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28화 (28/261)

28

“아으응!”

아진이 등을 길게 늘이며 바짝 굳었다. 엉덩이 양쪽에 홈이 파일 정도로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석주는 부득부득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그러다 움직임이 어려워지자 커다란 손으로 엉덩이를 양쪽으로 쫙 벌렸다.

그 우악스러운 힘에 토실토실한 볼기는 물론,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던 뒷구멍까지 옆으로 벌어졌다.

그것을 느낀 아진은 딱딱하게 굳었고, 석주는 씨익 천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더니 주름 틈으로 냅다 혀를 욱여넣었다.

“…….”

아진은 너무 놀라 비명도, 신음도, 하물며 욕도 하지 못했다. 아프진 않았다. 석주의 구렁이 같은 좆에 비하면 혀는 실과 다름없었다. 근데 그게 말 그대로 혀이지 않나. 뜨겁고 축축하고 말랑한 혀.

차라리 좆이면 원래 사내들끼리 떡 칠 땐 그렇게 한다더라, 하고 수긍할 수나 있지. 혀는 아진의 비좁은 세상으로 이해하기엔 너무나 자극적이고 야한 짓이었다.

“흐…….”

아진이 바닥에다 얼굴을 처박았다. 그리고 입을 벙긋거리며 텁텁한 천 맛이 나는 이불을 한껏 물었다. 행여라도 제 입에서 나오면 안 될 말이 나올까 봐. 이를테면 좋다거나, 더 해 달라거나, 뭐 그런 거.

석주는 그런 아진과 대결이라도 하듯 더 맹렬하게 뒤를 빨아 댔다. 혀를 뿌리까지 깊숙이 넣어 좌우로 찔걱찔걱 흔들었다가, 예민한 내벽을 혀끝으로 핥았다가, 주름과 입술을 맞붙이고 입맞춤이라도 하듯 쪽쪽 빨기까지 했다.

“흐우……. 으…….”

아진의 허벅지가 덜덜 경련했다. 지나치게 색정적인 자극에 이불에 눌린 성기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때. 석주가 코끝이 엉덩이 골에 파묻힐 만큼 깊숙이 얼굴을 처박는 순간, 아진은 참고 뭐고 할 새도 없이 허리를 둥글게 말며 사정하고야 말았다.

“아……, 흐으…….”

파득, 파득. 아진의 등줄기가 경련했다. 갈퀴처럼 선 발가락은 이불을 꼬집었고, 엉덩이는 순두부처럼 푸들푸들 떨렸다.

아진의 눈가에 묵직한 눈물이 맺혔다. 다른 것도 아니고 뒷구멍을 빨려 사정하다니. 말도 못 하게 부끄러워서 이대로 이불에 질식해 죽고 싶었다.

석주는 그 후로도 양껏 아진의 뒤를 빨았다. 제 온기를 옮아 따끈따끈해진 볼기에다 뺨을 비비기도 했다. 그러다 치미는 욕정으로 눈앞이 다 흐릿할 때쯤. 아진의 등을 타고 올라왔다.

“아진아.”

“으…… 사장, 니임…….”

“넣고 싶어.”

그 말에 아진이 흠칫 굳었다. 그가 아무런 답 없이 다리만 오므리자, 석주가 그의 허벅지와 가슴 아래에 손을 넣어 단번에 몸을 돌렸다. 아진이 호떡처럼 뒤집혔다. 전등을 켜지 않아 어둑한 방 안엔 늦은 노을만이 차 있었다. 붉은 노을을 뒤집어쓴 석주가 새까만 눈동자로 그를 내려다봤다.

석주가 아진의 뺨과 관자놀이에 꾹꾹 입술을 눌렀다가 떼며 애원했다.

“응? 넣고 싶어…….”

그러면서 잔뜩 발기한 아랫도리를 아진의 말랑한 허벅지와 판판한 아랫배에 슥슥 문질러 댔다. 막 사정해서 간헐적으로 경련하고 있는 아진의 성기와 귀두를 비비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진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허락은 쉽게 나와 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석주가 아진의 가랑이를 벌리고, 본인의 타액으로 눅눅하게 젖어 벌름거리는 뒷구멍에다 귀두를 문질렀다. 찔걱찔걱 소리가 났다.

그 뜨거움과 단단함이 어찌나 선연한지. 아진이 눈을 부릅떴다. 석주가 그런 아진의 눈두덩을 크게 핥았다. 그러고는 서글픈 낯으로 다시금 애원했다.

“아진아, 제발…….”

여우 같은 짓이었다. 아진이 무엇 때문에 이 시간에 저를 찾아왔는지 아니까. 저를 동정할 걸 아니까 하는 짓이었다. 그리고 그건, 꽤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

아진이 입을 꾹 다문 채 석주를 올려다봤다. 석주가 애교를 부리듯 아진의 가슴팍에 쪽 뽀뽀했다. 그러고는 가느다란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진의 하얀 손끝이 그런 석주의 팔뚝을 어색하게 더듬었다. 그러다 석주의 뺨을 감싸 얼굴을 들게 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아진이 석주를 가만히 응시했다.

지금의 석주가 ‘그날’. 약과 술에 취해 저의 손목을 움켜쥐었던 그날의 석주와 같은지 다른지 분간하려고. 지금 저와 몸을 붙이고 있는 석주가 ‘그날’의 석주라면 이미 칼로 헤집어진 그의 등을 손톱으로 죄 뜯어 버리고 도망치려고.

근데, 석주가 자신의 뺨을 쥔 아진의 손을 감쌌다. 그는 터무니없이 작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는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진의 가녀린 둑이 단번에 무너지는 얼굴이었다.

열과 체온과 애정에 결핍된 아진에게, 석주는 도무지 거절할 수 없는 존재였다.

아진이 아랫입술을 슬쩍 핥았다. 그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 그럼 살, 살살…… 해 주세요.”

“응. 그럴게.”

“천천히. 안 아프게…….”

“응.”

석주가 아진의 이마 한가운데에 꾹 입술을 눌렀다가 뗐다. 그 후 땀에 젖은 자신의 앞머리를 크게 쓸어 넘기며 아진의 다리를 벌렸다.

석주는 약속을 지켰다. 살살, 천천히, 안 아프게. 아진이 내걸었던 조건을 모두 들어주었다.

물론, 그가 아무리 조심하고 조심해도 고추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건 아닌지라 처음 삽입하는 그 순간에는 몸이 반으로 찢기는 것처럼 아팠으나 찰나였다. 석주가 좆을 넣자마자 아랫배 어느 지점에 있는 부분을 부드럽게, 그러나 강하게 짓눌러 주었기 때문이다.

“아흑…….”

아진의 목이 뒤로 쳐들렸다. 매끈한 목선을 타고 땀이 흘렀다. 석주가 그것을 따라 쪽쪽 입술을 놀렸다. 어째 아진은 땀마저 시원하고 달콤하다.

석주가 느릿하게 성기를 뺐다가 집어넣길 반복했다. 흥건하게 쏟아부은 기름 탓에 아래가 온통 미끈거렸다. 그래서 살짝 허리 짓만 해도 쭉 미끄러진 성기가 아진의 배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아! 으응…….”

그럴 때마다 아진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어느새 바짝 선 분홍빛 성기가 석주의 복근에 문대졌다. 석주는 쾌락에 나른히 풀린 아진의 얼굴과 발기한 그의 성기를 뻔히 봐 놓고도 장난스레, 다정한 척 물었다.

“아진아, 아파?”

그 말에 아진이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었다. 석주가 성기를 반쯤 물렸다가 또 쿠욱 쑤셔 넣었다. 뜨겁게 조이는 내벽이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좆을 쑤셔 넣은 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우……. 기다, 아니다, 말을 해야 알지. 응?”

석주가 아진의 허벅지를 팔 안쪽에 끼며 채근했다. 그에 아진이 밭은 숨을 할딱이며 말했다.

“안, 으응! 안 아파요, 사장님, 안, 아파……. 아흣…….”

뻐끔 벌어진 통통한 입술이 몹시 사랑스럽다. 석주가 작게 웃으며 아진의 아랫입술을 촙촙 빨았다. 그 곰살맞은 입맞춤에 아진은 야릇한 신음을 흘리면서도 미소 지었다.

석주는 어둑한 노을빛에 물든 아진을 감상하며 성기를 움직였다. 좋아하는 곳을 긁어 줄 때마다 흠칫흠칫 떨며 뒤를 꽉 조이는 아진이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석주는 아진의 엉덩이가 곤장이라도 맞은 것처럼 시뻘게질 때까지 처박고 싶었으나 참아 냈다. 어금니를 꽉 문 채 육욕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

기다리는 것이다. 아진이 저를 완전히 허락해 줄 때까지. 그 이유가 제가 좋아서든, 그저 욕정에 의한 찰나이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느릿하게 이어지는 추삽질에 아진이 꾸물꾸물 허리를 뒤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근히 엉덩이를 아래로 내리거나, 성기를 석주에게 치댔다. 그 낭창한 몸짓에 석주는 웃음을 꾹 삼켜야 했다.

석주는 인내심 있게 참았다. 결국 먼저 안겨 온 건 아진이었다. 올 듯 말 듯 하게 애태우는 절정에 항복한 것이다. 그가 석주의 굵은 목을 더듬었다.

“사장, 흐으……, 님…….”

“응, 아진아. 어떻게 해 줄까?”

“으응, 아, 흣…….”

“응? 어떻게 해 줘?”

석주는 너그러이 상체를 숙이고 아진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헤벌어진 입가와 눅눅해진 눈가를 핥아 주기도 했다. 그에 아진이 석주의 목을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조, 조금만 더 세게…… 흣, 더 세게 해 주세요.”

“세게?”

“네. 지금은 너무-”

아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석주가 바닥을 짚고 있던 무릎과 허벅지에 힘을 주며 아진을 들어 올렸다. 아진이 석주의 허벅지 위에 앉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석주가 아진의 작은 엉덩이 양쪽을 움켜쥐고는 위로 쭈우욱 뽑아 올렸다가 그대로 훅 아래로 내리꽂았다.

반절만 들어간 채로 애를 태우던 두툼한 구렁이가 뿌리만 조금 남기고 전부 들어왔다. 그 순간 아진의 배꼽 언저리가 볼록 솟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힉…….”

아진이 고개를 뒤로 홱 꺾었다. 눈이 부릅뜨이고, 숨이 턱 막혔다. 짝이 다른 다리는 석주의 허리 뒤로 뻣뻣하게 펴졌다. 배 속 깊은 곳에 처박힌 석주의 뜨거운 성기가 지나치게 선연히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아진의 진분홍빛 귀두 끝에서 희멀건 탁액이 쭉 쏘아졌다.

사선으로 튀어 오른 그것은 석주의 두툼한 가슴팍을 온통 더럽혔다. 그로 모자라 석주의 턱에도 흔적을 묻혀 놓았다. 석주가 나직이 웃었다. 그러다 확 조여드는 아진의 뒷구멍에 돌연 얼굴을 굳혔다.

참는 건 끝났다. 이제는 아진이 무어라 해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석주가 깊숙이 박힌 아진의 엉덩이를 쥐고 다시 위로 들어 올렸다. 꽉 아물려 있던 살이 떨어지며 쩌적, 춥, 하고 괴이한 소리가 났다.

“아흐윽…….”

아진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숨을 꺾어 마셨다. 그래도 뒤에 박혀 있던 것이 떨어져 나가자 한결 숨쉬기가 편했다. 허나 짙은 쾌락의 여운이 전신의 핏줄을 타고 나돌고 있었다.

아진이 어깨를 동그랗게 말며 울음과 쾌락을 추스르는데, 석주가 다시 콱! 아진의 뒤를 비집고 들었다. 두툼한 귀두가 예민한 곳을 주욱 긁어 올리며 단전 아래까지 쳐들어왔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