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쌍피-9화 (9/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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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진이 어쩔 줄 모르고 우물우물 말을 녹여 먹는데. 다리가 벌어지고 가랑이 사이로 뜨끈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달군 쇳덩이 같은 질감에 아진이 고개를 벌떡 올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십 년 묵은 구렁이 같은 게 제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석주의 고추였다. 그것은 몹시 크고, 두껍고, 길었다. 도무지 사람의 신체 같지 않았다.

아진이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저게. 사장님은 지금 저걸 고추라고 달고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구렁이인가. 사람들이 비 오는 날에 짐승으로 변한다고 쑥덕거리더니. 그 짐승을 아랫도리에 달고 키우는 걸까.

세상에. 그럼 고추가 무거워서 어떻게 걷나. 저게 바지에 다 들어가기는 하나. 두루마기를 입는 것도 애국이 아니라 가랑이 사이에 꼬리처럼 덜렁거리는 저것을 숨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아진의 분홍빛 성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생김새였다. 검붉었고, 단단하고, 컸다. 귀두도 두툼하게 퍼진 게 보통 좆이 아니었다.

아진이 경악에 치여 넋을 잃은 사이. 석주가 아진의 뒷구멍에다 성기를 맞췄다.

아진의 눈이 부릅뜨였다. 그러잖아도 차게 식었던 전신이 아예 어는 듯한 기분이었다. 목에 칼이라도 들어온 것처럼 지대한 공포가 아진을 파도처럼 덮었다. 그가 저와 ‘어떻게’ 몸을 섞으려는 건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안 된다. 저 구렁이가 제 뒷구멍으로 들어왔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차라리 목이 잘리는 게 낫지. 분명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죽을 텐데. 제가 죽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데. 좆을 뒤로 받다가 죽다니. 이건 아니었다.

아진이 질겁하며 발버둥 쳤다. 빽빽 지르는 소리는 덤이었다.

“으우, 사장님, 사장님! 안 돼요, 사장님!”

아진의 발뒤꿈치가 석주의 턱을 갈겼다. 뻑, 하고 둔탁한 소리가 났다. 절름발이 주제에 제법 옹골찬 힘이었다. 석주의 고개가 휙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돌아왔다. 그의 눈동자가 전과 달리 혼탁했다. 새카만 눈동자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그냥 화가 난 것과는 달랐다. 뭔가가 이상했다. 이상한 눈이었다.

저승사자 같은 얼굴에 아진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석주가 짜증스레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두통이 심한 듯 미간을 온통 찌푸리기도 했다.

“아, 씨발……. 제발, 조용히 좀 해…….”

그러더니 아진의 턱을 부술 듯 쥐고 바닥에 쾅! 내리찍었다.

“컥…….”

아진이 신음을 삼켰다. 어찌나 세게 들이받혔는지, 분명 이불이 있는데도 뒤통수가 깨진 것 같았다. 골이 댕댕 울렸다. 눈앞이 희뿌예졌다. 석주의 몸을 밀어 내던 팔이 자신의 머리로 향했다. 골이 깨진 게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휙 뒤집혔다. 석주가 아진을 들어 엎은 거였다. 아무리 키가 작고 말랐기로서니 아진도 남자인데. 김치전 뒤집듯 훌떡 몸을 돌리다니.

아진은 전보다 더 무서워졌다. 이 남자가 진짜 사람이 아니라 짐승인 게 아닐까, 의심이 됐기 때문이다. 아진이 몸이 엎어진 김에 앞으로 기어서 도망가려 할 때였다.

눈앞으로 희멀건 천이 다가온다 싶더니 그대로 얼굴이 틀어막혔다. 천이 축축하고 거친 것으로 보아 아진의 바지였다. 그것이 얼굴 반절을 가렸다. 젖은 천에 코와 입이 가려지자 아진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진이 다급하게 천을 아래로 내리려 했다. 그리고 간신히 콧구멍을 드러내는 순간. 천이 뒤로 휙 당겨졌다. 석주가 바지 양 끝을 잡고 뒤로 당긴 거였다. 돌돌 말린 천이 아진의 입으로 들어갔다. 마치 재갈이라도 문 꼴이었다.

석주는 바지를 꽉 동여맸다. 아진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나가는 거라곤 욱욱거리는 억눌린 신음뿐이었다.

석주가 커다란 손으로 아진의 마른 등을 내리눌렀다. 아진이 철퍼덕 넘어졌다. 무례한 손길이 훤히 드러난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양반들처럼 지긋이 앉아서 글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온종일 서서 쏘다니는 엉덩이는 갓난아이의 것처럼 말랑말랑하고 연약했다. 석주의 손자국이 금세 불그스름하게 올라왔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석주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가 스몄다.

반면 아진은 무섭고, 부끄럽고, 두렵고,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았다. 입이 막힌 건 태어나 처음이라, 코로만 의식해서 숨을 쉬는 게 어색하고 버거웠다.

석주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도 두려웠다. 그가 제 허리를 뚝 분지르는 건 아닌가, 저 커다란 성기를 좁은 뒷구멍에다 쑤셔 넣다 못해 손을 넣어 장기를 죄 뽑아내는 게 아닌가, 제 뒷구멍이 맛이 없다며 피떡이 되도록 쥐어패는 건 아닌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것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그러나 비극적인 상상은 항상 현실보다 궁핍한 법이다.

엉덩이가 양쪽으로 쭉 갈라진다 싶더니 두툼하고 뜨거운 게 구멍 위로 맞닿았다. 그러고는 아진이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꽉 다물린 주름을 꿰뚫고 귀두가 쑤셔 박혔다.

아진의 고개가 휙 쳐들렸다. 속눈썹이 위로 바짝 올라붙었다. 입은 크게 벌어졌고,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흐윽, 흡! 으욱!”

“하아……. 씨-이팔. 왜 이렇게 좁아.”

석주가 짜증스레 욕을 짓씹었다. 그러더니 부득부득 성기를 더 욱여넣었다. 허나 무언갈 받아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인 구멍은 더욱 조여들며 그의 것을 밀어 냈다. 석주가 아진의 엉덩이를 세게 벌렸다. 이러다 엉덩이 살점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손길에도 성기는 더 침입하지 못했다. 결국 물러난 건 석주였다. 뻡, 하는 소리와 함께 파묻혀 있던 성기가 빠져나왔다.

“아우으, 흐으…….”

아진이 얼얼한 엉덩이를 만지려 했다. 구멍에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그러나 석주가 무릎으로 등을 누르는 바람에 그대로 이불에 다시 처박혀야 했다.

석주가 손을 뻗어 옆에 있던 서랍을 뒤졌다. 거친 손길에 서랍 위에 있던 것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떨어졌다. 무언가가 깨지고 흐트러졌다. 석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 곧 작은 유리병 하나가 그의 손에 잡혔다.

석주가 이로 유리병의 코르크 뚜껑을 땄다. 그러고는 안에 든 것을 아진의 엉덩이 골에다 전부 쏟아부었다.

차가운 액체였다. 그리고 미끄럽기도 했다. 마치 식용유 같은 질감이었다. 그것이 손에 묻어도 이상할 텐데 엉덩이 사이로 타고 흐르니 등줄기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그 생경함과 낯섦에 아진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엉덩이가 자연히 안으로 모였다. 그러자 석주가 철썩 엉덩이를 후려쳤다.

매서운 손찌검에 아진이 움찔 몸을 떨었다. 공포에 나약한 몸은 폭력에 금세 굴복했다. 엉덩이에 힘이 풀리면서 다리가 자연히 벌어졌다. 그러나 석주는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아진의 엉덩이 골 사이에 좆을 비비며 이죽거렸다.

“이딴 구멍으로 돈 벌어먹었나? 어? 이딴 거에다 좆질하고도 사내놈들이 돈을 주더나?”

“흐우…….”

“좆을 받아야 구멍이지, 씨팔, 이건 뭐……. 후우…….”

사투리였다. 명진이 쓰는 부산 사투리만큼 억양이 세진 않았으나 분명 서울말은 아니었다. 석주는 서울말을 쓰는데. 아진은 고작 말투 하나만으로 그가 낯선 이처럼 느껴졌다.

“이우, 흐, 우우…….”

아진이 몸을 덜덜 떨었다. 줄줄 흐르는 눈물이 눈꺼풀을 간지럽혔다. 그것을 이불에 찍어 내던 그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서랍에서 떨어진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으로 쩌적 갈라진 크리스털 물잔. 텅 빈 술병. 고운 가루가 든 비닐. 그리고 갈라진 물잔 벽에 묻은 흰 가루.

아진은 그 가루의 정체를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었다. 석주가 술에 밀가루를 타 먹었겠나, 설탕을 타 먹었겠나. 보나 마나 뽕이지. 잠을 못 잘 때 약을 한다는 소리도 들었지 않나.

그것을 보자 희한하게도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석주는 매일 창녀를 사서 안지만, 여자를 때린다거나 함부로 대한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새벽녘에 그의 방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는 소문도 없었다. 다 좋아죽는다는 소리였지, 이렇게 거칠고 사나운 백정처럼 군다고 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 야차처럼 저를 깔아뭉개는 건, 술과 약 때문이었다. 석주는 여전히 석주인 것이다. 종이 물을 떠다 줬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던 석주 말이다.

아진은 홀로 열심히 석주를 변호했다. 그러고 싶었다. 아니면 제가 너무 비참하지 않나.

아무리 보잘것없는 밑바닥 인생이라지만. 폭우 속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제가 모시는 사장님에게 끌려와 남창 취급을 당하는 건 너무 슬펐다.

제가 이런 취급을 당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제게 이런 짓을 하는 석주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훨씬 마음 편했다.

아진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깨진 유리잔을 노려보는 사이, 석주는 멋대로 아진의 뒤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돌리며 굳은 근육을 풀었다. 정사를 위해 만들어진 기름은 기특하게도 아진의 뒤가 석주의 손가락을 잘 받아먹게끔 도와주었다.

“우으, 흐……. 우욱…….”

물론, 아진은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제 속을 마구 헤집는 석주에 발가락만 접었다가 펴며 구역질을 억눌러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석주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기름에 번들번들하게 젖은 구멍이 뻐끔거렸다. 아깐 분홍색이더니 조금 만져 줬다고 그새 불그스름하게 열이 올랐다.

“…….”

석주가 그것을 보며 자신의 좆을 아래위로 슥슥 흔들었다. 며칠 분수에 맞지 않게 금욕한 살덩이가 불끈거리며 부풀었다. 석주가 아진의 구멍 위로 좆을 맞췄다. 아진은 반쯤 정신이 나가서 축 늘어져 있었다.

이내 석주의 것이 침입하기 시작했다.

“흐우으…….”

뒤가 찢어지는 고통에 아진이 이불을 벅벅 긁었다. 허리를 뒤틀고 다리를 오므려 봤지만 그 어떠한 몸부림도 석주를 밀어 내진 못했다.

석주의 것은 부득부득 쉬지 않고 들어왔다. 좁은 구멍 틈으로 빨려 들어가는 좆을 내려다보는 석주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곤두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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