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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1화 (1/201)

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1화

세상이 나에게 이럴 순 없다.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돌파하는 가운데 질병 관리 본부에서는 대책으로-.]

뉴스에선 전염병 때문에 만나는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해준.

내 나이 24세.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로 이제 막 군대를 전역하고 민간인으로 돌아왔다.

지옥 같은 단체 생활, 염병할 조직 생활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나는 벌써 일주일째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중이다.

[왼쪽부랄: 야 안 되겠다. 9시 제한이래.

본체: 왜 X발…….

왼쪽부랄: 뉴스 처봐라, 새꺄. 확진자 오천 넘음.

오른쪽부랄: 이 정도면 세상이 나한테 트루먼쇼 하는 거 아니냐? 내 주변엔 확진된 사람 한 명도 없다고 ㅅㅂ……

왼쪽부랄: 존나 지 중심인 것 봐라. 어쨌든 담에 보자.

본체: 아 왜…….

오른쪽부랄: 잦같네…. 야, 이번 넷플 계산 누가 할 거냐?]

나는 카톡을 보고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껐다. 초등학교 때부터 불알친구였던 놈들도 전염병 때문에 만나기를 꺼리고 있었다.

그들의 본체인 내가 제대했는데 말이다….

덕분에 나는 제대하자마자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집 안에 처박혀야 했다.

술집에서 흥청망청 꽐라로 길바닥에 드러눕지도 않게 되었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이젠 볼 것도 없다고!”

넷X릭스 창을 넘기다 침대 이불을 쥐어뜯으며 빽 소리쳤다.

제대했는데! 제대했는데 뭣 같은 전염병 때문에 친구들 얼굴도 못 보고! 학교 가서 할 소개팅도 존나 기대했는데!

나는 침대에서 온몸을 써서 발광했다. 전염병 그 새끼는 군대에 있을 땐 아무 소식도 없더니 제대하자마자 이러냐고!

제대만 기다리던 나의 청운 같은 모든 꿈이 무너져 버렸다. 아주 서러워 뒈질 것 같아서 눈물을 쪼금 훔치고, 나는 주섬주섬 다시 일어났다.

이젠 볼만한 영화도 드라마도 다 떨어졌다. 일주일 만에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견디라고….

한숨을 푹 내쉬고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다시 모로 누워 티베트여우 같은 표정으로 볼거리를 찾아 웹사이트를 떠돌았다.

그리고 그때, 나의 눈에 띈 한 소설이 있었다.

파란 페이지 메인에 걸려 있는 판타지 소설.

‘초전 박살 게이트!’

우…. 제목부터 감이 온다. 현판 헌터물의 느낌이.

하지만 아무것도 할 게 없던 나는 무의식적으로 배너를 클릭해 1화를 펼쳤다.

‘차해준은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드래곤을 바라봤다. 칠흑 같은 눈에서 순간 번뜩이며 안광이 흘렀다. 그리고-.’

주인공이 멋지게 드래곤을 잡고 있었다. 이야, 존나 세구나. 먼치킨물은 재밌긴 한데 질리는 맛이 있는데….

나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한 다섯 편쯤 읽었을 때, 스르륵 졸음이 몰려왔다.

X발, 하루 종일 처잤는데 또 잠이 와. 미친 건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치직….

[…화 진행됩니다.]

[…동기화 80% 진행]

[96% 진행]

[딴따라랑따딴! 동기화 100% 완료!]

갑작스레 귀에서 팡파르처럼 울려 퍼지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아 씨, 뭔데….”

알람을 맞춰 놨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옆 탁자를 더듬거렸으나 잡히는 게 없었다.

휴대폰, 휴대폰 어디에다 뒀더라.

나는 덮고 있던 이불을 헤집으며 휴대폰을 찾다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쥐고 잠들었던 거 같은데 이게 어디 갔지.

하품이 나오며 눈물이 찔끔 흘렀다. 창문을 슬쩍 보니 밖이 어둑했다. 새벽에 깬 건가. 그러고 보니 불도 안 끄고 잤는지 방이 훤했다.

나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방 안을 두리번거렸다. 근데 약간 이상했다.

여기, 내 방이… 맞나?

구도가 좀 바뀌었다. 색감도 베이지 색에서 모노톤으로. 그리고 좀 넓어진 거 같았다.

뭐야, 여기 내 방 아닌데?

책상도, 침대도 옷장도, 내 방에 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나는 멍하니 서서 한참을 끔벅거리다 내 뺨을 내려쳤다.

짝-!

“아오 아파…. 꿈이 아닌데.”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 꿈이 아니었다. 나는 분명 우리 집 내 방 침대에서 잠들었고, 현관문은 멀쩡히 잠겨 있었고….

여긴 어디지?

나는 다시 한번 방을 휘휘 돌아보곤, 나가기 위해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문 옆에 있는 전신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누, 누구세요?”

눈을 살짝 덮는 검은 머리칼에 새까만 눈을 한 흰 피부의 남자.

무엇보다 상의를 벗고 있는데, 잘 짜인 가슴 근육과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빛을 가진 남자가, 잔뜩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놀라 입을 가리자, 남자도 똑같이 입을 가린다. 헐, X발?

내가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자, 남자도 똑같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씨…….”

씨아아앙 이게 뭔데! 거울 속의 남자가 비명을 꽥 지른다. 내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남자를 보면서, 나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밤톨 같던 내 머리는 어디 가고!

아니 이 새끼는 좀 잘생겼잖아! 뭔데 이건 또 왜 마음에 좀- 아니 이게 아니라!

기함하며 뺨을 더듬거리는데, 그때 내 앞에 작은 글씨들이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초전 박살 게이트’, ‘차해준’에게 동기화 완료.]

영문을 알 수 없는 개소리가 떠오르고, 동시에 기상할 때 들었던 요란한 팡파르 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졌다.

[따다다단딴딴! 종전의 기록 ‘초전 박살 게이트’에 클리어런스(clearance)로 발탁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_^/ ^0^(박수)(함성)]

뭔데 해맑아!

***

펄쩍 뛰며 기함하고 놀란 나는, 간신히 진정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상의는 어디에다 뒀는지 보이지 않아 드러난 복근을 매만졌다. 정신 차리자, 차해준. 이건 지금 무슨 상황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나저나 몸 존나 좋네…. 미쳤다. 아, 이게 아니라-.

난 분명 ‘초전 박살 게이트’라는 먼치킨 판타지 소설을 보다가 잠들었다.

겨우 다섯 편을 읽고 잤단 말이다.

근데, 자고 일어나니 시스템창이 눈앞에 뜨고, 내 몸은 어디 갔는지, 처음 보는 남자의 몸에 들어와 있었다.

이 무슨 판무에서도 식상하다고 먹히지 않는 빙의 클리셰 소재란 말인가. 작가라면 머리 박고 반성 좀 해야 한다. 참신함은커녕 창의성을 요만큼도 발휘하지 않은 설정 아닌가!

[o(〃^▽^〃)o(•⚗৺⚗•)]

멋대로 속마음 읽고 나타나서 귀여운 척하지 말란 말이야!

갑자기 눈앞에 뜬 시스템창에 버럭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이 몸은 침착함이 배어 있는 건지 속으로만 외치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이가 없다.

진짜, 상태창 외치면 나타나겠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내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생성된다.

[상태창

이름: 차해준

칭호: 차가운 밤의 주인

클래스: 쉐도우 나이트(Shadow knight)]

…야, 클리셰 따라 하지 말라고.

[(๑-﹏-๑)]

…짜증 나.

어이가 없고 기가 차서 목덜미나 벅벅 긁었다. 반응 속도 무엇? 당황스러워서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관자놀이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일었다.

“아- 미친…!”

누가 뇌를 열고 주먹을 쑤셔 넣는 것 같은 고통이 몰아쳤다. 몸이 침대 위에 쓰러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이마를 매트리스에 퍽퍽 박았다. 와씨,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왔다.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갈기고 주무르는 느낌과 함께 이 남자, 지금 내가 움직이고 있는 몸의 원주인에 대한 정보가 서랍에 쌓이듯 차곡차곡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해준.

나이 25세. 군 복무 완료.-이 점은 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대 체육 교육과 3학년 복학생.

자타 공인 각성자 월드 랭킹 1위.

한국에서 2차로 게이트 터졌을 때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빙속성 용종 나탈리스를 처치해서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미국 랭킹 1위라는 바탈을 한 큐에 보내 버리고 세계 랭킹 1위를 찍음.

그때의 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되었고, 주 무기는 나탈리스가 뱉어 낸 한야(寒夜)라고 하는 길고 끝이 살짝 휜 장검. 스킬은 그림자….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고, 베일에 싸여 있음.

각성자는 보통 각본부(각성자 관리 본부)에 등록하게 되어 있는데, 미등록자로 정부의 추격을 받고 있음. 등록을 안 한 이유는… 차해준의 집안 사정이 얽혀 있지만, 뭐 일단 이건 뒤로하고.

미친 존나 개짱세인데 힘숨찐 아냐. 존나 쩐다.

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시스템창이 또 떠올랐다.

[오늘부터 당신은 ‘초전 박살 게이트!’ 세계에서 ‘차해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퀘스트: 초전 박살의 메인 캐릭터들을 구하라!

다섯 명의 메인 캐릭터! ‘신’인 작가가 만들어 낸 이 캐릭터들은 세계를 구축하는 기둥이다. 이들이 죽으면 초전 박살 게이트! 세계는 부서지고 마는데-!

: 원래 시나리오를 통해 캐릭터들의 주요 에피소드를 보고 그들의 죽음을 막으십시오.

보상: 세계 평화, 귀환

실패 시: 세계 멸망, 죽음]

머리가 너무 아픈 와중에, 나는 시스템창을 읽고 기함했다.

세계 멸망? 세계 며얼망?

멸망을 막아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뭐 그런 거야?

이게 뭔, 게임 같은 건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나에게 이게 뭐냐고! 나는 그 유명한 롤도 X그도 오버X치도 안 한다고! 왕년에 마X노기 했던 게 다란 말이다!

거기서도 스토리 위주로 플레이했던 유저였다고!

[클리어런스(clearance)의 원활한 공략을 돕기 위해 시나리오가 제공됩니다.]

[스킬: 독서(Lv.1)이 생성되었습니다. 종전의 기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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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종전의 기록에 걸린 저주가 스킬 시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염탐하는 자의 저주: 디버프, 상태 이상 발생 (확률 100%) ]

[현재 초전 박살 게이트의 스토리 진행률: 0%]

시스템창을 읽으면서, 나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황당해하고 있었다.

퀘스트라니, 클리어런… 뭐?

마X노기에서도 지도 맵 보고 돌아다니기만 해 봤던 내가, 열 살에 곰을 때려잡은 칭호나 얻었던 내가….

[시간 내로 일정 이상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할 시, 당신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각성자 차해준의 현재 남은 수명: 365일]

X발아… 이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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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헌터는 당신을 공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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