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웬일이야?"
"..."
"떠난 후니까 내가 괘씸해?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아니...저...너...일본어 잘해?"
"...뭐?"
황당하다는 듯 웃어 보이는 태형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찌어찌하다 술잔까지 기울이게 되었고, 재운은 마침내 내내 정말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저어..."
"뭐."
"愛?μ?A?a...?¢?¢?A?·?ⓒ? 가...무슨 소리야?"
"...누가 그랬어."
"아..."
"뭐라고 대답했는데?"
"그냥 엉겁결에 하이 하고 대답한 것 같아. 얼렁뚱땅."
한참을 묘한 표정으로 재운을 바라보던 태형이. 아아 정말 너한테 진게 맞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피식 웃어버렸다.
"내가 대체 너보다 못한 게 뭔데 버림받은 거지?"
"말 돌리지 말고."
"말해봐. 내가 너보다 못난 게 뭐냐? 응?"
"아 시끄러."
"...돌아오면 물어봐."
"..."
연거푸 웃으며 술잔을 비워내는 태형의 표정은 그러나 완전히 밝지는 않은 묘하게 슬픈 빛이었다.
그건 기억 속의 어렴풋한 상혁의 것과도 닮아 있었고.
문득 본 거울 속의 재운과도 닮아 있었다.
닮은 자와 닮은 술을 닮게 마시고 있는 재운에게 빙글거리는 태형이 속삭이듯 대답했다.
"허락까지 받고 사랑한 놈이 돌아오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
"...고맙다."
"...좋겠다."
그 말이 듣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사랑해도 되느냐 물었던 시환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떠난 시환이.
억울해서라도 돌아와야해.
그땐 못 다 해 준 내 모든걸 다 줄테니까.
"나...직업 하나 주라."
"으엑. 내가 재벌2세냐? 척하면 척이게? 이거 미친놈아냐?"
"오홀~ 검사님 체면에 육두문자 나오고. 졸라 멋져!!!"
"이새끼가...그럼 내가 너 이뻐서 곱게 모셔주게 생겼어? 엉?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보재기로 보이나..."
"어쭈? 해봐. 엉? 해보자니까아?"
하하하 하고 웃어버리는 두 사람 사이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오뎅국물의 김 한 줄기가 따스하다.
엉킨 것은 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그도 곧 돌아오겠지.
그리고 1년.
군대 면회 갈 때마다 사식 넣어 달라며 칭얼거리는 상혁 하며, - 군댄지 깜빵인지. 이놈은 그것도 제대로 구분 못하나 보다. 하여간 건빵 하나는 오지라게 좋아했다. 물론 봉지라면도 - 체면 안 선다로 똑바로 못 하냐며 어깨 으쓱거리는 얄미운 태형 하며.
거의 같은 일상 속에서 재운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일전부터 베우고 싶었던 사진술을 베우며 하나하나 주변을 찍어 가는 재운이었지만.
허했다. 당연했다.
정말 찍고 싶은 것을 찍지 못하니까.
그는 아직도 화가 난 걸까?
아직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직도 전해지지 않은 걸까?
"어휴...너도 참...내 소원 풀 때까지 좀 더 고생해야 겠다 임마."
"...저..."
그때였다.
더 길어진 머리를 부스스하게 털어대고는 어깨에 멘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이는 재운의 등 뒤로 낯익은 음성이 들려온 것은.
"저도...한 번 찍어줄래요?"
"...아..."
너무 준비를 많이 했었어.
너를 보면 할 말도 웃을 표정도. 벌려줄 두 팔도.
너는 그저 오기만 하면 되게 나 얼마나 많이 연습했었는데.
많았던 상처만큼 아팠던 가슴을 안아주려고. 나 얼마나 많이 계획했는데.
"흠흠..."
"...?"
"??...愛?μ?A?a...?¢?¢?A?·?ⓒ?"
(사...사랑해도...되겠습니까?)
"...어? 재운아..."
“?I,速?答?|?e。”
(어, 얼른 대답해.)
"쿡...그럴 땐 '사랑해' 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나 한국말 베웠...우앗 숨막ㅎ..."
"아, 괜히 공부했쟎아 그럼..."
하나도 아깝지 않아 사실은.
이제 우리 서로에게 단 한번도 엇갈리지 않을 테니까.
길어진 머리카락으로 다시 나타난 내 희게 빛나는 작은 얼굴의 천사.
내 인생을 바꿔 놓고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던 작고 소중한 내 단 한 사람.
너를 사랑해도 되겠니?
나는 널 잊을 자신 없는데...
오랫동안 기다릴것 같은데...
이제 돌아왔으니 된거지?
너를 사랑해도 돼?
사랑해도 되지?
사랑해도 되는 거지?
사랑해도 돼지? 응?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너를 영원히 사랑할게.
고마워...그리고.
...사랑해.
“愛?μ?A?e, ?????\?N!!!“
(사랑해 시환아!!!')
"나 한국말 잘한다니까? 야! 지금 길거리 한가운..."
“一回, 二回?¶?a???e?U?¢?μ。大丈夫。僕?I?¾?ⓒ?c。“
(하루이틀이야? 괜찮아. 내거니까.)
"...아 진짜...오지 말걸..."
"뭐? 너 뭐라고 그랬어. 어?"
"아, 아니...'사랑해' 사랑한다고..."
확신이 들었을 때 한번쯤 물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대를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대답해 주세요.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길었던 시간.
우리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