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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22화 (22/201)

22화

퇴원 날이 되었다. 나는 깨어난 뒤로 이틀을 더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모르젠트 길드 전용 병동이라 따로 접수하고 계산하고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담당했던 힐러가 하루만 더 쉬라는데 나는 더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이미 다 나았는데 뭘. 해야 할 일도 많고.

“편하게 생각하라니까! 집처럼 생각하고 있으라고!”

홍희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대체 왜 이렇게 병동에 처박아 두려고 애원씩이나 하고 그래….

나는 내 티셔츠를 붙잡고 늘어지는 홍희를 매단 채 병실을 나섰다.

“집에 갈 거야. 그리고 다 나았는데 여기 있으면, 민폐 아니냐?”

“민폐 아니라고! 모르젠트 전용이고 우리 길드원들은 강해서 잘 안 다쳐!”

홍희의 외침에 복도를 지나치던 환자복 입은 모르젠트 길드원들이 찔끔하며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아예 책으로 가리고 지나쳐 병실로 사라지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심히 찔렸나 보네.

“잔말 말고, 갈 거야.”

“안 돼에- 좀만 더 있어!”

“아 왜 이래, 진짜?”

그동안 자체 휴강 때린 강의들도 너무 많아서 걱정된단 말이다!

이러다 F 먹고 재수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나는 홍희에게 잡힌 채 복도를 지나쳤다. 질질 끌려오면서도 절대 손을 놓지 않는다. 아오, 고집 보소.

“왜. 잡아 놓으려는 이유가 뭔데.”

“그런 거 아니고- 나는 그냥 나의 한야가-.”

“이유.”

“아씨…. 지금 나가면 난리 나. 그냥 좋은 말 할 때 여기 있어.”

“난리?”

“게이트 사건. 오늘 뉴스 터졌거든. 뭐, 이미 알음알음 다 알긴 하는데…. 그래도 게이트 닫힐 때까지 각본 쪽에서 엠바고 걸어 놨었단 말이야. 근데 게이트가 닫혀야 말이지.”

“…보도되었어?”

“설마 안 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요즘은 초상권 저리 가라야. 다 뉴스에 나온다고. 다해 길드장 포함 송 씨랑 우 씨, 그리고 울 길마랑. 그리고 한솔이.”

홍희가 나를 손가락질하며 가리켰다.

“바로 당신까지.”

엄중한 목소리로 목소리를 내리깐 홍희는 눈을 부릅떴다.

“사진이 떠 버렸다고!”

…오우, 큰일이잖아. 그제야 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세히 나왔어?”

“완전 귀찮게 됐어. 사진 찍힌 거야 뭐 일상이라 상관없는데, 한솔이가 찍혀서 새로운 S급이라고 주목받고 있어. 아직 등급 측정도 안 했는데 기자들이 난리라고. 뭐 하나라도 건지려고 모르젠트 앞에 쫙 깔린 상태야.”

“한솔이가 걱정이네. 가뜩이나 심약해진 상태인데.”

“다행히 한야는 송 씨랑 울 길마한테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서 그렇게 얼굴이 드러나진 않았는데….”

“뭐야 그럼 괜찮네.”

살짝 좀 걱정했는데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다니. 다행이구만.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홍희가 짜증스럽게 입술을 꾹 물었다. 나는 홍희의 머리를 꾹꾹 눌러 주며 말했다.

“얼굴 모른다며. 뭐가 문제야?”

“풀린 사진만 그럴 수도 있다고. 그리고 목격자가 몇인데.”

“그렇긴 한데, 그때 내가 너무 다쳐 있어서 혹시 모르지. 피투성이였잖아. 나는 못 알아볼 거 같은데.”

내 말에 홍희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이 얼굴을 어떻게 못 알아보냐….”

“엉?”

“아니. 그것보다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송류진이랑 우반희. 어떻게 하려고?”

음. 나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맞다. 사실 언론보다 지금 더 걱정해야 하는 건 두 놈이었다.

한 놈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친구요, 한 명은 각본의 팀장… 나를 아주 잡아가려고 이를 드륵드륵 갈던 놈이다.

너무 먹고 자고 퍼질러 있었더니 대책도 생각 못 하고 아예 까먹고 있었다.

“류진이랑은 따로 얘기해 보고…. 우반희는 피해 봐야지.”

“학교도 같은데 피할 수 있겠어? 송류진이야 그렇다 쳐도 우반희 그놈은 집착 개쩔어. 별명이 예또라고, 예또. 그놈이 어떻게 쫓아올 줄 알고 피해?”

“모르젠트 소속 길드원이라고 했잖아. 신원 보증이랑 관련된 내용 각본에 보냈다며. 그럼 괜찮지 않아?”

홍희가 다시 한숨을 폭 내쉬었다.

“미등록 각성자는 맞잖아! 더군다나 2급 게이트까지 혼자 처리했고.”

“게이트 안의 상황은 생존자들이랑 나랑 한솔이밖에 모르니까 입 맞추면….”

“우리가 나서서 입 맞추려 해도 이미 조사 시작돼서 늦었어. 그리고 일단 한야가 미등록이라는 게 가장 문제야!”

“크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내가 조개같이 입을 다물자 홍희가 이마를 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래서 교주인 내가 한시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니까….”

…심각한 얼굴로 쓸데없는 고민 하지 마라.

홍희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나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내가 살짝 고개를 숙여 주자, 홍희가 나와 눈을 맞추고 말했다.

“등록하러 가자. 각성자로!”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자 내 뺨을 턱 잡은 홍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야 말고, 다른 각성자로 등록하자고.”

…천잰데?

***

*헌X헌 베스트 게시글*

[서울에 2급 게이트 뜸+5678]

.

.

.

:신당 5동 게이트 아직도 안 닫힘….

미친 졸라 쫄려. 우리 집이랑 ㅈㄴ가까움

└ 야 너두? 나두 ㅅㅂ

:근데 몹은 안 나온다며 닫힌 거 아냐? 각본 아직도 보고 있음?

└ 아직도 여기 일대 드글드글함 각본

: 아기 사슴 아직도 거기 있냐 누가 사진 좀

└이 와중에 아기 사슴 타령. 사망자 수 못 봄?

└ 응 니 가족

└죽인다 진짜

:스급 나왔다는 얘기 있음. 현장에 있던 헌터 기자 중 한 명이 아는 사람인데 2급 게이트를 각성자 한 명이서 보스 잡았고, S급 한 명이 새로 각성해서 나왔다고 했음. 근데 몰젠이랑 각본에서 입단속 시키고 카메라 수거해 갔다고 함.

└2급을 각성자 한 명이? 궁예 자제요.

└스급 나왔다는 거 나도 듣긴 함. 현장에 있던 기자 몇이 커뮤에 뿌린 사진 있음.

└등록하러 갈 때 난리 나겠는데. 몇 년 만에 나온 거냐.

└어린애래. 미친 거 아님 애새끼가 어떻게 게이트 들어가.

└스급이면 너보다 살 확률 높음

└윤리 의식 갖다 버렸냐

└대멸망 시대 헬 조선에 무슨 윤리를 따짐?

└아니 그래서 누군데 사진 어서 봄?

└ 사진 볼 때가 아님 영상 떴다 http://sear--

고층의 모르젠트 길드장 사무실. 나는 사무실 가운데 소파에 앉아 휴대폰 스크롤을 팍팍 내렸다.

헌헌 베스트 게시 글은 5일이나 지났는데도 신당동 2급 게이트 사건이 맨 위에 있었다.

그동안 터진 게이트가 전국으로 따지면 몇 개인데…. 하, 그런 생각을 했지만, S급이 떴다는 소문 때문에 더 요란하게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았다.

큰일이네, 우리 한솔이. 진짜 S급인데.

대대대댓글로 달린 영상 주소를 클릭하려다 말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전에 도망치느라 깨트렸던 창문은 깨끗하게 수리되어 있었다.

나는 홍희의 말대로 길드에 좀 더 머물렀다. 원래 있었던 병실에서 말이다.

따로 방을 내준다고 하는데 홍희 눈빛이 너무 희번덕하게 빛나서… 거절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길드 가입 권유하더니 이젠 아주 제 길드원처럼 대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도움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길드에 가입할 생각은 없었다.

가입하면 자연스럽게 공략에도 참여해야 하고, 돈 받은 만큼 일을 해야 할 거 아냐. 나는 메인 퀘스트가 있었고, 심지어 수명도 줄어든다.

이건 뭐 제한 시간이 걸린 게이트에 들어와 있는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이 말이다.

인터넷으로 상황을 대강 살펴봤는데, 다행히 돌아다니는 사진 중에 내 얼굴이 제대로 찍힌 것은 없었다.

앞뒤로 길드장들이랑 우반희가 막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혀… 형….”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길드장실 문이 열리며 한솔이가 들어왔다.

정희수는 어디 가고 백루찬과 함께 온 한솔이가 힘겹게 나를 불렀다.

내가 양팔을 벌리며 반기자 한솔이가 화색이 되어 내 품에 뛰어들었다.

나는 아이의 몽글몽글한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며 웃었다.

“어제도 잘 잤어?”

끄덕끄덕. 한솔이가 내 품에서 해맑게 웃었다. 한솔이는 매일 나를 찾아왔다. 이젠 조금씩 말을 다시 꺼내고 있었다.

의사 말로는 안정감에 도움을 주는 상대가 옆에 있어서라는데…. 정희수랑 가족들이 잘해 주나 보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한솔이를 받아 줬다.

“오늘이죠? 센터 가는 날.”

“응. 오늘.”

백루찬이 내 옆에 앉으려 했다가 내가 발로 놈을 밀어내자 하하 웃으며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여름인데 들러붙지 말자. 자연스러워서 깜박 넘어갈 뻔했지만 나는 철두철미하다고.

각인된 백루찬이 내게 가진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놈과 붙어 있는 건 찜찜하기도 했다.

저 얼굴 보면 몸이 자연스럽게 풀려서 문제긴 한데…. 백루찬은 무릎 위로 팔을 괴고 말했다.

“각본과 따로 얘기는 잘 해 뒀어요. 일단… 형은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모르젠트 길드원에게 먼저 발견돼서 등록할 날짜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고요.”

“…게이트 빠져나온 건 어떻게 설명했냐?”

“한솔이가 도와줘서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했어요. 생존자들은 숨어 있느라 자세한 상황을 못 봐서 증언에 엇나갈 만한 것도 없었고, 마지막엔 둘만 있었잖아요. 그리고, 보스 몹을 죽였지만, 따로 증거가 될 보상을 못 받기도 했고.”

그렇긴 했다. 보통 보스 몹을 죽이고 나면 보상이 딸려 온다. 나탈리스를 죽이고 한야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근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보상엔 생존과 물음표만 쓰여 있었고, 나는 혹시 이게 수명이 더 줄어들지 않게 해 준 것으로 타협했나 싶었다.

지난 날짜에 비해 수명은 닷새 정도만 줄었으니까….

아니면 아직도 게이트가 제대로 안 닫힌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원래 게이트 닫히기 전에 부산물 얻으려고 뛰어드는 놈들 많아요. 이번 2급은 각본이 앞에서 지키고 있다지만, 혹시 그거 뚫고 들어가는 도굴꾼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나는 흠칫 굳어서 백루찬을 바라봤다.

“절대 안 돼. 혹시 각본도 들어갔어?”

케로베로스 키메라는 죽이지도 못했다. 설사 죽였다 해도 엿 같은 데빌루데스가 지켜보고 있는 곳이었다. 절대 위험하다. 그놈은 나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마력 파장이 그대로인 게 수상해서 안 들어가고 있다고 하긴 하는데….”

“모르젠트에서 말 더 흘릴 수 있을까. 거기 키메라 있다든가. 죽었던 놈들이 괴상하게 되살아났다고. 보통 2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보다 강했다고 하면 어떨까.”

“흐응….”

“안 닫히는 거, 내가 말한 마계… 그것과 연관 있을 수 있어. 괜한 희생자 생기지 않게 말 좀 잘 해 줘라.”

있을 수 있어가 아니라 있다. 사실대로 말하면… 바로 내가 달려가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적당히 돌려 말했다.

계속 안 닫히면 그냥 두기엔 찜찜하니 가야 하겠지만….

근데 나도 몰라… 가서 어떻게 해야 게이트가 닫히는지. 빌어먹을 시스템은 하나도 안 알려 준다고.

백루찬이 손으로 턱을 쓸며 나를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왜 저런 눈으로 쳐다보냐.

“왜, 뭐.”

“진짜 남 걱정은 잘하네요. 자기 걱정은 안 하고.”

난 피식 웃었다.

“상대가 되는 놈이 있어야 말이지.”

랭킹 1위인데 누가 걱정해. 아 물론, 데빌루데스 같은 변태 새끼는 논외다.

“건드리는 놈이 있어야 위기의식이 좀 생기겠네?”

백루찬이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옆에서 한솔이가 휴대폰으로 게임을 켰다. 하는 걸 봐 달라는 듯이 내 허벅지를 툭툭 쳐서 나는 그것을 봐주며 대답했다.

“위기의식은 무슨.”

알아서 잘하니까 넌 너나 잘해라. 나는 자신만만하게 코웃음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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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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