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1)

억지로 움찔거리는 시환을 안아누르며 제 옷을 벗어 꽁 꽁 싸매 돌아오는 재운의 앞으로 언제부터인지 빨갛게 변한 코끝으로 멍하니 앞만 응시하는 상혁이 보였다. 

버둥거리면서도 얌전히 재운에게 안겨 걸음을 옮기는 시환의 얼굴이 목까지 벌개져 있었다.  잠시 눈이 마주치자 마치 '잘했어' 라고 하듯이 배시시 웃어 버리는 상혁은 아마도 착한 게 맞을 것이었다. 

머쓱한지 코끝을 슥 슥 문대는 길게 마른 손가락이 어정쩡이 허공을 노닌다. 

팔에는 아직도 시환에게 입히려 했는지 두꺼운 옷이 들려 있었고.  시환은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마른 몸으로 얼굴을 붉히며 재운에게 안겨 있었다. 

상혁은 워낙에 이꼴 저꼴을 다 보고 자란 놈이라서 깡도 세고 하지만 여전히 이유 모르게 순진한. 

그런 녀석이었다.  말은 험했지만 재운을 미워하지는 않았고, 재운이 검은 색 종이에 비슷하다면 되려 흰 색 종이에 가까울.  그래도 절대 마음에 드는 놈 말고는 형이라는 호칭을 붙여 주지 않는 놈이었다. 

지금은 벌드 이글에서 기타 치고 있는 제 형 상만이 자식한테도 죽자사자 상만아 상만아 말을 까다가 뒤지게 얻어터지고 쌍코피에 질질 짜던 게 언제적이더라. 

그런 녀석이 대뜸 형이라고 부르고 죽어라고 끼고 도는 것은 그만큼 시환이 그에게... 

그런데 이게 뭔가.  인간 말종 오재운은 순간 움찔 하고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익.  시환을 안았던 팔에 더욱 더 힘을 주어 버렸고.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점점 더 벌개지는 시환의 얼굴은 무시한 채 비열하게도 상혁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아닌가.  우스운 일이었다 정말로. 

사실 더 우스운 일은 따로 있었다. 

"...간 거야?" 

"응.  깨서 갔어." 

"..." 

"걱정된다고?  찔를까봐?" 

"...응." 

답지 않게 주눅이 들어서는 어쩌지도 못하는 상혁의 모습이 이렇게까지 어색한 적은 처음이었다.  역시 답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럼 그런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에도 시환을 안은 채 놓지 않는 자신은 무엇이란 말일까. 

시환을 꼭 닮았던 우스운 여자는 오래지 않아 깨어나 길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추스렸다. 

우스운 오재운은 우스운 여자를 그대로 보내 버렸고.  협박이며 증거물이며 어느 하나도 남은 것이 없음에 멍 하던 정신을 추스렸을 때에는.  일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라는 사실. 

우리 인생은 끝났어. 

처음부터 그런 게 없었는지도 모르지. 

책임은 내가 질게 김상혁. 

그러니까... 

조금 가쁜 숨을 몰아쉴 만큼 깊이 끌어안긴 시환이 아예 재운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 버리자. 

'어디 갔다 이제 쫄래거리고 오냐.  배고파' 하면서 웃는 상혁의 얼굴이 아리다. 

재운은 이유도 모른 채 시환을 더욱 깊게 안으며 상혁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녀석이 왔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생활은 이제 극에 달해 팽팽거리며 요란히 돌아가고 있었고. 

품 안의 이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싫지 않았다. 

혼란은 여기부터.   아니, 어쩌면 녀석을 마주쳤던 그 처음부터. 

"...僕?I君?I?±?Æ?ª大好?≪?¾?æ" 

(...나는 네가 정말 좋아.) 

세뇌하듯 속삭이는 시환의 숨결이 귓가로 느껴지던 즈음. 

하늘에서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떄부터가 정말 가관이었다. 

"아 씨발!  비키라니까아!!!" 

"왜그래 오쫑 또!" 

움찔 하고 굳어버리는 시환을 살벌하게 노려본 뒤 다시 맥주병으로 나발을 부는 재운의 눈은 이미 반쯤 풀려 있었다. 

상혁은 푸욱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그대로 시환의 손목을 잡고 몸을 돌렸고. 

"?a?¾。!!!" 

"씨발!  가라쟎아!" 

시환의 어깨를 감아 당기는 부드러운 행동과는 달리 상혁의 목소리는 쨍 하고 금이 가 있었다. 

부득불 재운을 놓지 않으려는 시환을 그렇게도 무던히 얼르고 편들던 상혁이었건만.  이제는 슬슬 지쳐 가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홱.  거칠게 시환을 잡아당긴 덕에 휘청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한 그를 무심결에 향하며 흠짓 흔들리는 재운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노려보는 상혁이었다. 

타악 -! 

매몰차게 상혁을 쳐내는 시환을 다시 확 끌어안아 버린 채 여전히 시선을 재운에게서 떼지 않는 상혁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재운의 손끝이 탁자를 부서뜨릴 듯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놔!!!" 

"시환형!" 

저새끼... 

한글 베우나보네... 

정말 성질이 나 버렸는지.  원래 성질 드러내며 상혁을 완강히 거부하고 씩씩대며 저만치 멀어져 버리는 시환을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고 섰던 상혁이 줄곧 쳐다보다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대로 재운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는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린다. 

"개새끼.  너 아니면 안된다니까 봐주는데.  무슨 일 있으면 죽여버릴거야." 

"...그 얘기 98번만 더하면 백번이다." 

"씨발.  넌 장난이 나와?  정말 죽여버린다니까?   

"시끄러 깝치지 말고 꺼져.  아니면 꼴리는 대로 죽여 보던가." 

"...니건 니가 수습해.  안그러면." 

"뭐?  내꺼?  큭.  안그러면 김쌍?  왜.  정말 나 죽여주게?  오오.  저새끼가 뭔데 니가 날 죽여?  어?" 

"안그러면...정말 내가 가져 버릴거야.  강제로라도.  알아들어?" 

더 말 하기 싫다는 듯이 재빨리 사라져 버린 상혁은 또 어느 구석에 가서 찔끔거리고 울분을 삭힐까.  도대체 저 녀석은 저런 놈을 왜 마다하고 하필 내게. 

그리고... 

“離?¹。殺?·?¼。“ 

(놔.  죽여버리기 전에.) 

"뭐?  야아 이 새끼 반질하게 생겨서 혹시나 했더니 일본새낀가 보네?  야, 일본놈은 다 너처럼 이쁘냐?" 

“伏?¹?e。” 

(꺼져.) 

"뭐?  좋다고?  그래 한 번 놀아보자니까 응?" 

“離?¹?æ! 殺?³?e?½?¢?I?ⓒ?” 

(이거 놓으랬지!  죽고 싶어?) 

"이새끼가 빡돌게...그냥 놀자니까!"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성질 더럽다는 걸 자랑이라도 하려는지 소리소리하며 거부하다가 정말 돌았는지 옆에 놓인 맥주병을 거꾸로 들어 내용물을 집적거리던 놈에게로 가차없이 쏟아 버리는 우시환이라는 작고 싸가지 없는 다람쥐 녀석을.  내가 무슨 수로? 

그러니까 시환아.  너 내숭이었지? 

열을 받을대로 받은 양아치 새끼가 시환을 향해 핏대를 세우며 소리지르자 시환은 또 픽 웃으며 차갑게 그를 비웃고 선 채 어깨를 툭 치며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아마도 이렇게 재운이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아.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었을까?  그렇다고 녀석이 정말로 재운을 사랑할 리도 없지 않는가. 

표독스런 고양이 같은 녀석의 가는 손목을 우악스럽게 움켜잡은 건달녀석에게 순간 핀트가 나갈 뻔 한 재운이 저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자, 힘없이 그에게로 홱 끌려가는 것 같던 시환이 아뿔싸. 

"으...아아아아아...!...이 개새끼가!!!" 

“…殺?·?A?A言?A?½?¾?e?¤? 僕?I體?E觸?e?E。” 

(...죽여버린댔지.  내 몸에 손대지마.) 

"아 씨발...안 놔?  씹.  죽여버린다!" 

“僕?I體?ð觸?A?A?a?¢?¢?I?I。“ 

(내 몸에 손 댈 수 있는 건.) 

"씨발...으아아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있는대로 녀석의 팔을 꺾어대는 시환을 어떻게든 말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지만, 워낙에 신기한 광경이라 주변에 빙 둘러선 녀석들은 구경만 할 뿐 딱히 나서지 않았더랬다. 

그 와중에 두둑 소리가 날 것 처럼 거칠게 녀석의 팔을 꺾고 놓아주며 시환이 아무렇지도 않은 말끔한 얼굴로 슬쩍 입꼬리만을 올린 채 이죽거렸다. 

“世?I中?A?I?W?????q???b?N一人?¾???¾?ⓒ?c。” 

(세상에 오재운 하나 뿐이거든.) 

' 쨍그랑.!' 

그리고 곧바로.  앗차 싶던 사이에 몸을 벌떡 일으킨 녀석이 알아듣기 힘든 고함을 내지르며 옆에 있던 맥주병을 깨 든 채 시환에게 달려든 것은 계획에 없었는지.  시환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양 팔을 교차시켜 머리 쪽으로 막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그리고 그때였다. 

"...씨발 넌 뭐야!!!..." 

"..." 

움찔.  자신에게 닥쳐들어야 할 위험이 소식이 없자 찔끔거리며 두 눈을 떠 보인 시환이 냉큼 휘둥그래진 눈으로 제 앞을 살폈다. 

”…?W??,?W????…?q???b?N…? 

(...조, 종...혁...?) 

언어는 역시 들을수록 느나 보다. 

안 그래도 내 이름 정도는 알아들었지만. 

우시환.  내 이름 닳겠다 임마. 

터억 하고 제 앞을 막아선 재운의 존재를 뒤늦게야 확인한 시환이 떠듬거리며 말을 다 잇지 못하자 픽 웃어버린 재운이 눈앞의 녀석에게 험악하게 두 눈을 부라리며 억눌린 음성을 내뱉었다. 

"나 말이냐?" 

"...씹...넌 뭔데 새꺄.  저새낄 싸고 도냐?  안 비켜?  죽여버리..." 

"씨발.  죽여봐." 

"뭐?  이새끼들이 쌍으로...아욱!!!" 

"...?W????…?q???b?N...!!!..." 

와장창창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엎어지는 녀석을 따라 근처의 불안정하던 테이블이 함께 쓰러졌다.  덕택에 그 위에 놓였던 술병이며 술잔들이 우르르 쏟아져 버려 주변을 초토화 시켰고, 심하게 꼴아박혔는지 맥을 추지 못하는 녀석을 향해 재운의 이죽거리는 음성이 던져져 박혔다. 

"...나?  나 이 새끼 기둥서방이다.  어쩔래.  엉?" 

”…?a?ß?A…?W?????q???b?N??a?ß?A…?¨願?¢“ 

(...그만...재운아 그만해...응?) 

"다 좋아.  다 좋은데.  이새낄 건드린게 죄라 이거지.  졸라 이쁘지?  이새끼 내 깔이거든.  알아들어?  씨발 좇같은 새끼가..." 

“?a?ß?e?A?½?c。?¤?n??W?????q???b?N…” 

(그만하라구.  응?  재운아...) 

고개를 돌리는 듯 하더니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다시 홱 몸을 돌려 쓰러진 녀석에게로 달려들어 발길질을 해대는 재운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정신없이 뜯어말리는 시환의 존재를 그제야 인식했는지 재운이 멈칫.  그리고는 천천히 시환을 뒤돌아봤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거의 울상을 하고 있는 시환의 모습을 힐끗 보더니 천천히 입술을 움직이는 재운은 요란스러운 주변의 분위기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 같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시환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런 그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만...하라고...?" 

"...그...마...?" 

"...그만해?  스톱?" 

"..." 

알아들었다. 

시환의 일본어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던 재운이 처음으로 알아들은 그 한 마디에 울컥.  가슴 속에 담겨 왔던 설움이 치솟는 것만 같은 느낌에 시환은 멍하던 고개를 푹 숙여 버린 채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그리고는 끄덕끄덕.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울먹거리는 시환의 모습은 정말 내숭이란 말이 꼭 맞을 정도로 조금 전 그 고양이, 아니 살쾡이 같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 있어 쿡쿡.  낮게 웃어버린 재운이 시환의 어깨를 끌어안은 채 자리를 나섰다. 

물론.  대한민국 어느 나이트가 그런 식으로 물 흐리는 장본인들을 그냥 두었겠느냐 만은.  재운은 에지간한 단골인데다, 상황으로 보아 널부러진 건달녀석이 백번 잘못한 것 같다 라는 것.  그리고 재운의 뒤로 드리워진 그 쪽 물의 어떤 빽빨.  여차저차해 씨익 웃음까지 날리며 그곳을 나서는 재운의 뒤꽁무니에 '저새끼 때문에 못살아' 어쩌고 하는 푸념들이 박혀들었다. 

물론.  그런 말들에 아랑곳할 재운이 아니었지만. 

"...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뭐?" 

"너 내가 그렇게 좋냐고.  응?" 

"...너...좋...응?" 

"아우 씹...말을 말자 말을." 

여전히 쌀쌀하다 못해 살을 엘 것 같은 바깥 공기였지만 얼큰하게 위장을 멤도는 술발에 흥얼흥얼 나직히 아는 노래들을 끌어모아 주절대던 재운이 불쑥.  조금 떨어져 잘도 뒤다라 오는 시환을 향해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따듯한 손을 슥 내밀며 말을 걸었다. 

어리벙벙하게 재운의 손과 또 입술을 바라보던 시환이 버벅대다가 이내 해죽.  실없이 웃어버리자 재운 역시 평소 때와는 달리 슬몃 미소를 지으며 시환의 얼어버린 손 하나를 끌어 꼬옥 깍지를 진 채 잡아 주머니 속에 끌어넣었다. 

어어어 하며 끌려오는 시환의 얼굴이 확 붉어진 것을 곁눈으로 확인하고는 '내숭이 맞아 내숭이' 하고 나직이 중얼거리는 재운의 모습에 또 무슨 소리냐는 듯 동그래진 눈이 향한다. 

"으아 정말 귀여워 죽겠네 이거." 

조금씩 열리는 마음 한 켠에 어지럽게 자리한 저 작은 녀석을 어쩌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떠올랐지만 이내 뭐 어떠냐 하며 흥얼흥얼.  다시 두서없는 멜로디를 웅얼이며 걸음을 옮겨놓는 그와, 또 이제 목까지 벌개진 채 꿰어 끌려가는 시환의 등 뒤로 밤의 도시속 네온사인들이 현란하게 비쳐들고 있었다. 

그쯤 되었어도 여전히 재운의 걸죽한 입담은 나아질 줄을 몰랐고, 역시나 시환은 그 말들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가끔 웅얼웅얼하며 어디서 베웠는지 정체불명의 일어 몇 마디를 - 그것도 그 공부 싫어하는 슈퍼 꼴통 김상혁이.  세상 말세다 말세.  - 어리버리하게 주절거리는 상혁의 조금 새는 발음도 혼란한 재운을 귀찮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정말로 어미새 따르는 새새끼처럼 이리저리 재운의 눈치만을 살피며 졸졸졸졸.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는 시환 역시 정말로 귀찮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전처럼 기분이 더럽지만은 않았다 라는 사실이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었을까? 

슬슬 벌어두었던 밑천도 간당간당할 즈음.  또 물건을 더 대주지 않는다며 욕을 바가지로 먹여대는 호연에게 부아가 치밀 때 즈음.  그리고 저번에 그렇게 놓쳐 버린 그 여자 덕에 불안해 또 곤두선 신경. 

재운은 그 모든 것을 술과 도박으로 해결하려 안일하게 마음을 놓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마음이 놓일 리 없는 시환이었다. 

밤이 되면 술과 담배에 쩔어 상혁에게 업혀 들어오는 재운을 침대에 뉘이고는 말 없이 구석에 쭈그려 앉은 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청승을 떠는 시환에게 상혁은 어쩔 줄 모르는 시선을 던지다 이내 이불 하나를 덮어 주고 슬쩍 돌아가고는 했다. 

상혁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이용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지만. 

재운은 여전히 시환을 바라볼 줄을 몰랐고,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싶은 것은 전처럼 사납게 툴툴거리는 일이 줄었다는 것 정도? 

시환 역시 슬슬 지쳐갈 즈음... 

그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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