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타 스위치 스캔들-63화 (63/123)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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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차 안, 우영찬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근래 가장 이슈가 된 사건답게, 입장문을 올리자마자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속속들이 퍼져 나간 모양이었다. 제 라이브 방송도 캡처되어 자막까지 붙은 상태로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HIT] 제논 라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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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36 병원에서 소리지르는 거 무슨 약 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는데 찐?ㄷㄷ

user37 윗댓 그냥 약이라고 하면 오해하기 딱 좋잖아;; 특정 약물에 알러지 있는 사람 은근 많음

user95 어우 뭐가됐든 드디어 본인 나와서 속 시원하네

user146 한호성은 왜 안 나옴?

user182 이럴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컨트롤프릭은 개뿔ㅋㅋㅋㅋㅋㅋ

user235 애초에 저걸 믿은 사람들은 아이큐가 대체 몇인거냐ㅋㅋㅋㅋ

user257 헐 근데 멀미약 무섭다... 저거 제약회사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님?

user258 제약회사 고소를 왜 함? 자기가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 있는 거 알면서 성분표 확인도 안 하고 약 먹은건데 본인 잘못이지

user284 그래도 자기 잘못 인정은 잘하네 그건 호감이다ㅇㅇ

user349 이 타이밍에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제논 마스크 진짜 독보적이고 매력적이다,,, 마음고생하느라 수척해진 건 안쓰러운데 그것마저 퇴폐적일 일이냐고ㅋㅋㅋㅋ

user352 제논 퇴폐미는 옛날부터 유명했지 오죽하면 동태눈깔조차 퇴폐적이라고 빨아줫겠음ㅋㅋㅋ

대체로 ‘제논’의 해명을 믿는 듯한 분위기였다. 의심을 거두지 못한 사람도 있기는 했다. ‘한호성 혹은 소속사가 제논에게 해명을 강요한 게 아니냐.’라는 식이었다. 어쨌거나 대세는 우영찬의 뜻대로 흐르고 있었다.

제목: 하노성이 무슨 개쩔어주는 심리술사도 아니고

본문: 멤버를 어케 컨트롤함ㅋㅋㅋㅋㅋ 솔직히 논제가 컨트롤한다고 컨트롤될 성격은 아니잖음

˪논제도 진짜 보면 볼수록 성깔있어

제목: 걔는 세뇌당했다기엔 눈빛에

본문: 돌아버린 총기가 있음 세뇌당한 눈빛 절대 아님ㅋㅋ 저런 눈빛 가진 놈들은 애초에 쉽게 세뇌당하지도 않음

˪결국 돌아버렸다는 뜻 아니냨ㅋㅋㅋㅋ

˪(작성자) 아니 그냥 돌아버린 거랑 세뇌되어서 돌아버린 거랑은 눈빛이 다름

˪아 뭔소린지 알것같아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

제목: 왕따설까지 나오나본데 왕따 유경험자로서 말해준다

본문: 그 리더가 그 멤버 왕따시킨 거 아님

왜냐고?

왕따당했으면 가해자 그렇게 두둔 못해줌

나같으면 더 좆되보라고 있는 거 다 털었을거임

나서서 실드쳐준다는 거 자체가 사이 괜찮다는 증거

˪힘내라

˪리더한테 가스라이팅당해서 그런거라면?

˪가스라이팅 그렇게 쓰는 단어 아님

˪컨트롤프릭 다음엔 가스라이팅이냐 새로 배운 단어 활용해보고 싶어서 방구석에서 난리가 났지 아주ㅋㅋㅋ

치케 @c1wmzpdlzm

제발 얘들아 이번 기회에 팬픽과 현실을 구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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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케 @c1wmzpdlzm

호셩셩 컨트롤프릭 설정 팬픽을 즐겁게 봤나 본데 그거 현실 아니에요 제발 좀;;

졸업시켜줘 @lskdhai

이제라도 풀려서 다행이긴 한데 소속사 대처는 여전히 아쉬운... 라방은 그렇다쳐두 초반에 입장문이라도 잘 쓸 순 없었던 걸까ㅠㅠ

˪PickUp @vlrdjq890

소솔히에 뭘 바래요ㅋㅋㅋㅋㅋ 그래도 2차 입장문은 잘 써서 다행이에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어 프위터까지 둘러볼 때였다. 차가 부드럽게 멈추었다.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차창 밖을 보니 어느새 주차장 안이었다. 우영찬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전 비서도 이만 들어가죠.”

“예, 도련님.”

본래 우성한의 수행 비서인 전 비서는 현재, 우영찬의 운전기사 역할 중이었다. 우영찬은 혀를 가볍게 찼다. 자신이 운전하면 여러모로 편리한데, 김제국에게 운전면허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내가 김제국의 몸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할까.’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국가 공인 면허 시험에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격이라 썩 내키지 않았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당분간 전 비서의 힘을 빌리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우영찬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생체 인식을 거친 후 현관문을 열자, 반가운 부름이 들려왔다.

“영찬아!”

복도 저 끝에 서 있던 한호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우영찬은 미소하며 물었다.

“뭐 하고 있었어.”

“방금 일어났어. 나 몇 시간이나 잔 거야?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안 나.”

“차 타자마자 잠든 것 같은데. 내 차 탄 것까진 기억나?”

“음……. 어렴풋하게는 나. 근데 잘은 모르겠어. 왜 이렇게 머릿속이 흐리지?”

“맥주 마셔서 필름 끊긴 거 아니냐?”

“아냐, 그래 봤자 몇 모금 안 마셨어. 내가 그 정도로 주량이 약하진 않은데…… 이상하네.”

한호성이 민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우영찬은 그런 그가 가여웠다. 비단 술 때문이 아니라, 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기에 기억이 온전찮은 듯싶어서였다.

“너, 그럼 당분간 나랑 같이 살기로 한 건 기억하냐?”

“……어? 내가 그랬어?”

“응.”

우영찬은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호성이 가여운 건 가여운 거고, 이 기회에 동거 도장을 찍어 둬야겠다. 한호성으로서도 호텔을 전전하는 것보다 집이 편할 터였다.

“내가 그랬던가? 아닌데…….”

호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여간에 누가 아이돌 아니랄까 봐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귀여웠다. 우영찬은 그의 허리에 은근슬쩍 팔을 두르며 거실로 향했다.

“어차피 당분간 숙소 생활 못 한다며.”

“응, 그건 그렇지만…….”

“그럼 어디에서 지내나 상관없는 거 아닌가?”

“네가 번거로우니까 그러지. 너도 몸을 되찾았으니 이제 일상생활해야 할 텐, 아니 잠시만.”

한호성이 걸음을 뚝 멈췄다. 이제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제논의 몸을 한 우영찬이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 돌아왔다. 아, 정확히는 떠나온 건가?”

“너, 너 또……!”

“어쨌든 빙의 성공.”

손가락으로 브이까지 그려 보이자, 한호성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우영찬이 얄미운데 미안하기도 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너무 뭐라 하지 마. 빙의한 덕분에 깔끔하게 해명할 수 있었으니까.”

“해명을 했다고……? 그새?”

“어. 정말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나 보네. 아니면 인터넷을 안 본 건가?”

우영찬의 말에, 한호성이 침실로 달려갔다. 제 핸드폰을 찾으려는 모양이었다.

다시 거실로 나온 호성이 진지한 낯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인터넷 반응을 살피는 중일 터였다.

우영찬은 그를 말릴까 하다 그만두었다. 그래 봤자 한호성의 궁금증만 더 커질 뿐이고, 어차피 언젠가는 확인할 반응이었다.

“어때. 나쁘지 않지?”

“…….”

“한호성?”

“어…….”

대답인지 신음인지 모를 연약한 목소리였다. 영 상태가 좋지 않은 게, 저러다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을 듯싶었다. 우영찬은 한호성을 데려다 소파에 앉혔다.

“무슨 나쁜 댓글이라도 봤어?”

“아, 아냐. 다 괜찮아. 진짜 괜찮아서…… 놀라서 그래.”

“내가 말했잖아. 너 절대 안 망하고, 다 잘 해결될 거라고.”

“……응.”

한호성의 목소리가 울먹울먹했다. 이러다 또 울세라, 우영찬은 그의 어깨를 끌어당겨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고마워, 영찬아. 정말 고마워…….”

“너한테 감사 인사 받는 것도 좋긴 한데, 지나치게 고마워할 것까진 없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우영찬은 한호성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 큰 눈망울이 축축한데 용케 눈물을 흘리진 않는다. 그런 모습마저 기특해 보이는 게, 아무래도 제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 모양이었다.

“전에 말했지. 난 하기 싫은 건 안 한다고. 진짜 싫은 일이었더라면 네가 억지로 시켰더라도 안 했을 거라니까.”

“그래도 고마운 걸 어떡해. 아무리 고맙다고 말해도 부족할 것 같아. 진심으로 고마워, 영찬아.”

“그럼 차차 보답하든가. 나도 계속 고맙다는 말 듣기 좀 그러니까.”

“으응.”

자신이 불편해하는 줄 알았던지, 한호성이 입을 얌전히 다물었다. 결연하기까지 한 입매가 퍽 귀여웠다. 우영찬은 배 속에서 날뛰는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한호성의 머리칼을 흐트러뜨렸다.

“식사는 했어?”

“아직.”

“뭐라도 시켜 둘 걸 그랬군. 호텔에서는.”

“어…… 그러고 보니까 호텔에서도 안 먹었네.”

우영찬은 대번에 눈썹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마음고생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끼니까지 걸렀다간 몸이 축날 터였다.

“뭐 먹고 싶어.”

“안 먹어도 괜찮아. 배가 안 고파서.”

“한식? 아니면 이탈리안이나 일식?”

한호성이 입술을 달싹였다. 또 안 먹겠다는 소리나 할 게 뻔해, 우영찬이 먼저 선수 쳤다.

“나도 아직 저녁 먹기 전이다. 같이 먹어 줘.”

“그럼…… 그럴게.”

“스테이크는 어때. 아니면 해산물도 괜찮고.”

“난 아무거나 괜찮아. 네가 먹고 싶은 거로 먹자.”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12첩 반상을 받고 싶다고?”

“……백반은 어때?”

“좋아.”

결국 한호성에게서 대답을 듣고야 말았다. 우영찬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인터폰을 통해 주문을 넣었다.

***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우영찬은 집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한호성은 순순히 그를 따라 집 구경을 시작했다.

“여기는 드레스 룸.”

“우와. 설마 저게 다 수영복이야?”

“응.”

“신기하다. 시계나 넥타이 수집하는 사람은 봤지만 수영복 수집하는 사람은 처음 봐.”

“딱히 수집한 건 아닌데. 아, 이런 건 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우영찬이 흰색 수영복을 한호성에게 대어 보았다. 그런 그가 묘하게 들떠 보여, 호성은 웃음을 삼켰다. 어째 우영찬이 처음으로 집에 친구를 초대한 어린아이 같아 보였다. 덕분에 자신도 처음으로 친구 집에 놀러 간 어린아이처럼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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