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외전(오메가버스 ver.) 10
“아……!”
이게 무슨 짓이야. 숙였던 고개를 드는 것과 동시에 김희도와 눈이 마주쳤다.
허억.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온갖 달콤한 것이 입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대로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
“흐윽!”
무릎이 확 꺾이며 몸이 비틀댔다. 쿵쿵쿵. 마치 귓가에서 북을 미친 듯 쳐 대고 있는 것 같았다. 김희도는 앞으로 쏟아지는 임성의 허리를 휘감으며 제게로 당겼다.
동공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새카만 눈동자가 빛났다.
선연한 욕망, 김희도는 제가 가진 욕망을 숨기려 하지 않았고, 임성은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뱀 앞에 놓인 개구리가 이런 심정일까,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호흡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아직도 억제제가 필요해요?”
내가 여기 있는데. 하지도 않은 뒷말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임성은 그를 마주 안으려다가 가슴팍에 새겨진 페어리즈 로고를 보고 멈칫했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임성, 정신 차려.
“비켜……. 그냥 감기니까 자면 괜찮아질 거야.”
임성은 목구멍에 걸린 타액을 삼키며 김희도의 어깨를 밀어 냈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밀려 났다.
이젠 억제제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당장 이곳을, 저 남자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할 뿐. 집 밖으로 나가려다가 김희도가 버티고 선 것을 보고 곧장 발을 돌렸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든 그대로 방으로 뛰어갔다.
김희도는 헐떡대면서 달아나는 임성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저 남자도 제정신이 아닐 테니, 도망갈 수 있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달아나는 모습을 보니 속이 뒤틀렸다. 동시에 당장 쫓아가고 싶은 강한 본능을 느꼈다. 광포한 흥분과 고양감이 뒤엉켜 묘한 희열을 자아냈다.
매끈한 입술이 소리 없는 호선을 그리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김희도는 잠겨 있지 않은 방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임성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린애들이 무서우면 꼭 저러지 않나?
“선배. 자요?”
이불 끝을 조심스럽게 잡고 한 번에 걷어 냈다. 양팔을 교차해 어깨를 붙잡고 새우처럼 등을 말고 있던 임성이 움찔했다.
“이불을 왜 머리까지 덮고 있어요. 안 더워요?”
그는 김희도가 한쪽 무릎을 침대에 얹고 상체를 기울였다. 침대 매트리스가 푹 꺼지며 사선으로 기울었다.
“감기라면서요. 근데 왜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해. 꼭 도망가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킨 임성이 물러섰다. 명백히 김희도를 피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벽에 가로막혔다. 턱. 등에 닿는 벽을 곁눈질한 임성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더는 갈 곳이 없잖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뒤는 벽이고 앞은 김희도였다. 그는 더 이상의 도망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임성의 얼굴 양옆을 짚었다. 완벽하게 갇힌 모양새가 됐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어요? 아니면 더 할래?”
벌어진 입술에서 흘러나온 더운 숨이 임성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단순한 호흡일 뿐인데, 머리가 핑 돌았다.
몸 안쪽 깊숙한 곳이 저릿저릿 울렸다. 심장 같기도 하고, 배꼽 아래인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손가락 끝일지도 모르겠다.
정신 똑바로 차려. 임성은 입술 안쪽 살을 질근 깨물며 정신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필사적인 모습을 보며 김희도가 소리를 내 웃었다. 눈꼬리가 살랑살랑 녹아들어, 임성이 평소 똥강아지라고 부르곤 하던 모습.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무자비했다. 숨구멍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더 깊이 파고들려 했다.
그때 김희도가 벽을 짚었던 손을 내렸다. 임성은 제 눈앞에 다가온 손끝을 보고 저도 턱을 안쪽으로 당겼다.
“머리카락이 달라붙어서. 왜 그렇게 놀라요.”
그의 손이 닿는 곳마다 불길이 이는 듯 뜨거웠다. 이 감각의 원인이 김희도의 손인지 제 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헉, 허으. 숨결이 거칠어진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다. 숨을 쉴 때마다 말려 들어오는 공기가 너무, 너무 뜨겁고 달았다. 허겁지겁 김희도의 어깨를 잡으며 숨을 헐떡였다. 아, 좋은 냄새.
점점 가까이 다가온 얼굴은 서로의 입술이 맞닿기 바로 직전 멈췄다.
“전 선배가 좋아요.”
작열하는 태양 아래 피어난 강렬하면서 압도적인 향기.
배 안쪽에서부터 감기나 몸살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열기가 확 치솟았다.
선배를 좋아해요. 달뜬 고백과 함께 흘러온 향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임성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설마, 너……, 이거…….”
“이거? 알파 페로몬? 이제야 알았어요?”
마치 그 말에 감응하듯 임성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알파 페로몬. 이게……. 막연히 상상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해요?”
“나는…….”
안 돼. 말하지 마. 말하면 안 돼.
“네. 선배는요?”
꿀 같은 목소리였다. 오메가를 꿰어 내느라 혀가 아릴 정도로 달고 진득진득하게 말했다. 그 다정한 목소리 아래에는 미처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사나운 탐욕이 넘실거렸다.
“말해 봐요. 난 선배가 원하는 거 다 줄 수 있어요.”
밀도 높은 공기가, 거부할 수 없는 향이 임성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휘젓고 깊게 가라앉은 본능을 끈질기게 건드렸다.
차라리 김희도가 쉐먼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희도는 집요할 정도로 임성이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임성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무기력한 자신이 절망적이었다. 동시에 피할 곳 없다는 깨달음에서 묘한 희열이 찾아왔다. 눈알이 뜨거워졌다.
여전히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희도, 너를…….”
김희도의 품에 뛰어들고 싶었다.
“원, 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읏!”
김희도가 임성의 팔을 붙잡았다. 마디가 도드라지지 않은 곧은 손가락, 반듯한 손등과 달리 굳은살이 박인 커다란 손이 옆구리를 쓸었다.
흣.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도 찌릿찌릿한 감각이 터졌다. 더는 거리낄 것 없는 알파 페로몬이 임성에게 들러붙었다.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유혹하다가 그가 숨을 들이마시기 위해 입을 벌리면 탐욕스럽게 기어들어 왔다. 입 안을 맴돌다가 목구멍을 타고 배 속으로 퍼졌다. 처음 알파 페로몬과 마주한 임성은 삼켜 내는 것도 버거워했다.
지금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건 맞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언제 유니폼이 벗겨졌는지 또한. 맨살에 김희도의 손이 닿을 때마다 몸이 움찔대며 튀어 올랐다. 감각이 예민하다 못해 곤두서는 게 느껴졌다.
“선배 냄새 엄청 좋아요. 미치겠어.”
김희도가 뺨에 제 입술을 뭉개며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반쯤 발기한 성기를 꽉 잡자 임성의 허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어흑.”
성기를 훑는 손은 이상할 정도로 뜨겁고 자극적이었다. 몇 번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꿈틀대며 정액을 토해 냈다. 만지자마자 싼 것에 가까웠다.
“귀엽네.”
김희도는 희뿌연 정액으로 범벅된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기다란 눈꼬리가 얄궂게 휘어졌다.
이런 게 히트구나. 그 어떤 의구심도 갖지 못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히트에 접어든 임성에게서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평소 그의 성격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한여름 초목에서 날 법한 향기였다. 정액이 묻은 손이 임성의 목덜미를 길게 쓸었다. 풋내 나던 향이 점차 농익어 갔다.
“하아.”
김희도는 입을 벌리고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를 정도로 숨을 집어삼켰다. 머리가 저릿저릿해지는 깊은 만족감이었다. 이성이 조금씩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임성의 머리카락 끝에서부터 발톱 끝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집어삼키고 싶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당연하잖아. 이 남자는 내 건데.
“미안해요. 좀 거칠지도 모르겠어요.”
낮게 터지는 이름 속에는 미처 지우지 못한 욕구가 넘실댔다.
“아, 으.”
기다란 손가락이 아래를 파고들었다. 뭔가를 받아들이는 건 처음인데 걸리는 것 없이 마디 끝까지 삼켰다. 김희도가 손가락을 구부리고 안쪽을 쑤셨다. 몸속을 휘젓는 느낌이 이상해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들어도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김희도는 늘 당당하고 쾌활한 남자가 불안해하는 것을 보며 만족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제게만 보여 주는 모습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임성의 목덜미를 깨물자 아래가 움찔 조여들었다.
“느, 느낌이…… 흐.”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금 울면 안 되는데. 너무 이르잖아요.”
김희도는 점점 발갛게 물드는 눈가에 뽀뽀를 퍼부으며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희도야, 잠깐만. 나 좀…… 어떻게, 해, 으흐.”
임성이 젖은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김희도가 잇새로 욕을 뱉어 내며 바지를 내렸다. 흉흉할 정도로 발기한 성기가 퉁 튀어나왔다. 그는 제 성기를 임성의 입구에 갖다 댄 채 주름 주변을 비비적댔다.
임성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며 구멍이 개폐를 반복했다. 기대와 쾌감, 혹은 긴장과 흥분. 여러 가지 감정이 치밀어 올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밀려오는 페로몬 또한 임성의 정신을 흐려 놨다. 비벼지는 아래는 간지러웠고, 울대뼈가 빨리는 감각은 흥분을 부추겼다. 혀 아래 타액이 흥건히 고였다. 김희도는 귀두 끄트머리를 구멍에 살짝 넣었다가 금세 빼냈다.
흐. 임성은 알 수 없는 신음을 뱉으며 김희도의 어깨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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