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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는 로그아웃 하고 싶다 (33)화 (33/74)

033.

던전 밖에서 상태창을 봤을 때 ‘늑대인간’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럼 지도를 잘 살펴보면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성주안은 지도를 보며 끊임없이 밀려드는 늑대들의 행동을 잘 살펴보았다. 용병은 왼쪽에서 궁수는 오른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용병이나 궁수나 자아 없이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다면 나오는 곳은 양쪽이라도 명령이 내려지는 곳은 하나다.

“……바로 여기!”

성주안은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었다. 그런 와중에도 주지찬과 공세윤은 밀려드는 늑대들로부터 성주안을 지키기 위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형, 어디로 가요? 그나마 몬스터가 덜 나오는 지금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든 상관없어요. 갈림길은 나중에 후방 호위 부대와 연결되어 있을 거예요. 우선 그 개체들을 처리한 이후에 늑대인간을 찾아가면 될 겁니다.”

“좋았어!”

그렇게 대답한 주지찬이 무서운 속도로 안으로 들어가며 보이는 족족 늑대들을 해치웠다. 그 덕에 공세윤과 성주안은 안전하게 뒤를 밟을 수 있었다.

“아아!”

던전 입구에서 함성이 들렸다. 모준영의 스킬인 듯했다. 일행이 보스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용병과 궁수들은 보스를 지키려 할 테니 몬스터를 모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설마, 벌써 입구에 있는 몬스터를 다 해치우고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건가? 둘이 싸우지도 않고 그렇게 빨리 해치웠다고?

“아아!”

바로 옆에서 함성이 들리자 은신하고 있던 궁수들이 모조리 튀어나와 자석처럼 모준영에게 끌려갔다. 어느새 백은후와 모준영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성주안은 입을 딱 벌리고 가까이 다가온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아니, 어떻게 오신 거예요?”

“별거 아니던데?”

“……창백한 번개 쓰고 오셨어요?”

백은후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식으로 씩 웃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던전 안에서 저런 여유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주안은 저도 모르게 따라 웃고 말았다.

“이리 와.”

“갑자기요?”

“포옹 버프 1분 30초밖에 안 되잖아.”

“아, 네네…… 그렇긴 그렇죠.”

공세윤에게 업힌 채로 백은후를 한번 안았다가 놓았다. 그러나 지금 진짜 방어가 필요한 상대는 모준영이었다.

“모준영 씨도 이리 와요. 함성 그만 내지르고요!”

“아아!”

모준영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다시 함성을 질렀다. 확실히 탱커가 있으니 편하긴 한데……. 이 사람들을 데리고 늑대인간 가까이에 가도 되는 걸까?

공무원 마인드의 모준영, 그리고 욕심이 그득한 백은후는 누구보다 환각 스킬에 약할 텐데…….

어쨌거나 우선 늑대인간의 정확한 위치부터 파악해야 했다.

“백은후 씨, 이미 여기까지 들어 온 것도 위험할 수 있어요. 모준영 씨랑 같이 저 멀리 물러나 있어요.”

“이런 대우는 별로야.”

“……제발 말 좀 들으시라고요. 이미 다 이긴 전투에 재 뿌리지 말고요. 그리고 모준영 씨도 실망이에요. 제가 분명 입구에 있으라고 했죠.”

모준영이 제게 붙는 늑대들을 손으로 잡아 찢으며 대답했다.

“입구에 있는 괴물들을 다 처리하고 와본 겁니다. 사실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걱정된다는 말엔 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지 않는 모준영이니 진심이 느껴져서였다. 그렇다고 이들을 데리고 안쪽까지 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성주안은 한숨을 쉬며 심각하게 말했다.

“백은후 씨와 모준영 씨는 더 들어오지 마시고 여기 계세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경고했습니다.”

“경고가 별로 무섭진 않지만 그러지.”

“알겠습니다.”

둘의 대답을 듣고 난 이후 이번엔 공세윤에게 말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봅시다. 늑대인간의 위치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해요.”

공세윤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늑대들이 하울링하는 소리와 함께 펑펑!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지찬이 닥치는 대로 늑대들을 처치 중인 것 같았다.

“공세윤 씨, 빛 좀 밝혀봐요.”

공세윤이 물보라의 탄식을 쓰자 투명한 물보라가 일며 순간적으로 앞이 밝아졌다. 성주안은 지도의 위치와 밝아진 곳을 비교하며 북동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기다!”

그곳엔 엄청난 수의 늑대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니 백은후 씨와 모준영 씨가 할 일이 없어서 자리를 벗어나 왔겠죠.”

“그러게요. 대장 지키느라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근데 형, 저 중에 누가 보스인지 어떻게 알아요?”

몬스터들을 만들 때 확실히 분류할 수 있게 만들었으니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일단 딱 보면 티가 날 거예요.”

무리를 보며 달려 나가던 공세윤이 발을 멈췄다.

“설마 몸은 늑댄데 얼굴만 사람처럼 생긴 괴물…….”

“맞아요. 잘 찾았네요. 저는 아무리 봐도 못 찾겠는데.”

공세윤은 능력 특성상 얼음에 반사된 햇빛 속에서도 잘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캐릭터라 확실히 찾는 속도가 남달랐다. 옆에서 끊임없이 볼폭탄을 생성해 내던 주지찬이 말했다.

“그럼 저것만 없애면 된다는 거지?”

“네. 저 괴물만 죽으면 다른 애들은 오합지졸이라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해…… 으악!”

갑자기 엄청난 수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든 화살이 성주안 쪽으로 집중되는 것으로 보아 늑대인간이 내린 지령인 듯했다.

“형 내려와요.”

공세윤의 등에서 내려오자 그가 주안을 와락 껴안았다. 포옹하면 방어력이 올라가니까 몸으로 막을 생각인 것 같았다. 주안은 지찬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이에요! 이 틈에 저주폭발 날려요!”

그 말에 주지찬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설마, 환각에 당한 건 아니겠지? 걱정한 것도 잠시 주지찬이 숨을 크게 들이켜곤 화염방사기를 꺼냈다. 방사기의 끝을 북동쪽으로 향하게 조정하며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츠츠츠츠.

새하얀 연료가 분사되자마자 보고 있던 공세윤이 분사되는 연료에 스킬을 썼다. 그러자 여기저기 퍼져 있던 물방울들이 하나로 모여 굵은 물줄기를 만들었다.

촤아아아! 치이익!

마치 폭포수와도 같은 연료가 엄청난 물보라를 만들며 쏟아졌다.

“와…… 두 분 힘을 합치니까 진짜 엄청나네요.”

성주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직 불을 뿜기 전 연료만 뿌렸을 뿐인데 이런 파괴력이라니.

굉음과 함께 쏘아진 연료에 당황한 늑대들이 일제히 우왕좌왕하며 늑대인간에게서 벗어났다. 성주안은 공세윤의 팔 안에 갇힌 채 다음 공격을 기다리며 주지찬을 쳐다봤다.

그런데 어찌한 일인지 주지찬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른 화염 쪽 방아쇠를 당겨 스킬을 써야 하는데 뭔가에 홀린 듯 방사기를 들고만 있었다.

진짜 환각에 당한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저걸 깨울 수 있는 사람은 성주안밖에 없었다.

주안은 공세윤의 품에서 나가기 위해 그의 팔을 떨쳐냈다.

“안 돼요. 위험하니까 나가지 마세요.”

“하지만 주지찬 씨가 지금 환각에 당해서…….”

주안이 바르작거리면 거릴수록 안은 팔에 힘이 더 들어갔다. 지금껏 잘 따라온다 싶었는데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를 맞을 줄 몰랐다. 발로 밟아도 보고 손을 깨물어보기도 하고 온갖 짓을 다 했는데도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형, 지금 주지찬 씨 정상이에요.”

“네?”

“진짜 정상이라니까요.”

“어떻게 확신하는 겁니까?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데요.”

“어휴…… 또 병이 도진 거죠.”

“무슨 병이요!”

“늑대인간을 잘 봐봐요. 얼굴이 사람이잖아요. 그러니까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주지찬은 다 좋은데 쓸데없이 정이 너무 많은 게 탈이라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이유였다. 신념이 강한 인물이니 절대 환각에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데려왔는데 바로 그 신념 때문에 보스를 죽이지 못하다니…….

그걸 알아챈 공세윤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은 해봐야겠지.

“주지찬 씨, 제 말 들리세요?”

“다 듣고 있어! 시발.”

주지찬의 짜증스러운 음성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우리 암호가 뭐였죠?”

“금강불괴.”

“휴우, 진짜 환각에 빠진 건 아니네요.”

공세윤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거 봐요. 제가 뭐랬어요. 늑대인간 얼굴 때문에 고민하는 거라니까요. 바보도 아니고 사람 얼굴이라도 괴물은 괴물인데 뭘 고민하는 거야!”

주지찬이 버럭버럭했다.

“나도 알거든! 지금 공격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주지찬은 자기 말을 증명하듯 다시 화염방사기를 들었다. 이미 연료도 뿌렸겠다 이제 쏘기만 하면 이 던전은 클리어하는 거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계속 잊고 있었던 것 같은데…….

“헉! 주지찬 씨, 이리 와요. 키스해야 해요!”

방아쇠를 당기려던 주지찬의 흠칫했다.

“그렇군. 공격력에 차이가 날 테니.”

흠흠, 목을 가다듬은 주지찬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자 공세윤이 갑자기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늑대용병들을 피하려고 그러나 했는데 가만히 보니 주지찬과 키스하는 걸 방해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얘는 잘 나가다가 또 왜 이러는 거야.

“저, 공세윤 씨. 자꾸 이러시면 우리 다 죽을 수도 있는데요.”

“치,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끝까지 피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그 전에 약속해 주실 게 있어요.”

“뭐든 빨리 말하세요.”

쏘아놓은 연료의 충격에서 늑대들이 하나씩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모두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다음 던전에선 저한테 키스 버프 준다고 약속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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