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空白 @emptyhampty
에효 컨트롤프릭이 차트인한 세계관에 살고 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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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白 @emptyhampty
솔직히 신곡 좋긴 한데 사건 생각나서 난 도저히 못듣겠음.. 근데 상관없는 사람들 많나보네ㅋㅋ......
후유링 @gndbfld987
솔직히 머 두 사람 원래 안 친한 건 알 사람은 아는 일 아니었남ㅇㅅㅇr’ 그래서 난 이제야 호들갑 떠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다네요,,, 님들도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엇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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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링 @gndbfld987
마져마져 그래서 난 호엇이 컨트롤프릭이란 말도 안 믿는다 왜냐? 호엇은 졔ㅖㅖ논한테 그정도의 관심도 없어요 이사람들앜ㅋㅋㅋ
우영찬은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자세한 사정도 모르는 것들이 웬 헛소리를 저렇게나 지껄이나 싶었다.
차라리 나름의 논리가 있어 한호성을 비난하는 사람은 그나마 나았다. 평소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호성을 아니꼬워하던 차에, 꼬투리 잡을 게 생겨서 신난 사람도 많았다. 공개 계정으로 이 정도이니 분명 비공개 계정으로는 더한 말이 오갈 터였다.
‘사회악 새끼들.’
심지어는 ‘한호성이 제논을 따돌렸다더라.’, ‘두 사람은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다더라.’라고 지껄이는 프윗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루머로 취급되는 분위기이긴 했다.
하지만 반복해서 외치다 보면, 거짓도 진실로 둔갑하는 법이다. 한호성에 관한 추문을 내버려 둬서 좋을 게 없었다.
‘이러니 한호성이 침울해하는 거였군.’
아무리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더라도 계속 욕을 들으면 상처받는 게 당연했다. 자신이 다 화가 나, 우영찬은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어후, 깜짝이야. 그나저나 넌 벼락치기 안 할 거야?”
“어.”
“그래도 한 줄이라도 더 읽지…….”
우영찬은 이주진의 권유를 무시하며 팔짱을 꼈다.
벼락치기 따위를 할 게 아니라, 좋은 수를 내야만 했다. 한호성에 관한 추문을 종식할 만한 좋은 수를.
***
방송 시작 30분 전, 우영찬은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세트장에 들어갔다.
세트장은 계단식 구조였다. 개중 연예인 게스트의 자리는 카메라에 가장 잘 잡히는 1열이었다.
“우와. 사람 많다.”
이주진이 촬영장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일반인 참가자의 수가 백 명에 달하니, 대형 강의실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그때, ‘생생 퀴즈쇼’의 막내 PD가 다가와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촬영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만 간단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싹싹한 대답에, 막내 PD는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아시다시피 저희 프로그램은 생방송이에요. 거기에 전 연령 시청 가능 등급이고요. 그래서 수위가 높은 멘트는 곤란하거든요. 잘못했다간 저희 메인 PD님이 옷을 벗는 수가 있어요……. 이 부분 특히 주의 부탁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마이크 테스트는 마치셨죠? 만약 음향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이 버튼을 눌러 주세요. 소형 무전기인데, 음향 팀한테 바로 연락 갈 거예요.”
그 외에도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늘어놓은 막내 PD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막내 PD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와 교대하듯, MC를 맡은 아나운서가 촬영장에 들어섰다. 그러자 곧 방송이 시작된다는 실감이 났다.
설이태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후. 생방송 무대랑은 느낌이 또 다르네…….”
“…….”
“우영, 아니 제논. 넌 괜찮아?”
“어.”
어차피 우영찬으로서는, 녹화 방송이나 생방송이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설령 자신이 생방송에서 대형 사고를 치더라도 욕은 제논이 먹을 테니 부담감도 없었다.
“좋겠다, 대범해서. 그래도 적당히 긴장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 그래야 안 실수하지.”
“너나 조심해. ‘우영찬’이라고 부르지 말고.”
우영찬은 활짝 웃으며 설이태에게 귓속말했다. 타인이 입 모양을 읽지 못하도록. 그에 설이태가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해. 웃어.”
“……너 진짜…….”
“뭐가.”
“걔랑 은근히 닮았어.”
‘걔’란 김제국일 터였다. 우영찬은 인상을 찌푸릴 뻔했다가 가까스로 표정을 관리했다. 자신이 도대체 그 민폐 덩어리의 어디와 닮았다는 건가.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으로도, 자신과 김제국은 영 딴판인데 말이다.
불쾌해하는 한편 의아해하는데, PD가 촬영 시작 5분 전을 알렸다. 우영찬은 자세를 바로 하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
한호성은 TV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 집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TV도 커다랬다. 드넓은 거실과 커다란 창, 다섯 사람쯤은 동시에 앉아도 될 법한 소파. 그 사이에 있으니 균형이 맞아 보이지, 만약 하이파이브의 숙소에 이 TV가 있었더라면 무척 부조화하였을 것이다.
이렇듯 환경만 놓고 보면, 이전과 비교하는 게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다. 비록 신세 지는 처지라고는 해도 이 좋은 집에서 지낼 수 있다니. 태어나 처음으로 누려 보는 호사였다.
‘내가 정말 영찬이한테 큰 도움을 받고 있구나.’
한호성은 TV 속 우영찬을 보며 생각했다. 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좋을까. 제논 몫의 정산금을 주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성의 표시를 제대로 하고 싶었다.
‘수영복을 수집하는 것 같으니 수영복을…… 아니지. 더 좋은 걸 해 줘야 하는데.’
잘해 주고픈 마음은 만만한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이 이어지다가도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한호성은 눈꺼풀을 느리게 깜빡였다. 자신이 왜 이렇게 멍한지 모르겠다. 걱정하던 것도 잘 해결되었고, 생활의 질도 확 좋아졌는데 즐겁지 않았다.
“후…….”
종잇장처럼 구겨진 마음이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억지로 펴 봤자, 구겨진 자국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인가.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지금만 하더라도, 기껏 TV를 켜 뒀음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중이다.
땡, 탈락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이번 문제가 어려웠나 봅니다. 열세 분이나 탈락하셨네요. 아, 이주진 씨도 탈락하셨군요.’
‘하하……. 아쉽네요.’
어색하게 웃는 이주진이 화면에 잡혔다. 한호성은 애써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생생 퀴즈쇼’를 시청했다.
‘이로써 총참가자 104명 중 54명이 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인생도 게임도, 기회가 단 한 번밖에 없다면 너무나 아쉽겠죠.’
탈락자들이 입 모아 ‘네’를 외쳤다.
‘탈락자의 수가 과반수이니 패자 부활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MC가 선언하자, 화려한 조명이 세트장을 어지러이 비추었다. 이어 우영찬과 설이태의 모습이 잡혔다.
‘스타 게스트 중 아직 탈락하지 않은 두 분께서 스피드 게임을 진행해 주시겠습니다. 문제는 총 11개. 한 문제당 5명이 부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1문제를 전부 맞추면 전원 부활할 수 있겠죠?’
‘이해했습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MC가 웃는 낯으로 농담을 던졌다.
‘여러분의 어깨에 54명이 얹혀 있습니다. 반반 나누면 한 분당 27명을 맡게 되시겠군요. 하하, 어떠십니까. 긴장되시나요?’
‘예.’
‘아니요.’
각각 설이태와 우영찬의 답이었다. 패기 넘치는 우영찬의 태도에, MC는 물론 설이태마저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이야, 제논 씨.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자신감의 비결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글쎄요. 그건 지금 당장 답하기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차차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패기 넘치는 자세 아주 좋습니다. 만약 문제를 전부 맞혀 전원 구출에 성공하면, 보상으로 전화 찬스가 주어집니다. 상금 삼백만 원에도 한 발짝 가까워질 테고요. 그럼 준비되셨나요?’
‘네.’
설이태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반면 우영찬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할 정도로 태연했다.
‘스피드 게임이니만큼 한 문제당 제한 시간은 5초입니다. 두 분 중 아무나 먼저 대답해 주시면 됩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 초시계가 떴다. 똑딱똑딱똑딱, 사람을 촉박하게 만드는 초시계 효과음은 덤이었다.
‘북유럽 신화의 뇌신(雷神)으로, 묠니르라는 이름의 망치를 휘두르며 오늘날 Thursday의 어원이 된 이 신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토르!’
‘제주도의 한라산 봉우리에 있는 화구호의 명칭은 무엇일까요?’
‘백록담.’
‘1920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서 독립 선언일로 지정,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대한민국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생일’이라고 이르신 이 법정 기념일은 무엇일까요?’
‘삼일절!’
우영찬과 설이태가 번갈아 문제를 맞혔다. 그렇게 일곱 번째 문제까지는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한데 여덟 번째 문제부터 급격히 어려워졌다.
‘끝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는 이 현상을 무어라 할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미완성 효과’라고도 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
우영찬이 정답을 외쳤다. 정답, 정답, 정답의 향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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