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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75화 (75/201)

75화

- 긴급. 한일고 출동 지원 바람. 1급 게이트 확인.

우반희는 시끄럽게 알람이 울려 대는 호출기를 끄며 중얼거렸다.

“존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차로는 군데군데 막혔고. 몬스터들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한다. 한일고 일대는 온통 쑥대밭이 되고 있었다. 거리마다 튀겨진 핏방울과 비상등이 깜박거리는 차들. 부서진 건물도 보였다.

우반희는 크게 숨을 들이켜며 주변을 탐색했다. 눈앞에 모노클이 덧씌워지고, 사방을 뒤덮는 마력이 눈앞에 보였다.

게이트에서 퍼져 나온 것들이 일대를 완전 뒤덮고 있었다. 인적이 사라진 사거리 가운데서 우반희는 도로를 막은 차량들을 피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1급 게이트가 터졌는데도 여유 있는 발걸음이었다.

S급이라지만 자신이 가 봤자 무력으로 크게 도움 되지 못할 걸 알기에 나오는 여유였다. 게이트가 터졌으니 소수의 희생이 있을 테지만, 지금 한일고엔 차해준도 있었고, 연락받은 길드들이 대거 출동했을 터다.

우반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게이트가 터진 지 이제 막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이러면 쪼금.”

써야 할 보고서가 너무 많아지는데.

우반희는 건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각성하고 나서부터 수없이 많은 희생과 제로급 게이트 웨이브까지 직접 보고 수습해 왔다.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쓰기엔 그는 닳아 있었다. 그의 신경과 머리를 자극하는 건 그놈 하나였다. 비밀에 싸인 한야.

차해준.

심장이 얄팍하게 감싼 셔츠와 옷 사이로 두근대며 뛴다. 고동 소리가 귀에 들릴 것 같았다. 차해준. 이번엔 어떤 것에도 숨지 못하고 드러날 차해준에 대해 기대되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숨어 있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무언가를 파먹은 것처럼 입가에 덕지덕지 묻은 살점과 피. 그 흉측한 몰골에 인상이 구겨지고, 그와 동시에 몬스터가 우반희를 덮쳐 왔다. 하지만 우반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만히 몬스터를 쳐다보기만 했다.

- 콰아앙!

그 순간이었다.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맹렬한 바람 소리에 우반희는 눈을 깜박였다. 서늘하고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던져진 거대한 원뿔형 창이 몬스터를 꿰뚫고 바닥에 처박혔다. 몬스터 주변으로 창을 던진 이의 힘에 콘크리트 바닥에 금이 잔뜩 갔다.

우반희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너 이거 관리팀이 알면 좆 된다?”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송류진이 우반희에게 다가오며 몬스터에게 박혀 있던 창을 회수했다.

“…봐 달라고 빌어 보죠.”

송류진은 난처한 얼굴로 옅게 웃었다. 우반희는 송류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요즘 한참 오락가락하더니….

“…형?”

무언가 이상하게 변한 것 같지만, 천성은 여전해 보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엔 좀 안정되어 보이기도 하고.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차해준에게 발정하는 건 다른 문제였지만… 하지만 그것도 송류진이 안정되는 게 차해준 때문이라면 상관없었다. 어쩌겠어. 우리 비밀 많은 한야께서 희생해 줘야지. 우반희는 씩 웃었다.

“관리팀 팀장 뇌물 좋아해.”

“음… 무슨 소리예요?”

“봐 달라고 한우라도 사서 바치라고.”

상황이 급박한데 시시껄렁한 얘기나 꺼내고 있는 우반희를 보며 송류진은 애매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한일고 이쪽 골목으로 가면 더 빨라요.”

송류진은 더 말하지 않고 우반희를 이끌었다. 차해준이 걱정되기라도 하는 건지 송류진은 조급해 보였다.

그놈 걱정을 왜 해. 제로급 웨이브도 혼자 깨부순 인간인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다. 골목을 지나 한일고로 가는 도중이었다.

- 쿵!

거대한 무언가가 지면을 내려찍는 듯한 소음이 퍼졌다. 우반희는 눈을 부릅떴다. 사방에 퍼진 마력이 일렁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송류진이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쳐다보는 곳은 한일고 방향이었다.

“이건….”

“보스 튀어나왔다. 뛰어.”

온몸을 내려찍는 듯한 기운. 우반희는 스킬을 사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송류진을 먼저 보내고 저릿한 손끝을 느끼며 일렁이는 마력을 훑었다. 모노클의 렌즈가 소리를 내며 갈아 끼워진다. 마력을 읽다가, 우반희는 당황에 차서 실소했다.

“하… 이거 뭐야.”

보스 몬스터의 등급이….

***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보스 몬스터 ‘웬디고(Wendigo)’의 등급이 재조정되었습니다.

A-> S-]

[‘아우르는 절규’, ‘식인 섬의 지배자’, ‘살육귀의 패악’ 광역 디버프가 퍼집니다!]

[디버프 무력화!]

[디버프 무력화!]

[살기에 마력이 반응합니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한야를 든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지나친 마력으로 인해 반동 작용으로 내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웬디고는, 뿔이 달린 가면을 쓰고 있는 거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놈이 풍기는 짐승의 노린내와 썩은 내에 코가 아릴 정도였다. 노랗게 번뜩이는 눈에 선 핏발이 꿈틀대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소름이 돋는다. 너무 징그러워서.

일순간 당황해 놈을 보는데, 놈의 눈이 내가 있던 곳이 아닌 옆으로 돌아갔다. 놈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했다. 그리고 옆은 1반이었다.

“선생님!”

나를 부르는 비명 소리를 뒤로한 채 일단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웬디고가 무언가를 집으려는 듯 팔을 뻗었다. 육중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며 1반 창가에 넋을 놓고 있던 선생님을 끌어안고 교실 바닥에 구르듯 착지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였다. 파리를 잡으려는 것 같은 웬디고의 손이 건물을 파고들었다. 우지끈하며 부서지는 창틀. 나는 황급히 한야를 앞에 세우고 소리쳤다.

“엎드려!”

외벽이 놈의 손짓 한 번에 부서져 나간다. 놈은 장난감 건물의 블록을 무너트리듯 가볍게 손을 쓸었다. 깊숙이 숨어 있는 무언가를 빼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뭉툭한 손가락에 넘어진 학생이 잡혔다.

휩쓸리듯 넘어진 아이들이 엉망으로 쓸려 나가려 했다. 손가락에 짓눌린 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한야를 내던지고 그 학생부터 잡아끌었다.

“안 돼!”

“으아악!”

간신히 손에서 학생을 빼내 잡아끌었다. 먹이를 놓친 웬디고가 고개를 숙여 구멍 난 것처럼 한쪽 벽이 온통 뜯어진 건물 안을 살펴본다. 놈의 손은 교실 안을 계속 더듬고 있었다. 넘어지고 피하는 아이들의 뒷목을 잡아 뒤로 빼냈다. 복도 쪽 교실 출입구를 막기 위해 쌓아 놨던 책상들을 던지며 아이들을 피신시켰다.

웬디고의 눈이 가늘어졌다. 놈은 가면 밑으로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는 다시 팔을 휘두르려 했다. 저걸 막아야 한다. 잘못했다간 건물이 아예 무너질 수 있었다!

튀어 나가 놈을 일단 물러서게 해야 했다. 그러나 괴물의 팔이 건물을 후려치는 것이 더 빨랐다.

“무, 무너질 거 같아!”

“엄마아!”

건물이 흔들리며 시멘트 가루가 툭툭 떨어졌다. 손동작 한 번에 금이 간 천장이 보인다. 나는 아이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웬디고의 손이 다시 교실로 파고들었다. 놈은 거칠게 교실 안을 후비며 구석에 숨은 사냥감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다. 하 이렇게 피하기엔 한계가 있다.

부서진 교실 앞문으로 나가라고 소리치려 할 때였다. 거기서 또 기괴한 얼굴의 몬스터가 침입해 들어왔다.

아오, 진짜…! 맨 앞에 도망치려던 아이를 잡으려 하는 몬스터에게 뛰어들어 어깨로 놈을 밀어냈다. 침입하려던 몬스터가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때 또다시 웬디고가 손으로 교실 안으로 손을 뻗었다.

“피해!”

교실 반대편으로 우르르 피하던 학생 중 한 명이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놈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파리 잡듯 학생을 내려치려 했다.

“젠자앙!”

나는 다급하게 몸을 날려 육중한 놈의 손바닥 사이를 파고들었다. 등으로 내려찍는 무게를 견디며 소리쳤다.

“크윽…! 빨리…!”

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학생이 피하자 바로 한야를 불러냈다. 그러나 기다란 장검으로는 비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공격이 몇 없었다. 나는 놈의 손바닥을 한야로 푹 찔렀다. 타격이 있었는지 웬디고가 움찔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며 꽂아 넣은 상태로 아래로 내리그었다. 쩍 갈라는 살가죽과 함께 피가 튀었다.

-크아아!

웬디고가 포효를 지르며 손을 내뺐다. 한야가 꽂혀 있는 탓에 그것을 잡고 있던 내 몸도 자연스레 딸려갔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그대로 버티고 섰다. 웬디고가 손을 빼내려 몸부림 칠 때마다 놈의 손뼈에 검이 걸리는 게 느껴졌다. 툭, 투둑 하며 살가죽이 갈라지고 뼈가 잘린다. 나는 웬디고와 힘겨루기를 하듯 버텼다.

그러나 그 순간, 놈의 다른 손이 내 옆을 덮쳤다. 자동으로 눈이 부릅떠졌다. 한야를 꽉 잡고 있어 손을 뺄 수가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날아오는 손을 쳐다봤다. 하, 씨, 한대 얻어맞겠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투명한 비눗방울 같은 막이 아래서부터 위로 불쑥 솟아났다.

나는 잠깐 넋이 나가 멍하니 그것을 쳐다봤다.

솟아난 투명한 막은 사각형의 모양을 이루며 여러 겹 겹쳐서 생성되기 시작했다. 마치 끓어오르는 물이 넘치듯 연속으로 생성된 그것은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종내엔 천장을 뚫고 넘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하얗게 점멸되는 시야가 점점 색을 되찾으며 눈앞의 상황이 보였다.

여러 겹으로 생성된 불투명한 결계와 같은 것에, 웬디고가 튕겨 나갔다. 나는 결국 한야로 놈의 손바닥을 둘로 갈라버렸고, 놈은 오색 빛을 뿌리는 막을 뚫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하… 이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내 뒤에서 바닥을 짚고 있는 천새벽을.

투명한 결계가 그의 손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천새벽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은은하게 빛을 뿌리는 제 손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선생님.”

몬스터의 울부짖음과, 무너지는 건물. 비명 소리. 모든 것이 음 소거된 듯이 사라지고, 천새벽의 목소리만이 귓속에 파고들었다.

그와 함께, 눈앞에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게이트 ‘식인 섬의 제단’을 통해 ‘천새벽’이 각성했습니다!]

[거인의 흉포를 막아 낸 결계사 천새벽이 깨지지 않는 방어막을 구축합니다. 특수 각성자 ‘천새벽’

등급: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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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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