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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65화 (65/201)

65화

배서윤을 따라 게이트가 터졌다는 곳으로 가까이 갔다. 이미 사람들이 대피를 완료해서인지 주변은 각본 소속으로 보이는 헌터들과 모르젠트 길드원들이 다였다. 다들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유심히 도로 이곳저곳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지. 뭘 찾는 거지?

“몬스터 찾고 있는 중입니다.”

나를 보고 아는 체도 안 하고 있는 강영원 대신, 옆에 있던 김한울이 말했다.

“몬스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통제된 도로는 차량도 끊겼고,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썰렁함마저 감도는 빌딩 단지 한가운데였다. 이런 상황에 몬스터를 찾는다니,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바로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저도 도착해서 들었는데, 외형을 변형시키는 놈이랍니다.”

“그럼… 지금 있는 각성자들 중에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또 아닌 게… 사람의 모습으로 변형되지는 않는다네요.”

외형을 변형하는 몬스터인데, 사람으론 변신하지 못한다? 그럼 뭐로 변하는 건데? 능력치 존나 애매한 몬스터였다. 김한울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찾는 겁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게 확인되는데 찾지를 못해서. 어찌 보면 다행이죠. 더 큰일 났을 수도 있는데. 일단 저희는 게이트 공략을 먼저 하려고 하니까, 이쪽으로 가시죠.”

김한울은 팀 리더 역할을 자처하면서 공략 1팀을 모았다. 우리는 게이트가 열린 빌딩으로 가기 위해 사 차선 도로를 건넜다.

게이트는 옥상에 열렸다고 했다. 회사원들이 한창 직장 업무를 볼 때라서 회사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상태였다.

“뉴믹스 기업이라고, 꽤 이름 있는 회사라 그런지 다인 방어 실드 기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입사율도 꽤 높은 곳이었고요. 그런데… 기계가 설치된 옥상에 게이트가 열린 겁니다.”

다인 방어 실드 기계라면 한일고에도 설치된 물건이었다. 설마, 마력이 부족했던 건가.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김한울은 질문을 예상했는지 내가 궁금했던 것을 콕 집어 말했다.

“마석에 마력은 충분했답니다. 일주일 전에 상주 헌터가 확인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상주 헌터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까?”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분이 제일 먼저 나서서 인명 피해를 막았습니다. 그 헌터분 덕에 다행히 대피는 마쳤지만….”

아, 숙연해진다. 뒷말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웨이브로 인해 튀어나온 몹들에게서 사람들을 구하다가…. 하. 마음이 심히 좋지 않아졌다. 게이트는 이렇게 희생을 계속 낳았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번 게이트도 오염된 지하 도시 게이트와 양상이 똑같았다. 마력 파장을 읽지 못해 게이트가 열린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무언가, 고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것 참, 시스템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는 빌딩으로 올라가기 위해 건물 입구로 향했다. 유리가 사방으로 깨져 있는 건물 입구는 엉망진창으로 부서져 있었다.

“방해하지 말고 뒤로 빠져 있지.”

강영원이 내 옆을 지나며 이죽거렸다. 나는 어이없어 놈을 쳐다봤다.

“쟤 또 저러네. 해준 씨가 이해해 주세요.”

이유성이 난감한 얼굴로 내 어깨를 짚었다. 나는 대충 떫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관적인 새끼. 줏대 있어 좋지만 그래도 좀 바뀌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 꺄앙!

그렇게 생각하며 강영원을 따라 건물로 들어서기 전이었다. 건물 앞 화단에 숨어 있던 건지,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작은 포메라니안 강아지였다. 시민들 중 대피하다가 강아지를 잃어버린 건가. 짧은 다리로 쫑쫑 뛰어오는 게 귀여워서 쳐다보는데 강영원이 손을 뻗었다. 사납게 굳어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펴졌다. 얘도 귀여워 죽으려는 표정이다.

“너 어디서 온 거야? 이리 와.”

혀 짧은 소리로 강아지를 부른 강영원이 주저앉아 망설이는 강아지에게 손짓했다.

“잠시만. 얘 좀 다른 헌터들한테 보내 주고.”

배서윤이 강영원에게 말했다.

“지금 급해.”

“동물은 생명 아니냐?”

강영원은 배서윤의 만류를 무시하고 다가오는 강아지를 끌어안으려 했다. 그때, 내가 강영원의 어깨를 잡았다.

“만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강영원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뜩이나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자신을 만류하고 있으니 더 기분 나쁜 듯 내 손을 뿌리쳤다.

“왜 이래요? 그냥 강아지잖아. 데려가서 주인한테 보내 주자는 거 아녜요.”

“아니, 조심…!”

내가 만류했지만, 강영원은 강아지를 잽싸게 낚아채 끌어안았다. 강아지가 끼잉대며 강영원의 품에 파고들었다.

아, 느낌이 싸하다. 그 순간이었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던 자그마한 강아지가 입을 쩌억- 벌렸다. 강영원의 상체를 삼켜 버릴 것처럼 크게 벌어지고, 강아지의 등에서 검은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와 강아지를 끌어안은 강영원의 몸통을 칭칭 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영원아!”

강아지의 모습을 한 그것의 등 뒤에서 검은 타르 같은 것이 불쑥 튀어 올라 왔다. 지체 없이 한야를 뽑아 강영원을 잡아당기며 스킬을 전개했다.

[얼어붙은 칼날(Lv.77)]

검날에 새하얀 한기가 서리고, 뒤로 넘어지려는 강영원을 잡아먹을 것처럼 덮치는 검은 몬스터를 베어 냈다. 치익! 하며 몸뚱이가 한기로 지져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덩어리진 몬스터가 둘로 갈라졌다. 나는 그대로 강영원의 몸을 감싼 촉수를 잡고 뜯어내 던졌다.

몬스터가 바닥에 내던져졌다. 얼어붙은 칼날의 영향으로 바로 몸을 합체하지 못하고 꿈틀거렸다. 나는 강영원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함부로 만지지 말라니까 말 더럽게 안 듣지.”

“…어떻게.”

어떻게긴 인마.

[게이트 ‘은하 변방’의 변이체 548이 등장했습니다!]

시스템이 알려 줬다. 나는 쯧 혀를 찼다. 빌딩 사이에 자리한 화단에서 강아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모양이 찍어 낸 듯 똑같은 포메라니안이었다. 사람으로는 변신 못 한다더니 죄다 강아지 모습을 베꼈다.

그때 눈앞에 시스템창이 떴다.

[따라라단다단 클리어런스에게 드리는 특별 퀘스트!

게이트 ‘은하 변방’의 폭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폭발이 일어나면 용현역 디지털 단지는 변이체로 뒤덮이게 됩니다. 제한 시간 내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고 게이트를 닫으세요!

난이도: 2+

제한 시간: 20:00]

씨발 또 제한 시간이냐…! 공략 1팀 헌터들이 당황하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어느새 빌딩 앞을 가득 채운 강아지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타이밍에 짖어 댔다!

“이게 몬스터들이야?”

“숫자가 너무 많아!”

우리는 놈들에게 밀려 빌딩 입구 쪽으로 더 가까이 붙게 되었다. 발밑에 유리 조각들이 밟힌다. 제한 시간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하 씨, 또 하필 이런 상황에 꼭…!

나는 김한울을 보며 말했다.

“위로 올라가서 게이트 확인할 테니까, 저것들 잡아요.”

“지금 따로 행동하는 건 위험합니다!”

“개인행동 하지 마세요. 팀 활동이 우스워요?”

다들 눈초리를 사납게 세우고 떠드는데 하나도 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 말이나 떠들 거면 주춤대면서 모이지나 말라고!

“게이트 곧 터진다는데 그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해!”

나는 버럭 소리 지르곤 빌딩 안으로 몸을 날렸다.

“차해준 씨!”

“저것들부터 해치우고 있어요! 위에 가서 게이트 닫을 테니까!”

“아 좀!”

[19:23]

공략 1팀 팀원들이 저마다 달려드는 변이체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눌렀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바로 계단 입구로 방향을 틀었다. 닫힌 철제문을 벌컥 열고 스킬을 사용해 뛰어올랐다.

“네가 리더야?! 멋대로 행동하고 난리야!”

뒤에서 빽-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강영원이었다. 다른 팀원들에게 변이체들을 맡기고 나를 쫓아온 거 같았다. 저 새끼는 어째 두 번이나 구해 줬는데도 인성이 변하질 않냐.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스킬을 사용하니 40층의 계단을 오르는 데 2분도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 밑에서 강영원의 숨소리가 들렸다. 칭호에 알맞게 놈도 빠르게 올라온다. 나는 옥상 비상 대피문을 뜯다시피 열어젖혔다.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쳤다. 옥상 끝, 50센티 정도 허공에 띄워진 원형의 게이트가 보였다. 마나 파장이 불안정하게 일그러졌다가 스파크처럼 이리저리 튀길 반복했다. 천천히 게이트에 다가가는데, 호출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백루찬이었다.

- 형 어디예요?

“X 빌딩 옥상.”

- 또 혼자 위험을 무릅쓰네.

“이러려고 데리고 온 거 아냐?”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한야를 꺼내 들었다. 허공에서 튀어나오는 검을 붙잡는데, 검게 물든 게이트 입구가 일렁이더니, 새까만 타르로 만든 해골 같은 것들이 공포 영화 주인공처럼 게이트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야를 든 손목을 한번 돌리고, 그것들을 마주했다. 타르 같은 변이체들이 철푸덕 하며 옥상에 하나씩 떨어진다. 그때, 게이트의 마나 파장이 크게 튀어 올랐다.

[! ‘은하 변방’의 보스 몬스터 변이체 12개체가 게이트를 빠져나왔습니다!]

시스템이 번쩍이며 요란하게 보스 몬스터의 등장을 알렸다.

널따란 옥상을 가득 채운 놈들이 그어억대며 몸을 일으킨다.

“수가 좀 많네.”

-기다려요.

“기다리긴 힘들고.”

내 말에 백루찬이 웃었다. 이놈이…. 넌 지금 웃음이 나오냐. 내 뒤에 강영원이 도착해서 옥상 문을 넘어오려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강영원의 앞을 막아섰다.

“내가 맡을 테니까, 들어오지 마.”

너 없는 게 마음대로 움직이기 편하다, 이놈아. 무엇보다 이놈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변이체 12의 등급이 재조정되었습니다.

B-> A+]

[긴급 퀘스트!( ≧Д≦)/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게이트 ‘은하 변방’의 등급에 변화가 있습니다!

변이체를 없애고 오류를 바로잡으세요!

난이도: 1

제한 시간: 15:35]

강영원이 끼어들어서 잡기엔 등급이 애매하게 높아졌다.

강영원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지만, 나는 놈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옥상 문을 쾅 닫고서 문을 잠갔다.

“적당히 조지고 있을 테니까, 와서 번개나 날려. 지지는 게 효과 직방인 듯.”

-무리하지 마요.

“봐서.”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옥상 문을 쾅쾅 치며 강영원이 소리 질러 댔다. A급이라 그런지 특수 제작 되어 두껍기 그지없는 철문이 주먹 모양으로 툭툭 튀어나왔다.

나는 강영원을 가뿐히 무시하며 목을 옆으로 꺾고 이리저리 스트레칭 했다. 하아, 시간은 충분하고. 하늘은 또 더럽게 맑네. 그때였다.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헬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늘 저편에서 하얀 헬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기사님 퐈이링!”

헬기엔 카메라를 든 홍희가 타고 있었다.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러워 목소리가 묻혔지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딱 붙어서 따라다닌다더니….

백루찬과 통화를 종료하고 호출기를 곱게 품에 넣었다. 이것도 꽤 비싸더라고. 공짜로 받았으니 아껴 써야지. 잠긴 재킷 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풀어 던졌다. 바람에 넥타이가 날아간다.

그리고 한야를 뒤로 빼고, 자세를 잡았다.

[제한 시간 : 14:45]

어느새 옥상을 가득 채운 변이체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나를 쳐다봤다. 타르로 뭉친 것 같은 얼굴이 줄줄 흘러내린다. 눈도 없는 것들이 노려보기는.

혀를 한번 차 주고는, 바닥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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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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