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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79화 (79/261)
  • 79화

    그래. 제가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행복하게 살았다.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닌 행복이었다. 분에 넘치는 걸 욕심냈고, 손을 댔다.

    근데, 그 거짓된 행복에 석주도 책임이 있지 않나. 이제 와 이러면 어쩌나. 없으면 못 살 만큼 한 아름 줬다가, 홀라당 앗아 가면 어쩌냔 말이다.

    제가 달라고 조른 것도 아니고. 먼저 줘 놓고. 싫다는 걸 꾸역꾸역 쥐여 줘 놓고. 저만 죄인을 만드는 건 너무 치사하지 않나.

    모난 발을 내려다보던 아진이 고개를 들고 석주를 쳐다봤다. 늘 반짝이던 군청색 눈동자가 검게 죽었다.

    “얼마 주실 건데요?”

    “뭐?”

    “몸 팔면 얼마 주실 거냐고요. 제가 몇 번이나 몸을 팔아야…… 100만 원을 갚을 수 있는 건데요? 그건 알아야-”

    아진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재떨이에 담배를 내던지고 성큼성큼 다가온 석주가 아진의 입에 엄지를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진의 입 속에 넣은 엄지를 옆으로 죽 당겼다. 여린 살이 늘어나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이미 터졌던 입술은 상처가 벌어져 다시 피가 배어 나왔다. 피에 젖은 아진의 작은 치아와 혀가 온통 붉었다.

    석주는 그것을 보며 낮게 으르댔다.

    “아진아.”

    “흐…….”

    “객기 부리지 마. 그러다 입 째진다?”

    아진이 고개를 뒤틀었다. 입이 너무 아팠다. 그러자 석주가 반대 손으로 아진의 뒤통수를 꽉 쥐고 고정했다. 커다란 손아귀에 아진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석주가 그런 아진과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얼마 줄 거냐고. 글쎄. 너 하기에 달렸지.”

    “으우…….”

    “닳고 닳은 남창처럼 앙앙거리면 1,000원씩 쳐 주마. 근데 같잖게 아파요, 싫어요, 하면 네 몸값은 100원이 되는 거야.”

    아진이 눈을 홉떴다. 동그란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쏟아졌다. 두어 방울은 석주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

    그에 석주는 불똥이라도 튄 것처럼 휙 손을 빼냈다. 아진이 얼얼한 뺨을 움켜쥐며 어깨를 웅크렸다. 석주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더했다.

    “몸 팔기 싫으면 팔을 내놓든가.”

    “저는-”

    “더 나불거릴 거면 혀도 뽑아 주마.”

    아진은 석주에 말에 흠씬 얻어맞는 듯한 환촉을 느꼈다. 몸이 파르르 떨렸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저 그런 협박이면 좋으랴만. 석주는 아마 진정으로 제 팔을 자르고 혀를 뽑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니까.

    아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의 눈물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사장님……, 흐으, 제가, 제가 안 그랬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 흑, 명진이 형님도-”

    명진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석주의 낯에서 삽시간에 표정이 사라졌다. 그가 아진의 머리채를 확 움켜쥐었다. 아진은 그대로 소파로 내팽개쳐졌다. 상체는 소파 위로, 하체는 바닥으로 넘어진 아진이 놀란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다급하게 석주를 돌아봤다.

    “사장님!”

    그런데 돌연, 눈앞으로 검은 천이 덧씌워졌다. 석주의 냄새가 확 풍겨 왔다. 조금 전 그가 벗어 둔 정장 재킷이었다. 아진이 물속에 잠긴 듯 푸, 푸 숨을 내뱉으며 그것을 끌어 내리는데. 입 속으로 재킷 천이 밀려왔다. 석주가 손으로 아진의 입에 재킷을 쑤셔 넣는 거였다.

    “아우으…….”

    아진이 힘껏 도리질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미끈거리는 천이 목구멍 끝까지 쑤셔 박혔다. 아진이 꺽꺽 숨을 뒤틀었다.

    이불만큼이나 품이 큰 재킷은 아진의 좁은 입 안으로 반의반도 들어가지 못했다. 남은 천이 아진의 얼굴을 온통 가렸다. 아진이 손으로 재킷을 끌어 내리려 했다. 그런데 돌연 다리가 휑-해졌다. 바지와 속옷이 한 번에 내려간 것이다.

    “…….”

    아진이 재킷 속에서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몸을 펄떡거렸다. 허나 이미 석주에게 허벅지와 허리가 잡힌 상태였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석주의 바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큰 소리도 아닌데, 재킷 너머의 탁한 소리인데, 아진은 천둥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어깨를 흠칫 떨며 놀랐다.

    곧 다리가 위로 올라간다 싶더니 가랑이 사이로 뜨겁고 딱딱한 기둥 같은 것이 닿아 왔다.

    “우흐으, 우! 아으우…….”

    어둠 속에 잠긴 아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가락도 아니고 성기라니. 이렇게 바로 삽입했다간 뒤가 갈가리 찢길 게 불 보듯 뻔했다. 장대비가 내리던 날. 그와 처음 몸을 섞었던 그때처럼.

    당시의 고통을 떠올린 아진이 허우적허우적 손을 휘저었다. 석주를 찾아 헤매는 거였다. 하지만 석주는 닿지 않았다. 지금 제 다리 사이에 있는 이가 석주인지 아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진이 소파를 짚고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 순간. 묵직한 무언가가 뒷구멍을 짓눌렀다. 석주의 성기였다.

    아진이 흡, 숨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성기가 뒤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건조하게 꽉 아물려 있던 주름이 안으로 말리고, 내벽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공포에 휩싸인 아진의 몸이 서늘하게 식었다.

    “우, 우우…….”

    아진이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사지에 힘이 들어갔다. 석주를 밀어 내겠다는 뜻으로 한 건 아니었고, 본능적인 방어 태세였다. 맞기 전에 몸을 웅크리며 이를 악무는 것처럼.

    근데 석주는 그게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귀두조차도 물지 못하고 악착같이 밀어 내기만 하는데, ‘손님’으로서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석주가 아진의 골반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위로 쳐올리며, 아진의 몸은 잡아 내렸다. 그러자 꽉 막혀서 멈추었던 귀두가 아진의 구멍 속으로 쑥 들어갔다.

    투둑,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났다. 뒤가 화끈해졌다.

    “우흐윽!”

    아진이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허리를 둥그렇게 말았다. 뒤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찢어졌다. 분명 찢어졌다. 평소에 석주가 입으로, 손으로 공들여 풀어 줘도 받아 내기 힘들었던 좆인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니 여린 살이 버틸 리 만무했다.

    “흐우…….”

    아진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눈물만 줄줄 흘려 댔다. 눈물과 물기 어린 숨 때문에 재킷 안이 습했다. 마치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재킷이 얼굴과 목을 옥죄는 듯 괴로웠다.

    그 와중에도 석주의 성기는 계속해서 들어왔다. 주제도 모르고 오므라드는 뒷구멍을 혼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득부득 악착같이 밀고 들어왔다.

    그러다 반 정도 들어왔을 때 우뚝 멈췄다. 어떻게 힘을 줘도 더는 성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석주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눈썹 위로는 오목한 홈이 파였다. 그는 아진의 뒷구멍이 몹시 못마땅했다. 작은 엉덩이를 멋대로 움켜쥔 그가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들썩거리는 재킷 위로 속삭이듯 말했다.

    “후……. 아진아. 기억해. 닳고 닳은 남창처럼 굴어야 1,000원인 거다. 응?”

    “흐…….”

    아진이 눈을 꾹 감았다. 재킷 너머로 들리는 석주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를 모욕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미어졌다.

    아진이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암흑 속의 하찮은 거부일 뿐. 석주에게까지 닿지 못했다.

    석주가 아진의 몸을 아래로 내리눌렀다. 좁은 구멍 속으로 더 들어가고자 하는 아집이 아진에게 오롯이 전해졌다. 허나 아진의 배 속은 이미 가득 찬 상태였다. 그를 더 받아 낼 수 없었다.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씨발, 뒷구멍 좀…… 벌려. 안 들어가잖아.”

    석주는 가감 없이 불평했다. 정말 불평이었다.

    그의 거대한 성기를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 내고 있는 아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재킷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울고 있는 아진은 하등 신경 쓰지 않았다.

    석주는 오롯이 아진을 흠내고 짓밟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진은 그게 너무 또렷이 느껴져서 고통스러웠다. 저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도, 사랑스레 바라봐 주던 눈길도, 제 상태를 들여다봐 주고 조심해 주던 몸짓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무서웠다.

    “흐우, 으, 으욱…….”

    아진이 경련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은 허우적거리며 석주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가끔 그에게 닿을 때마다 칼같이 내쳐졌다. 파리를 쫓아내는 듯한 손길은 차갑고 심드렁하고 귀찮음이 잔뜩 배어 있었다.

    아진이 물기 어린 헛숨을 들이마시는데. 그 순간 석주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투툭, 하고 뒷구멍이 재차 터졌다. 한결 느슨해진 뒤에 두툼한 흉기가 쑤욱- 밀려왔다.

    “…….”

    아진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눈을 부릅뜬 채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줄줄 흘렀다. 그러잖아도 깜깜했던 시야는 더욱 어두워졌고, 귓구멍도 먹먹해졌다. 신기하게도 찢어진 건 뒤인데 목구멍에서 피 맛이 올라왔다.

    석주는 아득바득 좆을 욱여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기 대부분이 아진의 안으로 사라졌다. 아직 끄트머리가 두 마디 정도 남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넣고 흔들기엔 나쁘지 않았다.

    석주가 자신의 앞머리를 크게 쓸어 넘겼다. 그 후 아진의 골반을 고쳐 쥐었다. 그러자 아진이 얼른 석주의 손을 잡았다. 뭐가 보이지 않으니 손이 헛돌아서 그의 손등을 긁거나 손목을 치기도 했다.

    “으우, 우, 흐으욱…….”

    아진은 막힌 목구멍으로 열심히 소리쳤다. 그러나 무엇 하나 온전한 말이 되지 못했다. 그저 구역질 수준이었다.

    석주는 그 우짖음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성기를 빼냈다.

    “흐욱!”

    아진이 허리를 뒤틀었다. 발작에 가까운 몸짓이었다. 석주가 들어오는 것도 눈알이 빠질 만큼 고통스러웠거늘, 나가는 것도 그와 비등한 수준으로 아팠다. 석주의 성기에 달라붙었던 내벽이 밀리는데, 배 속이 칼로 도려내지는 듯했다.

    석주는 아진의 가슴을 소파로 콱 짓누른 채, 느릿하게 성기를 넣었다가 뺐다. 아진을 배려해서 그런 건 아니고. 침입자에 적응하지 못한 아진의 뒷구멍이 영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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