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폴리넷 부인에게 미리 전보를 보내 아이 둘과 함께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세상에. 꼭 주인님과 아가씨를 뵙는 것 같네요.”
폴리넷 부인은 나탈리와 니콜라스를 아주 반갑게 맞았다. 연락을 받고서 미리 예전 엘리엇과 릴리벳이 사용하던 방을 치우고 보관하던 옷과 장난감을 정리해 두었다며 애들을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다.
폴리넷 부인은 알아서 애들 목욕을 시키고 머리를 자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러자 꾀죄죄한 모습이 가셨다. 옅은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옅은 주근깨가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시골 아이였다.
이틀 연이은 마차 여행에 지쳐 있었기에 애들은 부드러운 수프와 삶은 고기와 채소, 빵과 잼을 잔뜩 먹은 후에 바로 곯아떨어졌다. 그사이 엘리엇은 폴리넷 부인과 콥스에게 로드니아에 있던 동안 농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콥스와 벳시의 결혼 얘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기쁜 일이야! 왜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
“그게… 저.”
과묵하지만 남자다운 콥스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성미가 아니었는데도 보기 드물게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그답지 않게 수줍어 보였다.
“결혼식을 놓쳤으니 거한 선물을 해야겠군.”
엘리엇은 그 자리에서 수표를 작성해서 콥스에게 주었다. 적힌 숫자를 보고 콥스는 깜짝 놀랐다. 옆에서 곁눈질로 본 폴리벳 부인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두 사람 각각의 몫이야. 신혼 땐 사야 할 것이 많잖아. 아이라도 생기면 벳시가 일을 못 할 테니 저금도 필요하고.”
수표를 또 하나 더 써서 폴리벳 부인에게 건넸다.
“이건 폴리넷 부인에게 주는 격려금. 내가 없는 사이 집을 잘 지켜 주어 고맙네. 남매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을 거야.”
“감사합니다, 주인님. 하지만 재정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을 텐데요.”
금전과 재정은 전부 엘리엇이 전담하지만 때때로 폴리넷 부인의 손을 빌릴 때도 있다. 그 덕분에 폴리넷 부인은 정확한 숫자까지는 몰라도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괜찮아. 빚은 다 청산했어.”
“어떻게요?”
폴리넷 부인이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보기보다 말이 통하는 면이 있어서 말이야.”
“누가요, 가시나무 성주가요?”
그에게 거금을 빌린 사실을 폴리넷 부인도 콥스도 알았다. 소장품을 팔면서 그 난리를 쳤으니 모를 수가 없다. 가시나무 성에서 보낸 선물도 받는 족족 다 깨고 버렸으니. 아마 인근에도 소문이 났을 거다.
“음. 로드니아에서 지내는 동안 묵은 오해를 풀었어. 너그럽게도 금전 거래도 없는 것으로 해 주더군.”
대충 둘러댔다. 어쨌거나 아서와 사이가 돈독해졌고 빚도 없어진 건 맞다. 오해를 풀었다는 얘기도 틀린 바가 없다.
“놀랍군요.”
“외숙부의 양자였지. 콥스는 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을 텐데.”
콥스 부친은 외숙부 밑에서 일을 했었다. 그에 콥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쫓겨났다고요.”
“맞아. 그랬지. 하지만 그건 내 오해였어.”
엘리엇은 수표책을 덮으며 쓰게 웃었다.
“덕분에 지난여름에도 크게 싸웠지만. 이젠 싸울 일이 없지.”
“그럼 가시나무 성주와 주인님과는 가까운 친척이 되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 앞으로 종종 보게 될 거야. 성격은 좀 삐뚤어졌지만 그래도 나이트스톤에 대한 애정은 진심이니 만나면 잘 대해 주길 바라.”
“알겠습니다. 참, 앞으론 그분이 보낸 선물을 받아도 되죠?”
엘리엇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안심한 폴리넷 부인이 제 몫의 수표를 잘 챙겼다. 콥스의 표정도 펴졌다.
***
이사가 번거롭다는 아서를 대신하여 엘리엇이 직접 쏜힐로 갔다.
남매의 정착을 도와야 하는 엘리엇에 비하면 아서는 몸만 움직이면 되는데 대체 뭐가 번거롭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서재에 틀어박혀 여기저기 편지를 쓰고 전보를 보내는 그를 보고서는 생각보다 바쁜 걸 알았다.
“로드니아에 도착한 편지를 정기적으로 모아 인편으로 전달받으면 되지 않나?”
“사업은 시간이 생명이야. 전보는 신속하게 주고받아야 해.”
오늘 써야 하는 전보와 편지를 다 작성하고 봉투에 넣어 단단히 봉인하던 아서가 덧붙였다.
“인편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우체부를 이용하는 편이 좋거든.”
“그런가.”
엘리엇은 무수한 편지를 보고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곧 길퍼드가 나타나 편지와 전보용 쪽지를 들고 나갔다.
급한 업무는 다 처리한 아서가 이미 뜯은 봉투 두 개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
“데니스 존스의 행방에 관한 전보. 자세한 내용은 지금 우편으로 오는 중이야.”
얼른 전보 내용을 확인했다. 어렴풋이 예상했던 대로 데니스 존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술을 진탕 마시다가 급사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 편지로 남매 엄마인 레베카에 대한 자세한 탐문 조사를 한 내역이었다. 데니스 존스가 죽은 이후로 레베카는 살길을 찾아 신대륙에서 이 나라로 이주했다. 그녀는 로드니아에 정착 후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으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져 죽었다. 그 과정에서 애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확실하게 설명하진 않은 듯 보였다. 죽은 데니스 존스의 말만 믿고 아서 재산에 아이들이 지분이 있다고 착각하여 어떻게든 아서에게 줄을 대 보려고 했던 듯했다.
“비극적이군.”
“뭐, 평범한 일상이지.”
아서는 심드렁하게 나왔다. 종종 엘리엇은 그가 살아온 세상이 제 평온한 삶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사소한 대화를 통해 실감했다.
“결과적으로 애들이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건 확실하군.”
“그래, 놀랍게도 말이야.”
아서의 냉소적인 반응에 엘리엇은 의례적인 미소만 짧게 지었다가 이내 지워 버렸다.
“애들을 잘 키울 거야.”
“혼자서 잘해 보시지.”
“혼자라니. 네가 도와야지.”
“내가?”
엘리엇의 반응에 아서가 늘어진 자세를 바로 했다.
“평생 내 곁에 있을 거라면서? 그 아이들은 이제 내 아이들이야. 그건 내 삶의 동반자인 네 아이기도 하다는 뜻이지.”
“…만약 내가 그러기 싫다고 하면 애들을 내보내는 대신에 날 버릴 거지?”
“잘 아는군.”
“젠장.”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엘리엇은 그를 향해 조소했다.
“네가 쌓은 막대한 재산을 죽을 때 가져갈 생각은 아니겠지? 넌 천애 고아라서 친척도 없고. 게다가 남색가이니 애가 생길 일도 만무하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명확한 사실을 지적하자 아서의 얼굴이 한층 일그러졌다.
“그래서 우리 자식으로 삼자고?”
“나쁘지 않잖아.”
“그 애들의 자질이 어떤 줄 알고? 소심하고 멍청하고 삐뚤어졌을지도 모르잖아.”
아서가 반문했다. 그에 엘리엇은 코웃음을 치며 반박했다.
“널 찾아왔잖아. 죽은 엄마도 못 한 일을 해낸 걸 보면 강단 있으며 똑똑하지. 게다가 네가 아니라고 했을 때 고아원으로 가야 할 운명을 알고 받아들이려고 했어. 내가 같이 살자고 했을 때도 일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고 했지. 동생을 버리려고도 하지 않았어.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나?”
“그렇긴 하지.”
아서가 마지못해 동의했다.
“당장 양자로 삼자는 건 아니야. 그래도 누군가를 후원하고 기르는 보람 정도는 느껴도 되잖아.”
“갑작스럽다고.”
“모든 일은 갑작스러워. 어린 너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나이트스톤에서 만나야 했던 것처럼.”
내내 퉁명스럽던 아서는 이윽고 엘리엇의 뜻을 이해했다. 예전과 달리 고작 꼬맹이 둘 때문에 아서의 인생이 갑자기 망가질 일은 없다.
“멋대로 해. 하지만 그 꼬맹이들이 말썽을 피우면 혼낼 거야.”
“다른 양부로서 훈육한다면 말리진 않을 거야.”
양부라는 얘기에 아서의 뺨이 씰룩댔다. 반박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아서에게서 묘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불쾌감은 아니고, 민망함에 가까웠다. ‘양부’라는 호칭이 부끄러운 걸까. 내심 웃으면서 엘리엇은 말을 바꾸었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나?”
“그럭저럭.”
아서는 책상 옆에 멀뚱히 서 있는 수레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비스킷과 치즈, 잼, 그리고 반쯤 빈 와인 병이 있었다.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군.”
“아직 요리사를 구하지 못했어. 혹시 괜찮은 사람을 알면 추천 바라.”
“글쎄.”
“오늘도 마른 빵만 먹게 생겼군.”
별로 아쉽지도 않으면서 아서는 괜히 푸념했다. 엘리엇은 그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원한다면 우리 집으로 와.”
“정식 초대인가?”
“초대라기보다는… 네 집이기도 하니 언제든지 와도 괜찮다는 뜻이야.”
대답하는 엘리엇을 바라보는 아서의 눈빛이 묘했다.
“해묵은 빗장도 이제 푸는 건가.”
“벌써 풀렸거든.”
“몰랐어.”
싱긋 웃은 아서는 이내 다가와 엘리엇을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겹쳐졌다.
“나이트스톤은 언제나 너를 환영할 거야, 아서.”
“두 아이에 나까지. 가족 놀이를 하고 싶은 건가?”
“폄하는 사양하겠어. 화목한 가정에 어울리기 싫으면 관둬. 강요하진 않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건 또 아닌지 아서는 빙긋 웃었다.
“너무 너그러워서 놀랐을 뿐이야. 당장 가서 확인해 보고 싶군.”
“얼마든지.”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이번에는 손이 엘리엇의 상의 안으로 들어왔다. 등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조금 미루도록 하지. 당장은 다른 용무가 더 급하거든.”
“그거 공교로운걸. 나도 당장은 바빠서 말이야.”
둘은 서로의 입술을 물어뜯으면서 허겁지겁 옷을 벗었다.
일전에 로드니아 저택에서 약을 바른다는 핑계로 잔 이후로 여태껏 한 번도 몸을 겹치지 못했다.
셔츠를 야성적으로 풀어 헤친 아서는 곧이어 엘리엇을 돕기 시작했다. 엘리엇의 어깨에서 상의와 조끼를 다급하게 끌어 내렸다. 바지를 채 벗기도 전에 그는 엘리엇을 번쩍 들어 책상 위에 앉혔다. 그러곤 엘리엇의 목에 코를 박았다. 뜨거운 입김이 피부를 달구었다.
“바지랑 부츠.”
“내게 맡겨.”
아서의 양손이 엘리엇의 부츠 뒤꿈치를 잡고 끌어당겼다. 손쉽게 벗겨진 부츠는 책상 밑으로 떨어졌다. 뒤이어 우악스러운 손길이 엘리엇의 엉덩이 쪽으로 쑥 파고들었다. 허리가 뒤로 꺾였다. 책상 위에 상체를 눕히기 직전 아서는 방금 쓰던 잉크와 펜을 옆으로 쓸어 버렸다. 관성에 떠밀린 집기들은 모조리 바닥으로 떨어졌다.
툭. 후두둑.
잉크 뚜껑을 꼼꼼하게 닫아서, 그리고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난장판이 되었을 테니.
혀와 혀가 얽히면서 젖은 소리가 났다. 그사이 아서는 엘리엇의 바지와 속옷을 동시에 잡아 내렸다. 발목에 걸린 옷가지를 떨군 건 엘리엇의 발짓이었다.
‘신사복’이라는 이성의 굴레에서 풀려난 두 다리가 아서의 탄탄한 허리에 걸렸다. 그의 딱딱한 성기가 바지를 뚫을 기세였다. 엘리엇의 성기도 마찬가지였다. 공중으로 꼿꼿하게 솟아오른 것을 아서가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렀다.
“헉.”
엘리엇은 날카롭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지 않아도 아찔한 시야는 상대가 만들어 낸 그늘로 어두워졌다. 아서는 당장 쑤셔 박는 대신에 사타구니를 엘리엇 엉덩이에 바짝 들이댔다. 딱딱하고 굵은 막대기가 엉덩이 사이를 압박했다. 그것만으로도 엘리엇의 고환이 바짝 들러붙고 젖꼭지가 꼿꼿하게 솟아올랐다.
“엘리엇.”
거칠게 흩어지는 음성이 엘리엇의 고막을 두드렸다. 반사적으로 입을 열어 아서의 혀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두 팔을 벌려 그의 목에 두르고 두 다리로는 허리를 바짝 졸라맸다.
“빨리….”
“보채지 마. 제대로 풀지 않았잖아.”
“괜찮아. 빨리 쑤셔 박아.”
“아플 텐데.”
“네가 주는 아픔은 곧 기쁨이니까.”
가쁜 음성으로 애원하자 아서의 표정이 금세 일그러졌다. 위험하고 가학적인 욕정이 그의 전신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서의 그 얼굴을 보자 배가 쑥 꺼지고 허리가 찌르르 떨렸다.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은 아서는 이내 엘리엇의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기대에 떨던 엘리엇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절로 험악한 말이 튀어 나갔다.
“다리를 벌리고 있는데도 쑤셔 박지 못하냐, 이 고자 새끼야?”
“정말로 피를 보기 전에 닥쳐, 이 변태 새끼야.”
화를 내며 서재를 나간 아서는 금방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익숙한 병이 들려 있었다. 그와 잘 때마다 쓰던 오일이었다.
기대에 차서 눈을 반짝이는 엘리엇을 보며 아서가 혀를 찼다. 끈적하고 미끄러운 액을 손에 넉넉하게 부은 아서는 그것을 기대에 차서 벌름거리는 구멍에 발랐다. 굵은 손가락 한 마디가 입구 안으로 들어왔다가 금방 사라졌다.
엘리엇은 미간을 찌푸렸다. 급해 죽겠는데 간지럽지도 않은 짓이라니. 제가 스스로 구멍을 푸는 편이 더 빠르겠다고 판단한 그가 막 병에 손을 댈 때였다.
“다리 벌려.”
난폭한 손이 발목에 감겼다. 엘리엇의 두 다리를 활짝 펼친 아서는 어느새 오일에 젖은 제 성기를 구멍에 맞추었다. 그러곤 무자비하게 쑤셔 박았다.
“악!”
짧은 비명을 내지른 엘리엇은 핀에 꽂힌 나비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거대한 몽둥이가 내장을 찢어발길 듯이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가 금방 밖으로 쑥 빠졌다. 그러곤 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다시 깊은 곳까지 흉악한 기세로 쳐들어왔다.
“헉!”
반듯하게 다듬은 손끝이 아서의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갈퀴처럼 그의 살점을 긁으려 해도 여의치 않았다. 대신에 셔츠 자락을 틀어잡았다. 그러는 내내 목은 뒤로 꺾인 채였다. 흐린 초점은 계속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퍽.
끝까지 나갔던 성기가 다시 거센 기세로 들어찼다. 자상한 배려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난폭하고 거센 몸짓이 엘리엇의 내부를 짓뭉갰다.
“아! 헉!”
이를 꽉 깨물다가도 골수까지 차고 들어오는 고통에 앙다문 턱이 툭툭 풀렸다.
“이제 만족해, 엘리엇 데일?”
오만한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오싹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졌다.
“아! 아흑!”
엘리엇의 양 엉덩이를 비틀어 잡은 아서는 살집을 한껏 벌리고는 제 성기를 끝까지 쑤셔 박았다. 일말의 자비도 없는, 건조하고 투박한 몸짓에 엘리엇은 고통스러운 환희에 떨었다. 처음부터 딱딱하게 치솟았던 엘리엇의 성기는 밑에서 거대한 힘이 치받을 때마다 퉁퉁 흔들렸다.
내장이 떠밀려 올라가다 못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아서의 존재에 민감한 전립선은 두껍고 딱딱한 귀두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두 번씩 긁혔다. 그럴 때마다 열렬한 기쁨의 파문이 전신으로 퍼졌다.
“아… 으!”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목구멍이 성기를 머금은 구멍만큼이나 벌어졌다. 헛헛한 바람이 폐부로 들어왔다. 환희가 금방 역치에 이르렀다.
“아서!”
상대를 절박하게 불렀다. 하지만 자비를 깡그리 갖다 버린 아서는 여유를 조금도 허락지 않았다. 대신에 일어서서 꺼떡이는 엘리엇의 성기를 손바닥으로 지그시 뭉갰다.
“으앗!”
위에서 눌리는 제 성기와 안을 점령한 아서의 성기 덕택에 뱃가죽이 양방향으로 짓눌렸다. 심술궂게 일부러 꾹꾹 누르는 통에 전립선 언저리가 굵은 귀두에 휩쓸렸다.
“아… 으… 흐….”
전신이 전율했다.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발가락이 쫙 펼쳐졌다가 이내 완전히 오므라들었다. 손끝은 부들부들 떨려서 아서의 셔츠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시야가 작열했다.
퍽. 퍽.
무자비한 지배자의 몸짓에 엘리엇은 저항할 힘도 잃어버린 채 흔들렸다. 끊임없이 치받는 힘에 고개가 덜컥거렸다. 뇌가 곤죽이 돼 버릴 것만 같았다.
발정 난 짐승처럼 엘리엇을 파고든 아서는 깊은 곳에 마련된 또 하나의 문을 다시 한번 꿰뚫었다.
“으… 앗!”
배꼽 옆, 장이 꺾이는 부분에 기이한 감각이 뚜렷했다. 상체를 든 엘리엇은 두 눈을 부릅뜨고 제 배를 응시했다. 제 성기가 어느 틈에 허연 액을 뿜은 덕에 배가 지저분했다.
“아… 아서. 죽을 거야. 내장이 찢어졌어. 분명해.”
덜덜 떨면서 아서에게 읍소했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피는 안 나는데.”
아서는 대수롭지 않은 듯 엘리엇을 끌어안고 이번에는 아래에서부터 쳐올렸다. 이를 꽉 깨문 엘리엇은 그의 어깨에 매달려 흐느꼈다.
“죽어… 죽는다고.”
“아니야. 죽지 않아. 조금만 더 버텨 봐.”
“개자식아… 흐윽.”
엘리엇이 눈물을 쏟아 내는데도 아서의 몸짓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기어이 엘리엇 안에 절정의 흔적을 뿌리고서야 행위를 멈췄다.
단시간 만에 영혼이 달아날 뻔했던 엘리엇은 무시무시한 폭풍에 휩쓸린 나뭇가지처럼 축 늘어졌다.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경련했다. 아서가 한 번 갈 동안 엘리엇의 성기는 서너 번은 절정에 올라 희멀건 정액을 곳곳에 토해 놓았다. 덕분에 하복부가 엉망이었다.
그 아래 사정은 더했다. 거울에 비추어 볼 필요도 없었다. 무지막지한 성기로 난폭하게 쑤셔진 구멍에선 진득한 정액이 흘렀다. 채 닫히지도 않아서 밑이 선득선득했다.
엘리엇은 눈물범벅인 눈으로 아서를 노려봤다.
“개자식아.”
“미안.”
아서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투로 사과했다.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높게 솟은 광대가 실룩거렸다.
“죽어 버려.”
“그렇게 좋았어?”
“빌어먹을. 너와는 두 번 다시 안 자.”
아서는 귓등으로도 듣는 척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여운에 덜덜 떠는 엘리엇을 짐짝처럼 들쳐 멨다. 제 아랫도리가 훤하게 드러나 있는데도 무작정 서재 1문으로 향하기에 엘리엇은 기겁했다.
“무, 무슨 짓이야!”
철썩.
자비 없는 손바닥이 엘리엇의 맨엉덩이를 매섭게 때렸다. 엘리엇은 너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조용히 해. 소란을 피워서 하인들을 불러들일 셈인가? 뭐,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이, 이 변태 자식.”
충격적이게도 아서는 정말로 그대로 나가 복도를 걸었다. 그의 침실까지는 열 걸음 남짓이었다. 엘리엇은 내내 숨을 참았다.
침실에 들어오자마자 아서는 엘리엇을 침대에 내동댕이쳤다. 화를 내기 전에 완벽하게 닫히지 않은 문이 엘리엇의 눈에 먼저 들어왔다.
“문… 읍.”
아서의 입술이 엘리엇의 말을 가로막았다. 혀가 얽히는 사이 다리가 벌어졌다. 아서의 앞섶은 아까만큼이나 흉흉하게 부풀었다. 거친 손이 채 다물리지 못한 구멍을 더듬더니 이내 굵은 기둥이 입구를 가르고 들어왔다.
“흐읍.”
벅찬 감각이 사고를 정지시켰다. 문이 닫히지 않았는데. 누군가 지나가다가 방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는데.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힘 빼. 끊어지겠어.”
키스를 끊은 아서가 속삭였다. 낮은 목소리는 욕정에 물들었으며 동시에 고통에 차 있는 듯도 했다. 하지만 상대의 사정을 봐줄 여유가 엘리엇에게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뻣뻣하게 굳은 몸은 아서의 성기를 잔뜩 조였다. 덕분에 느끼는 부분이 자극되어 엘리엇 또한 정신이 아찔했다.
“빌어먹을.”
욕설과 함께 거친 몸짓이 시작되었다.
턱턱.
살 부딪히는 소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엘리엇은 신음을 최대한 죽이려고 노력했다. 굵은 땀방울. 일그러진 눈썹. 아프도록 오그린 발. 상대의 어깨를 긁는 손끝. 모두가 엘리엇의 통제를 벗어났다.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이를 꽉 깨물고 작렬하는 환희와 등골이 서늘한 긴장감에 매몰되는 일뿐이었다.
짐승 같은 2차전은 예상보다 일찍 끝이 났다. 엘리엇이 절정에 이르기 전에 아서가 제멋대로 절정으로 치달았다. 풀어진 구멍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렀다.
“하아. 하아.”
아서가 드디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문을 닫으라고 종용하는데도 아서는 듣지 않았다. 그저 완전 녹초가 된 엘리엇을 욕실로 옮겼을 뿐이다. 욕실에서도 문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심지어 아서는 날씨가 좋다면서 욕실 창까지 열었다. 2층이기에 창밖으로 누가 들여다보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소리가 새어 나가긴 충분했다.
“앗! 으!”
욕조 안에서 다시 당했다. 이번에는 자포자기였다. 참을성도 바닥났다.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와 열린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더 크게 소리 내 봐. 모두가 들을 수 있게.”
“개… 자식, 앗!”
욕을 하면서도 엘리엇은 그의 요구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쏜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들을 만큼 신음이 커졌다. 자포자기했다.
‘이런 개자식을 삶의 동반자로 삼은 내 잘못이지. 애들의 양부 노릇도 맡기지 않겠어. 뭘 보고 배우냐고.’
속으로 원망을 쏟아 내며 엘리엇은 헐떡였다.
실컷 유린한 후에야 아서는 소중한 유리그릇을 다루듯 엘리엇을 정성스레 씻기고 안아 침대로 옮겨 주었다. 너무 피로한 나머지 아서에게 저주를 퍼부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직 날이 환한 오후인데도 눈꺼풀이 무거워 시야가 가물거렸다.
“정겨운 가족 간의 저녁 식사는 아무래도 내일로 미루어야겠어.”
“나쁜… 놈.”
“나도 사랑해.”
비겁하게도 아서는 흡족한 듯이 엘리엇의 부푼 입술에 입술을 꾹 눌렀다. 혹사당한 허리와 아랫도리가 덩달아 웅웅 울렸다.
“푹 쉬어.”
아서는 싱긋 웃으며 엘리엇을 토닥였다. 사랑에 빠진 악마 그 자체였다.
‘망할 자식. 자고 일어나기만 해 봐라. 외숙부 무덤 앞으로 끌고 가서 무릎을 꿇릴 테니. 그다음엔 나이트스톤의 정찬에 참석시키고 네 음식 위에는 고약한 맛이 날 때까지 후추를 뿌려 버릴 테다. 더불어 한 달 동안은 관계 금지야. 하고 싶어지더라도 내가 널 묶어 놓고 올라탈 테니 각오해.’
엘리엇이 속으로 갖은 악담을 퍼붓는 줄도 모르는 아서는 엘리엇을 보며 싱긋 웃었다.
“아무 데도 가지 마.”
“그래.”
아서는 비꼬거나 조롱하지 않고 순순히 대답했다. 엘리엇은 옅게 웃었다.
‘빌어먹을, 망나니 자식.’
가물거리는 정신으로 잠시 고민했다.
‘내 인생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고작 일 년 남짓한 사이에 10년은 더 지나간 듯 피로했다.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동시에 가슴 속에 머물렀던 허전함은 사라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어도 이젠 괜찮다. 양부가 떠났어도 괜찮다. 릴리벳이 없어도 괜찮다. 대신에 좀 짜증 나고 가끔은 죽일 듯이 미우면서도 같이 있을 때마다 살아 있음을 만끽하게 하는 성가신 남자가 있으니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