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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64화 (64/261)

64화

뒤늦게 낌새를 알아차린 아진이 얼른 혀를 마는데. 석주가 한 박자 빨랐다. 아진의 혀를 문 그가 센 흡입력으로 쭙 빨아 당겼다. 아진의 혀가 그대로 석주의 입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석주는 아진의 허리를 단단히 옭아맨 채 혀를 빨아 댔다. 입술 전체를 비비기도 하고, 혀와 입술을 함께 줄줄 빨기도 했다.

그러다 아진의 혀를 혀로 밀며 그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 맛봐도 달큼하고 축축한 입 안에 아랫도리가 우뚝 서는 게 느껴졌다. 석주는 자신의 성기를 아진의 배꼽 언저리에 꽉꽉 누르듯 문질렀다.

“으응…….”

아진이 석주의 팔뚝을 쥐어뜯으며 바르작거렸다. 그러든 말든, 석주는 아진의 목구멍으로 혀를 더욱 깊숙이 욱여넣었다. 숨이 막힌 아진이 갈급하게 석주의 혀를 빨았다. 그럼 석주가 적선하듯 공기 한 줌을 슬쩍 흘려 주었다.

입맞춤은 점점 깊어졌다. 석주가 자꾸 아진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바람에 아진은 뒤꿈치를 잔뜩 들고 발끝으로 서야 했다. 코가 뭉개지고 혀가 지나치게 깊게 들어와서 숨쉬기도 힘들었다. 또 바깥에서 이런 짓을 하는 게 처음이라 행여 누가 보면 어쩌나, 겁도 났다.

그러다가도 석주가 혀끝으로 입천장을 긁거나 입술을 깨물면 등줄기가 오싹했다. 눈이 몽롱하게 풀리고, 숨결이 뜨거워졌다.

허나 다리가 너무 아팠다. 그냥 서 있어도 불편한 다리인데, 까치발을 들고 석주의 맹렬한 입맞춤을 견디려니 몸이 시도 때도 없이 휘청거렸다. 무릎도 지끈거렸고, 두 뼘이 넘는 키 차이에 한껏 쳐들린 목도 아팠다.

아진이 도리질을 치며 석주를 밀어 냈다.

“사장님, 너무, 흐우, 너무 높아요…….”

“…….”

석주가 자신의 입가에 묻은 아진의 침을 핥으며 그를 내려다봤다. 아진이 그 진득한 시선을 피하며 나중에 하자고, 이따 밤에 하자고, 그를 달래려 했다.

그때, 석주가 아진의 허벅지 뒤를 쥐고 쑥 몸을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아진을 벽에 밀치고, 다리로는 자신의 허리를 감게 했다.

훅 높아진 시야에 아진이 눈을 크게 떴다. 석주의 이마를 내려다보는 게 영 어색했다. 그가 어쩔 줄 모르고 창고 벽을 손톱으로 긁는데, 석주가 속삭이듯 말했다.

“목 잡아.”

그 말에 아진이 냉큼 석주의 목에다 팔을 둘렀다. 자세가 한결 안정감이 생겼다. 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석주가 벙긋 입을 벌렸다.

“입술.”

“…….”

아진은 단번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제가 석주를 내려다보게 됐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는 제가 고개를 내려야 입맞춤을 할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아진이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기울였다. 예쁘장한 입매에 장난기가 떠올랐다.

석주가 설핏 인상을 썼다.

“입술 줘, 얼른.”

조르듯 흘러온 말에 아진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터무니없는 소리지만, 석주가 귀엽게 느껴졌다.

“주세요.”

아진이 석주와 코끝을 마주 대며 속삭였다.

“…….”

석주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아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달라니. 뭘? 돈을? 그가 눈앞에서 꿈틀거리는 아진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는데, 아진이 다시금 속삭였다.

“주세요- 해 봐요.”

석주가 실소했다.

“뭐라고?”

“주세요. 입술 주세요.”

아진이 석주의 귓불을 조물거리며 놀리듯 말했다. 석주가 입을 꾹 다물었다. 겁도 없지. 그렇게 저를 놀리다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 당장 여기서 바지를 벗겨 좆을 쑤셔 넣을 수도 있는데. 아진은 순진하면서도 되바라졌다.

그게 참…… 깜찍했다.

하지만 그 깜찍함이 석주의 욕정까지 덮어 주진 못했다.

“얼른 뽀뽀 안 해 주면 내일 병원에 안 데리고 간다.”

석주가 낮은 음성으로 으르렁거렸다. 그 말에 아진이 아연실색했다.

“치사해……. 같이 가자더니……. 사내가 한 입으로 두말이나 하고…….”

툴툴거린 그가 석주의 뺨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석주가 턱을 한껏 추켜들며 다급하게 아진의 입술을 물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게 뭐 어때서. 내가 이미 네게 저지른 거짓말이 한둘이 아닌데.

석주는 그 말을 꾹 삼키며 아진의 입술을 맹렬히 빨아 당겼다.

아진은 석주를 놀린 죄로 입술이 퉁퉁 부을 때까지 그에게 시달려야 했다. 입 안도 얼얼하고 내내 벌리고 있던 턱도 빠질 것 같았다. 족히 한 시간은 입만 맞춘 것 같다. 가끔 고추를 문지르기도 하고 가슴과 엉덩이가 주물러지기도 했다.

아진은 석주의 손자국이 시뻘겋게 올라왔을 엉덩이를 긁으며 다실로 돌아갔다. 석주는 발기한 좆이 도통 가라앉질 않는다고 담배 한 대를 빨고 온댔다.

아진이 차게 식었을 석주의 국을 다시 데워 줄 생각을 하며 다실 문을 여는데. 엄청난 소음이 귓구멍을 흠씬 후려쳤다. 어찌나 왁자지껄한지 어깨가 다 위로 튕겨 올랐다.

“마셔, 마셔!”

“으하하하, 야! 여기 술 모자라다!”

“양주 뜯어라, 양주. 오늘은 소주가 물 같다.”

“왜 고기가 안 오냐. 배고픈디……. 금태야, 국 좀 더 내와 봐라.”

“어여, 문 좀 확 열어라. 술 올라와가 덥다, 더워.”

얼큰하게 취한 조직원들이 고성방가를 지르고 있었다. 하나같이 얼큰하게 취해서는 술잔 대신 술병을 든 채였다. 담배 냄새와 더불어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본인들의 분신처럼 여기던 두루마기를 둘둘 말아 목도리처럼 하질 않나, 포대기처럼 머리에 뒤집어쓰질 않나, 엉망진창이었다.

단체로 약이라도 빨았나…….

아진의 낯이 해괴하게 뒤틀렸다. 이토록 취한 조직원들은 처음 봤다. 여태 이런 회식이 많았지만, 보통 적당히 술기운이 올라오면 알아서 절제했었다. 근데 오늘은 석주가 명진의 생일인 만큼 내려놓고 놀라고 해서 그런가. 꼴이 죄 짐승 같았다.

저 구석에 진걸도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소주병을 옆구리에 끼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아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바깥에 그렇게 오랜 시간 있었던 것도 아니거늘. 어떻게 벌써 저리 취했나. 거기다 조직원들로 모자라 종들까지 얼큰히 취한 게 영 희한했다.

아진이 푹 한숨을 내쉬며 마당에서 술 궤짝을 가져왔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술병을 하나둘 정리했다. 누가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아서.

아진이 막 명진의 옆에 수북이 놓인 빈 병을 정리하는데. 명진이 팔꿈치를 잡아 왔다. 거센 힘에 아진이 풀썩 그의 옆에 주저앉았다.

“어어, 아진아. 니도 한잔해라.”

“어……. 아니, 괜찮아요.”

“어허, 한잔해라 캐도.”

“내일 병원 가야 하는데…….”

“인마, 니가 수술하나. 한 잔은 괜찮다, 괜찮아.”

명진이 큼지막한 크리스털 잔에다 누런 위스키를 콸콸 쏟아부었다. 그는 잔 위로 술이 찔끔 넘칠 때까지 따랐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그것을 아진에게 내밀었다.

얼떨결에 술잔을 받아 든 아진이 뻐끔 입을 벌렸다. 이걸 다 마셨다간 내일 꽃님과 함께 나란히 수술실에 들어가게 될지도 몰랐다.

“어여 마셔, 마셔.”

명진이 손을 휘저으며 재촉했다. 아진이 입술을 당기며 난색을 표했다. 나름대로 먹기 싫다는 티를 낸 거였는데 술에 취한 명진은 히죽히죽 웃기만 했다. 괴롭히려는 의도 하나 없이 순전히 술 한잔 같이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더는 거절하기도 뭣했다.

아진이 입으로 술잔을 가져갈 때였다. 누군가가 잔을 쑥 채 갔다. 넘실거리던 술 한 방울이 아진의 콧잔등 위로 툭 떨어졌다. 아진이 소매로 코를 훑으며 위를 올려다봤다. 석주가 서 있었다.

석주는 아진의 술잔을 꿀꺽꿀꺽 단숨에 비워 냈다. 거칠게 움직이는 목젖이 평소보다 더 도드라졌다.

깔끔하게 잔을 비운 석주가 그것을 명진에게 들려 주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빙긋 웃었다.

“잘 마셨다, 명진아.”

명진이 멍하니 석주를 바라봤다. 그러다 빈 잔을 한 번 보고, 다시 석주를 바라봤다. 그의 짙은 눈썹이 축 내려앉았다.

“형님 이 술 맛대가리 없다고 안 드시면서…….”

“네가 주니까 맛있네.”

감미로운 말에 명진이 수줍게 어깨를 말았다. 근육이 가득 해서 잘 말리지도 않는데 한껏 웅크린 채 몸을 좌우로 덩실덩실 흔들어 댔다. 나직이 웃은 석주가 아진의 뺨을 검지 뒤로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나와.

아진이 상 위에 있던 술병을 마저 궤짝에 넣고 얼른 몸을 일으켰다. 석주가 그것을 앗아 들었다. 그리고 복도 구석에 대충 내려놓았다. 아진이 놀란 숨을 삼키며 궤짝을 향해 팔을 뻗었다.

“어……. 거기 두면 안 돼요.”

“이 집에 일하는 사람이 너 하나냐. 누구든 하겠지.”

석주가 아진의 팔을 잡고 느리게 복도를 걸었다. 방으로 가려는 듯했다. 아진이 절뚝절뚝 그와 발을 맞춰 걸었다.

“가시게요? 술 안 드시고요?”

“응. 이미 다 취했는데 무슨 재미로 놀아. 네 엉덩이 만지는 게 곱절은 더 재미있겠다.”

“…….”

아진이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아닌데. 배도 고프고, 사람들이랑 놀고 싶은데.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입 밖으로 꺼냈다간 석주가 또 병원을 인질로 핀잔을 줄 것 같아 말았다. 오늘은 납작 엎드려 비위를 맞춰야 했다.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 주전부리를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래 봐야 아진 혼자 종알거리는 거였지만 석주는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아진이 글공부를 하며 열심히 써 재낀 공책을 흐뭇한 얼굴로 구경하기도 하고, 고양이 엉덩이라도 쓰다듬듯, 손가락으로 아진의 머리칼을 연신 빗겨 주기도 했다.

저 멀리서 조직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시끄러운 바깥과 달리 조용하고 따뜻한 석주의 방에 아진의 눈꺼풀이 가물가물 무거워졌다.

“졸려?”

“조금요.”

아진이 하암, 하품하며 석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석주가 그의 허리를 안아 자신의 허벅지 위로 끌어당기려 할 때였다. 창호지 문 뒤로 길쭉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아진이 귀신이라도 본 듯 몸을 움찔 떨며 놀랐다.

“왜?”

석주가 물었다.

“밖에 누가 있어요.”

아진이 소곤소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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