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태자와 자신을 잇는 단단한 손깍지를, 홍의는 내려다보았다. 숲속은 시원하고 상쾌하고 어지럽고 아찔했다. 노근을 넘고 풀숲을 헤치며 더 깊숙한 곳으로 속절없이 이끌렸다. 이따금 몸을 막는 나뭇가지는 한발 앞선 태자가 친히 젖혀 주어 지나기가 수월했다. 병사들이 나타나면 잽싸게 몸을 돌려 길을 틀었다. 어깻죽지 밑으로 흘러내려 하느작거리는 푸른 포와 길게 늘어뜨린 소매가 눈앞에서 한들거렸다. 왜일까, 언제나, 이토록 갑작스레 태자의 얼굴이 강렬하게 홍의의 눈동자 속에 들이박힐 때가 있었다. 한풀 꺾여 노랗게 물든 반짝이는 햇살이 눈꺼풀을 얄궂게 쏘았다. 마찬가지로 부신 한쪽 눈을 비스듬히 내리감은 채, 태자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눈꽃보다 새하얀 청년의 얼굴. 무엇이든 비출 듯 투명한 이마로, 미끈한 턱으로, 울렁거리는 목덜미로 맑은 땀방울이 굴러떨어진다. 붉디붉은 입술이 그 새하얀 옥안에 꽃송이처럼 피어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던 두 사내는 이윽고 커다란 고목 틈에 면한 작은 동굴을 발견했다. 은밀하고 장난스런 눈길이 새삼 자꾸 마주쳤다. 입구가 좁아 등을 구부리고 몇 발 들어가니 내부는 제법 널찍했다.
돌기둥을 사이에 두고 태자가 옷을 잡아당기면, 홍의는 웃으면서 피했다. 태자가 한달음에 달려와 뒤로부터 허리를 끌어안으면 엄부럭을 부리며 몸을 뒤채다 이내 확 밀쳐 내고 달아났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다 간지럼을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리길 반복했다. 철모르고 뛰어노는 꼬마 아이들처럼, 엎치락뒤치락, 땀으로 담뿍 젖은 몸을 미끈하게 껴묻으며 한참을 노닐었다.
홍의는 태자의 뾰족한 코끝에 입 맞추었다. 울대에, 쇄골에, 복근에, 그리고 가반 위로 부풀어 빳빳이 형태를 드러낸 그 얄궂고도 위험한 곳에.
하아. 태자가 못 참겠다는 듯 커다란 손으로 홍의의 머리통을 잡고 앞섶에 묻었다. 홍의는 느릿느릿 태자의 허릿단을 붙잡고 슬슬 끌어 내렸다. 속곳 위로 단단하게 솟아오른 뜨거운 형태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태자는 홍의의 목덜미를 주무르며, 조금 떨고 있었다.
마른침이 목 뒤로 넘어갔다. 두툼하게 솟구친 비단 위로 입술을 갖다 대었다. 후욱, 입김을 불었다. 태자가 차가운 손가락으로 홍의의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었다. 홍의는 성기의 모양을 따라 입술로 속곳 위를 한 입씩 나누어 물었다. 이윽고, 허릿단을 단단히 붙들고 허벅지께로 끌어 내리자, 빳빳이 용대를 세운 옥경이 고요하게 드러났다. 참으로 완벽하기 이를 데 없는 잘생긴 성기였다. 홍의는 코앞의 뜨거운 열기에 대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내 거 좋아?”
태자는 아이처럼 선온하게 속삭였다. 마침 태자의 성기를 응시하는 홍의의 표정이 빼도 박도 못 하게 그러하였던 것이다.
홍의는 뜨끈뜨끈한 성기에 볼살이 밀릴 정도로 비비다가 멈칫하여 태자를 올려다보았다. 차마 대꾸를 못 하는 그의 볼이 봄꽃처럼 붉게 물들었다. 태자가 은근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홍의는 내 좆이 싫은가… 왜 대답을 못 하지.”
홍의는 눈을 내리깔고 떠듬떠듬 답하였다.
“…싫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미어질 듯 답답했다. 다른 때는 안 그런데, 왜 색사를 나눌 때면 이토록 어리보기처럼 구는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홍의는 태자의 물건이 좋았다. 처음에는 기가 질리고 두렵고 설었으나, 이제는 눈에 익어 그때만큼 두렵지도 않거니와 보기만 해도 엉덩이 근육이 절로 꿀렁거렸다. 삽입당하고 싶었다. 엉덩이로든 입으로든, 어디로든 좋으니 태자의 물건을 자신의 몸 안에 들이고 싶었다.
배운 대로 부드럽게 손가락 끝으로 뿌리 부근을 잡았다. 혀를 조붓하게 내어놓고 그 위에 귀두를 얹어 얼굴을 양옆으로 살살 움직여 문질렀다. 흥분의 징조인 선액이 미끈미끈하게 배어 나와 혀끝을 적셨다. 태자가 푹 숙인 고개로 홍의를 물끄러미 응시하다 눈을 감았다. 그의 귓가가 붉었다.
“하… 좋아.”
홍의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해 드리고 싶었다. 그리하면 자신의 기분도 더 좋을 것이다. 홍의는 머리로서 생각한 게 아니라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턱을 최대한 내리고 입 속을 넓게 하여 태자를 가득 머금어 보았다. 장족의 발전이 따로 없었다. 태자는 정신없이 휘감아 드는 혀와 푹푹 빨려드는 입심을 즐기다, 문득 성기에 밀려 불룩해진 홍의의 볼을 더듬었다.
“네가 지금 얼마나 맛있게 빨고 있는지 아느냐?”
홍의가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 자지와 네 얼굴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아…?”
“…말씀에, 기품을….”
머뭇대며 대거리를 하지만, 이미 얼굴은 붉어진 지 오래다. 자지와 옥경의 차이점이 뭣이관데, 소피를 보거나 씨물을 보거나 하는 짓은 매한가지였다. 오히려 천박한 말, 하루하루 치열하게 자족하는 민인들의 울분이 담긴 생것의 언어는 인간의 오감을 일깨우고 본능을 자극하는 야릇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홍의의 눈에 태자는 그 어떤 속된 말을 입에 담아도 절대 뼛속들이 천할 수 없는 사내였기에 더욱 이질적이고 철렁했다. 대체 궁궐에만 계신 분이 그런 말들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태자의 귀두에서 맑은 선액이 톡톡 방울지기 시작했다. 홍의는 그것에 손가락을 살짝 붙였다 떼었다. 점액질의 은실이 가늘고 길게 늘어졌다. 그것을 짓눌러 칠하듯 귀두 전체에 문지르다, 한 입 베어 물었다. 태자의 복근이 여섯 조각으로 나뉘며 들쑥날쑥 가쁘게 호흡하였다. 홍의는 손으로 강하게 기둥을 잡고 위아래로 정성껏 문질러 대기 시작했다. 조붓한 혓바닥으로는 여전히 귀두를 받친 채, 주도면밀하게 빨고 핥으며 바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태자의 반응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순간, 태자가 홍의의 머리통을 붙들고 뿌리까지 깊숙이 박아 넣었다. 컥, 헛구역을 하다가도 입을 더 벌렸다. 홍의야말로 정녕 삼켜 발라 먹을 기세로 덤볐다. 태자가 있는 힘껏 홍의의 입 구멍에 대고 허리를 쳐올렸다. 푹푹 박히는 압력에 홍의의 관자놀이에는 힘줄이 솟고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윽고 태자가 뿌드득 이를 갈며 움직임을 덜컥 멈추었다. 홍의는 두 눈을 꽉 감고 자신의 머리를 붙든 태자의 팔목을 붙잡고 버텼다. 태자가 탄성을 끊어 지르자 비릿하고도 미끈거리는 씨물이 목구멍 안쪽을 쏘며 퍼져 나갔다. 홍의는 그 와중에도 머리를 앞뒤로 밀면서 자극을 멈추지 않았다. 태자를 함락시켰다는 쾌감은 기실 파정의 황홀경에 비견하고도 남았다. 한차례 파정을 마치고도 여전히 팽팽한 옥경을 물건을 쏟아내고, 입 안에 든 것을 여러 번 나누어 삼켰다. 그러면서도 아직 생생한 위용을 잃지 않은 성기를 손으로 가볍게 쓸어 주었다.
태자는 한껏 머리를 젖힌 채 숨을 골랐다. 그러다 천천히 턱을 내려 홍의를 보았다. 엄지손가락으로 홍의의 입술을 찬찬히 훑는 그의 손길이 흥분한 짐승처럼 잘게 떨리고 있었다.
태자는 홍의의 일으키고 어깨를 잡아서 몸을 돌리게 했다. 홍의의 나지막한 신음이 동굴 벽을 타고 허공을 돌았다. 강렬한 손아귀 힘이 목덜미의 옷깃을 쥐는 것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 까 내린 엉덩이가 묘하게 반들거렸다. 태자는 벽에 기대선 홍의의 목덜미에 얼굴을 깊숙이 껴묻고, 들어 올린 허벅지 안쪽을 받쳐 잡았다. 은밀히 드러난 비부에 자신의 커다랗고 단단한 옥경을 비비며 태자는 자꾸 눈을 맞추려 들었다. 연푸른 눈동자 속에 소년의 순수와 사내의 관능이 색스럽게 어우러졌다. 돌아보던 홍의는 마음이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을 핥아 적신 후, 그것으로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고, 태자는 홍의의 부끄러운 곳을 단숨에 파고들었다. 끔찍하리만큼 깊숙한 곳까지 밀려드는, 신랄하고, 지독한 그의 욕망에 홍의는 마음껏 비명을 질렀다.
“가끔 네가 두려워.”
태자는 가쁜 숨결의 갈피에 서서 속삭였다.
“나를 죽일 것만 같아. 두려워.”
홍의는 그 말의 의미를 단박에 이해했다. 그리고 깊이 공감했다. 상하 귀천을 떠나 오직 한 사람의 사내로서 태자는 진심이었다. 홍의가 태자의 이성을 부수고, 과거를 죽이고, 잃을 것이 없다 믿었던 삶에 필사적으로 지켜 내고 싶은 무언가가 되었노라고, 태자는 가쁘게 고하고 있었다.
“홍의야.”
날 불러 봐, 홍의야.
태자는 짓궂게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라 재촉하였다. 하지만 홍의는 끝내 그러하지 못했다. 입 속에서만 조그맣게 되뇔 뿐, 차마 그의 이름을 발음하여 소리 낼 수 없었다.
자꾸만 들이치는 태자의 입술과 혀는 꿈처럼 다디달았고, 홍의는 알 수 없는 갈증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태자에게 매달렸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듯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서툴렀던 풋사랑이 반드시 지키고 싶은 무언가로, 천진한 설렘이 애달픈 간절함으로, 나에서 너로, 젖어 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