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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173)화 (171/201)

새벽이 된 시각 모르젠트 빌딩 앞은 분주했다. 비가 오는데도 우비를 입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거치대에 올려놓고 로비만을 찍고 있었다. 그곳은 길드 경호원들이 쫙 깔린 상태로 틈새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수많은 기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한 사람이 떨어지는 빗물을 훑어 내리며 투덜거렸다.

“적어도 한마디라도 딸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비가 이렇게 오는데 내내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자니 허리가 다 쑤시네.”

“그럼 들어가, 새꺄.”

옆에 있던 사람이 카메라를 조작하며 대답했다. 남자는 쳇- 혀를 찼다. 여기서 돌아가는 건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이었다.

“인터뷰 가능은 할까?”

“지키고 서 있는 거 안 보이냐. 작정하고 막고 있잖아.”

“아니 광덕 게이트 사건의 메인을 데려가면 어떡해? 지금 전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일 아니냐고. 인터뷰라도 한번 해 주든가. 사람들 다 쫓아오게 만들고.”

“정한솔 형이라잖아, 형. 어린애가 놀라 가지고 기겁해서 울고불고 난리라는데, 우선 가족부터 무사한지 빨리 확인시켜 줘야지. S급이 난리 치면 큰일이잖냐. 특히 정한솔은 게이트 트라우마도 심하고.”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모르젠트는 하여간 융통성이 없어. 근데… 그 남자는 몇 등급이래냐. 들었어?”

“우리 쪽 기자가 생존자 인터뷰했는데, 못해도 A급으로 보인댄다.”

“아이씨, 차라리 그쪽 인터뷰나 하러 갈걸.”

“그러게. 이제 슬슬 춥다.”

두 기자는 설렁설렁 서서 시시덕거리며 잡담을 나눴다. 어제저녁에 터진 광덕역 게이트 사건은 지금 대한민국 초미의 관심사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이 한 각성자의 영웅적인 모습을 직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트 안 사람들은 일제히 ‘정희수’에 대해 말하고 있었고, 그가 방패를 꺼내 자신들을 지켜 주었다고 말했다.

정희수는 정한솔의 형으로 얼굴이 꽤 알려진 남자였다. 알음알음 인터넷상에 떠도는 얼굴로 헌터X헌터는 정한솔과 같이 있는 정희수의 사진을 퍼 나르며 업적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기자는 휴대폰으로 그것들을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엠바고는 언제 풀리냐. 벌써 소문 쫙 났네. 뭔 이미 전국민이 다 아는 사건에 엠바고를 걸어대. 각본도 권력남용이 심하다니까.”

“모르젠트에서 아직 말이 없다나 봐. 광덕역에서 차해준이랑 백루찬이 사라졌잖아.”

“게이트만 터진 게 아니라 무슨 문제가 있었나….”

“글쎄. 인터뷰를 해 줘야 알겠지.”

기자는 한숨을 내쉬며 경호원들이 둘러싼 로비 입구를 바라봤다. 진짜로 슬슬 철수해서 생존자 인터뷰를 따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이었다. 로비에서 다급히 나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기자는 화들짝 놀라 카메라를 확대했다.

나오는 사람은 모르젠트 부길드장 홍희였다. 단발머리 소녀는 굳은 얼굴로 경호원들에게 무어라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모르젠트 앞을 가득 채운 기자들을 뒤로 밀기 시작했다.

“참나 진짜! 거 모르젠트 억압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한 말씀만 해 주시죠!”

기자들이 저마다 거치대로 설치해 둔 카메라를 급히 들어 올리며 소리쳤지만 홍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한곳으로 몰아내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거 각본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자기네 길드원이라지만 전 국민이 집중하고 있는 사건에 한마디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가서 소리쳐 봐라. 듣나. 얘네 유구했어.”

한 기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욕을 하며 투덜댔지만 그래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모르젠트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길드 중 가장 많은 S급 보유 길드에, 그 차해준이 이곳에 의탁하고 있었다. 무슨 대운이 낀 것인지 S급들은 모르젠트를 선택했고, 이번엔 그 가족이 각성을 하고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으로 떠 버렸다. 대한민국에서 각본도 눈치를 봐야 할 유일한 길드였다.

“어, 야, 야. 저기 봐!”

그때 기자가 옆 사람을 툭툭 치며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시큰둥하게 있던 기자들이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 콰앙!

마치 낙뢰가 떨어지듯,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다.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으로 멍하니 입을 벌리던 기자들이 뒤늦게 그 사람이 누군지 깨닫고 연신 카메라를 누르기 시작했다. 셔터음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백루찬!”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사방을 뚫고 퍼졌다. 홍희였다.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지듯 바닥에 처박힌 남자를 향해 다급하게 달려갔다.

백루찬은 누군가를 품에 안고 힘겹게 몸을 가누고 있었다. 주변으로 여전히 뇌전들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사내가 힘겹게 고개를 들자, 홍희는 멈칫하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의사 불러, 빨리!”

홍희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치자, 경호원들 뒤에서 지키고 있던 모르젠트 길드원들이 급하게 뛰어다니며 움직였다. 그녀는 천천히 백루찬에게 다가갔다.

날뛰는 전류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홍희가 발을 동동 구르며 백루찬을 살펴봤다. 품에서 흰 손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검은 머리의 남자, 차해준이 정신을 잃은 채 그 품 안에 있었다. 백루찬의 흰 코트도 피에 흠뻑 젖었고, 차해준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홍희는 순간 울컥하고 울음이 터질 거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백루찬! 루찬아! 정신 차려!”

홍희가 비명 지르듯 소리치자, 연신 파지직대며 터져 나오던 전류가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희…야.”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백루찬의 눈에서 금빛 안광이 사그라들자 홍희는 지체 없이 그에게 달려가 백루찬을 감싸 안았다. 품 안에 창백하게 질린 차해준의 얼굴이 보였다.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희야… 혀, 형 좀.”

백루찬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힘을 과하게 쓴 탓인지 자꾸 기절하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상태였다.

비에 젖은 얼굴이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홍희를 쳐다봤다.

“희야, 형, 형 좀.”

홍희는 안타까운 얼굴로 백루찬의 뺨을 쓸어내렸다. 빗물이 꼭 눈물같이 흘렀다. 그의 서러운 감정이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홍희는 울렁이는 얼굴로 차해준을 살폈다. 핏물에 젖은 몸이 차게 식고 있었다. 하늘이 백루찬의 감정에 동요하듯 연신 쿠르릉 천둥을 토해 냈다.

“형 좀… 형 좀 살려 줘.”

“안 죽어! 살릴 거야. 절대 살릴 거야! 너도, 너도 정신 차려. 루찬아, 나 봐!”

“희야… 형….”

백루찬이 느리게 숨을 몰아쉬면서 말하다가 점점 고개에서 힘이 빠졌다. 홍희는 제 어깨에 기댄 은발의 머리를 꽉 끌어안았다.

병동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이 빠르게 내려와 그들에게 달려왔다.

“진짜 둘 다… 깨어나면 죽을 줄 알아.”

홍희는 이를 악물며 울음을 삼키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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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역 게이트 참사 막은 거]

ㅅㅂ 또 모르젠트라며 

대한민국 몰젠 공화국임?

└ㅋㅋ난 찬성

└뭔 개소리야 근데 나도 찬성

└정한솔 형 정희수래

└생존자 폰캠 봤냐 개쩔더라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음

└ㅠㅠㅠㅠㅠ개같이 쳐울게 되던데 존나 멋있어서… 신의 방패 같았음….

└역대급 감성팔이긴 했다 홀로 사람들 지키고 희생하며 싸우는 한국 사람 환장할 클리셰 

└혼자 싸운 거 아님 한야느님 거기 들어가서 애초에 몹 먼저 싹쓸이 했다고 함

└어서 나온 찌라시? 백루찬 차해준 애초에 안 들어갔다던데

[한야 왜 간 거임?]

백루찬은 또 왜 껴든 거임? 정희수가 혼자 다하게 해놓고 암것도 안 했는데 게이트 터진 곳은 왜 들어가냐 존나 짜증난다 이름값뿐이지 개 무능력해

└지랄ㄴ

└끼어든 게 아니라고! 구하러 들어갔다고! 

└현장 영상 못 본 사람은 말얻지 마라 작전팀 들어갔다가 싹 다 빼내 준 게 한야였음

└그러니까 작전팀을 시발 왜 빼냐고 사람들 구해야 하는데 지가 뭔데

└이 등신은 뭐꼬 다 뒤지니까 뺀 거 아냐 차해준 혼자 남았었다고 독안개 자욱하게 깔렸었다는데 그럼 냅두냐 

└하… 이런 헛소리 나오는 거 보니 한야랑 국피 활약 또 쩔었었구만

└이해한다 원통하고 화나고 부러워 뒤지겠지… 알아….

└그런데 차해준하고 백루찬 왜 안 나오는 거야? 들어가는 영상은 있는데 나오는 영상이 없음

[시바 몰젠 길드 앞 백루찬 떨어짐]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짐 존나 다쳤나봐; 피투성이였대 차해준은 기절해 있고 

루머 아님 나 형이 현장 기자라 사진 보내줌 아직ㄹ 못 푸는데, 진짜 찐임 엠바고 풀리면 인증 간다

└ㅅㅂ 진짜 별 개소리가 다 나오네

└이거 사실임?

└네 다음 지인분 간증해 주세요

└찐이다 찐이 나타났다

[미친 3페이지 형 기자 글 진짜였음]

모르젠트 뒤집어졌다 백루찬하고 차해준 존나 다쳤대

└?????게이트가 그렇게 쎘다고?

└?????한야가?????? 

└대체 무슨 일이래… 존나 걱정된다

└이거 사실이었냐……시발 말세다 지구 탈출해야 돼 둘이 다치다니

└대체 무슨 일이야??? 뭐가 벌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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