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49화 (4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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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찾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그다지 특별한 질문은 아니었다. 헌데 아진의 눈매가 대번에 세모꼴로 추켜 올라갔다. 늘 수더분하고 순한 아진에게서는 쉽게 보기 힘든 분노였다.

“제가 왜요?”

“응?”

“왜 제가 찾아야 해요? 절 잃어버린 부모님이 찾아야지.”

“…….”

“저는 아가잖아요. 그 사람들 아가.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면 그 사람들이 찾아왔어야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찾았어야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진이 어금니를 꾹 씹었다. 그의 관자놀이가 불룩 솟았다가 내려갔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숲이 우거져 어둑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니, 찾아온대도 싫어요. 등신같이 애나 잃어버리고…….”

“아진아.”

“그리고, 그리고 뭐…… 찾는다고…… 반가워하겠어요? 이렇게 다리 병신이 됐는데. 귀찮다고, 괜히 찾았다고 후회하고 욕하겠지.”

“…….”

“그럴 바엔 안 만나는 게 나아요.”

석주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아진이 부모를 원망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기껏 만났다가 현재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까 봐. 시작은 납치였대도 결국엔 버림받을까 봐. 그들을 만난대도 변하는 게 없을까 봐. 계속해서 혼자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

석주가 아진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마른 등을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안 그래. 네가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왜 후회하겠어.”

“……정말요?”

“그럼. 아마 네 부모님은 지금까지도 널 찾고, 그리워하고 있을 거다.”

“…….”

아진이 대답 없이 석주를 마주 안았다. 그리고 탄탄한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뜨거운 석주의 체온에 차게 언 몸은 물론 마음까지 녹는 것 같았다. 냉기로 가득하던 배 속이 죽이라도 먹은 듯 뜨끈해졌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상반되는 체온이 경계 없이 섞일 때까지.

그러다 먼저 입을 뗀 건 석주였다. 아진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중에 거슬리는 게 하나 있어서. 전부터 그랬다.

“아진아.”

“네.”

“넌 널 왜 자꾸 병신이라고 부르냐? 우리 애들이 너한테 병신이라고 부르던?”

“아니요. 근데 뭐 어때요. 사장님도 사장님이 잠 병신이라면서요.”

“그래도 넌 그러지 마. 듣기 싫어.”

“…….”

아진이 석주의 품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대체 왜 하지 말라는 건지, 뭐가 듣기 싫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앞머리를 슥슥 쓸어 넘기며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아진아. 몸이 불편한 건 놀림거리도, 욕할 거리도 아니야. 세상에 사지만 멀쩡한 나쁜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

“물론 나 포함해서.”

석주가 씩 웃으며 익살맞게 말했다. 아진이 작게 웃었다. 석주가 그 웃음을 다정히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자꾸 널 병신이라고 안 칭했으면 좋겠다. 응?”

아진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가 석주를 빤히 바라봤다. 잘생긴 얼굴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의 뒤통수 뒤로 작은 해가 떠 있는 것 같달까.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보고 싶었다.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아진이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석주가 기특하다는 듯 그의 동그란 이마와 말간 뺨에 꾹꾹 입술 도장을 찍었다. 아진은 그의 입맞춤을 가만히 받아 내고 있었다.

석주가 마지막으로 아진의 아랫입술을 촉 빨았다가 놨다. 그리고 다시 아진을 안으려는데. 아진이 그의 가슴팍을 밀어 냈다. 그의 볼이 전과 달리 발그레해져 있었다.

“사, 사장님.”

“응?”

“저…… 소, 소화 다 됐는데. 이제…… 방에 가요.”

그 말에 석주의 눈이 부릅뜨였다.

까치발을 한 아진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욕조 턱을 쥐고 엎드려 있는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성기가 쑥 빠졌다가 푹 들어오면 허리가 위로 말리며 몸이 찌부러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 으응! 읏, 응, 아앙…….”

아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기분 좋은 지점을 북북 긁고, 찌르고, 쑤셔 대는 자극에 눈앞이 뱅글뱅글 돌았다. 철퍽철퍽 얻어맞는 엉덩이가 쓰라렸다. 쓰라린데, 좋았다.

그러다 퍽, 소리와 함께 두툼한 귀두가 배 속 깊은 곳을 쑤시는 순간, 아진은 맥없이 픽- 정액을 싸지르고야 말았다. 분홍빛 성기가 꺼떡거리며 탁액을 쏟아 냈다.

“아흐으…….”

허벅지를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으니 뒤에서 손이 쑥 나와 사정하는 성기를 쥐었다. 그러고는 슥슥 흔들기 시작했다.

“아니, 안 돼, 안, 아응!”

기겁한 아진이 허리를 뒤틀었다. 허나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쌌어? 응? 벌써? 귀여워라…….”

석주가 아진의 귓불을 쭙쭙 빨며 놀렸다. 아진은 욕이라도 거나하게 해 주고 싶었으나 벌어진 잇새로 나오는 거라곤 야릇한 신음이 다였다.

석주는 아진이 절정을 마무리할 때까지 구멍에다 성기를 느릿하게 넣었다가 뺐다. 절정과 동시에 조임이 거세진 뒷구멍이 그의 성기에 녹은 엿가락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달덩이처럼 하얗고 떡처럼 말랑한 엉덩이 사이로 제 거대한 좆이 들락날락하는 게 훤히 보이는데, 아주 미칠 지경이었다.

석주가 후끈한 콧김을 내뿜었다. 그러면서 성기를 귀두까지 뺐다가, 푸우욱- 느리게, 허나 깊게 욱여넣었다.

아진의 고개가 휙 쳐들렸다.

“으아앙!”

“하아……. 아진아, 좋다. 응? 너무 좋아…….”

아진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뒷모습을 관음하며 퍽퍽 허리를 쳐올렸다. 손으로는 제가 쑤실 때마다 불룩해지는 아진의 아랫배를 쓰다듬어 댔다.

아진이 질끈 눈을 감았다. 주름진 눈가로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내렸다.

“윽, 큽, 하으, 으읏, 응! 아응…….”

온전치 못한 다리가 석주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나부꼈다. 차라리 무너지고 싶은데, 골반을 단단히 잡고 있는 손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종국엔 아진이 다리에 힘을 풀고 있어도 힘으로 고정하고는 멋대로 성기를 쑤셔 박아 댔다.

철퍽철퍽, 첩첩, 찌걱찌걱, 착착착, 온갖 음란한 소리가 다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진의 발가락이 안으로 꽉 말렸다. 절정에 이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아랫배가 시큰거렸다.

아진이 손을 뒤로 보내 석주의 배를 밀어 냈다. 그러다 모두지 밀리질 않아서 손톱으로 그의 상박을 긁어 대기도 했는데,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사, 사장니임……. 잠깐, 아흑! 읏, 으응! 앗!”

“쉬……. 조용히 안 하면 모두가 알게 될걸. 후우, 네가 여기로 내 좆 물고 질질 싼다는 거.”

석주가 활짝 펴진 아진의 뒷구멍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은 자정도 안 된 저녁이었다. 보통 아진이 석주의 방으로 오는 게 자정쯤이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정사를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환영회가 있었던 터라 바깥이 아직 소란스러웠다.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는 조직원들도 있었고, 바쁘게 뒷정리 중인 종들도 있었다.

석주와 아진이 지금 방이 아니라 욕실에서 정사를 치르는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행여 음란한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갈까 봐.

아진도 소리를 지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꼭 다물어도 석주가 푹 성기를 욱여넣으면 입이 절로 벌어졌다.

아진이 고개를 뒤로 돌려 석주를 노려봤다. ‘그럼, 씨발, 좀 적당히 하든가!’라는 의미의 시선이었다.

그 눈빛을 알아챈 석주가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의 구렁이 같은 고추를 뒤로 문 아진은 뇌가 줄줄 녹는 것 같은데, 혼자 여유롭게 웃는 꼴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쓸데없이 잘생겨서 더 미웠다.

“혀 내밀어 봐.”

석주가 말했다. 아진은 그게 짐승처럼 천박한 짓을 하기 위함임을 알고 있었지만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고야 말았다. 붉고 축축한 혀가 나타났다.

석주가 검지와 중지로 그것을 집어 위에서부터 아래로 쓸어내렸다. 기묘한 감각에 아진의 등줄기가 흠칫 떨렸다.

석주는 아진의 혀를 손가락으로 얽으며 그의 오목한 등줄기를 핥아 올렸다. 생경하긴 하나 거칠지 않은 자극에 아진의 눈꺼풀이 나른하게 풀릴 때쯤이었다.

돌연 손가락이 아진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우…….”

석주의 손가락은 크다. 굵진 않으나 마디가 도드라져 있고 길었다. 손가락이 뿌리까지 들어오면 아진의 목젖이 눌릴 정도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아진이 석주를 뒤돌아봤다. 그러자 석주가 씩 웃으며 속삭였다.

“오늘은 다 넣어 보자.”

“……웅?”

아진이 석주의 손가락을 문 채 되물었다. 뭘? 뭘 다 넣는데? 라는 의문이 듦과 동시에 뒤에 박혀 있던 것이 꿈틀꿈틀 찔끔찔끔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우우!”

아진은 뒤늦게 석주의 기함할 생각을 알아챘다. 석주의 좆은 무지막지하게 크다. 구렁이만큼이나 크다. 그래서 여태 한 번도 다 들어온 적이 없었다. 항상 손가락 하나에서 두 마디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아진은 이따금 석주가 깊이 찔러 댈 때마다 헛구역질을 해야 했다.

헌데 갑자기 다 넣겠다니. 안 될 말이었다.

“우우, 으후우!”

아진이 도리도리 대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석주는 어금니를 꾹 씹은 채 조금씩 조금씩 삽입해 왔다.

쾌락에 후끈해졌던 아진의 몸이 삽시간에 차게 식었다. 이마엔 송골송골 식은땀이 고였다. 배가 더부룩했다. 물론 석주를 받아 낼 때마다 더부룩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달랐다.

아주 조금, 그래 봐야 손가락 한 마디쯤 더 들어왔는데 속이 답답해졌다. 내장이 온통 밀려서 목구멍으로 역류할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입이 석주의 손가락에 막혀 있으니 딱 죽을 맛이었다.

아진은 극렬하게 저항했다. 입 안을 가득 채운 석주의 손가락을 깨물기도 했다. 진짜 깨물어 씹겠다는 마음으로 했는데, 석주는 신음 한 자락 흘리지 않았다.

석주는 부득부득 더 밀고 들어왔다. 귀두가 내벽의 판판한 끄트머리에 부딪혀 더 들어가지 않는데도 억척스레 욱여넣었다. 그럴 때마다 아진의 육벽이 거칠게 경련하며 조였는데, 그 느낌이 가히 환상적이었다.

“하아…….”

“우욱…….”

석주와 아진이 전혀 다른 신음을 동시에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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