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158)화 (198/201)

시나리오가 보인다. 

[종전의 기록은 세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 ‘미래’를 엿보는 거예요. 이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요. 클리어런스가 겪었던 것들처럼. 결말도 마찬가지예요.]

시스템이 속삭거리듯 글자를 띄웠다.

[##. 지하철 플랫폼 앞/도심의 밤/늦은 저녁 역 내부

흐음, 흠. 하는 콧노래 소리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지나친다. 콧노래는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내는 거다. 갈색 눈은 제 옆을 바쁘게 지나치는 사람들을 훑어본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는 눈치다.

cut to) 라이트를 뿜으며 들어오는 지하철. 설치된 스크린 도어가 지하철이 도착하자 열린다. 오고 가는 사람들.

cut to) 까딱거리는 진마하의 발.

(줌인) 진마하의 갈색 눈이 눈꺼풀을 깜박일 때마다 한쪽 눈이 파랗게 번쩍였다 사그라든다. 올라가는 입꼬리. 진마하는 자신에게 관심 없는 사람들을 본다.

- 사람들은 너를 보지 않아.

머릿속을 울리는 말은 자신의 목소리이다. 진마하는 익숙하게 그것을 넘기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

-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만이 너의 의무야. 너는 왜 그것을 어겼니?

cut to) 진마하의 등 뒤를 비춘다. 스크린 도어가 닫히고 지하철이 출발한다. 크게 울리는 굉음. (다시 옆얼굴 줌인) 생각에 잠긴 얼굴은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노려본다.

눈앞에 빨간 경고음이 에러를 남발하고 있다.

사방을 가득 채운 에러 문구. 경고라고 쓰인 텍스트가 진마하를 삼킬 것처럼 점점 늘어난다.

/바뀌는 풍경/버스 정류장/비가 오는 어두운 실외/

누군가 걸어온다. 진마하는 다가오는 남자를 보다 정류장 벤치에 앉는다.

진마하 : 이제 좀 궁금해?

cut to)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

차해준 : 목적이 뭐야?

진마하 : 말했잖아. 나는 ᅟᅧᆯᅟᅡᆼㅇ이필요%%%$^$하ㅓㅇ----------지문 삭제

##. 악몽의 참견 게이트 앞/실외/

많은 사람들이 흰옷을 입고 서 있다. 바리케이드가 무너져 있고, 사방은 잔해로 가득하다. 각성자 관리 본부 헌터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다. 진마하는 제 앞으로 모인 사람들을 보며 웃는다. 교법사 한 명이 다가온다.

교법사3: 신이시여…….

진마하의 얼굴이 경멸로 일그러진다. 팔을 뻗어 교법사의 얼굴을 낚아채고###$$2t5j000000000000

-쾅! (터지는 소음.)

잔해가 튕기고 쓰러진 사람들. 사내는 등을 돌린다. 핏물이 바닥을 적시고 있다. 진마하는 뚜벅뚜벅 그것을 밟고 마력 파장이 일렁이는 게이트에 손을 댄다. 빛이 퍼지는 순간의 진마하(눈에 힘을 주어 부릅뜨고 게이트를 바라본다. 피가 쏠린 눈가가 붉어져 있다.)

진마하: 이제 끝내자.

진마하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본다. (육체가 팔부터 무너지고 있다. 가루처럼 흩날린다.) 웃는 얼굴(클로즈업)

진마하: 너도 원하잖아.

그 시선은 멀리 누군가에게 박혀 있다.

: …….

아무도 대답이 없다. 고요한 사방. 이제 더 이상 게이트를 열 수 없다. 차원이 진마하의 간섭을 막고 있다. 그것을 깨달은 진마하는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뛰어든다.]

“허억-.”

종전의 기록 페이지가 무수히 넘어갔다. 나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마치 놈과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과 함께 급격히 깨어나는 것처럼 숨을 들이켜며 현실로 깨어났다.

은은하게 켜진 조명. 소파. 시스템이 불러들였던 가상 세계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원래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던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스킬 독서(Lv.2)를 사용하였습니다.]

[‘종전의 기록’ 현재 페이지 수: 351/451

※!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초전 박살 게이트의 스토리 진행률: 84%]

[시간 내로 일정 이상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할 시, 당신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각성자 차해준의 현재 남은 수명: 157일]

[특급 대운 서비스~ 종전의 기록 저주 반사!♪( 'ω' و(و"]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떠오른 텍스트를 확인했다. 특급 대운 서비스? 저주 반사라니…. 그러고 보니 종전의 기록을 열었는데도 상태 이상이 발현되지 않았다. 저주를 반사해서 그런 거냐. 그냥 아예 없애 주지, 뭘 이딴 걸 대운 서비스라고 넣고 그래!

[(̂ ˃̥̥̥ ˑ̫ ˂̥̥̥ )̂]

우는 척하지 마라….

[┌|°з°|┘└|°ε°|┐ 아직 권한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라- 데헷]

나는 아득해진 눈으로 그것을 무시했다. 그리고 뜬 다른 창들도 살펴보았다.

일단 수명이 훅 줄어들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종전의 기록 완성이 되어 가면서 끝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남은 수명 일은 죽는 게 아니라 회귀 카운트다운이나 마찬가지니까.

따지고 보면 진마하가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기간이 딱 저 정도 남았다는 뜻이다.

[맞습니다! 역시 클리어런스!]

시스템이 박수를 짝짝 치는 이모티콘을 남발했다. 아 저거 킹받네…. 나는 대충 무시하고 다른 것들도 확인했다.

중요한 메인 캐릭터들을 구하면서 페이지와 함께 진행률이 확 뛰었다. 이제 정말, 메인 캐릭터가 단 한 명이 남은 것이다. 진마하는 그놈을 죽이려 할 테고….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달아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근데 시나리오에서 진마하가 누굴 만… 아, 승강장에 있던 게 마지막 메인 캐릭터고, 놈은 그것을 알아내고 거기 있었던 건가?

그 생각을 하니 놈이 움직인 게 이해가 갔다. 진마하가 누굴 만나려 하는 건지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대체 누굴까? 마지막 메인 캐릭터는….

그리고 시나리오 마지막에 진마하는 닫히지 않는 게이트 ‘악몽의 참견’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나는 급히 예전에 받았던 긴급 퀘스트를 확인했다. 내용은 전과 다르게 변해 있었다.

[퀘스트!

상위 차원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를 닫아라!

- 오류를 일으킨 언노운에 의하여 다른 차원의 지성체가 ‘현 차원’을 발견했습니다.

-마계와 연결된 문을 닫을 방법을 찾아라!

- 넘어간 언노운의 행적을 쫓아라!

난이도: --

보상: 상위 차원 마계와 연결 해제. ???, ???, 구원, 마지막 메인 캐릭터 생존

제한 시간: 게이트 ‘마계 입구’가 터지기까지 16일 4시간 41초…40초…]

언노운, 진마하의 행적 쫓기라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수정된 것이다.

가약동 게이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지만, 심상 세계에 있었던 터라 현실 세계의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아직 준비할 시간은 꽤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거, 시나리오와 연관된 퀘스트였다. 시나리오를 확인하고 나니 변한 것을 보면… 시스템 이 자식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있는 거 같은데?

[ヾ(*´∇`)ノ]

…맞나 보네. 나는 혀를 찼다.

아무튼 진마하도 게이트로 넘어간다면… 그 전에 마지막 메인 캐릭터를 만나려 할 것이다. 아니 근데, 나조차 마지막 메인 캐릭터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놈이 벌써 알고 있다고? 이 부분은 살짝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시나리오에서 진마하가 움직였으니 일단 나도 그 부분을 따라 움직여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왠지 진마하가 나를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약동에서 놈은 분명 다음에 만날 것처럼 얘기를 했었다.

악몽의 참견 게이트도 더 지켜보기로 하고….

“하….”

복잡하다, 진짜. 시스템의 여러 설명을 듣고 나니 더 복잡해졌다.

빌어먹을, 그러게 누가 필요에 의한, 그것만을 위한 존재를 만들래. 만들 거면 차라리 감정이고 뭐고… 아니다. 이것도 인간의 감수성으로 생각하면 비인간적이고 너무 불쌍하다. 그런 존재로 태어난 것과 그런 존재가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품고 결국 반항하듯 오류를 일으켰다는 것이…. 하, 이게 그냥 판타지 소설이었으면 이런 빌런을 가엽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텐데.

물론 놈이 한 행동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정당화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그 존재의 이유란 게….

아씨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나는 이마를 매만지다가 다시 털썩 누웠다. 아무도 없는 집 안은 고요했다. 괜히, 백루찬이 보고 싶어지네. 시나리오를 보고 나니 어쩐지 울적해진 기분이라 잘생긴 얼굴 보며 기분을 풀고 싶었다.

하지만 바쁘다는 애 찾아갈 수도 없고…. 한숨을 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쉬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비추어 보면 시나리오에 나온 일이 일어날 땐 분명 나도 거기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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