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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101화 (101/201)

101화

축제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 혼자 병실에 남았을 때, 나는 종전의 기록과 퀘스트를 확인했다.

[‘종전의 기록’ 현재 페이지 수: 223/451

※!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초전 박살 게이트의 스토리 진행률: 45%]

[시간 내로 일정 이상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할 시, 당신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각성자 차해준의 현재 남은 수명: 257일]

[경고! 종전의 기록이 페이지 오류로 인해 뒤섞였습니다!]

[경고! 시나리오가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초월! 송류진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

메인 캐릭터 ‘송류진’의 목숨을 구원함으로 인해 세계의 오류가 26.6668% 바로잡혔습니다.]

눈앞을 가득 채우는 퀘스트 내용들과 그 외의 경고 문구를 읽어 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놈의 세계의 오류…. 진짜 너무 어렵다. 언제 다 하지. 그래도 수명 안에 다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벌써 두 명이나 구했으니까. 물론 그만큼 피폐해지는 내 정신은 예상하지 못한 전리품이긴 한데….

이번에도 메인 캐릭터를 구하고 난 뒤 차해준의 과거 기억이 보상으로 떨어졌다. 이건 대체 왜 보여 주는 걸까?

내가 뭔가 기억해야 할 일이라도 있나?

아무튼 시나리오가 진행이 되고 있으니 한시름 놓인다. 계속 마음이 조급했는데.

시나리오를 더 확인해 봐야 하는데 그놈의 상태 이상 때문에 하기가 좀 그렇다. 지금 병동에 있다가 애들에게 괜찮은 모습도 보여 줬는데 또 빌빌대면 퇴원은커녕 나가지도 못하게 할 테니 이건 내 집으로 돌아가서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 ु ´͈ ᵕ `͈ )ु   ҉ ٩(๑>ω<๑)۶҉  ]

시스템이 표정으로 고생했다는 듯 말하는 거 같았다.

“야, 이럴 땐 상태 이상 해제 이용권이나 줘….”

시나리오가 중요한데 내가 그걸 확인도 못 하고 있잖아.

나는 침대에 엎어져서 혼자 중얼거렸다.

[ (._.) ( l: ) ( .-. ) ( :l ) (._.)]

시스템이 또 이상한 이모티콘으로 자리를 피한다. 피식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 인마… 바라지도 않았다.

슬슬 눈이 감겼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드는 것 같았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그래도 메인 캐릭터 살리고 하루쯤은 마음 놓고 자도 되잖아. 그치?

[ ₍₍ (ว ˘ω˘ )ง ⁾⁾ ₍₍ (ง ˘ω˘ )ว ⁾⁾]

옅게 웃다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병동에서 이틀 동안 강제 감금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하, 이제 여기가 집보다 익숙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길드 빌딩 맨 위층에 있는 백루찬을 찾으러 나섰다.

백루찬은 뭐 때문인지 병실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병실을 나서는 나를 따라오던 홍희가 말했다.

“길마 삐졌던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삐져?”

아니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삐지긴 자기가 왜 삐져? 그리고 삐진다는 말이 그놈에게 어울리기나 하냐.

“…….”

나는 그놈의 얼굴을 생각하다 납득했다. 삐지기… 충분히 가능하죠. 봐줄 수 있다. 응.

홍희가 내 얼굴을 힐끔 보더니 뒷짐을 지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치라고는 게이트 저편에 팔아먹고 온 건지…. 길마가 왜 삐졌는지 전혀 모르고 있잖아, 지금.”

“삐질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거잖아.”

“이유가 왜 없어?”

홍희가 입을 떡 벌리며 나를 쳐다봤다. 복도를 걷던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 시선에 나도 멈춰 서서 어정쩡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삐질… 이유가 있었어?

홍희는 입을 떡 벌리고선 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표정 뭐냐….

“내가 우리 준 씨를 참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건 봐줄 수가 없어. 세상에, 길마가 그동안 준 씨 챙겨 준 건 생각 안 해?”

“어, 어. 왜 생각을 안 해. 잘… 챙겨 주긴 했지.”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자 홍희는 내 표정을 보고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와- 이 정도일 줄이야. 길마가 준 씨한테 어떻게 했어?”

“이것저것… 잘 챙겨 줬지?”

“준 씨 쓰러지면 가장 먼저 챙기는 사람 누구?”

“…백루찬이랑… 너?”

“쓰읍, 내가 좀 잘… 아니지. 이번에도 일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준 씨 찾고, 챙긴 거 누구?”

“…루찬이지.”

“각본 읍읍읍이 폭주했을 때 옆에서 또 쓰러진 준 씨 챙긴 건 누구?”

“…루찬이.”

“준 씨에게 월급 주는 건?”

“얀마 그건 당연한 거고!”

“잘 생각해 봐. 준 씨를 제일 많이 챙기고 손 많이 가는 우리 준 씨를 귀찮아하지도 않고 이것저것 챙겨 준 사람이 누군지. 근데 깨어나자마자 찾지도 않고, 친구라는 사람만 더 챙기고! 이제야 나한테 물어보는 건 솔직히 길마가 서운할 만해, 안 해?”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럴 만도… 하지만, 근데 어쨌든 일이 해결되고 난 뒤고 나는 계속 누워 있었는데…. 그다음엔 홍희랑 애들 와서 놀다가…. 음….

“그래도 삐진다는 건 좀… 길드 마스터의 위엄에 어울리지 않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뭐가 쓸데없어. 이게 가장 중요한 거 아냐?”

“준 씨가 길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 뭣이 중해.”

홍희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쳐다봤다. 눈빛이 이글대는 게… 혼자 이상한 사명감에 불타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왜 이래, 또.

“길마가 막 누구 챙겨 주고 그러는 인간이 아니라고. 이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야. 그런 인간이 준 씨를 그렇게 챙겨 줬는데, 준 씨는 지금 뭐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아, 아니 그럼 내가 뭘 해 줘야 해?”

백루찬은 이미 다 가지고 있는 놈인데… 필요한 게 있냐. 원하면 건물이든 다 살 수 있는데….

우물쭈물 답하자 홍희가 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을 내저었다.

“하… 진짜 중요한 걸 모르고 있으니 말이 안 통하잖아…. 몰라. 몰라. 둘이서 알아서 해.”

“야, 홍희.”

“길마도 알아서 하겠지. 그 인간 내가 언제까지 일일이 챙기고 다녀….”

내 부름에도 혼자 중얼거리던 홍희는 나를 놓고 쌩하니 가 버렸다. 나는 여전히 이해를 못 한 채였다. 그런 백루찬에게 내가 뭘 해 줘야 그놈이 좋아하는데… 어?

잘 챙겨 주긴 했지. 맨날 뭐 터지면 달려오고… 급한 일 있으면 챙겨 주고…. 이것저것, 내 몸 상태도- 아 이건 여기까지 생각하자. 그놈의 컨디션 보조제도 그렇고 솔직히 도움은 됐다만 내가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그래도 이틀 동안 입원해 있는데 얼굴도 안 비친 건 너무했다. 엘리베이터만 타면 내려올 수 있는 곳인데.

그리고 일이 잘 풀렸으면 됐지…. 아, 아닌가. 내가 좀 염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위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면 고심했다. 하다못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호출기를 통해 전화가 왔다. 조하영이었다.

“여보-.”

-야! 차해준~!

“…아직 말도 안 끝났다.”

-너 학교 안 오냐? 졸업 안 할 거야? 이러다가 학점 훅 간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스피커 너머로 주변이 요란하게 쾅쾅대고 시끄러운 게 다 들렸다. 얘는 뭐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끄러워?

“왜 안 가. 나 잠깐 사정 있어서 미리 말해 놨어.”

-사정? 무슨 사정? 이거 이거, 실습 끝났다고 이제 아주 놀자는 거지? 어? 다 알아!

“지금 놀고 있는 게 누군데 큰소리냐. 빠져 가지고, 나 없다고 공부 안 하지, 또? 너 뭐 하고 있냐? 주변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고옹부? 우리 축제 기간인 거 모르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축제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잊고 있고 대학 시절 향수가 되살아났다. 전염병으로 인해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축제는커녕 집 안에 처박혀서 웹 소설과 ott만 줄기차게 보던 나의 서럽고 어두운 과거가!

한 번도 제대로 즐겨 보지 못했던 대학 축제! 로망의 축제! 연예인들도 오고 그러는 거냐고!

순간 나도 모르게 말했다.

“간다. 나 당장 간다.”

-에에에~ 나는 벌써 놀고 있는데에에에~ 차해준은~~.

조하영이 낄낄대며 조롱해 댔지만 괜찮았다. 나도 간다! 가서 조금이라도 즐길 거야! 그 생각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차해준도 축제라곤 단 한 번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단 말이야! 음침하게 다녀서 학생들 사이에 끼지 못한 것도 있지만 하필 축제가 있을 때마다 사건이 터져서 밖으로 나돌아 다녔다.

으으, 불쌍한 자식. 이번이 마지막이니 경험해 보자고. 꼭.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착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가 상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날아갈 듯한 걸음으로 사뿐히 복도를 걸었다. 축제라니 말만 들어도 들뜨는 것 같다. 하, 이렇게 설레면 안 되는데 나 할 일 많은데……. 하지만 축제 정도면… 하루 정도면.

점점 하루만이라는 날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뭐, 뭐 어때! 하하하….

“어, 해준 씨.”

길드장실로 향하는데, 복도 끝에서 이제 막 그곳에서 나오던 무리가 있었다. 낯익은 얼굴들은 공략 1팀 인원들이었다.

“와, 해준 씨, 진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게이트 하나 터졌던 거 해결하고 한야인 걸 들켰을 때부터 공략 1팀하고 제대로 만나지를 못했었다. 나도 정신없어서 연락하지 않았고, 백루찬도 뭐라 말이 없었어서… 이대로 어영부영 활동이 끝났나 싶었는데, 아는 척해 오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배서윤이 먼저 아는 척 인사해 와서 나도 좀 멋쩍었지만 인사했다.

“소식은 잘 듣고 있습니다! 얼마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헤어져서 아쉬웠지 뭡니까.”

“뭐, 그냥저냥. 근데 헤어져요?”

“해준 씨 공략 1팀에서 빠지셨잖아요. 아, 다른 의미는 없고요. A급 게이트도 거의 혼자 막으시고… 듣기론 이제 S급 되신다는 얘기도…. 아, 이건, 비밀인가? 어쨌든 당연한 거니까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김한울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탱커답게 근육이 우락부락한 놈이 저렇게 쳐다보니 좀 부담스럽네. 원래 이런 이미지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살갑게 구니 좀 당황스럽다. 그런데 S급이 된다는 소리는 또 뭐야…. 그런 소문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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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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