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스타 스위치 스캔들-25화 (25/123)

#25

“아, 같이 셀카 찍자고? 그래.”

한호성은 거리낌 없이 응낙했다. ‘같이 셀카 찍자는 얘길 뭘 그렇게 비장하게 해.’라고 덧붙이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성은 또다시 옷장 맨 아래 칸을 뒤적였다. 그곳이 머리띠를 보관하는 칸인 듯, 별별 머리띠가 튀어나왔다.

“뭐 할까? 화관? 토끼 모자?”

한호성이 토끼 모자에 연결된 줄을 누르자, 토끼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신기하긴 했지만 우영찬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사슴뿔.”

“이거?”

한호성이 머리띠 하나를 들어 보였다. 그의 머리카락 색보다 짙은 갈색의 사슴뿔이 붙은 머리띠였다.

“이런 거 말고 리본은 어때? 네가 빨간색 리본 했으니까 난 파란색으로.”

“아니. 무조건 사슴뿔.”

우영찬은 굳건히 주장했다.

안 그래도 꽃사슴처럼 생긴 한호성이 사슴뿔 머리띠까지 쓰면 얼마나 잘 어울릴까. 그 모습을 꼭 봐야만 직성이 풀릴 듯싶었다.

“이건 너무 무난하지 않아?”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한호성은 머리띠를 썼다.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사슴뿔이 뿅 튀어나왔다. 가짜 뿔이지만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였다.

‘귀여워.’

우영찬은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러지 않는다면 감상을 여과 없이 말해 버릴 것만 같았다.

“왜 그래? 괜찮아?”

“어, 아무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리본과 사슴뿔이라니, 조합이 무언가 이상한데.”

한호성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도 머리띠를 벗지 않았다. 그는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우영찬에게 다가왔다.

“그럼 찍을게.”

호성이 핸드폰을 든 팔을 길게 뻗었다. 그는 전면 카메라가 아닌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곤 하기에, 자신이 어떻게 찍히는 중인지 알기 어려웠다. 우영찬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알 수 없어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 끝에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다.

“다른 포즈 해 볼래?”

“어떤 거.”

“그냥, 이런 거.”

한호성이 이런저런 자세를 보여 주었다. 손가락으로 V를 그리는 방법이 이리도 다양하다는 걸, 우영찬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오, 잘 나왔다.”

실컷 사진 찍은 후, 한호성은 결과물을 보며 뿌듯해했다. 우영찬은 그의 핸드폰을 슬쩍 쳐다봤다.

“이건 별로인데.”

“왜?”

“사슴뿔이 잘렸잖아.”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머리띠가 이렇게 커다란데 어떻게 한 프레임에 전부 담겠어.”

사슴뿔이 잘리지 않으면 리본이 잘리고, 리본이 잘리면 사슴뿔이 잘리지 않는 식이었다. 우영찬이 보기엔 전자보다 후자가 나았다.

“이걸로 올려.”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 너 표정이 좀 굳은 것 같은데.”

“난 상관없다.”

“그래, 그럼 이렇게 네 장 올릴게.”

한호성이 사진을 골라 보여 주었다. 우영찬은 대충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제국이야 어떻게 찍어도 음침해 보이고, 한호성은 어떻게 찍어도 귀여우니 아무래도 좋았다.

‘……아.’

별안간 벼락같은 깨달음이 우영찬을 덮쳤다. 그러고 보니, 아이돌 한호성이 아닌 사람 한호성을 귀엽다고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야. 한호성은 지금 팬한테 보여 줄 사진을 찍은 거다.’

그러니 아이돌로서 일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조금 전에 한호성도 말하지 않았던가, ‘머리띠까지 썼는데 사진 한 장 안 찍는 건 심각한 직무 유기’라며 말이다.

열심히 직무 중인 사람을 보고 감탄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즉, 자신은 이상하지 않았다.

단숨에 결론을 내린 우영찬은 한숨을 삼켰다. 어째서인지, 싱크홀에 빠지기 직전에 겨우 발을 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한호성은 사진과 함께 올릴 글을 쓰고 있었다. 우영찬은 그의 하는 양을 지켜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런데 사진은 어디에 올리는 건데?”

“SNS에.”

“어떤 SNS? 온스타인가.”

“하이파이브 공식 계정마다 올려. 온스타에도 올리고, 프위터도.”

프위터라면, 우영찬이 해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아는 SNS였다.

“거긴 유저 수가 적다고 알고 있는데. 사진을 올리면 누가 보긴 하나?”

“엄청 보지. 다른 SNS에 비해 유저 수가 적은 건 맞는데,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거든.”

“아.”

꼬리에 꼬리를 물듯 또 다른 궁금증이 떠올랐다. 우영찬은 한호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근데 SNS 관리는 보통 홍보 팀에서 하지 않나.”

“……그런 회사도 있고, 아닌 회사도 있고.”

“흠.”

하기야 보컬 트레이너부터 운전기사 인력까지 부족한 회사에 자신이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 싶었다. 더 묻지 않으며, 우영찬은 한호성의 말을 곱씹었다.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SNS라고……?’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프위터에 대한 흥미가 일었다.

***

그날 밤, 우영찬은 프위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다.

사정상 본인 인증이 어려운 그였지만, 가입 절차가 워낙 간소한 탓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무사히 프위터에 가입한 우영찬은 텅 빈 타임라인을 노려보았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잠시 생각한 끝에 우영찬은 검색창에 ‘하이파이브’를 입력했다. 그러자 곧바로 하이파이브 공식 계정이 나왔다.

하이파이브(HIGH-5) @HIGH5_offical

오랜만에 써 본 머리띠! 클랩에게 선물 받은, 행복했던 그 날의 기억까지 소록소록 떠올라요(리본 이모티콘) (사슴 이모티콘) #하이파이브 #HIGH_5 #한호성 #제논

짧은 문장과 함께, 오늘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우영찬은 흐뭇한 기분으로 사진을 감상했다. 사슴 머리띠를 쓴 한호성은 다시 봐도 정말 귀여웠다.

그리 생각한 건 우영찬뿐이 아닌지, 멘션이 와글와글 달려 있었다.

˪귀여워ㅠㅠㅠ

˪호성아 사냥꾼 조심해! 꽃사슴인줄 알고 잡혀가면 어케

˪Long time no see, JAENON! I hope to see you EVERYDAY♡

˪ㅁㅊㅁㅊㅁㅊ악 호성아악ㅠㅠ 너무 이뻐

˪헉 이거 설마 신곡 컨셉 스포??

“오.”

우영찬은 감탄을 토했다.

상상 이상으로 뜨거운 호응이었다. 유저 수라면 프위터가 훨씬 적을 텐데, 어째 위튜브보다도 좋은 반응이 많은 듯싶었다.

덕질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SNS라는 게 이런 의미일까. 이런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우영찬으로선 모든 게 흥미로웠다. 그는 손 가는 대로 프위터를 탐방했다.

‘이게 팔로우 버튼인가.’

처음엔 조금 헤맸지만, 여타 SNS와 사용법이 비슷해 어렵진 않았다. 금세 적응한 우영찬은 팔로우 버튼을 마구 눌렀다. 하이파이브 공식 계정을 시작으로, 예쁘게 보정한 사진을 올리는 계정과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계정, 팬아트를 올리는 계정이 우영찬의 팔로잉 목록을 채웠다.

‘진짜 잘 그리네.’

우영찬은 카툰 그림체로 그려진 팬아트를 보며 감탄했다. 언뜻 낙서 같은데도 한호성의 특징점은 놓치지 않은 게 신기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노래하는 한호성을 수채화로 그렸다. 수채화 특유의 맑고 투명한 느낌이 그와 무척 어울렸다.

이런 팬아트가 심지어 한두 장이 아니었다. 손가락을 조금만 놀리면 온갖 예쁜 사진과 팬아트가 튀어나왔다.

어째, 자신만 몰랐던 금광을 뒤늦게나마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우영찬은 정신없이 프위터에 빠져들었다.

***

‘덕질.’

좋아하는 것에 심취하여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

우영찬은 그 단어를 상기하며, 자신의 팔로우 목록을 확인했다. 하루 만에 세자릿수를 달성한 팔로우 수가 어느덧 300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덕질을 하고 있나?’

그동안 개념으로만 알았던 ‘덕질’을, 자신이 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전부터 어렴풋이 깨닫긴 했지만 애써 외면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한호성에게 입덕한 건가?’

상당히 늦은 감이 있는 자각이었다. 어렴풋이 아는 사실을 마주하기 싫어 모른 척하다 보니 결국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더는 모른 척하기도 어려웠다.

‘태어나서 처음 좋아하게 된 연예인이 하필이면 한호성이라니.’

물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우영찬은 어쩐지 진 듯한 느낌이었다. 싸운 적도 없으면서 패배감을 느끼는 게 우습다는 건 알아도, 여러모로 심란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 기미는 여전히 눈곱만큼도 없었다. 주술에 대한 조사도 지지부진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지금은 덕질 따위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달리 할 것도 없었다. 덕질을 안 한다고 해서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제논 신세라면, 하고픈 거라도 마음껏 하는 게 나을 성싶었다.

제 욕심껏 결론 내린 우영찬은 프위터를 켰다.

세이호 @say_ho_sung

오늘 오후 6시 티저공개 개같이 대기중.

챈 @chaen777

3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영화 한 편 보고 오면 뚝딱이지

아가밤비가세상을지배한다 @Bambi_rules_the_World

아 ㅈㅂㅈㅂ 뮤비 잘 뽑히면 좋겠다 정화수 떠놓고 기도중ㅠㅠ 이번 활동 중요한 거 말해뭐해

|

아가밤비가세상을지배한다 @Bambi_rules_the_World

ㅅㅅㄹ엔터 ㅈㅅㅎ대표님 믿습니다 사실 안믿는데 티저 공개되기 전까진 함 믿어드림

그러고 보니 오늘은 7집 미니 앨범의 1차 티저 공개일이다. 우영찬도 알고는 있었으나 딱히 관심 없었다. 모두가 새로운 떡밥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때, 그만이 과거의 떡밥을 줍는 중이었으니.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2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