로운 꼴이었지만 석주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다, 아진이 자처한 일이다. 그저 좋다고 앙앙거렸으면 쉬웠을 일을, 부득부득 어렵게 가는 그가 참 어리석었다.

    석주가 가느다란 다리를 벌리고, 반쯤 빠진 성기를 퍽 세게 쑤셔 박았다. 아진의 턱이 휙 위로 쳐들렸다. 거꾸로 선 시야에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역행했다.

    창호지 문 너머로 보랏빛 어둠이 밀려왔다. 처음엔 이른 아침이었는데, 재킷을 뒤집어썼다가 벗었을 땐 정오였고, 또 썼다가 벗고 나니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진은 소파 아래에 구겨진 채였다. 그의 팔은 여전히 뒤로 묶여 있었다. 그래도 목젖을 짓누르던 재킷은 저 멀리 테이블 아래 처박혀 있었다. 거친 정사에 질식으로 까무러칠 뻔했는데, 그것을 귀신같이 안 석주가 재킷을 빼내 던졌기 때문이다.

    아진으로서는 불행이었다. 차라리 기절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수십 번째 하던 참이어서.

    그 후로 또 몇 시간이 흐르고 이제 밤이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진이 초점 없는 눈으로 창호지 문을 응시했다. 전등을 켜지 않은 석주의 방은 적당히 검푸르렀다. 그 어둠이 묘하게 편안했다. 차게 식은 석주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옆으로 널브러지듯 누운 아진이 붕어처럼 입을 뻐끔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 큰 움직임도 아니었는데 뺨이 찢어지는 것처럼 따가웠다. 눈물에 젖었다가 마르고, 또 젖었다가 마른 얼굴이 뻐득뻐득했다.

    그래도 그게 못 참을 정도로 고통스럽진 않았다. 석주의 끊임없는 폭력으로 발광하던 통각들이 다 도망갔기 때문이다. 이제 석주가 뒤를 들쑤셔도, 가슴을 짓누르고 목젖을 움켜쥐어도, 정신 차리라며 뺨을 후려쳐도 시체처럼 넋 놓고 있을 수 있었다.

    아진이 돌처럼 묵직한 눈알을 굴렸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석주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풀어 헤친 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크리스털 잔을 가득 채운 술이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단숨에 넘어갔다. 석주는 한 잔으로는 모자란지 또 한 번 채워 연달아 두 번이나 마셨다.

    술잔을 내려 둔 석주는 곧장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는 연기를 내뿜으며 아진을 쳐다봤다. 아진이 슬쩍 눈을 피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석주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게 불편했을 뿐이었다.

    허나 석주는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담배를 꼬나문 그가 큰 보폭으로 아진의 앞에 다가왔다. 술 냄새가 훅 밀려왔다.

    아진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대고 앉은 석주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후 여기저기 찧이고 박아서 보랏빛으로 피멍이 올라오는 아진의 무릎을 옆으로 벌렸다. 곧 퉁퉁 부은 구멍 위로 성기가 다가왔다.

    놀란 아진이 어깨를 뒤척였다.

    “사장……님…….”

    “…….”

    “안……, 돼요…….”

    듣기 거북할 정도로 쉰 목소리가 석주를 거부했다. 안쓰러울 정도로 힘도, 생기도 없는 음성이었는데 석주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뜨거운 성기를 꾸우욱 밀어 넣었다.

    “아…….”

    아진이 부르르 몸을 떨며 아득할 정도로 높은 천장을 바라봤다. 그의 눈가를 타고 미지근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석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찰박찰박 이어지는 허리짓에 아진이 덩달아 들썩였다. 이미 부르트고 짓무른 뒤가 다시 난도질당하는 게 끔찍하리만큼 고통스러웠다.

    아진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며 눈을 감는데. 턱이 우악스레 잡혔다.

    “나 봐.”

    “흐……, 아파요…….”

    “나 봐, 아진.”

    석주가 여린 선을 가진 아진의 턱을 흔들었다. 아진이 마지못해 그와 눈을 마주했다. 텅 빈 군청색 눈동자와 칠흑 같은 검은색 눈동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충돌했다.

    석주가 엄지로 아진의 터진 아랫입술을 누른 채 명령했다.

    “좋다고 해.”

    “…….”

    “남창처럼, 좋다고 해. 좆이 좋다고 허리를 흔들어.”

    그 말에 아진의 눈동자가 바다 위에 뜬 부표처럼 출렁거렸다.

    석주는 지척에서 그 눈을 직시하고 있었음에도 명령을 물려 주지 않았다. 아진이 소리 없이 울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 싫, 싫어요……. 싫어요, 사장님…….”

    왜 자꾸 남창, 남창 하는지 모르겠다. 저는 평생 남창이었던 적이 없는데. 굳이 꼽자면,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석주가 저를 강제로 취했던 그 하루뿐인데. 제가 왜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 건지, 석주는 대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와 이러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진은 계속해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에 석주의 입매가 모나게 뒤틀렸다. 아진은 무엇 하나 긍정하는 게 없었다. 그게 몹시 괘씸했다.

    그가 아진의 아랫니 뒤로 엄지를 걸었다. 꼭 낚싯바늘로 물고기의 아래턱을 찌르는 것처럼. 그리고 아진의 머리를 들었다가 쿵! 바닥에 찧었다.

    “아흐…….”

    아진이 한쪽 눈을 구기며 신음했다. 뇌가 흔들리는 느낌에 속이 메슥거렸다. 그 와중에도 배 속에 들어찬 석주의 성기는 지나치게 세세히 느껴졌다.

    여기저기 전부 고통뿐이었다. 괴롭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석주가 놓아주기 전에는 불가능했다. 그가 허락하지 않는 한 아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한나절 내내 이어진 정사로 아진은 그것을 매우 또렷이 학습한 상태였다.

    “해.”

    석주가 재차 명령했다. 그러면서 성기를 반쯤 뺐다가 푹 쑤셔 올렸다. 아진이 움찔 허리를 떨며 더듬더듬 말했다.

    “조…… 좋아요……. 흐으윽. 좋아요, 우윽, 사장, 님…….”

    “계속해.”

    석주가 아진의 입을 던지듯 놓았다. 그리고 아진의 엉덩이를 움켜쥔 채, 정액이 삐직삐직 새어 나오는 좁은 구멍에다 철벅철벅 좆질했다. 아진은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을 긁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좋아요……. 흐, 으읏, 아……. 좋……아요…….”

    석주가 아진의 한쪽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다. 그리고 마른 허리를 자신의 아랫도리로 꾹 잡아당겼다. 삽입이 깊어졌다. 아진의 아랫배가 불룩 솟았다.

    아진이 파드득 경련했다. 붕어처럼 뻐끔거리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마른 목구멍으로 공허한 숨결이 쏟아졌다.

    석주는 세차게 허리짓을 하면서도 아진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종용이었다. 시킨 걸 하라는 종용. 그 시선을 눈치챈 아진이 희게 질린 입술을 달싹였다.

    “좋……아요…….”

    그에 석주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속도를 높였다. 그의 어깨 위에 얹힌 아진의 발목이 팔랑팔랑 나부꼈다.

    아진이 석주의 입가에 뜬 미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상한 웃음이었다. 분명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데, 기쁘지도, 행복해 보이지도 않았다.

    아진은 눈에 힘을 주고 그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러나 밤이, 어둠이 더 빨랐다. 초저녁은 짧다. 겨울에는 더욱 짧아 찰나와 같다. 밤이 오는 걸 시시각각 느낄 수 있을 만큼이나.

    석주의 미소가 어둠 속으로 빠르게 잠겨 갔다. 이내 그의 얼굴이 검게 물들었다.

    아진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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