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나는 속으로 상태창을 부르짖었다. 야, 나와 봐.
[상태창
이름: 우반희
칭호: 정의의 탐정
클래스: 라스트레아도르(rastreador)]
풉- 나는 순간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정의의 탐정? 타아암정? 씨발 셜록이야? 뭐야? 천사 소녀 네티를 쫓는 김전일이냐고! 이번엔 내가 진짜 기침을 참는 것처럼 보였는지 우반희가 움찔했지만, 그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내가 개코야.”
“네?”
“냄새를 잘 맡거든.”
…아, 예.
나는 그냥 웃었다. 개코든 뭐든요, 저에게 이러지 마세요. 대체 뭘 보고 이러는 거야, 이 남자는.
내가 시큰둥한 얼굴로 반응하자 우반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팔에 턱을 괬다.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치면서 노려보는데 누가 보면 내가 범죄자인 줄 알겠어요, 이 사람아.
나는 더 보고 있기 멋쩍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우반희가 갑작스럽게 내 팔목을 잡아 왔다. 일순간 당황해 쳐 내고 싶었지만 가뜩이나 수상한 눈으로 보는데 의심을 더 할까 싶어 참았다. 각성자의 몸놀림을 일반인이 어떻게 피하겠어.
우반희는 내 팔을 붙잡아 손목에 코를 묻었다. 그리고 진짜 개처럼 킁킁거리는데, 나는 목덜미에 쫙 소름이 돋아 재빠르게 팔을 빼냈다. 미친, 변태같이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겁니까?”
“내가 개코라고.”
개콘데 왜 내 냄새를 맡냐고! 미친놈이.
잔뜩 소름 돋는다는 표정을 가감 없이 내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이상한 짓 하면 쪽팔리지도 않나. 가뜩이나 각성자들이 득실대는 병원에서 무슨 짓이야! 그대로 송류진을 찾으러 가려는데 벌떡 일어난 우반희가 내 후드 티의 모자를 잡아당겼다.
“컥-.”
순간 목이 졸리며 몸이 뒤로 쏠렸다. 이 새끼가 지금 힘들어서 봐줬더니만, 막 나가자는 거지?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고 따지려 고개를 돌리는데, 나는 그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언제 다가온 건지 우반희가 내 등 뒤로 가까이 서서 어깨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목덜미에 머리카락이 스쳤다.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아 오는 팔에 기겁하며 몸을 빼내려는데 우반희가 다른 손으로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냄새가, 난다니까.”
“이 미친-.”
“형 미쳤어?”
내가 버둥거리며 적당한 힘으로 우반희 놈의 손을 떼려고 애를 쓰기 전, 나이스 타이밍으로 접수를 하고 온 송류진이 재빠르게 우반희를 떼어 내고 나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당황에 가빠진 숨을 내쉬었다. 아오 진짜 졸라 놀랐어!
“또라이 같은 짓 작작 하라고 했지. 해준이한테 뭐 하는 거야.”
매몰차게 우반희를 떼어 낸 송류진이 한껏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우반희는 잔뜩 기분 나쁜 기색을 풍기는 송류진을 힐끔 보고 눈썹을 까닥거렸다. 변태 짓을 했음에도 우반희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수상해.”
“형, 내 친구야.”
송류진이 정색하며 말했다. 우반희는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코밑을 엄지로 쓱 훑었다.
“진짜로 수상한데. 태자마마 친구.”
“하- 건드리지 마.”
“허?”
“건드리지 말라고. 형, 안 봐줘.”
송류진이 정색하며 싸늘하게 일갈하고 나를 데리고 몸을 돌렸다. 나도 뭐라 한마디 해 주고 싶은데 송류진이 너무 정색하고 사납게 반응해서 말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뒤를 힐끔 보자 우반희는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찔끔해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저 새끼 진짜 뭐야. 뭔데 저렇게 나와. 험악해진 분위기에 싸우는 줄 알고 우리를 보던 주변 사람들도 우반희의 얼굴을 보고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저런 상또라이 짓을 자주 하는 놈이었나. 근데 대체 뭔 냄새가 난다는 거야. 나는 팔을 들어 냄새가 나는지 확인했지만, 그냥 섬유 유연제 향이 날 뿐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뭔가 좀 석연치 않았다. 냄새가 안 나면 죽은 놈이거나 자기보다 강한 각성자라니. 이거 딱 차해준 아닌가. 지금 이 몸에 내가 빙의되고 나서 진짜 차해준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거기다가 힘숨찐 랭킹 1위고….
상태 이상이 중첩돼도 그냥 스킬 확인할걸 그랬나. 나는 찝찝한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다른 의미로 판단한 송류진이 나를 달래듯 말했다.
“저 형 원래 유명해. 예또라고… 하, 직업병이야, 저 형. 비등록 각성자 쫓는 게 일상이거든. 해준아, 네가 이해해 줘.”
“예또?”
예쁜 또라이라는 거냐…. 어울리지 않는 별명에 내가 헛웃음 치자 송류진이 그제야 표정을 풀고 나를 보며 웃었다.
“예상 밖의 또라이.”
어어…. 예상 밖이긴 했다. 납득하고는 송류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복도를 지나고 들어가니 응급실이 있었고, 거기서 간호사 한 분이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회복 포션 원재료가 들어갔다는 수액을 맞게 되었다.
눕자마자 몸이 풀어졌다. 이제 슬슬 상태 이상이 풀릴 때가 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투명한 수액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옆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은 송류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숨 자. 자리 지켜 줄게.”
“아냐. 가도 돼. 이거 맞고 집으로 갈게.”
“내가 걱정돼서 그래. 너 후드 티 품이 남는 게 전보다 더 말랐어. 넌 왜 진짜, 연락을 안 해서 사람을 걱정시키냐.”
“…사정이 있었어.”
“나에게 말 못 할 사정?”
“어엉, 그게.”
내가 대충 말끝을 얼버무려 버리자 송류진은 나를 빤히 보았다.
“아니면 말하기 싫은 사정?”
그게 정답이지만, 그렇게 말하면 잔뜩 상처받을 얼굴이었다.
“그럴 리가 있냐.”
“…이번만 넘어갈게.”
오냐, 다음에도 넘어가자. 힘숨찐인 걸 내 입으로 밝히긴 싫어. 원래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뉴욕을 지키는 히어로는 원래- 하, 뭐라냐. 나는 점점 가물가물해지는 시야를 느끼면서 작게 대답했다.
“가도 돼, 류진아…. 누우니까 피곤하네….”
“자. 괜찮아. 옆에 있을 테니까.”
아니 신경 쓰이니까 가라고…! 울컥해서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점점 졸음이 나를 덮쳐 왔다. 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송류진은 잠든 차해준을 말없이 내려다봤다. 섬세하게 조각한 것 같은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고, 온기가 없어 사람 같지 않아 보였다. 그저 붉은 핏기가 도는 입술만이, 차해준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 주는 것 같았다. 송류진은 작게 오르락내리락하는 흉통을 보고 묘한 안심이 들었다. 괜히 이불을 더 올려 덮어 주었다.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는데도 마음 한편이 아려 왔다. 사실은 알고 있다.
차해준이 왜 일주일 동안 자신에게 연락이 없었는지.
사실 그 전에도, 그 전전에도, 차해준은 자신의 연락을 자주 무시했다.
친근하게 구는 행동도 기꺼워하지 않았다. 꼭 자신을 챙기는 사람은 있어선 안 된다는 사람처럼, 혼자여야만 하는 사람처럼 외롭게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래서 더 시선이 갔고, 그래서 더 챙길 수밖에 없었다.
곤히 잠든 얼굴에 앞머리가 눈가를 덮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넘겨주려다가, 송류진은 손을 내렸다. 차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네 옆의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아닌가 봐.
그 사실이 못내 서러워졌다. 송류진은 쓰게 웃었다.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차해준과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그날은 아직도 머릿속에 그린 듯 선명했다.
눈 오던 어느 겨울. 중학생이었던 송류진은 그날 처음으로 가출을 시도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각성자가 아닌 자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가족들의 눈초리가 싫어서였다.
그런 핑계를 댔지만, 사실 송류진도 알고 있었다. 가족들은 각성자가 될 자질이 없어도, 자식으로서, 가족으로서 자신을 충분히 사랑해 주고 있었다. 다만 송류진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렸던 송류진은 충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그것이 싫었다. 기대를 걸지 않는 가족이. 각성자 얘기에 아쉽다는 표정을 하던 그 얼굴들이. 그게 류진을 탓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 처음 가 보는 역에서 내렸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고 입김이 풀풀 나왔다. 정처 없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걷다가 도착한 곳은 낡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였다.
송류진은 붉게 물든 뺨을 손등으로 달래며 한참 동안 오르막을 걷다가 골목길에 있는 작은 슈퍼 앞 평상에 눈을 털어 내고 앉았다. 추위에 벌벌 떨 바에야 차라리 지하철역에 있는 게 더 따듯할 테지만 송류진은 그러지 않았다.
처량한 신세를 제 손으로 만들고 그것으로 자기 연민에 빠졌기에 나왔던 행동이었다.
그냥, 무언가 정처 없이 떠돌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혼자 벌벌 떨며 앉아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골목길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너 여기서 뭐 해. 눈도 오는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였다. 목도리도 장갑도 하나 없이 교복 재킷만 입은 남자애는 벌겋게 언 손에 입김을 불며 말했다. 그 애의 얼굴을 확인하고 송류진은 눈을 크게 떴다.
맞은 건지 남자애의 한쪽 뺨이 심상치 않게 부풀고, 멍이 질 것처럼 붉었다. 송류진이 말없이 쳐다보고 있자 남자애는 코를 훌쩍이다가 일어나 옆의 슈퍼로 들어갔다. 미닫이문 너머로 남자애와 주인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 들렸다.
‘이번에도 외상이야? 아이구, 얼굴 좀 봐. 또 때렸어?’
‘할머니 이번 한 번만 해 주세요. 안 그러면 또 맞아요.’
‘에잉 쯧, 그 망나니 놈은 때릴 때가 어딨다고 애를 때려! 이번만 줄 테니까, 다른 데 가서 자. 정 없으면 할미 집으로 오고.’
‘헤헤,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할머니.’
예의 바르게 인사한 남자애는 금방 문을 열고 다시 나왔다. 송류진은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맞아서 생긴 게 맞구나. 조금 걱정이 들기 시작했지만 주제넘은 참견이었다. 자신도 가출한 주제에 누가 누굴 챙겨.
남자애는 달랑거리는 검은 봉지를 들고 송류진을 지나쳐 갔다. 더 위로 올라가는 듯했다. 그러다가 다시 걸음을 돌리더니, 이내 송류진의 옆에 다시 털썩 앉았다.
‘야, 여기서 뭐 하냐니깐.’
‘…집에 가기 싫어서.’
살가운 척하는 남자애의 질문에 송류진은 마지못해 대답해 줬다. 그러자 남자애가 피식 웃었다.
‘어, 그건 나랑 같네.’
남자애는 킬킬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멍든 뺨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렸다. 송류진은 그것을 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칠까 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함박눈이 고요하게 사방을 덮어 가고 있었다. 남자애는 한참 동안 말없이 송류진의 옆에 앉아 있다가, 대뜸 말을 걸었다.
‘너 술 마셔 봤냐?’
‘…갑자기? 아니.’
‘오- 담배는 피워 봄?’
‘……아니.’
‘짜식, 모범생이네. 착하네.’
착하다는 말에 송류진은 울컥했다. 뭐가 착해. 나는 지금 가출했다고. 짜증스러운 얼굴로 휙 고개를 돌려 남자애를 쳐다봤는데, 남자애의 표정이 이상했다. 송류진은 입술을 꾹 물었다.
남자애가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한쪽 뺨이 퉁퉁 부은 얼굴로, 씩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 애달파 보여서, 송류진은 어물쩍하며 주머니에 넣은 손을 꼼지락거리기만 했다.
남자애는 그러고선 앞을 보더니, 슈퍼를 한번 보곤 들고 있던 검은 봉지 안에서 물건을 꺼내 들었다. 초록색 병. 소주병이었다.
슈퍼 주인 할머니가 들을까 봐서인지 눈치를 보면서 소주병을 깐 남자애가 그것을 송류진 앞에 내밀었다.
‘이거 원래 아버지 줘야 하는데, 지금도 대판 마셔서 아마 곯아떨어졌을 거야. 한잔할래?’
자연스럽게 권하는 것에 송류진은 어이없어했다. 잔도 없으면서 한 잔은 무슨.
‘싫어.’
‘왜, 마시자.’
‘왜 먹어야 하는데.’
‘세상이 좆같은 기념으루다가.’
송류진은 남자애를 빤히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고 남자애는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송류진은 홀린 것처럼 남자애가 내민 소주병을 잡았다. 중학생의 나이로 술을 먹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고민은 잠시였다. 어차피 가출도 했는걸. 송류진은 막 나가기로 했고, 조심스럽게 소주병을 잡고 한 모금 마셨다. 처음 먹어 보는 술은 더럽게도 썼다.
인상을 잔뜩 구기자 이번엔 남자애가 소주병을 다시 돌려받더니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셨다. 송류진은 놀랐다. 어린애가 무슨 술을 저렇게 마셔.
‘야, 안 써?’
‘써.’
‘근데 왜 먹어.’
‘그냥.’
그렇게 말하고 웃는 남자애의 얼굴은 무척이나 씁쓸했다. 처음 먹어 본 소주의 맛처럼. 송류진은 일부러 신경 안 쓰려 애쓴 남자애의 볼을 힐끔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았어?’
‘어.’
‘누구한테?’
‘나 17 대 1로 싸웠어.’
‘웃기시네. 너 약골 같거든?’
‘약골? 나 싸움 개잘해. 진짜야.’
‘웃기지 마.’
‘하, 형님이 언제 한번 보여 준다. 누가 너한테 덤비면 말해.’
기세등등하게 콧방귀를 뀐 남자애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송류진은 웃었다. 그 웃음에 남자애가 같이 웃었다.
‘괴롭히는 사람 없어?’
‘없어.’
‘근데 왜 혼자 여기서 궁상떨어?’
‘…없어. 없는데, 그냥 나 혼자….’
송류진은 고개를 숙였다. 발가락이 차게 얼었다. 발끝을 움직이며 땅에 비비는데, 남자애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되어 보이는 캔버스화를 신은 남자애는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신은 자신과 비교되어 보였다. 자신보다 더 추워 보였다.
크게 숨을 들이켠 남자애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송류진에게 다시 술병을 내밀었다.
‘원래 그래. 괴로운 건.’
‘뭐가.’
‘괴로운 건 다 자기 마음에서 온다고. 거기가 심연이거든.’
‘너 중이병이야?’
송류진의 어이없다는 듯한 되물음에 남자애가 킥킥대며 웃었다. 그러곤 송류진이 내민 소주병을 받지 않자 다시 자신의 입에 댔다. 벌써 술이 절반도 넘게 사라졌다. 자신은 딱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남자애가 웃으며 말했다.
‘괴로운 사람끼리 친구 할래? 나 저기 위에서 살아.’
남자애가 달동네 위를 가리켰다. 얽히고설킨 가파른 골목길에 늘어선 집들은 하나같이 좁고, 문이 작고, 많았다. 송류진은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골목길 밑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빠르게 올라왔다.
송류진과 남자애를 발견한 그들이 잠깐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송류진은 그들을 알아보았다.
자신을 찾으러 나온 경호원들이었다. 아버지가 벌써 사람을 불렀구나. 송류진은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남자애를 바라봤다. 남자애도 저들이 누굴 찾으러 왔는지 단박에 알아본 것 같았다.
‘도련님.’
경호원 중 한 명이 송류진을 불렀다. 송류진은 평상에서 일어났다. 남자애는 다리를 흔들며 그런 송류진을 보더니, 웃었다.
‘이제 가는 거야?’
‘가야 할 것 같아.’
‘응. 그래. 만나서 반가웠어.’
‘…….’
‘안녕.’
잘 가. 남자애가 손을 흔들었다. 송류진은 자신을 이끄는 경호원들을 따라가려다가, 남자애를 보고 마주 인사했다.
‘안녕.’
남자애가 웃었다. 그 웃는 얼굴이 너무 애달파 보여서, 아니 왠지 슬퍼 보여서 송류진은 여러 번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남자애는 송류진이 골목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분명, 이름도 서로 말해 주지 않았지. 그 뒤로 그 동네를 수십 번 돌고, 수소문 끝에 차해준을 찾고 나서야 진짜 친구로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송류진은 잠든 차해준을 가만히 바라봤다.
친구가 되자고 말한 건 네가 먼저였잖아, 해준아.
“왜 아무것도 말을 안 해 줘.”
오래된 친구라고 겉으론 말하지만, 사실 송류진은 해준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송류진이었다. 이제는 그것조차 희미해졌다. 차해준은 송류진에게도 숨기는 게 많아졌으니까.
송류진은 궁금했다. 그때도 지금도. 부르튼 입술도, 항상 어두운 낯빛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자꾸 말라 가고 부서질 것 같고, 사라질 것 같은지.
“이제 너를 때리거나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데.”
왜 넌 항상 괴로워 보이지.
송류진은 침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차해준의 손을 끌어당겨 잡았다. 미적지근한 온기가 애달프다. 그때처럼.
“해준아.”
잠든 얼굴을 보면서, 송류진은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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