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타 스위치 스캔들-101화 (101/123)

#101

에필로그

하이파이브로 활동하던 시절, 인지도에 비해 자주 화제에 오르던 제논은 탈퇴할 때도 그러했다.

인기가 절정에 오른 순간 연예계를 은퇴하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었다. 한데 상당한 거금을 기부하기까지 했으니 이슈가 되는 것도 당연했다. 그 미담이 뒤늦게 알려진 순간,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며 화제가 왕성하게 오갔다.

‘하이파이브’ 제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 CF 출연료 전액 기부

[이슈 짚어보기] 제논, ‘하이파이브’ 탈퇴부터 기부까지

제논, 단숨에 ‘기부 천사’ 등극... 기부액 총액은?

[HIT] ‘하이파이브’ 제논이 탈퇴 전 마지막으로 보여 준 ‘선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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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1 탈퇴 전 마지막이라기엔.. 활동하면서 딱히 선한 영향력 같은 거 보여준 적 없지 않나ㅋㅋ 그냥 처음이자 마지막인 선한 영향력이라고 쓰는 게 깔끔했을 듯

user4 와 첫댓 같은 애들은 어떻게 꼭 1빠따로 댓글 달까... 하루종일 커뮤에 죽치고 있다고밖엔;

user25 아무리 연쓸걱이라지만 좀 걱정되긴 한다ㅋㅋㅋㅋ 거의 전재산 기부한 수준이던디 그래도 돼..?

user29 뭐 어련히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기부했겠지ㅋㅋㅋㅋㅋ

user57 와.. 알뜰살뜰하게도 기부하고 떠났네

user73 그래서 뭘로 전향하는지는 아직 안나온건가? 개인적으론 모델 해서 빡세게 컨셉츄얼한 화보 찍어줬음 좋겠는데...

user75 모델하기엔 키가...

user78 ㅇㅇ아직 공개된 건 없음

user146 아예 연예계 떠난다는데 진짜야?

user147 윗댓 그거 오보래

user150 아니야 오보인 게 오보야ㅠ 진짜 그만두려나봄....

user208 저렇게 착하고 재능 있는 아이돌이 건강문제로 그만두는 거 너무 안타깝다.. 꼭 건강해지길

user278 쟤보다 더 기부 많이 하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왜 쟤만 유독 화제인거임??

user280 그런 연예인들은 훨씬 많이벌잖어.... 막말로 제논 소득이랑 비교가 됨..?

user325 아니ㅠㅠ 솔직히 하이파이브 활동하면서 제대로 돈 번 게 몇개월이나 된다고 그걸 다 기부하고 떠나냐ㅠㅠㅠ 제논은 바보야 바보

늘보리 @homegrownbori

와 제논아... 나 치킨 사먹게 3만원만... 아니다 좋은 일에 쓰는 돈이라 달라고도 못하겠다

빠세 @ppase

(jpg.) (jpg.) (jpg.) (jpg.)

최고의 아이돌 영업합니다. 얼굴이면 얼굴! 인성이면 인성! 모든 걸 갖춘 아이돌! 심지어 상식도 풍부! 같이 제논해요(찡긋 이모티콘)

˪버터캔디 @qjxjzosel

이제 아이돌 아니지 않아?

˪빠세 @ppase

너어는 진짜 나쁜놈이다

소행성 @sohangsung1234

그동안 동태눈깔이라고 불러서 미안..

일영 @1_young_0

아니 제논아... 착한 일 하는 건 좋은데 너 쓸 돈 남겨둔 건 맞지?ㅠ 우리 애가 너무 착해서 누나가 걱정돼.... 힘들게 번 돈인데 누리기도 해야 할 거 아냐...

농축액 @jaelisdhy12

저기에 내가 쓴 돈도 쪼끔.. 아주쪼끔 먼지다듬이만큼 들어가 있을듯 제논아 너같은 아이를 좋아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ㅠㅠㅠ

(((제논탈퇴반대))) @no_way_n0_way

나는 제논 못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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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탈퇴반대))) @no_way_n0_way

기부한 건 좋은데 왜 저렇게 많이한거야ㅠㅠ 아니 많이 한 것도 좋은데 다시는 안 돌아올 사람 같아서 불안하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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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탈퇴반대))) @no_way_n0_way

제논아 탈퇴할거면 인생 계획 공유하고 떠나 하다못해 위튜브 채널이라도 열어주고 떠나라고ㅠㅠㅠ 이제 어딜 가야 널 볼 수 있는거니... 하

집나간고양이찾아요 @jaenon_the_kitty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긴 개뿔 누가 제논 좀 포획해봐 제발

푯 @phyottt_

(우는 이모티콘)저렇게 다 기부하고 떠나는 거 보니까 진짜 갈건가보다.....

기부액이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다 보니, 대중은 제논의 탈퇴에 일종의 진정성마저 느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잡다한 헛소문은 쏙 들어가고, 대부분 제논의 탈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끝내 아쉬워하는 팬도 많았으나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 하이파이브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말의 아쉬움과 씁쓸함을 삼킨 채, 하이파이브는 4인 체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안 그래도 바쁜 새 앨범 준비 기간. 이번엔 이례적으로 일이 두 배였다. 기존 곡의 파트를 재분배하고, 안무의 동선을 다시 짜야 하는 까닭이었다. 신곡과 기존 곡을 동시에 준비하는 셈이다.

그렇게 24시간이 모자라도록 뛰어다니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지치면 신경이 곤두서고, 신경이 곤두서면 사사건건 부딪치기 마련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러했다.

“내 닭 가슴살!”

텅 빈 냉장고를 확인한 문해일이 포효했다. 그에 코러스를 맞추는 중이던 세 사람이 흠칫 놀라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내 닭 가슴살 먹은 거 누구야? 숙성 중이었는데!”

용의자가 네 명에서 세 명으로 줄어들었으니, 추궁하기야 더 편했다. 그중 영구 면죄부를 지닌 한호성을 제외하면 두 명이 남았다. 문해일은 설이태와 이주진을 번갈아 응시했다.

“이주진, 너지.”

“아, 아냐! 내가 형처럼 단백질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아? 난 치킨도 닭 다리만 먹는단 말이야.”

“그럼 너야?”

문해일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설이태를 노려보았다. 그 기세에 질린 설이태가 더듬더듬 변명했다.

“아…… 미안, 내가 먹었어.”

“왜 자꾸 내 닭 가슴살 먹냐고. 그것도 꼭 숙성시키는 중에.”

그리 투덜거리는데, 문해일의 뇌리에 이름 석 자가 스쳐 지나갔다. 김제국, 다름 아닌 제논이었다.

“……숙성시킨 다음 먹으면 더 맛있는데 그냥 먹으니까 속상해서 그러지.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으면 좋잖아.”

문해일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래, 제논이 저지른 짓에 비하면야 제 음식을 먹은 일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작 이 정도 일 때문에 언성을 높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

“아니, 뭐 이런 거로 미안해해.”

‘나도 갑자기 놀라게 해서 미안…….’ 하며, 문해일이 작디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훈훈한 장면을 목격한 이주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헐. 닭 가슴살 상했나 봐……. 저 형들 왜 저래?”

“왜, 화목하고 보기 좋은데.”

한호성은 하하 웃었다. 사실 그는 말싸움이 싱겁게 끝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제논이 탈퇴한 후 매사가 이런 식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른 멤버들은 ‘그래도 제논보다 낫지.’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종종 나쁜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래도 제논이 친 사고보다는 낫지.’라고 생각하며 넘겨 버리고, 협업하는 도중 실무자와 부딪히더라도 ‘그래도 제논과 일하는 것보다는 낫지.’라며 위안하는 것이었다. 남 말 할 게 아니라 한호성부터가 그런 식으로 사고하곤 했다.

“원래 팀이 화목하려면 빌런이 하나 있어야 한댔어.”

비슷한 생각 중인지, 이주진이 아련하게 중얼거렸다.

“누가 그래?”

“우리 사촌 누나가. 10년 차 회사원이야.”

“아…….”

득도해도 이상하지 않을 연차였다. 과연, 이주진의 사촌 누나가 깨달은 진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 바닥에서도 통했다. 악당(villain)이라기엔 다소 허술했지만, 어쨌든 나쁜 짓을 저지른 한 명 덕분에 여럿이 돈독해진 것이다.

원래도 화목했던 하이파이브는 이제 서로에게 전우애마저 느꼈다. 그들은 누가 어떤 실수를 저질러도 결코 타박하지 않았다. 왜냐면 저희의 동료는 천사니까. 천사가 별거인가, 이상한 주술만 안 써도 천사나 마찬가지였다.

“다 쉬었으면 다시 맞춰 볼까?”

“응.”

한호성의 말에, 네 명이 연습 대형으로 섰다. 그들이 요새 한참 연습 중인 것은, 다음 달인 2월에 발매할 신곡이었다.

하이파이브의 여덟 번째 미니 앨범이자 제논 없이 발매하는 첫 앨범. 그것의 성과가 어떠할지는 아직 모를 일이지만 한호성은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여기엔 그럴 만한 근거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하이파이브의 인기가 안정적으로 발전 중인 까닭이다.

그룹 자체의 인지도도 많이 올랐고, 멤버별 개인 커리어도 잘 쌓이는 요즘이었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전전긍긍할 시기도 지난 것이다.

자신과 그룹의 가능성을 믿으며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기. 그게 한호성의 과제였다. 이전처럼 이래저래 머리 쓰며 근심 걱정할 필요 없이 우직하게만 노력하면 되니, 차라리 쉽다고 할 만했다. 그리고 한호성은 우직하게 노력하는 일에 제법 자신 있었다.

***

바쁜 만큼 보람찬 나날이 빠르게 지나갔다. 문득 깨닫고 보니 어느덧 뮤비 티저가 공개되기 사흘 전이었다.

티저의 반응은 멤버들과 함께 확인할 예정이었다. 부러 약속한 건 아니고, 그날도 종일 함께 있을 테니 자연스럽게 그리되는 것이다.

대신 오늘은 우영찬과 함께하는 날이었다. 짧은 만남이 되겠지만, 잠시나마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싶었다. 근래 자신뿐 아니라 우영찬도 바빠서 통화는커녕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올 때가 다 됐는데.’

한호성은 한 손에 머그 컵을 든 채 복도를 서성거렸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인터폰 힐긋 보고, 걸음을 옮기다 말고 또 인터폰을 확인하기를 저도 모르게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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