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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45화 (45/201)

45화

오류 난 시나리오

…사용 방법이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지만 일단 받았다. 상태 이상 해제… 그래 이건 너무 좋은데… 좋은데.

나는 베개를 푹푹 때리며 시스템을 욕했다. 빌어먹을 시스템이! 아주 사람을 가지고 놀리는 데 재미 들렸지!!

[(❁ᴗ͈ˬᴗ͈)⁾⁾⁾]

뭔데! 무슨 의미인데!!

점점 가지가지 하는 시스템을 보며 나는 분노를 삼켰다. 그래, 그나마 제대로 된… 이라고 할 수 있나. 아무튼 보상이 떨어졌으니까.

후- 심호흡을 하며 요동치는 마음을 다스렸다. 진정하자, 진정.

일단 지금 시나리오도 확인해야 하니까.

오염된 지하 도시 때문에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서 상태 이상으로 아픈 거 감안하고 시나리오를 열려고 했다.

잘된 거다. 고작 2개였지만 그래도 상태 이상 해제권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나는 큼- 목을 가다듬었다. 현타가 진하게 몰려왔지만, 그래도 상태 이상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건 정말 내장이 꼬이는 듯한 고통이라서 이 악물고 견딘다고 해도 힘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병실 문을 힐끔 살핀 뒤, 마력까지 돌려 주변에 사람이 지나다니고 있지는 않는지까지 확인했다. 그리고 결연하게 외쳤다.

“그, 급속 상태 이상 해제.”

…….

아무런 반응도 없다. 나는 다시 한번 외쳤다.

“급속! 상태 이상 해제!”

[사용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끝에 ♥를 꼭 붙여 주세요!]

…빌어먹을 시스템아!

내가 못할 것 같냐!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이 세계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아주 비장하게 외쳤다.

“급속 상태 이상 해제♥”

[띠링! 급속 상태 이상 해제 이용권 1매가 사용되었습니다.]

…간신히 목소리를 간드러지게 높여서 귀엽게 외치자, 그제야 이용권이 사용되었다는 시스템창이 떴다.

순간 번쩍하면서 머리 위로 빛이 모이더니 뭉쳐졌던 것이 팡- 소리를 내며 터졌다. 뭔가 싶어 움찔했지만, 이내 터진 것은 작은 빛 가루가 되어 내 위에서 눈처럼 흩뿌려졌다. 그것은 내 몸에 닿아 스며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

뭔 마법 소녀냐. 효과 진짜….

나는 이를 악물고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부끄러움을 참았다. 어째서 부끄러움은 내 몫이지…. 빌어먹을 병실에 나 혼자 있는데도 아까 백루찬이 있었을 때만큼 쪽팔리다. 차해준 가오 어디로 갔냐…….

씁쓸함을 뒤로하고, 일단 나는 시나리오를 보기 위해 독서 스킬을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눈이 감기고, 어두운 심상에 거대한 책이 떠올랐다.

[스킬 발동! 독서(Lv.1)]

[종전의 기록: ‘시나리오’를 열람합니다.]

[현재 페이지 수: 23/451]

※!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얀 종이에, 누군가가 글을 써 내리는 것처럼 글씨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5월의 평화로운 여름날 학교/교정/4층 교실(45년 5월 ---일)

--는 아직 어스름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일찍 학교에 나오는---….

cut to)

------햇볕이 드는 복도. 날리는 커튼.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다. 콰쾅- 소리가 나며 지진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린다. 학생들이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 수학 선생님이 당황한 얼굴로 창밖을 확인한다.

학생1 : 게이트다!

학생1: 모, 몬스터…!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한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린다. 넘어지는 아이들. 선생님이 먼저 교실 문을 열어젖히지만 복도에는 이미 도망쳐 나온 학생들이 달리고 있다. 그때, 복도 저편에서--------

꿱툻겟%%^■■■■,■■■■■…….

##. 낯선 폐아파트/실외/밤

시멘트만 바른 폐아파트 계단을 오르는 일렬의 사람들. 흰옷을 입고 눈빛이 멍하다. 그들의 맨 앞과 맨 뒤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있다. 옥상에 도착하는데, 로브를 쓴 남자가 멈춰 선다. 옥상 한가운데 허공이 뻥 뚫린 것처럼 게이트가 마력 파장을 내뿜고 있다.

교법사1: (오른팔을 높이 들며) 새로운 별로 인도하는 통로가 우리를 맞이한다…!

뒤따라오던 흰옷 입은 신도 무리가 벌게진 눈으로@#$R%#$!--- 3학년—반 교실.

깨진 창문, 날리는 커튼. 피가 묻은 교복을 입은 천새벽이 고개를 돌린다. (카메라 줌 인) 울컥 피를 토하는 새벽. 결연한 눈빛.

천새벽: …괜찮아.

천새벽이 바닥을 양손으로 짚는다. 그 순간, 오색 빛을 머금은 투명한 결계가 화아악- 소리를 내며 천새벽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줌 아웃) 그 뒤로 쓰러져 있는 학생들. 반장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외친다.

반장: 왜, 네가…!]

[경고! 종전의 기록이 페이지 오류로 인해 뒤섞였습니다!]

[경고! 시나리오가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서 시스템창이 요란하게 번쩍였다. 오류? 오류라고?

여태껏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렇게 빈칸이 있거나 글자가 어그러진 적이 없었다. 이것도 오류 때문인 거야?

그리고 학교가 나왔다가 갑자기 중간에 분위기 확 바뀌면서 이상한 아파트가 나온 건 또 뭐야?

[시나리오가 뒤섞인 상태입니다. 정상화 불가.]

다시 뜬 시스템창을 보고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날짜도 제대로 표기되지 않았다.

뭐야, 이건. 이러면 읽어 봤자 소용이 없잖아!

나는 씩씩대며 베개를 퍽퍽 때렸다. 아오 이 시스템 새끼! 말만 시스템이지 오류에 버그에 하나같이 엉망진창이야! 이래 가지고 세계를 구할 수 있겠냐!

성질이 났지만 차마 소리를 꽥 지를 수 없어 속으로만 아득아득 씹었다. 빌어먹을 시스템!

[( • ˃̶͈̀□˂̶͈́)੭ु⁾⁾ ]

뭐, 뭐, 인마! 뭘 잘했다고 삐진 척이야!

나는 침대에 풀썩 누우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앞길이 구만리인데 답답하기 짝이 없다. 학교… 고등학교를 내가 어떻게 가는데?! 이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고! 아휴 진짜….

그래도 이용권을 사용했더니 확실히 몸은 안 아팠다. 씨불 이거라도 오백 장은 더 주지….

그대로 잠이나 자려 했지만, 머릿속에는 계속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나온 인물들 중에서 확실한 인물은 천새벽이란 고등학생 남자애. 그리고 교법사라는 놈.

아, 너무 찝찝한데….

그리고 분명, 말하는 거나 모습으로 봐선 사이비스러웠다. 하여간 여기나 저기나 사이비가 판을 치고 난리다. 여기는 좀 더 스케일이 큰 거 같은데. 아무래도 게이트가 있으니까 그렇겠지.

아무래도 다음에 한 번 더 열람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베개를 똑바로 베고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모르겠다. 일단 잠부터 자자.

***

입원한 지 2일 차, 나는 벌써 이 생활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이제 몸도 다 나았는데 빈둥빈둥 한량처럼 눕고 자고 먹기를 반복하는 백수의 삶에 말이다….

“형, 아니, 아, 아니…!”

“엉? 어엉? 이거? 이거?”

콘솔을 잡고 있던 내가 급하게 몸을 꺾자 화면의 캐릭터가 넘어졌다. 그리고 그 위로 거인이 망치를 들어 올렸다. 앗, 피해야 돼! 다시 좌우 버튼을 연타하며 피하려 했지만 망치는 내 캐릭터의 위로 떨어졌다. 쾅! 하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회색으로 죽으면서 Mission failed라는 글씨가 떴다. 나는 가만히… 옆에서 씩씩대는 한솔이의 눈치를 살폈다.

“…하하, 한솔아. 다른 게임 할까?”

“…….”

나를 보는 한솔이의 시선에 형은 모든 게임에서 ‘좆밥이구나’라고 하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별달리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벌써 여섯 번째 게임에서 무참히 아웃을 당해 버린 후였다….

아니 내가… 그러니까 난… 곰 때려잡는 건 잘했는데….

“혀, 형은… 어쩔 수 없다….”

시무룩해진 한솔이가 한숨을 폭 내쉬며 나에게 매달렸다. 나는 그런 한솔이를 허벅지에 앉히고 어색하게 웃으며 콘솔을 던졌다. 그래… 안 되는 거 하지 말자.

“그냥 우리 맛있는 거나 먹을까?”

“피자는 시, 싫어.”

“웅웅, 그러면 치킨? 아니면 고기?”

한솔이는 게임에서 금방 아웃된 게 억울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아… 어린아이의 동심에 금을 내 버린 것만 같은, 못난 나의 모습에 눈물이… 는 아니고. 바로 배달 어플을 켰다. 이럴 땐 먹을 걸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이 몸이 왔다!”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홍희가 기운차게 들어왔다. 요즘 저렇게 등장하는 것에 맛 들였는지 시도 때도 없이 외쳐 댄다. 홍희는 손에 비닐에 싸인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환영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구나, 아주.”

“한야를 혼자 둘 수 없지! 외로울 테니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들르는 거라고.”

“아하, 그래서 오늘도 땡땡이다- 그런 거구나.”

“길마도 일 안 하는데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우리 한야랑 놀고 싶을 뿐이고!”

“한솔이는 왜 빼.”

“울 길드 공식 귀염둥이 한솔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홍희가 꺄악 소리를 지르며 한솔이와 내가 앉은 소파에 몸을 던져 누웠다. 내 무릎을 베고 누워서 행복한 표정으로 뒹굴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홍희를 밀어내지 못하고 떫은 표정으로 받아 주었다. 그래, 물주에게 기어야지 별수 있나.

한솔이가 홍희가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마음에 드는구나, 짜식. 어려서 그런지 얼굴에 티가 다 난다니까.

휴대폰을 들어 배달 어플 켰던 것을 종료했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휴대폰 액정은 와그작 깨져 있었다. 슬슬 터치도 안 먹히는 것 같고 이제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휴대폰을 보고 있을 때 홍희가 내 앞에 검은색 물체를 내밀었다.

“…뭐야?”

“호출기.”

검은색 물체는 휴대폰처럼 생긴 호출기였다. 기능도 일반 휴대폰과 다를 게 없었지만 게이트 관련 시스템이 깔려 있다는 것이 달랐다. 나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그것을 받았다. 내 얼굴을 보고 홍희가 툴툴거리듯 말했다.

“어차피 휴대폰 박살 났고, 이제 등록 헌터니까 호출기를 써야지! 이거 완전 최신형이야!”

“공짜 맞냐….”

“이건 등록 헌터가 된 기념으로 내가 주는 선물이야. 이거야말로 내 주식이 싹 다 들어간…!”

홍희가 벌떡 몸을 일으켜 열변을 토했다. 한 번도 떨어진 적 없고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효자라며 알뜰살뜰 모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아주 의심 어린 눈초리로 홍희를 바라보며 일단 고맙다고 말은 했다. 고마운데… 고마운데 뭔가 수상하고 찝찝한 이 기분은 뭐지.

호출기를 이리저리 조작해 보다가, 나는 홍희의 눈치를 보고 슬쩍 입을 열었다.

“생각해 봤는데, 역시 일주일 동안 병실에만 있는 건 오버 같아. 이제 몸도 다 나았고.”

“으응?”

“빚도 차감할 겸 차라리 일할게. 이렇게 처박혀 있는 것도 힘들다.”

내가 눈치 보며 꺼낸 말에 홍희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무시무시하게 웃었다. 아씨, 뭐냐…! 뭘 얼마나 부려 먹으려고 저렇게 웃는데!

“그래? 그럼.”

쿠후후 웃는 웃음소리가 기분 나쁘다. 불안한데. 뭐 그래도 병실에서 시간 죽이고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형아, 형도 머거. 마싯서.”

한솔이가 입 안 가득 고기를 넣고 우물대며 나에게 말했다. 도시락은 불고기가 들어간 한식 도시락이었다. 때깔 쥑이긴 한다. 한솔이의 권유에 나도 도시락을 꺼내 펼쳤다. 한 숟갈 먹으려고 할 때쯤, 갑자기 삐삐- 소리가 나며 호출기가 울려 댔다. 나는 흠칫하며 호출기를 확인했다. 뭐야, 지금 게이트가 터지기라도 한 건가?

서둘러 확인했지만, 게이트가 터졌다는 내용은 아니고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였다.

-차해준 번호 맞나요?

메시지 내용이 너무 뜬금없었다. 방금 받았는데 내 호출기인 줄은 어떻게 알고…. 그때 홍희가 덧붙였다.

“원래 한야 번호랑 미리 다 연동시켜 놨지~.”

철저한 녀석…. 고맙긴 하네. 일단 메시지 답을 하려고 문자를 쓰는데, 이번엔 갑자기 전화가 왔다. 번호가 문자 온 번호랑 똑같았다. 누군데 이렇게 참을성이 없냐. 나는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야악-! 차해준, 맞냐!

-하영아, 좀!

익숙한 괴성과 목소리였다. 옆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녀석은 조하영의 목소리였고, 말리는 목소리는 김수민 같았다. 둘 다 케이든 게이트 이후 잘 지냈는지, 목소리의 힘이 넘쳤다. 전화 품질이 무척 좋은지 주변이 웅성대며 시끄러운 소리까지 다 들렸다. 나는 호출기에서 귀를 뗐다가, 다시 얌전히 귀에 대고 말했다.

“김수민?”

-어어, 나 기억해?

“못할 리가 없잖냐.”

-야- 나는! 나느은!

“오냐, 그래. 조하영. 무슨 일이세요.”

한숨을 쉬곤 대답하자 김수민과 조하영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수민이 이겼는지 말을 꺼냈다.

-별건 아니고, 고맙다는 말 하려고. 듣기로는 이제야 깨어났다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몸은 괜찮아?

“아… 뭐, 괜찮아. 고맙다는 말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 그래도 진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구해 주려고 다시 와 줬고….

“하하… 각성자는 다 그럴걸…?”

김수민은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어색해서 뻘줌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홍희가 음흉하게 웃는다. 쟤 또 왜 저렇게 웃어?

“진짜, 진짜로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당연한 거고….”

-뭐래, 짜식아! 고맙다고 인사하면 받아!

조하영이었다. 김수민의 휴대폰을 뺏어 들었는지 큰 목청 때문에 귀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다른 거 해 줄 건 없고! 우리 조 게이트 이해 과목 특별 점수로 가산점까지 해서 중간고사 만점에 학점 A+ 예약이다! 이거 나랑 수민이가 발로 뛰어서 딴 결과니까! 고마워해!

“오- 야, 그건 진짜 고맙다.”

안 그래도 학교도 제대로 못 나가서 출석표도 개판인데 하나라도 A+ 받으면 다행이지. 내 말에 조하영이 낄낄 웃었다.

-고마우면 어떻게 각성하는지 알려 주-.

-어휴, 진짜 해준아, 미안. 하영이가 한번 꽂히면 그것만 봐서, 요즘에 각성자 된다고 노래를 불러.

금세 휴대폰을 빼앗아 든 김수민이 다시 통화를 이었다. 나는 킥킥 웃었다. 조하영도 그렇고 김수민도 참 재밌다. 김수민이 이제 쉬라고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갑자기 진마하가 떠올랐다. 진마하 이놈, 학교 출석은 제대로 하고 있으려나 몰라.

“수민아, 진마하 걔는 어때. 게이트 터졌을 때 잘 피했대?”

-진… 누구?

“진마하. 우리 같은 조였잖아.”

-같은 조? 우리, 나랑 하영이, 그리고 너랑… 이렇게 세 명뿐이었잖아.

“어?”

순간 소름이 오도도 돋았다. 뭐지?

“진마하. 우리 진짜 같은 조… 였는데. 같이 명동도 가고.”

-…어, 해준아. 혹시 다른 과목하고 착각한 건 아닐까?

확실히 모른다는 눈치였다. 뭐야…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내가 착각한 건 아닌데 분명-.

그렇게 생각에 빠질 때, 또다시 조하영이 소리를 질렀다.

-기사님~ 각성자 되는 비법 전수 기다린다!

“…기사는 또 뭔 소리야.”

-너 몰라? 헌헌에서 너 그렇게 부르더만! 긍휼의 기사! 백마는 없어도 날아다니는 유니콘! 이 시대의 참된 각성자!

긍휼… 뭐? 나는 또 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저번에는 겐쥐남에 짭한야에 별말이 다 있더만 이젠 긍휼의 기사? 우리나라 언제부터 이런 오글거리는 명칭을 갔다 붙이기 시작한 건데!

-그야 네 얼굴이 다 했지.

조하영은 간단하게 답을 내려 줬다. 얼굴은 또 무슨 소리야…. 전화기 너머로 조하영과 김수민이 아웅다웅하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내 김수민이 다급하게 인사했다.

-그래, 해준아! 다음에 학교 올 때 연락해! 그때 보자!

“어, 그-.”

뚝- 끊긴 전화에 나는 멍한 얼굴로 호출기를 내려다봤다. 진짜 갑작스럽게 연락해서 질풍같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끊어 버렸다. 옆에서 홍희가 배를 붙잡고 웃어 댔다.

“그, 긍휼의 기사님! 아아~ 유니콘 같은 그 남자의 이름! 긍휼의 기사!”

…닥쳐 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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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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