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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16화 (16/201)

16화

쿵- 쿵!

건물이 흔들린다. 반대편 입구에서 케르베로스가 몸을 부딪치며 들어오려 안간힘을 썼다.

살점이 튀기고 피가 튀었다. 절뚝대는 민형이를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넘겼다.

한솔이까지 보내고 모두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자, 나도 그제야 등을 돌렸다.

이제 나만 나가서 게이트까지 나가면… 그때였다.

손가락처럼 마디가 꺾어진 기다란 무언가가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나는 급하게 한야를 들어 올렸다.

“큭-!”

금속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것을 쳐 내고 잘라 내자 이번엔 다른 게 쏘아져 날아온다. 쐬에액 소리를 내며 날아온 것은 이빨이었다. 하, 씨발 진짜 돌겠네.

-내 애완 인간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마음에 든다, 인간! 아주 재밌는 짓을 많이 할 수 있을 거 같구나!

흥분에 찬 데빌루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새끼가 누가 네 마음에 들고 싶대냐!

대체 저 재밌는 짓이 무엇인지 하나도 알고 싶지 않다.

괴물 새끼가 날리는 이빨을 쳐 내고 나는 빠르게 몸을 돌렸다.

입구가 뻥 뚫리면서 중심축을 건드렸는지 건물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빠져나오는데, 앞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악!”

마력 파장이 자리한 옆의 통로에서, 시꺼먼 번견이 혀를 빼물고 달려 나왔다.

나는 허공에 몸을 띄우고 바로 그 앞으로 날아갔다. 착지하면서 바닥을 쓸듯 한야를 휘둘러 번견들을 베어 냈다.

“빨리! 나가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저 앞에서 3층 높이의 건물이 쿠직 콰직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려 한다.

사람들이 잠깐 머뭇대다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제한 시간: 00:43]

숫자가 빠르게 줄어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생존자: 8/13]

민형이를 안아 든 마지막 남자가 나갔다. 다음 타자가 한솔이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목숨이 중요하다지만 애를 먼저 내보냈어야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덜덜 떠는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제 나랑 한솔이만 빠져나가면 끝이었다.

나는 아직도 통로 쪽에서 튀어나오는 번견을 한야로 치웠다. 검기가 이래서 좋다, X발.

[제한 시간: 00:23]

시스템이 마지막 20초를 알렸다. 나는 한솔이를 끌어안고 마력 파장을 향해 뛰었다.

그러나 그때, 큰 소리를 내며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케르베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살점이 온통 뜯겨 나간 몸체가 흉흉하게 보였다.

놈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 쪽을 향해 달려왔다. 하얀 무언가가 한솔이와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아까 그 이빨이다!

-컹컹!

번견들이 틈을 노리고 달려든다.

케르베로스가 날린 이빨이 내 앞에 짓쳐들어왔다. 나는 급하게 몸을 돌려 한솔이를 감쌌다.

등에 뜨끈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자연스럽게 어금니가 갈렸다.

신음을 내지 않으려 이를 꽉 물고, 나는 번견들을 쓸어버렸다. 칼춤을 한번 추자 몸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하하 씨발… 존나 아프다…. 이빨이라고 부른 것이 무슨 칼날처럼 등에 틀어박힌 게 느껴졌다.

시간은 어느새 15초. 나는 간신히 절룩대며 몸을 일으켰다.

나가야 한다. 케르베로스가 얼기설기 붙은 몸을 띄워 나에게 뛰어들었다. 한야를 세워 막았다. 한솔이가 비명을 질렀다.

“크윽…!”

검이 조금씩 밀린다. 이놈, 아까보다 이상하게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이대로 부딪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제한 시간: 00:5]

[5]

[4]

[3]

시스템이 카운트를 날린다.

나는 마력을 실어 한야를 휘둘러 케르베로스를 밀어내고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때, 뒤에서 무언가가 내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게이트에 팔만 삐져 나갔다.

시스템은 야속하게도 멈추지 않고 카운트를 이어 나갔다.

[2… 1…!]

[휘우우우웅~!٩( ᐛ )٩( ᐛ ) 아쉬운 실패! 퀘스트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보상 획득 실패!

데빌루데스의 조합 마법으로 만들어진 키메라 케르베로스의 분노로 인해 게이트가 터져 나갑니다!]

눈이 부릅떠졌다. 게이트의 마력 파장이 이상하게 일그러졌다가 다시 펴지기를 반복했다. 시스템이 놀리는 것처럼 효과음을 내며 번쩍였다.

-크어어엉!

뒤에서 케르베로스가 덮쳐들었다. 내 앞에 한솔이가 있어서, 나는 몸을 돌리지 않고 한솔이를 꽉 껴안았다.

번견들도 짖으면서 내 위를 덮쳤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가 몸을 사정없이 물고 놔주지 않았다.

씨발, 이왕 몸빵으로 버틴 거 한 번 더 버틴다!

번견 떼가 허벅지부터 다리를 아득 깨물었다.

나는 곧바로 마력을 흘려보내 보호했지만, 상처가 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살이 뚫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개처럼 다리를 물고 연신 머리를 털어 대는 놈 때문에 몸이 흔들렸다.

신음을 꾹 참고 실눈을 뜨자, 앞에서 한솔이가 파리한 얼굴로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하, 우리 한솔이…. 게임을 하러 와서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 나는 간신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혀… 형 이름이, 뭐라 그랬지?”

“흐으….”

“형 이름, 큭-!”

몸이 아래로 끌려간다. 케르베로스가 내 다리를 물고 잡아당겼다.

이 개새끼. 놀아 주는 주인이 변태 새끼라 평범하게 못 놀아서 이러지?

나는 다리에 마력을 실어 놈을 털어 내고 얼굴을 발로 뻥 찼다.

놈의 고개가 돌아갔다가, 다시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그래 봤자다, 이 새끼야.

나는 이미 몸을 일으킨 상태였다. 손을 뻗자 한쪽 구석에 떨어져 있던 한야가 내 손안에 쥐어졌다.

한솔이가 내 목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소곤소곤 말했다.

“형 이름, 차해준이야. 뭐라고?”

“흑… 차… 흐엉… 차해준….”

“그래. 네 이름은?”

“흐어엉-.”

“이름.”

한 손으로 한솔이를 받치고, 나는 한솔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내 앞엔 징그러운 몰골의 케르베로스가 있었다. 다시 칼을 들어 얼어붙은 칼날을 펼쳤다.

하얗게 한기가 맺힌 검을 힐긋 보고는, 한솔이의 고개를 내 어깨에 묻었다.

아무것도 보지 말자. 걱정하지 말자.

한솔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정한솔….”

“그래, 정한솔. 눈 꼭 감고.”

숨이 헐떡였다. 등이 피로 축축했다.

박혀 있는 뼛조각이 느껴졌다. 옷에 구멍이 숭숭 났겠지? 얼마나 웃긴 몰골일까.

나는 한야를 세워 케르베로스에게 검기를 날렸다. 시퍼런 검기가 징그러운 몸체에 박혀 들어가는데도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하, 빌어처먹을 데빌루데스 새끼….

-나의 새로운 애완견이 될 인간을 직접 데리러 가야겠구나.

미친놈이 여전히 미친 소리를 지껄였다!

시스템창이 눈앞에서 반짝였다. 경고하듯 붉은빛이 아른거린다.

[데빌루데스의 영역, ‘악몽의 참견’에 마족이 강림합니다! 게이트 붕괴가 멈췄습니다! ]

[위기!]

[위기!]

[데빌루데스의 분신이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쿠쿵-!

시스템창이 뜸과 동시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압박감이 몰아쳤다.

한야를 움켜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미친, 이건 또 대체…. 어마어마한 죽음의 기운.

농락당하고 말 것 같은 어둠이 몰아친다.

밤의 주인이란 칭호가 무색하게도, 나는 느껴지는 것이 두려워졌다.

“읏- 쿨럭-!”

속이 잔뜩 엉켜서, 울컥하면서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혀를 깨물 뻔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한야를 들어 올렸다.

케르베로스가 주춤거리다가 다시 크와앙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때, 스킬을 사용하려 하는 그 순간,

눈앞에, 팔랑이며 커다란 나비 날개가 떠올랐다.

“…어?”

크기가, 무슨, 내 얼굴을 덮을 만한 날개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느리게 펄럭거렸다.

나비의 날개 모양은 핏줄이 연결된 것 같은 게이트 내부와 닮아 있었다. 검은 혈관들이 날개 맥처럼 뻗어 있었고, 나비의 본체는….

난 인상을 확 찡그렸다. 본 나비가 아닌, 주먹만 한 크기의 나비는, 꼭 박쥐 같은 모습이었다. 튀어나온 이가 번뜩인다. 그리고-.

-키익-!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나비 떼가 한꺼번에 비상하며 케르베로스를 덮쳤다!

케르베르스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몸을 비틀었다. 일반 나비 같지 않은 나비들이 이를 드러내며 케르베로스의 육신을 뜯기 시작했다.

까득거리는 소리, 살점이 씹히고 뼈가 깎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키메라 같은 몸체여도 고통을 느끼는지, 케르베로스가 나비를 떼어 내려 몸을 흔들었지만, 그럴수록 들러붙는 나비의 숫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발톱을 세우고 으르렁대던 번견들 또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나는 순간 한야를 쥔 손에서 힘이 빠져, 넋 놓고 보던 광경에서 빠져나왔다.

한솔이를 안아 든 팔에 힘을 주고, 아이가 무사한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당황했다.

“흐윽….”

눈물을 뚝뚝 흘려 대는 한솔이의 눈이, 새파랗게 빛을 내고 있었다.

부릅뜬 눈으로 육식 나비에게 잡아먹히는 몬스터들을 노려보던 한솔이가, 내 시선을 느끼고 나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게이트, 악몽의 참견에서 ‘정한솔’이 각성했습니다!]

[지옥에서 절망을 먹고 자라는 육식 나비들이 테이머 정한솔에게 반응합니다. 특수 각성자 ‘정한솔’

등급: S]

[(now!) 상태창

이름: 정한솔

칭호: 탐욕의 도살꾼]

클래스: 테이머

등급: S

스킬: 테이밍(Lv.5), 탐식(Lv.1)…….]

[초월자의 눈 사용으로 상태 이상이 중첩됩니다!]

[위기!]

[위기!]

뭐라고? 왜 한솔이가 각성을 해? 각성자는 정희수인데…!

“쿨럭-!”

씨발, 이건 내가 보려고 본 것도 아니고 멋대로 떴으면서 상태 이상을 주고 난리야!

나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솔이가 내 목에 건 팔을 풀지 않고 나를 빤히 본다. 애기 얼굴에 내 피가 튀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아이의 뺨을 문질렀다. 이런, 닦아 주려 한 건데 피가 더 번진다.

한솔이는 겁에 질린 느낌이 아닌, 무언가 초연한 기색을 풍겼다.

나는 한솔이를 끌어안고, 육식 나비들이 케로베로스를 끝까지 삼키는 모습을 보다가, 한솔이를 안은 팔에 힘을 꽉 주었다.

“…나가자.”

데빌루데스가 강림하면서 몸을 압박하는 기운은 계속해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변태 새끼가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저놈을 마주치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았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리와 한솔이를 끌어안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숨이 막히고 머리가 핑 돌며,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이 쓰라리고, 다리는 근육이 잘못되었는지 제대로 바닥을 디딜 수가 없었다.

“가자…. 한솔아, 집에 가자.”

한 발 한 발 절뚝거리며 게이트 앞으로 가면서, 나는 한솔이를 달래듯, 계속 속삭였다.

어린아이. 내 품에서, 내가 살린 아이. 나는 슬쩍 웃었다.

“한솔아, 집에 가자.”

게이트를 한 걸음 앞두고, 몸이 기우뚱했다. 난 돌부리에 걸린 사람처럼 넘어졌다.

몸이 게이트를 넘어간다. 그리고 그때, 눈앞에 시스템창이 또 떠올랐다.

[□핛기^%…캐릭터, ‘정한솔’과 각인되었습니다.]

[※각인 주의: 대상의 각인 상대에게 가지는 감정이 컨트롤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컨트롤 비정상 확률: 50%]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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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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