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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그리움 (16/21)

외전4 그리움

“울, 울리…….”

집사님이 이 세계로 온 지 며칠. 나는 아직까지도 그의 이름을 부르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를 만났다는 기쁨 덕분일까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작은 울리세를 향한 그리움이 더욱 부풀어 커졌다. 덕분에 우리는 연인임에도 기묘한 거리감이 생겨났다. 서로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멀어진 거리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요셉.”

내가 어쩔 줄 몰라 할수록 그의 얼굴은 굳어만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얼마 전만 해도 나는 내 작은 울리세와 함께했는데. 되려 그가 온 그날,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던 게 더 이상했다. 아마 너무 기쁜 나머지 과하게 흥분해 멍청해진 것 아닐까? 죄책감이 내 성대를 잡아챈 듯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그를 보면 볼수록 작은 울리세가 떠올랐다. 물론 안다. 그가 내 울리세란 걸. 하지만 그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그리웠다. 끈질긴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푹 숙였다.

“요셉, 절 보세요.”

그가 어느새 다가와 내 팔을 붙들었다. 두 손을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붙들었다. 그도 많이 참았지. 처음에 잘 지냈으면서 갈수록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하고 속도 많이 상했을 터였다. 내가 그리워하는 울리세는 결국 그였으니까.

“……요셉, 그 조각은…….”

“조각?”

그는 나를 이끌고 침대에 앉혔다. 원룸에 옵션으로 있었던 침대라 그다지 튼튼하지 않은 탓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는데 내 손을 꼭 쥐고 있는 상태였다.

“그 조각은…….”

“조각이라고 하지 마요.”

울먹이려 한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아직도 나는 마지막으로 울리세와 헤어질 때가 기억났다.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가던 울리세. 나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구조받은 셈이었으니 분명 어떻게든 잘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건 악마의 손에 조각난 제 영혼 조각입니다. 제가 가장 어리고 나약했던 시절을 잘라 꺼낸 조각이죠. 사랑받지 못하게 가장 비루먹은 시절로 골랐더군요. 보자마자 역겨워 죽을 뻔했습니다.”

“…….”

“아주 오랜 시간. 저처럼, 아니, 저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11살이 되기 전에 죽은 적도 많았지요. 용케 버틴다 하더라도 안 좋은 엔딩을 맞이한 적도 많았습니다. 제대로 된 엔딩을 받은 적도 있지만, 공허할 뿐이었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으니까.”

충격적인 고백에 깜짝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자신을 바라보기를 기다렸던 듯 그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는 애수에 찬 눈빛으로 웃었다.

“볼품없는 나를 안아주고 교감하고 진정으로 보살펴 준 건 요셉 당신뿐이었습니다. 내 눈에 홀리지 않은 것도 오로지 당신뿐이었어요.”

심해처럼 푸른 눈동자에는 내가 사랑하는 연인의 감정뿐만이 아닌 내 어린아이의 빛도 깃들어 있었다. 잃어버린 작은 별이 분명 이곳에 존재했다.

“울, 울리세…….”

그 눈동자를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작은 울리세를 부르는 것이기도 했고 연인인 그를 부르는 것이기도 했다. 내 부름에 그는 참지 못한 듯 나를 꽉 끌어안고 말했다.

“고마워.”

“아…….”

그제야 나는 내 어린 울리세가 진정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되돌아가 그와 한 몸이 된 것이다. 그러자 깊은 상실감으로 마음속 깊숙하게 무언가 베어 나간 것이 느껴졌다.

“울리세……. 울리세, 흐……. 울리세.”

“네, 요셉.”

“이제…… 이제 없는 거죠?”

그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훌쩍훌쩍 울어댔다.

“정말 보고 싶어요…….”

울수록 더 세게 나를 안아주었다. 평소 한 마디도 지지 않던 말솜씨는 어디 갔는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거뿐인 것처럼 굴었다.

“울리세는 행복했나요?”

“더할 나위 없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을 기뻐할 정도였습니다.”

그 말을 듣자 마음 한편이 안심되었다. 내가 울리세를 키우며 모자란 점이 얼마나 많았는가. 거리를 재는 것에 실패하고 아이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마태오를 경계하지 않아 결국 위험에 빠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가, 울리세가 행복했다면 안심이었다.

“울리세…….”

“네.”

“울리세.”

오늘까지. 딱 오늘까지만 내 작은 울리세를 추억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내 곁에 있지만, 영원히 볼 수 없는 내 작은 아이를.

아이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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