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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피-11화 (1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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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배를 누르던 손 역시 사라졌다. 몸을 짓뭉개던 석주의 무게도 멀어졌다.

    아진이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다 축 늘어졌다. 절름발이가 된 후로는 숨이 찰 때까지 달음박질을 쳐 본 적도 없는데. 지금, 폐가 터질 것처럼 숨이 가빴다.

    맥없이 널브러진 아진이 허공을 멍하니 응시했다. 그런데, 가슴 아래로 손이 들어온다 싶더니 또 몸이 훌러덩 뒤집혔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전구 빛이 아진의 눈알을 날카롭게 찔렀다.

    아진이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가리는데. 팔목이 잡혔다. 그리고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가 졌다. 석주였다. 가느다란 손을 위로 추켜올린 그가 아진을 내려다보며, 바람기가 많이 섞인 음성으로 물었다.

    “조용히 할 거지?”

    그 말에 아진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잠시간의 침묵 후,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지를 기력도 없었다.

    석주가 기특하다는 듯 아진의 볼을 크게 핥아 올렸다. 그러고는 억세게 묶인 바지를 풀었다. 비로소 아진은 목소리를 되찾았다.

    “흐으…….”

    아진이 석주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신음했다. 거친 천에 할퀴어진 입가가 따끔따끔했다. 강제로 벌어졌던 턱도 아팠다. 천을 꽉 짓씹고 있던 아랫니와 윗니도 지끈거렸다.

    그 생경한 통각을 느끼고 있자니 서러움이 몰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그렇게 당해 놓고도 아직 현실감이 없었다. 생생한 악몽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진이 훌쩍훌쩍 우는데, 진득한 시선이 느껴졌다. 아진이 여전히 입을 가린 채로 위를 올려다봤다. 석주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고 검은 눈동자에 아진이 가득 맺혔다.

    불그스름하게 열이 오른 아진이. 동글동글한 눈물을 쏟는 아진이. 연지를 찍어 바른 듯 뺨을 예쁜 분홍색으로 물들인 아진이. 덥수룩하게 기른 앞머리를 위로 까뒤집은 아진이.

    “윽, 흐으, 흐으으, 끅, 흐으…….”

    그 모습이 제법 아름다웠다. 아니, 실은 서울에서 알아준다는 풍속점에서 봤던 기녀보다 예뻤다.

    그의 뒷구멍에 처음 들어섰을 때만 해도 좆을 끊어 먹을 듯 조이기만 하는 구멍을 팔아먹었다니, 그간 그에게 속은 사내들이 불쌍할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 사내들이 복이 많았구나, 싶었다.

    이런 게 어떻게 제집에 숨어 있었지.

    석주가 퍽 다정한 손길로 아진의 머리를 슥슥 쓸어 넘겨 주었다. 잔뜩 뭉쳐 있던 정액을 시원하게 싸 냈더니 술기운도 약 기운도 한결 가셨다.

    “얼굴 가리고 다니지 마.”

    “흐윽, 끅, 흐, 네?”

    “얼굴 말이야. 예쁜 얼굴을 왜 가리고 다녀?”

    “히끅, 흐으…….”

    아진은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큰 눈을 끔뻑끔뻑 움직였다. 그 천치 같은 표정에 석주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예쁜 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지.

    석주가 눈물이 데구루루 굴러떨어지는 아진의 눈가를 핥았다. 그러면서 마른 다리를 다시 벌렸다. 그에 아진이 기겁하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사장님, 사장님. 잠시만요. 사장, 니임…….”

    그가 석주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석주는 아진의 무릎을 자신의 옆구리에 끼고 팔꿈치로 꽉 조였다. 그러고는 그새 다시 발기한 좆을 구멍에다 비벼 댔다. 찔걱찔걱. 정액과 애액, 그리고 기름으로 뒤섞인 구멍이 천박한 소리를 내며 석주를 반겼다.

    “사장님…….”

    아진이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석주를 불렀다. 그에 석주가 아진의 턱선을 따라 이를 잘근거리며 경고했다.

    “또 시끄럽게 하면 이번엔 좆을 목구멍에다 쑤실 거야.”

    “…….”

    끔찍한 소리에 아진이 입을 딱 다물었다. 저 구렁이 같은 게 입으로 들어왔다간 심장이 뭉개질 터였다. 아진은 절대 시끄럽게 하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다.

    석주가 뜨거운 혀로 아진의 손등을 핥아 주고는 말랑한 뒷구멍에다 성기를 마저 욱여넣었다.

    “신음은 내도 돼.”

    듣기 좋을 것 같으니까.

    석주의 어깨에 얹힌 마른 다리가 팔랑팔랑 맥없이 흔들렸다. 아진이 그것을 남의 다리 쳐다보듯 응시했다. 묘하게 뒤틀린 무릎을 보고서야 아 저 다리가 내 거구나, 했다.

    그도 그럴 게 사지에 감각이 없었다. 체력은 진즉에 바닥났고, 오감도 저릿저릿한 느낌만 있을 뿐 둔해졌다. 그래서 석주가 쑤시면 쑤시는 대로, 쳐올리면 쳐올리는 대로 끙끙 앓으며 나풀거리고만 있었다.

    “흐으, 응, 아아…….”

    “하아, 큭…….”

    이내 석주가 사정했다. 이미 정액으로 가득 찬 배가 볼록 나와 있는데 그 안을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와 가장 깊은 곳에 사정했다. 그러고는 동그랗게 솟은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슬슬 만져 댔다.

    그 밖에도 석주는 무릎 안쪽이나 말랑한 종아리에 입술을 비비고 이를 세웠다. 복사뼈를 통째로 입에 넣고 굴리기도 했으며, 유두는 낙상홍 열매처럼 동글동글하고 빨갛게 부풀 때까지 물고 빨았다.

    고추도 쓰라렸다. 몸이 어떻게 돼 버린 건지 석주가 뒷구멍 어느 곳을 북북 긁을 때마다 찔끔찔끔 정액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러더니 종국엔 오줌도 정액도 아닌 것을 주르륵주르륵 흘려 댔다.

    석주가 제 고추를 움켜쥐고 뒤를 들쑤시기도 했는데, 아진은 그 쾌락을 이기지 못해 몇 번 까무러치기까지 했다.

    아진이 더부룩한 배에 인상을 쓰며 몸을 옆으로 뒤틀었다.

    “흐…….”

    석주의 좆에 흠씬 얻어맞은 엉덩이가 얼얼했다. 귓구멍이 웅웅 울려서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왔다. 또렷한 건 골반을 쥔 석주의 뜨거운 손과, 이마에 흩어지는 석주의 후끈한 숨결과, 뒷구멍을 빠듯하게 채운 뜨겁고 큰 구렁이뿐이었다.

    그냥 온통 석주였다. 석주가 아진의 세상을 강탈한 것 같았다.

    헌데, 석주는 그러고도 모자라는지 아진의 뒷구멍에 든 좆을 슬슬 앞뒤로 움직였다. 성기를 뽑지도 않고 정액을 싼 게 벌써 세 번째였다.

    아진이 땀으로 번들거리는 석주의 가슴팍을 밀어 냈다. 처음엔 그의 몸이 손에 닿는 게 무섭고 낯설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석주의 팔뚝과 옆구리에 길게 난 손톱자국도 제가 낸 것인데 오죽하겠나.

    “사장님…….”

    “응.”

    “그만해요…….”

    “왜?”

    “…….”

    아진이 입을 꾹 다물었다. 왜라고 물으면 답할 말이 없는데. 제가 힘들어서요. 라고 말하는 건 종의 분수에 맞지 않았다. 아진이 답할 말을 찾기 위해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석주가 그런 아진의 뺨에다 입술을 눌렀다가 떼길 반복했다.

    “한 번만 더 할게.”

    “……진짜요? 한 번만요?”

    “그래.”

    석주의 말에 우물쭈물하던 아진이 이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더니 눈을 꾹 감고, 목을 움츠리고, 이불을 둘둘 말아 품에 안는다. 한 번쯤은 어떻게든 참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석주가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깜찍한 아양을 떨면 한 번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은데, 싶었으나 구태여 말해 주진 않았다.

    * * *

    “형님. 형님.”

    걸쭉한 목소리가 석주의 귀를 간지럽혔다. 석주가 닥치라는 뜻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목소리는 포기하지 않고 석주를 불러 댔다.

    “형님. 인나 보십쇼.”

    석주가 목소리를 피해 몸을 뒤틀었다. 그러자 옆구리에 착 붙어 있던 말랑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품을 벗어나려 했다. 석주가 그것을 다시 잡아 품에 가두었다. 딱 맞춘 붙박이장처럼 품에 쏙 들어오는 크기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늘 안아 오던 여자와는 사뭇 다른 몸집이었다.

    조금 더 단단하고, 체온이 낮은 무언가…….

    그것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석주가 번뜩 눈을 떴다. 그를 애타게 부르던 명진이 엉금엉금 기어와 이불 옆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너무 오래 주무셔서 깨우러 왔지 말입니다.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닌가, 싶어가…….”

    “몇 신데?”

    석주가 상체를 일으키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가는 머리칼이 땀에 젖었다가 말라서 버석했다. 그 불쾌함에 설핏 미간을 구기는데, 명진이 고개를 앞으로 슥 들이밀며 말했다.

    “네 시지 말입니다.”

    “새벽?”

    “아뇨. 오훕니다.”

    “…….”

    그 말에 석주가 퍼뜩 창밖을 쳐다봤다. 오후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무 창살 너머 어둑한 하늘이 보였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데다가 온통 먹구름이라 시간을 확신할 순 없었지만 분명 새벽 네 시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오후가 맞는다는 거다. 제가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 해가 뜨고 잤다 하더라도 이 시간까지 잤다는 건 말이 안 됐다.

    홀라당 사라진 하루에 충격받은 석주가 멍하니 창문을 응시하는데. 명진이 고개를 비틀며 신기하다는 듯, 또 희한하다는 듯 말했다.

    “형님이 하도 안 나오셔서 쓰러지기라도 하신 줄 알았다 아입니까. 이 시간까지 주무시는 건 제가 형님 십 년 모시면서 첨 있는 일이라예.”

    “…….”

    “뭐 약이라도 하셨습니까?”

    “약을…… 하긴 했는데…….”

    석주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벅벅 문댔다. 약도 하고 술도 했다. 그렇기로서니 이렇게 긴 시간을 자는 건 처음이었다. 몸도 가벼웠다. 지붕을 뚫을 듯한 빗소리도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수면 부족으로 늘 달고 살던 두통도 멀끔히 가셨다.

    벼락이라도 맞았나.

    석주가 헛웃음을 흘리는데. 명진이 석주 너머의 어느 곳을 향해 턱짓했다.

    “점마가 형님한테 뭐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 아니고요?”

    “……뭐?”

    석주가 ‘점마’를 찾아 휙 고개를 돌렸다. 나신인 제 곁에, 마른 몸뚱이 하나가 누워 있었다. 아니, 널브러져 있었다. 새까만 머리칼이 이불 하나 없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게 가히 시체 꼴이었다.

    석주는 제가 약에 취해 누굴 잡아다 죽인 게 아닌가, 하고 기억을 되뇌어 보기까지 했다. 다행히 누구를 패 죽이는 기억은 없었다. 다만, 다른 것이 떠올랐다.

    성인 같지도 않은 소년을 이불에 처박고, 등을 짓누르고, 입을 틀어막고, 다리를 벌렸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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