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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는 로그아웃 하고 싶다 (68)화 (68/74)

068.

몸을 밀었다가 쉬고, 다시 밀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끝까지 들어가는 동안 시트를 잡은 주안의 손에 힘이 풀렸다. 괜찮냐고 물어보며 천천히 속도를 높이다가 어느 한 곳을 쓱 긁었을 때 그의 신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네.”

감을 잡은 백은후는 집요하게 그곳만 공략했다. 그러자 주안이 더 견디기 힘들다는 듯 백은후의 등을 엉망으로 할퀴었다. 간지럽지도 않아서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 그만…….”

“진짜 그만하길 바라?”

움직임을 멈추고 묻자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 주안의 목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목에 입술을 묻고 세게 빨아당기자 보기 좋은 흔적이 남았다. 그걸 보고 있으니 다시 또 흥분감이 차올랐다.

“대답해. 진짜 그만하길 바라냐고.”

들릴 듯 말 듯 ‘아니, 그냥 해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포기했는지 몸에 힘이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백은후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주안의 고개가 뒤로 한껏 젖혀졌다. 목에 손을 대고 움직이는 속도를 점점 더 높혔다.

“아아!”

성주안은 온몸에 힘을 주며 그의 어깨를 힘껏 잡았다. 꿈속인데 몸에서 느껴지는 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발끝으로 시트를 밀며 그의 어깨를 밀어내려는데, 갑자기 그가 침대가 들썩거릴 정도로 세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읏!”

생각은 여기서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이성이 날아간 자리엔 쾌감만이 가득 들어찼다. 눈앞이 까맣게 꺼지다가 다시 밝아지길 여러 번, 주안은 그의 목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

몽롱한데 너무 아프고, 아픈데 좋은 느낌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몸을 누르는 압박감에 한 번씩 다가오는 입술이 구원이라도 되는 듯 물었다. 꿈이라서 용감해진 걸까?

백은후가 남자라는 사실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잊고 행위에만 매달렸다.

뺨을 길게 핥은 백은후가 낮게 속삭였다.

“하, 생각한 그대로야.”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백은후가 몸을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나온 거친 숨소리가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거의 울듯이 신음하며 그만하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봐주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하, 힘 좀 풀라고!”

저 혼자만 괜찮으면 괜찮은 건지? 힘이 빠지긴커녕 몸에 저절로 힘이 실렸다. 다시 시트를 부여잡으며 힘을 주자, 백은후가 인상을 쓰며 헐떡였다.

“하, 미친.”

욕을 짓씹은 그가 격렬하게 날뛰다 주안이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몸을 깊게 묻었다.

“……!”

목이 막혀서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온몸이 달달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행동을 멈춘 백은후가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씨발.”

백은후가 낮게 욕설을 내뱉고 상체를 일으켰다. 달라진 자세에 새로운 자극이 느껴져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읏!”

“아무리 술에 취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백은후가 이성을 찾은 듯 다시 속도를 줄였다. 거칠고 빠를 때보다 더 섬세한 자극에 감각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차, 차라리…….”

주안은 제가 무엇을 비는지도 모르면서 애원했다. 그러자 백은후가 다시 상체를 숙여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엄청난 쾌감에 숨 쉬는 것도 잊은 성주안은 백은후의 등을 긁었다.

“아아!”

절벽에서 떨어져 물에 붕 뜬 것 같은 감각이 지속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몸이 풀렸다. 마치 죽었다 살아나는 느낌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잔뜩 긁힌 듯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얼굴 막지 말고.”

얼굴을 가린 팔을 떼어 낸 백은후가 눈가를 부드럽게 쓸다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꿈을 참 길게도 꾸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의 입술이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이제 그만 떨어지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의 손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의식이 점점 몽롱해져 갔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백은후가 잠들어 있었다. 같이 술을 마시고 바로 곯아떨어졌으니 누워 있는 게 당연한데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깜빡여 잠을 몰아낸 주안은 무심코 침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백은후가 입었던 옷이 뒤엉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설마…….

불쑥 차오르는 불안감에 주안은 이불을 들추어 보다가 설마가 사실인 걸 깨닫고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게 꿈이 아니라 진짜였다고?

뒤늦게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몸 전체가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다. 바로 곁에서 자고 있는 백은후와 저, 그리고 움직이기조차 힘든 자신의 상태를 봐선 도저히 아니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 씨발.”

주안은 우선 어젯밤에 있었던 참사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 후에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깊게 심호흡했다.

일단 침착하자. 백은후도 많이 취했을 테니까 기억 못 할 수도 있다.

주안은 백은후의 눈치를 살피다 잠시 넋 놓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썹과 속눈썹은 짙고 꼭 다물어진 입술은 모양이 붉고 선명했다. 강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면서도 또 묘하게 새침한 느낌이 들었다.

참 쓸데없이 예쁘네.

하, 저러니 참았겠냐고. 이게 다 네가 너무 예뻐서 벌어진 일이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고.

주안은 속말을 삼키며 증거를 없애기 위해 조심스레 이불을 들췄다. 그때, 백은후가 눈을 떴다.

“히익.”

죄를 짓다 걸린 사람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성주안.”

“어…… 네?”

“혼자 뭐 했어?”

그의 손이 주안의 머리를 흩뜨리다가 내려와 등을 쓰다듬고 허리를 부드럽게 당겼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뭐 했기에 그렇게 놀라?”

“아니, 그러니까요. 백은후 씨! 우리 어제 술을 참 많이 마셨던 거 같습니다. 하하.”

제가 생각해도 어색한 반응이었으나 떠오르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우리 어제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젠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기엔 주변 정황이 너무 적나라했다.

“그래, 술도 많이 마셨고 키스도 하고 그보다 더한 것도 했지.”

“…….”

“왜 벌레 씹은 얼굴이야?”

“…….”

“네가 먼저 달려들어 놓곤.”

무언가에 한 방 크게 얻어맞은 사람처럼 말을 잇지 못하던 성주안은 모든 책임을 제게 돌리는 백은후의 태도에 기막혀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였다고요? 제 기억이랑은 좀 다르네요?”

“그 기억,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고 끊어져 있고 그렇지 않아?”

워낙 당황한 나머지 기억을 곱씹을 시간은 없었지만 희미한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꿈인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 뭐라 변명하기가 힘들었다.

“네가 먼저 건드리지 않았는데 내가 널 건드릴 이유가 없잖아.”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그냥 없었던 일…….”

“네!”

백은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안이 재빨리 대답했다. 제가 먼저 그러자고 해놓고 뭐가 그리 불만인지 백은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말이 나오길 기다린 것 같네.”

“벡은후 씨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이건 그냥 사고 같은 겁니다. 버프가 이상하다 보니 접촉이 자연스러워졌고, 뭐 그래서 술에 취해 호기심에 그런 거죠. 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주안의 얼굴을 훑는 백은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버프가 이상해서, 접촉이 자연스러워서, 술에 취해 호기심에…….

먼저 일어나 뭘 하는지 보려고 눈을 감고 있었더니 그동안 상황을 파악하고 빠져나갈 궁리만 했나 보다.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모습이 뜨거운 밤을 함께 보낸 상대의 차가움이라니…….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이건 무슨 감정이지?

능력 있는 버퍼에 대한 소유욕? 아니면 누구나 노리는 사람을 향한 승부욕? 그것도 아니라면…….

백은후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짧은 순간에 어제 느꼈던 기분이 몸을 감쌌다. 다시금 배 속에서 욕망이 꿈틀거렸다.

“……성주안.”

“예?”

“난 없던 일로 하기 싫은데 어떡하지?”

“……갑자기요?”

“응, 지금 마음으론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전국에 소문을 내고 싶은 심정이야.”

성주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래졌다. 진짜 소문낼 생각은 없었으나 주안의 얼굴을 보자 또 기분이 나빠졌다. 뭐라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벙긋거리던 성주안이 말을 조금 더듬었다.

“저, 저기, 백은후 씨. 일단 침착하시고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럼, 어, 그러니까…… 이걸 비밀로 하려면 제가 뭘 어떻게 해줘야 합니까? 백은후 씨 거래 좋아하잖아요.”

백은후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성주안이 저를 야망에 영혼을 판 미친놈으로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잠자리를 두고 거래라니? 정말이지 엿 같은 기분이었다.

“거래라……. 네가 원하는 건 어젯밤을 비밀로 하는 거고 그럼 내가 원하는 것만 말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건가?”

성주안이 고개를 끄덕했다.

“그래, 그럼 앞으로도 계속해.”

“뭘요?”

“뭐긴 뭐야. 은밀하게 관계를 맺자는 거지. 아무도 모르게 둘이서.”

“…….”

백은후가 드디어 만족할 만한 답을 찾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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