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타 스위치 스캔들-57화 (57/123)

#57

“뭐? 무슨 병원?”

“정신과 상담 예약해 뒀어.”

“형이 거길 왜 따라가?”

“보호자 역할 하러. 어차피 스케줄 펑크 나서 할 일도 없잖아.”

문해일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뱉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한호성은 그를 달래듯 덧붙였다.

“영수는 주진이 촬영장 데려다줘야 하고, 대표님은 안 그래도 바쁘시니까. 공지 작성하랴, 업체마다 사과 전화 돌리랴. 거기에 스케줄까지 조정하려면 얼마나 힘드시겠어.”

“……후.”

문해일은 화를 눌러 참으며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저 문 너머에 이 사태의 원흉이 있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한 줄기 이성이 문해일을 붙들었다.

한호성은 다 이해한다는 듯 문해일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 좀 나아지겠지.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

“잘 다녀와, 형.”

멤버들이 대답했다. 한호성은 그들을 뒤로하고 작은 방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며 한호성이 말했다.

“제논, 병원 가자.”

***

제논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호성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도 않았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한호성은 제논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병원에 들어섰다. 제논은 자기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한호성에게 이끌려 가는 중이었다. 걷고는 있지만 고작 그뿐. 소통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호성은 꿋꿋이 제논에게 말을 걸었다.

“예약까진 내가 했지만 접수는 대신해 줄 수 없어. 카운터에서 접수하고 와.”

“…….”

“제논. 아니, 제국아…….”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는 그를 보자, 명치가 콱 조여들었다. 한호성은 끊어질 뻔한 이성을 겨우 붙들었다. 하지만 표정을 관리할 여력까지는 없었다. 한호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겐 도움이 필요해. 그 도움을 내가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잖아. 넌 의사를 만나야만 해.”

“…….”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까 대답 좀…….”

“……싫어.”

드디어 제논의 입이 열렸다. 그에 어떠한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제논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싫어! 다 싫다고!”

여러 사람이 오가는 병원 로비인지라,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다. 주목받은 제논은 더더욱 당황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한호성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제논, 진정해. 알았으니까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

“어차피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어!”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해? 나도 있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도와줄 거야.”

“다 필요 없어, 아아아아악!”

병원 로비에 제논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그 바람에 환자와 보호자와 병원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쪽을 쳐다봤다. 그중 몇몇은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동영상을 촬영 중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 안 돼.’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제논을 알아볼 터였다. 이렇게 난동 부리는 모습이 찍혔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두려웠다.

“일단 가자, 제논. 가야 해.”

“아, 아악……!”

제논은 소리 지르다 못해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의학적 소양이 없는 한호성마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공황 증상이었다.

그의 증세가 옮기라도 한 듯, 한호성도 퍼뜩 공포에 질렸다. 눈앞이 컴컴해지며 몸이 쑥 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제논의 떨림부터 진정시켜야 할 듯싶어, 한호성은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내가 미안해. 억지로 데려와서 미안해…….”

호성은 제논을 와락 끌어안고 두서없이 중얼거렸다.

“이제 가자. 숙소로 돌아갈 테니까 떨지 마. 이제, 이제 괜찮으니까…….”

이제 괜찮다니, 아무리 달래기 위함이라지만 이런 말을 내뱉어도 되는 걸까.

한호성은 쓰게 웃었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사람 많은 장소, 그것도 병원에서 이런 소란을 피웠으니 나쁜 소문이 퍼져나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 나는 여기까지겠구나.’

퍼뜩 든 예감에, 한호성은 이번에야말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어째서 나쁜 예감은 꼭 들어맞는 걸까.

어째서 자신은 잘되다가도 고꾸라지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이 속한 그룹엔 비상식적인 멤버가 있으며, 그가 사고를 치고 마는 것인가…….

‘나는 애초부터 될 사람이 아니었던 거야.’

무수한 의문의 답은 그렇게 귀결되었다. 자신은 아이돌로서 성공할 주제가 못 됐고, 여태까지가 분수에 넘치는 호강을 누린 것이라고. 옛날부터 이따금 하던 생각이 오늘날 다시금 설득력을 얻었다.

한호성은 숨죽여 울었다.

자신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는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다. 병원에서 소동을 일으킨 지 불과 반나절 만에,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 것이다.

-‘하이파이브’ 제논, 대형병원서 난동... 환자 등 수십 명 “충격”

-“넌 의사를 만나야만 해” 한호성, 정신과 진료 강요 의혹

-‘대형병원 난동 인기 아이돌’ 현장에서 도주... 네티즌의 비난 이어져

정신없이 숙소로 도착했을 땐 이미 인터넷 기사가 발행된 후였다. ‘하이파이브의 제논이 대형 병원 로비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로 인해 환자 등 수십 명이 충격을 받았다.’라는 사실에 ‘제논이 난동을 부린 이유는 같은 그룹의 리더 한호성이 정신과 진료를 강요했기 때문이다.’라는 루머가 덧붙은 채로.

기실 루머라 할 수만은 없었다. 자신이 제논에게 정신과 상담을 강권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한호성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이 제 잘못이었다. 제논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그가 세상과 소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서두르고 말았다.

‘난 그냥 잘해 보고 싶었을 뿐인데…….’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변명하다, 한호성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는 침대를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잔뜩 찍혀 있었다. 도저히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아 미뤄 버리고, 한호성은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상황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게시글을 클릭하기 직전, 호성은 멈칫했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자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아니오’였다.

하지만 궁금증이란 독과도 같아서, 반응이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 지금 논란된 돌은 왜 그런 거야?

본문: 뭐 더 밝혀진 거 없어?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멤버가 정신과 진료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던 거야?

˪원래 멘탈 약한 편이긴 했음 근데 올해 들어서 점점 나아졌는데... 왜 데려갔는지 모를

˪아직 밝혀진 거 없음ㅋㅋㅋㅋ 지가 전문가도 아닌데 진짜 왜 데려갔는지 모를22

제목: 소속사 왜 아직도 입장 발표 안 하냐

본문: 해명하기 어려운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 일 참 특이하게 하시네ㅋㅋㅋ 좆소라 그런가

제목: 핞ㅗ성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

본문: 이렇게 빨리 터질 줄은 몰랐지만ㅋㅋㅋㅋㅋ

˪제목 뭐임;

˪˪응 오타~

˪헐 뭐 아는 거 있어?

˪˪처음 데뷔할 때부터 눈빛이 쎄했음ㅋㅋ

일부러 눈을 흐릿하게 뜨고 반응을 읽어 내리던 한호성은 맥이 탁 풀렸다.

어쩌면 자신은 궁금증 때문이 아닌, 기대심에 인터넷을 확인한 걸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자신을 두둔하는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혹시나가 역시나였지만 한호성은 웹서핑을 멈추지 않았다. 호성은 목적도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그때 조회 수가 유난히 높은 게시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TOP] 현재 논란 중인 H그룹, 새롭게 밝혀진 리더의 ‘컨트롤 프릭’ 정황

먼저 용어부터 알아보자. 컨트롤 프릭(control freak)이란? 사전적 의미는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는 사람’으로, 통제광을 뜻한다. 이들은 상대가 자신의 기준을 벗어날 경우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현재 H그룹의 리더 H가 컨트롤 프릭이라는 정황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팬들은 이미 ‘H가 특정 멤버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한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못 믿겠다면 자료를 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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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쇼케이스 당시, J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H. 단순히 리더로서 멤버를 챙긴다기엔 어딘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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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다른 이와 대화하기만 해도 불안해하는 H. 심지어는 J가 팬과 소통하자 안절부절못한다. 공식 일정 도중이었음에도. (위 사진은 쇼케이스의 Q&A 코너를 진행할 때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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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통제 성향은 예능 촬영 때도 예외가 아니다. ‘어른이 놀이터’ 촬영 당시, J가 제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면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H. 그 때문에 J는 H 외 다른 출연진과 대화할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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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은 J의 라이브 방송을 캡쳐한 것으로, 각각 다른 날짜에 촬영한 것이다. 무언가를 알아차렸는가?

J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은 H가 있을 때뿐이다. 악의적인 편집이 아니다. 실제로 H그룹의 지난 라이브 방송을 확인하면 위의 캡쳐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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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음악방송 혹은 행사 무대에서도 J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상하리만치 J의 곁을 맴도는 H. 과보호를 넘어, 감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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