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32화 (32/201)

32화

차해준이 몸을 날린다.

옆으로 슬라이딩한 몸이 바닥을 쓸고 괴물들 사이를 파고들고 그 사이에서 번쩍- 하고 퍼런빛이 일었다 사라졌다.

그 뒤로 몬스터들이 쪼개졌다.

“…….”

송류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앞의 장면이, 현실 같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몸놀림이 아니다.

“괜찮으세요?”

해준이 넘어진 민간인에게 말했다.

망설임 없이 내민 손, 부축하는 몸.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선 냉랭한 얼굴로 자신을 숨기기에 급급했으면서, 저럴 땐 꼭 어렸을 적 차해준을 보는 것 같다.

송류진은 그런 차해준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그리고.

“형, 이제 가요, 게이트 막는 게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길이야.”

백루찬이 해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하게 웃는다.

모르젠트 길드장이 저런 표정으로 저렇게 온순하게 말을 걸다니. 기가 찼다.

완전히 다른 사람인 양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피해가 정말로 커질까 봐 순수하게 걱정하는 얼굴로. 그 모르젠트의 백루찬이.

하지만 해준의 허리를 감싸고 제 쪽으로 끌어당기는 팔에서 숨길 수 없는 욕심이 묻어났다.

송류진은 생각했다. 대체 언제부터인 거지?

언제부터 백루찬이 차해준을 알게 된 거지?

“어, 어. 이분만 네 길드원에게 부탁하자.”

“그래요. 이미 불렀으니까 올 거예요.”

해준은 그런 백루찬을 피하지 않는다.

어떤 표정으로 제 옆에 또 다른 괴물이 붙어 있는 줄 모르고.

송류진은 너무 불편해졌다. 속이 뒤집히는 것 같고, 배 속이 잔뜩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꽉 쥐어진 주먹이 작게 떨렸지만, 송류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고, 자신은 각본의 에이스로서 활약해야 한다.

게이트를 닫고, 사람들을….

송류진은 들고 있던 가르덴의 송곳을 바닥에 꽂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성을 유지하려 했지만, 자꾸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해준이는 언제부터 각성한 것일까?

신당 5동에 터진 2급 게이트 때부터? 그 전에 언제?

언제부터 나에게 숨긴 걸까? 대체 왜?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가?

얼굴이 차갑게 굳어 갔다. 송류진의 시선이 백루찬과 함께 움직이는 해준을 따라갔다.

그가 나침반 끝의 북쪽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가 자연스럽게 해준을 향했다.

“…말하지 않아도 돼.”

송류진은 혼잣말로,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숨기는 게 많아도 괜찮다.

차갑게 굳어 있던 얼굴이 미세하게 찌푸려지며, 눈빛이 잔뜩 흔들렸다.

송류진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곁에 있게만 해 준다면.

송류진은 다시 생각했다.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건가?

***

게이트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오염된 실험체 307/420]

게이트에서 계속 튀어나오고 있는 건지 오염된 실험체의 수가 계속 늘어났다.

나는 살짝 무릎을 굽혔다 폈다. 5층짜리 건물이 세워진 블록 너머 건너편에 생존자가 있었다.

도망치는 생존자의 뒤를 쿵쿵대며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몬스터를 향해서, 내 몸이 활시위를 벗어나는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그대로 오염된 실험체를 반으로 가르고, 나는 멈춰 섰다. 관성에 의해 몸이 살짝 앞으로 쏠렸다.

근육 덩어리 사이 움푹 팬 눈에 의아함이 맺힌다.

오염된 실험체는 갑자기 끼어든 나를 보고 괴성을 지르다가, 천천히 사선으로 갈라졌다.

“끄아악! 으헉!”

비명을 지른 생존자가 기겁하며 허둥댔다.

나는 손목을 돌려 끈적한 피가 묻은 한야를 털어 내고 생존자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으악! 으아악!”

연달아 소리를 꽥 지른 생존자는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자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나는 그를 딱하게 보며 생존자의 뒤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세요. 모르젠트가 있습니다. 이제 안전할 거예요.”

과연 믿을지 모르는 말을 하곤 등을 돌렸다.

숫자 하나 추가. 눈앞에서 시스템창에 기록되는 숫자가 슬롯머신이 돌아가는 것처럼 연속으로 바뀐다.

백루찬이 또 몰이사냥을 하고 있나. 나는 혀를 차고, 스킬을 시전했다.

빨리 게이트에 도착해야 이 빌어먹을 놈들을 그만 볼 수 있다.

짧은 거리임에도 계속 나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시간이 자꾸 허비됐다.

거리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습을 드러내자 괴물들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

-쿵! 쿵! 쿵!

무어라 말을 하는 것처럼 괴성을 지른 몬스터가 돌진해 왔다.

나는 검을 세워 막았다. 강한 힘에 딛고 있는 시멘트 바닥이 쩌저적 갈라졌다.

검은 근육 덩어리가 내 머리를 삼킬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사람의 이처럼 둥글게 돋아난 이빨이 가득 보인다.

윽, 진짜 정신 건강에 해롭다.

나는 눈을 질끈 감는 대신, 놈을 밀어내고 목을 베어 냈다.

끈적하고 검은 핏물이 검신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송류진이 돌진하는 몬스터에게 카운터를 날린다.

그리고 바닥을 찍으며 스킬을 시전했다.

[어스 스탬프(Lv.99)]

광역 어그로 끌기 스킬이다. 오염된 실험체가 송류진을 먼저 인식하고 달려들었다.

5층 건물 위에 있던 백루찬이 우아하게 몸을 틀어 뾰족한 우산 끝을 모여든 몬스터들을 향해 겨눈다.

우산 끝에 강한 전류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맺혔다.

백루찬은 대포를 쏘듯 놈들에게 전류로 이루어진 마력구를 쏘아 보냈다.

쏜살같이 쏘아진 구가 괴물들 한가운데서 터진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허 씨발, 오지고 지리죠?

“사, 살려 주세요!”

그때, 대로변 구석 골목에서 튀어나온 사람이 있었다.

뒤로 오염된 실험체가 좁은 골목을 힘겹게 헤치며 도망치는 생존자를 쫓았다.

골목 한편에서 근육 덩어리를 붙잡는 에어컨 실외기들이 놈 때문에 터져 나갔다.

오염된 실험체가 괴성을 지르며 생존자에게 돌진했다.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전력으로 한야를 놈에게 집어 던졌다.

쐐에엑 소리를 내며, 한야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다.

생존자를 덮치려던 괴물이 꼬챙이에 꿰인 고깃덩어리가 되어 뒤로 날아가 쓰러졌다.

“사장님, 나이스 샷.”

백루찬이 내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손뼉을 짝짝 쳤다.

몰이사냥을 마친 송류진이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째 좀 안색이 안 좋다. 무리했나?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다. 괴물을 저지시킨 한야가 그림자에 녹아들며 다시 내 손에 잡혔다.

“게이트는?”

“저기.”

고작 패널 몇 개로 가로막힌 공사장 안쪽, 강한 마력 파장이 느껴졌다.

이제야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강한 파장이었다.

이 정도라면 생성된 지 꽤 된 거 같은데, 왜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지?

송류진이 깊이 생각에 잠긴 채 게이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식, 표정이 안 좋았던 게 이것 때문이구나.

이 정도 크기인데 발견을 못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나는 송류진의 팔뚝을 툭 쳤다.

“괜찮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어? 응. 좀 이상하긴 해.”

“2+급이면 웬만해선 지나다니기만 해도 눈치채는데. 이제야 발견된 게 수상하긴 해요. 주위에 결계라도 쳐진 것처럼 흐름도 일정하지 않고…. 꼭 누가 일부러 가려 놓은 것같이.”

백루찬이 말을 이었다. 나도 동의한다.

꼭 누가 일부러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려 작정한 것같이 느껴졌다.

마력을 퍼트려 확인했을 때도 함정처럼 공사장 인근마다 마력 파장이 강하게 느껴졌으니까.

게이트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가 무엇인지 인간은 아직 발견해 내지 못했지만, 한계에 다다르면 마력 수치가 올라가고 몬스터들이 튀어나온다.

오염된 실험체가 활보하는 것을 봐라. 이건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의 징조였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거북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처럼.

뒤늦게 눈치채고, 결국엔 게이트가 터져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누가 대체, 무슨 수를 쓴 걸까….

우리는 기묘한 위화감을 뿜어내는 게이트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공사장 패널이 다 부서져 있는 곳엔 오래된 방치로 뼈대만 남아 있는 가건물이 있었다.

건물 외벽에 휘장처럼 늘어진 현수막이 바람에 휘날린다.

안전제일이라 써진 글귀가 다 낡아서 흐려져 있다.

분위기가 아주 을씨년스러웠다. 일대에 들어서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거 같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게이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폴리스 라인이 보였다.

각본이 도착했구나. 근데, 늦었다, 이 인간들아….

“왔냐.”

게이트 앞에서 진을 치고 분주히 움직이는 각본 요원들 사이로, 우반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반희는 송류진을 부르다가 나를 보고 멈칫했다.

눈이 마주치자 대뜸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휙 돌렸다.

아니 이 새끼가, 기분 나빠도 내가 나빠야지, 왜 네가 나빠 해? 나도 얼굴을 확 구겼다.

우반희는 불도 안 붙인 담배를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으며 송류진에게 손짓했다.

하는 행동이 꼭 게으른 형사 같다. 칭호가 정의의 탐정이었으니 형사는 맞지.

나는 혀를 찼다. 아, 정의는 좀 모르겠고요.

삐딱한 내 시선에도 우반희는 의식하지 않는 척했다. 나는 외면하지 않고 노려봐 줬다.

“이상한 게 튀어나왔어.”

우반희가 게이트 앞을 가리켰다. 거기엔, 녹아 가는 슬라임 덩어리 같은 놈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둥근 게이트 입구를 가득 메운 놈들은 벌레들이 뭉쳐 있는 것 같았다.

백루찬이 비위 상한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토할 거 같네요.”

예민한 도련님처럼 구는 모습인데 그게 또 놈하고 어울렸다.

나는 백루찬을 보다가 다시 게이트 입구를 빠져나오려 애쓰는 슬라임 덩어리 같은 놈들을 쳐다봤다.

…경멸할 만한 비주얼이긴 하다.

[오염된 실험체 폐기물 F-038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폐기물을 처리하고 게이트로 진입하세요!]

[게이트 폭발까지 05:00 남았습니다. 게이트 진입 시 클리어런스(clearance)의 원활한 오류 제거를 위해 제한 시간이 ‘일시 정지’ 됩니다! 바로, 지금, 롸잇나우! 입장하세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갑자기 시나리오 진행?

아직 열어 보지도 못한 다음 시나리오에 이 게이트가 나왔던 건가?

갑자기 어젯밤에 그냥 속 편히 잤던 게 후회가 됐다. 아파도 좀 읽을걸 그랬다!

나는 이를 악물고 한야를 빼 들었다.

“송류진!”

제한 시간, 그것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내가 갑자기 진지하게 자신을 부르자 송류진이 깜짝 놀라 나를 휙 돌아봤다.

나는 동시에 얼어붙은 칼날을 시전했다.

“덩어리 같은 것들 앞에 땅을 좀 파 봐. 저것들 긁어내자.”

내 말에 송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정리되지 않은 공사장 흙바닥에 손을 댄 송류진이 스킬을 사용했다.

지반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백루찬에게 말했다.

“내가 긁어낼 테니까, 전류로 태워.”

백루찬이 싱긋 웃었다. 나는 그것을 알겠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바로 몸을 날렸다.

이형환위 스킬이 주위에 몰려 있는 각본 요원들 사이를 헤치고 순식간에 게이트 앞으로 나를 보냈다. 뒤에서 우반희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차해준, 뭐 하는 거야!”

뭐 하긴! 터지기 전에 진입하려고 그런다, 새끼야!

“뭐야?!”

“막아!”

나는 나를 발견한 놈들이 나서기도 전에 그들을 지나쳤다.

각본 요원들이 휘둥그레진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단단히 틀어막힌 하수구 같은 게이트 입구 앞에서 숨을 한번 몰아쉬고, 끈적한 점액질의 폐기물을 밟고 기어올랐다.

[제한 시간: 04:21]

넘쳐흐른 것들이 냄새는 안 나는데 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기어코 마력 파장이 둥글게 일어나는 앞에 도착해서 나는 한야를 슬라임 덩어리 사이에 푹 꽂았다.

저항 없이 쑥 들어간다. 그리고 날카로운 부분이 아닌 검 면 부분으로 긁어내듯이, 놈들을 앞으로 당겼다.

지반이 푹 꺼지며 쌓여 있던 놈들이 밑으로 뚝 떨어진다.

[제한 시간: 03:45]

나는 추락하는 놈들을 밟고 빠르게 몇 번이고 한야로 구덩이를 파듯 게이트 앞을 파냈다.

폐기물이 송류진이 파 놓은 구덩이에 떨어졌다.

“당장 나와!”

우반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나를 잡기 위해 앞으로 오는 놈이 보였다.

이놈의 각본 새끼들, 한시가 급한데 뭔 재고 따지고 진짜. 이래서 나라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거다, 새끼야!

나는 우반희를 무시하고 다시 게이트 쪽으로 검을 쑥 집어넣고 가득 찬 슬라임 덩어리들을 긁어냈다.

[제한 시간: 2:55]

기다란 검신 때문에 힘을 주자 놈들이 뭉쳐서 떨어진다.

어느 정도 틈이 보였을 때, 망설임 없이 몸을 넣어 놈들을 밖으로 밀었다.

우엑, 씨발! 물컹해! 물컹하고 기분 나빠! 속으로 있는 힘껏 짜증을 부리며 슬라임들을 끌어냈다.

[제한 시간: 02:11]

옷에 점액질이 가득 묻었다. 토할 것 같다….

“이제-.”

“이런 건 내가 전문이지.”

그때였다. 백루찬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흠칫하는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화르륵 하며 불꽃이 일어났다.

미친, 이건 또 뭔데…!

나는 떨어지는 불꽃을 피해 뒤로 훌쩍 뛰었다. 내가 폐기물과 떨어지자마자, 허공에서 일어난 불꽃이 그대로 송류진이 파 놓은 구덩이에 떨어지더니, 이내 펑- 터지듯 몸집을 부풀렸다.

“…….”

[화염의 낙인(Lv.99)]

내가 불꽃을 일으킨 사람을 쳐다보자 시스템이 스킬 명을 알려 줬다.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자는, 새파랗게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도화선이 빠르게 문양을 그린다. 그리고 여자는 그것을 가볍게 내던졌다.

“…카리나.”

우반희가 신음을 흘리며 여자를 불렀다. 불 속성 특수 각성자, 카리나였다.

붉게 넘실대는 홍염이 폐기물을 연료 삼는 것처럼 잡아먹으며 크기를 키워 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남김없이 태워 버렸다. 불꽃은 검투명하게 막으로 덮인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안에서 태워 버리는 건가…. 진입했을 때 슬라임 덩어리에 눌리지 않아서 다행이겠네.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카리나를 돌아봤다.

“고작 2+급 게이트 하나 어쩌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니, 하여간 각본이랑 모르젠트는 일할 줄을 모른다니까.”

카리나가 씩 웃었다. 나도 같이 씩 웃어 줬다.

[제한 시간: 00:25]

고마워요, 땡큐! 완벽하다. 나는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차해준!”

“해준아!”

뒤에서 기겁해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가야만 게이트 폭발을 막을 수 있다. 나는 게이트를 통과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해준아!”

송류진이 돌발 행동을 한 차해준을 따라 게이트로 몸을 날렸다. 우반희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이 미친놈들이 뭐 하는 거야!

고작 2+급이라지만 검증도 안 된 게이트에 왜 들어가!

그때였다. 사뿐히 몸을 띄운 백루찬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카리나를 돌아보곤 말했다.

“뒤 좀 부탁하죠.”

그렇게 말한 백루찬의 몸이 게이트 안으로 쑥 사라졌다. 우반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미친 새끼들이….

“뭐야. 왜 다 들어가? 왜 가? 뭐야? 이번 게이트에 뭐 있어? 뭔데?”

카리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리쳤다. 우반희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힐끔 보곤, 한숨을 쉬고 말했다.

“쫓아가서 잡아 올 테니까, 일단 현장 관리팀은 여기서 대기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각자 할 일 해.”

“우 팀장?”

각본의 공략팀 팀장이 멍청한 얼굴로 우반희를 불렀지만 우반희는 핼쑥해진 표정으로 게이트를 향해 뛰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검투명한 막을 통과하며 우반희는 피곤한 눈을 쓸어내렸다.

가만히 내버려 뒀더니 일을 왜 이렇게 벌이고 지랄이세요, 한야 이 개새끼야….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32)============================================================

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