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헌터X헌터 일간 게시 글
[용현역 디지털 단지 게이트 처치 상세 모습.jpg]
웨이브라고 대피하고 난리였는데 세 시간 만에 정리됨
인명 피해 없이 회사만 박살 내 달라고 기원했으나 소용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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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긍기사 미친ㅁㅁ
└얼굴 도랏
└얼굴 개도랐다;
└ㅅㅂ 디지털 단지 직장인인데 회사 존나 멀쩡해서 개실망함.
└인명 피해도 없고 게이트… 살살 닫아 줬는데 왜 짜증 나냐.
└긍기사 혼자 무쌍 찍었음? 조작 아니냐; A급이 1급 혼자 처리 가능하냐?
└존나 불가능. 몰젠 공략 1팀 다 들어갔다는데 혼자 처리한 거 아닌 듯? 걍 몰젠 언플 아님? 긍기사 띄워 주려고.
└몰젠에서 언플을 왜 함? 걔네 언플 안 해도 잘나감.
└공략 1팀 띄워 줄라고 한 건가 보지. 거기유망주들 존나 많잖아.
└내가 생각할 땐 그냥 긍기사 얼굴 자랑하고 싶어서 영상 공개한 듯.
└그런 듯. 얼굴 씨발… 뭔 일이냐.
[긍기사 A급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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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여 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길드 회동 때 찍은 홈마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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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디지빈다. 저런 얼굴에 에이급이라뇨.
└국산 피카츄랑 같이 있으면 후광 장난 아님.
└각성자들 좀 그만 빨아라. 돈 잡아먹는 괴물들 뭐가 좋다고 난리 ㅉㅉ
└거울 봐라 씹창아. 안 빨아 주게 생겼나.
└욕 시발. 대가리 구멍 났냐. 각성자들이 언플 하고 버는 돈이 얼만데. 헌헌 언제부터 각성자들 빨아 주는 곳이 되었음?
└구해 줘도 ㅈㄹ 방 안에서 토독토독거리지 말고 나와서 사회생활도 좀 하고 그래;
└디지털 단지 무사하니까 어그로 개끌리네.
└회사 존나 무사해서 개빡침. 고마운데… 개빡침.
└ㅅㅂㅋㅋㅋㅋㅋ
***
헬기를 타고 모르젠트로 이동했다. 홍희가 중간에 카메라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딴다고 뭐라 뭐라 말 거는 것을 대충 흘려들으면서 나는 도착하자마자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찝찝할 거 같은데, 여기 샤워실도 있고 휴게실도 있고, 기숙사도 있고. 맨 위에 가면 내 집도 있는데 굳이 집으로 가려고요? 루찬이도 여기 있는데.”
피식 웃는 백루찬이 양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있는 건 왜 말하는데…. 그게 찝찝한 거랑 무슨 상관인데!
“됐어. 편하게 쉬고 싶다.”
“여기는 편하지 않다는 거예요? 제가 편하지 않아요?”
말꼬리를 죽죽 잡고 늘어트리는 백루찬을 간신히 상대하는데 이대로 가면 꼼짝없이 놈에게 잡혀 펜트하우스로 올라갈 거 같았다.
하, 그냥 얼굴 보고 있기 어렵다고 어떻게 말하냐. 길드 회동에서 송류진이 그렇게 나오고, 백루찬도 그렇고 제대로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뭔가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마음이 아프네요. 형이 내 옆에 있는 게 편하지 않다니까.”
내 말에 백루찬이 입을 삐죽이며 귀여운 척을 했다. 인마, 너 그러면 진짜 귀엽긴 한데…. 나는 냉정해져야 했다. 저 얼굴에 넘어가면 안 돼.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백루찬이 더 잡기 전에 모르젠트를 나섰다. 그래도 백루찬은 내가 고생한 걸 알아서 더 붙잡고 실랑이하진 않았다. 홍희가 오기 전에 빨리 피해야지. 사무실에 도착하면 인터뷰해 준다고 했는데, 인터뷰는 무슨…. 카메라 박살 내고 싶은 걸 혼신의 힘으로 참았다 이 말이야.
나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확인해야 할 것도 있었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중간에 또 오류로 게이트가 열렸는데 변동이 있는지 봐야 했다.
바로 씻고, 입고 있었던 정장은 아깝지만 회생 불가능으로 보여 쓰레기통에 넣었다. 아오, 천만 원이 그대로 날아가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더 싼 걸로 샀을 텐데 괜히 헌터 전용 매장에 가서 헛바람 들어 가지고…. 아쉬움에 쩝 입을 다시고는 침대에 앉았다.
젖은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탈탈 털면서, 나는 시스템창을 불러냈다. 일단, 시나리오.
하나 남은 상태 이상 해제권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시나리오가 변동되었으면 큰일이니까. 일단 확인을 해야 했다. 나는 상태 이상 해제권을 사용해 시나리오를 열었다.
[스킬 발동! 독서(Lv.1)]
[종전의 기록: ‘시나리오’를 열람합니다.]
[현재 페이지 수: 23/451
※!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얀 종이에, 누군가가 글을 써 내리는 것처럼 글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5월의 평화로운 여름날 학교/교정/4층 교실(45년 5월 ---일)
……(중략)
교법사가 손을 번쩍 든다.
교법사1: 기도합시다.
기괴하게 웃는 얼굴. 번뜩이는 눈.(줌 인) 그 뒤의 게이트가 요동치고, (줌 아웃) 새하얀 옷자락을 밟고 선 교법사가 뒤를 돌아본다. 환호하는 신도들.
교법사1: 이제 우리는…v$4%^%##!! 지하실 모듈 박스가 번쩍인다. 당황하는 현길용.
현길용: 아악! 제발 좀 돼라…! ]
[경고! 종전의 기록이 페이지 오류로 인해 뒤섞였습니다!]
[경고! 시나리오가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눈을 번쩍 떴다. 원래 내용에 뒷 내용이 추가되었다. 근데도 못 알아먹겠는 건 여전했다. 언제 시작되는지를 가장 알고 싶었는데 여전히 오류로 시나리오 군데군데가 깨져 있었다.
[‘종전의 기록’ 현재 페이지 수: 23/451
※!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초전 박살 게이트의 스토리 진행률: 25%]
[시간 내로 일정 이상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할 시, 당신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각성자 차해준의 현재 남은 수명: 296일]
페이지와 진행률도 그대로였다. 수명도 가차 없이 줄어 있었다. 아놔… 그래도 오류를 잡고 게이트도 닫았는데 적어도 수명은 조금이라도 올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
퀘스트창도 변화가 없다. 이번엔 보상도 없었다. 죽을 위기도 아니고 손쉽게 해치웠다 이거냐!? 너무하잖아! 뭐라도 좀 줘!
[\\ ٩( ᐛ )و // 클리어런스의 활약으로 두 번째로 등장한 오류도 바로잡았습니다! 그리하여!! 딴따다다단단! 선~~~물!!!]
[과거를 깨우는 목소리 스킬 1회 사용권! 증정!]
…존나 화나게 하네.
내 부름에 응답하는 듯했던 시스템은 생판 처음 보는 스킬을 던져 주고 사라졌다. 과거를 깨우는? 대체 언제 쓰는 건데? 아니 그것도 겨우 1매? 장난해?
[ \\\\٩(˃̶͈̀௰˂̶͈́)و //// ]
귀여운 척하지 마, 더 재수 없으니까…. 나는 한숨을 쉬고 눈앞의 시스템창을 벌레 쫓듯 치웠다. 진짜 짜증 난다. 시나리오 위주 해결이 아니면 수명도 뭣도 안 늘려 준다 이거 아냐! 일은 뭐 빠지게 했는데 이거 노동법에 걸린다고! 이 새끼야!
암만 타박해 봐도 시스템이 무언가를 더 내놓는 건 없었다. 그래 인마, 기대도 안 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지만…은 무슨 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
나는 평소대로 한일고로 출근했다. 아침인데 몸도 찌뿌둥하지 않고 가뿐하고 개운하다. 하, 이 맛에 각성자 하나…. 피로를 느낄 새가 없구나, 느낄 새가.
오늘도 일찍 나와서 느긋하게 정문을 향해 걸었다. 새벽이도 일찍 나왔으려나. 얼굴 보고 인사라도 할까…. 지우영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은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일단은 그냥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학교 앞에 도착했는데, 나는 바짝 얼어붙고 말았다.
“어? 저기! 긍기사다!”
“차해준 씨! 인터뷰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긍기사님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대체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기자들이 학교 앞에서 잔뜩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얗게 질려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기자들이 더 빨랐다.
“용현역 게이트를 닫을 때 정말 혼자 계셨던 겁니까!”
“몬스터의 잔해조차 남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몬스터였는지 상세히-.”
“포즈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아 거 앞에! 좀 비켜요!”
난리 통이 따로 없었다. 무지막지하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들러붙은 기자들에 나는 넋을 놓았다. 아니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이제 막 등교하는 학생들이 힐끔거리며 이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대체… 게이트 공략한 건 어떻게 알고서 찾아온 거지? 뭐지?
한껏 당황한 상태로 기자 무리에게 휩쓸렸다가, 사람들을 헤치며 어렵사리 교문을 통과했다.
다행히 기자들은 학교 안까지 따라오지 못하고 밖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지고, 기자들은 계속 나에게 뒤돌아보라며 이름을 불렀다.
“포즈 한 번만! 긍기사!”
“여기 좀 보세요!”
보긴 뭘 봐요…. 기자들에게 치이며 틈새를 헤쳐 나오다 삐뚤어진 넥타이를 바로 맸다. 아까 피곤하지 않다고 했던 건 취소다…. 벌써 피곤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교무실로 들어와 바로 헌헌에 접속해 뭐가 떴는지 확인하고 나는 기함했다. 홍희 이 자식 짓이었어….
게시글엔 긍기사 글이 베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대문짝만하게 뜬 내 얼굴을 보며 나는 이마를 부여잡았다. 홍보 영상 찍는다더니… 이렇게 쓰려고 했던 거냐고…. 이미 퍼질 대로 퍼져서 내려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야, 뭔 일이냐. 밖에 완전 난리야.”
조하영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교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조하영에게 믹스 커피를 탄 종이컵을 쥐여 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하영은 내 표정을 보더니 실실 웃었다.
“아항, 긍기사?”
“…조용히 하고 그거나 먹어.”
“긍기사~ 또 멋쥔 활약을 하셨더구만~? 나한테도 인터뷰 요청하던데?”
“…제발 무시해.”
전에 일로 호되게 당했으니 이번엔 또 조하영을 통해 무슨 일을 캘지 몰랐다. 조하영은 맨입으로? 라며 중얼거렸지만 나는 웃으며 조하영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럼 맨입으로지, 인마. 너의 전적이 화려하다 이놈아.
원래는 별 관심 없으셨던 선생님들도 저마다 아는 척을 해 왔다. 나는 더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었다.
“게이트 해치웠다면서? 너무 대단해~.”
“다친 곳은 없어요?”
“우리 학교에 이런 유명인이 있다니 신기하네. 사진 좀 찍어 줘요.”
구경하듯 쳐다보는 시선엔 호기심과 부러움, 그리고 경계심이 있었다. 각성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괜히 나를 흘기고 가는 선생님도 있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나섰을 텐데. 그렇다고 진짜 안 나섰으면 공략 1팀 중에 크게 다친 사람도 있었을 거다. 그건 또 마음에 걸린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 못 하는 거와 다르니까.
교장까지 찾아와 대판 손잡고 인사하는 이벤트까지 끝내고 나서야, 조례를 하러 교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 반으로 향하는데 지나치는 아이들의 시선에 얼굴이 따끔거렸다. 얘들아, 그만 쳐다봐….
나는 3학년 1반 교실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종례까지 모두 혼자 해 보는 날이었다. 매번 옆에 계시던 권 쌤이 안 계시니 조금 부담이 되긴 했지만, 씩씩하게 교실 문을 활짝 열었다.
“안녕, 애들아! 좋은 아침!”
활짝 웃으며 인사했는데, 우리 반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
너희 또 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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