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번작이끽야
사실 화양각에서 돌아온 이후로 태자도 알게 모르게 고민이 많았다. 홍의가 좋고 사랑옵은 것과는 별개로, 아마도 진정한 합일까지는 이룰 수 없으리라는 지레짐작으로 얼마간 우울해져 버렸다. 물론 철없이 기대한 때도 있었다. 홍의가 자신의 양물을 귀여운 꼬마둥이 달래듯 한없이 귀애해 주기를, 그리하여 철모르는 동자처럼 마음껏 뛰어놀다가 아득한 별천지에 함께 이르기를. 그렇게 막연히 바라고 조르고 갈구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태자의 오래된 병은 끝끝내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홍의가 열과 성을 다해 감싸고 보듬어 준대도 곯아 버린 마음의 염증까지는 치료하지는 못할 터였다.
또한 태생부터 양기를 타고난 홍의에게 이 이상 색신의 짐을 지우는 것도 기실 미안쩍은 일이었다. 방망이라며 기함하고 두려워하고 벌벌 떨고, 입에 넣자마자 올칵 날구역을 해 대는데 태자도 사람인지라 슬그머니 양심의 가책이 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홍의만 또 찍 하고 말 것을 새삼….’
무엇보다 발기는 되었는데 절정에 다다를 수 없는 참담함을 겪어 보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인생을 논하지 말라. 태자는 여태껏 홍의와 야시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려다가 그만 우뚝 서고, 우뚝 선 것을 이런저런 변수로 인하여 서럽게 삭여 내야 하는 상황에 계속 직면하다 보니, 이제는 발기 자체가 두렵고 꺼려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결국은 나이 스물하나에 파정의 꿈을 아스라이 접어 버리고 말았으니. 뭐 겪어 본 바로 꼭 정사를 통해야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파정이라든가 파정이라든지 파정이란 것을 굳이 끼얹지 않더라도 연정이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더라. 애초에 애면글면 않으려니 이 얼마나 속이 편한가. 언젠가 ‘마음’을 운운하던 녹빈더러 부처님이냐며 비웃던 태자는, 어느 순간 미륵불이 무색할 만큼 듬쑥하고 온화해져 있었다.
“소신이 먼저 탈의를 할까요, 아니면 앞서 전하의 탈의를 도울까요?”
그런 성불자의 앞에 웬 탐욕 덩어리가 등장하여 싸우자는 기세로 합방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것 참 말세가 아닐 수 없다.
“…….”
태자는 곶감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쪽 찢어서 떼어 먹으려다 말고 멈칫하여 홍의를 보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어딘지 멍한 얼굴이었다. 이러니까 홍의가 더 화딱지가 나는 것이었다.
‘아니, 시도 때도 없이 하자고 하자고 칭얼대며 덤비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와서 뭐 왜 이러셔? 이 인간이야말로 지금 나랑 장난하나?’
탁! 홍의는 옥잔을 거칠게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투적으로 외쳤다.
“별다른 하교가 없으시니 소신이 먼저 탈의를 하겠습니다!”
태자는 곶감 덩어리를 아랫입술에 묻힌 채 망연히 보았다. 방 가운데 선 홍의가 훌홀대며 붉은 장유의 요대를 풀더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직 상의를 입은 상태에서 바지춤을 발목까지 쑥 잡아 내린 것이다.
“…….”
“…….”
서로 간에 민망스러운 침묵이 흘렀다. 사실 홍의의 셈속은 자신의 말처럼 탄탄한 근육과 미끈한 허벅다리를 앞서 선보여 전하의 정욕을 부추기자는 데 취지를 두었으나, 어쩐지 격식과 상황에 비례하여 장유 밑으로 드러난 하체가 휑뎅그렁하니 영 후줄근해 보였던 것이다.
“…그….”
“…….”
“도로 입을까요…?”
홍의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한참 말이 없던 태자가 문득 홍로주를 입에 탁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요대를 풀고 비단 포를 벗었다. 너른 어깨와 흠결 없이 미끈한 등이 드러났다.
홍의는 어쩐지 주눅이 들어서 웃옷을 마저 벗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다. 허리 매듭도 풀어내고 가반을 벗어 낸 태자는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홍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태자는 마지막 속고의를 탈의하여 손끝에서 툭, 떨어트렸다. 빗근으로 꿈틀거리는 뒤태를 감상하는데 홍의는 시야가 다 혼몽하였다. 주홍색 등불을 받아 윤기가 흐르는 쏙 패인 등골 아래로 탄력적으로 꽉 올라붙은 엉덩이가 보였다. 홍의의 아랫도리가 잠방이 속에서 움찔움찔 머리를 들기 시작하였다.
태자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옆으로 휘어지듯 늘어진 양물이 털렁거렸다. 홍의의 두 눈이 아롱아롱해졌다. 태자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그대로 홍의를 잡아 침상에 내리 눕혔다. 께꼬닥. 홍의는 순진한 척 가만히 누워서는 두 눈만 깜빡깜빡하였다. 태자가 짐짓 다정하게 홍의의 이마를 쓸었다.
“내가 그대의 낭군인데, 응당 찍 하게 해 주어야지.”
“…….”
‘물론 나는 찍 못 하겠지만.’
속말을 삼키며 태자는 지그시 눈을 맞추었다. 등불 따라 일렁이는 홍의의 검은 눈동자가 아찔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구하구하(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수기현야(首其現也, 머리를 내어라)
약불현야(若不現也, 내놓지 않으면)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구워서 먹으리)
홍의는 문득 구지가의 구절을 떠올렸다. 먼 옛날 어느 왕의 강림 신화에 빗대어 만들어진 노래라지만, 거북의 머리를 남성의 성기에 비유한 해어화들이 사내들의 양물을 세우며 간살스럽게 부르짖곤 하였다.
“아닙니다, 전하!”
별안간 홍의가 버럭 소리치더니 강시처럼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는 태자를 제 아래로 눕혀서 휙 올라탔다. 앗차 싶은 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밑에 깔려 버린 태자는 역전된 구도에 당황하여 굳었다.
“소신이 전하를 찍 하게, 아, 아니 파정을 하실 수 있게 도와야지요!”
“…허나 너는 더럽게 못하… 읏.”
홍의는 아직 늘어져 있는 말랑한 물건을 답삭 물었다. 태자가 신음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토록 우람하고 어여쁜 물건을 지니시고 도를 닦겠다니, 그게 말인가 당나귀인가. 말랑하던 육침이 입 안에서 찬찬히 힘을 받고 일어서더니 여지없이 목젖을 찌르기 시작하였다. 태자가 보침에 옆얼굴을 뱌비며 지그시 인상을 쓰고 낮게 신음했다. 홍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더욱 깊숙이 빨아들여 보았다. 그런데, 된다! 녹빈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숨이 턱 막히려는 것을 꾹 참고 억지로 호흡했더니 놀랍게도 정녕 숨이 쉬어지는 것이다. 홍의는 태자의 세워진 장딴지 밑으로 팔을 넣어 꽉 걸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열심히 입을 놀렸다. 왈칵 고인 눈물이 그의 환희를 대변하는 듯하였다.
그런데 그때, 태자가 반쯤 상체를 일으켰다. 물빛으로 이지러진 푸른 눈을 망연히 깜빡거리다가 슬며시 홍의의 앞머리를 잡아서 뒤로 확 젖혔다. 고개가 꺾인 홍의가 물건을 반쯤 쏟아 내면서 그렇게 눈이 맞았다.
“뭐냐.”
“…예?”
“갑자기 왜 이리 잘해.”
“…….”
태자의 눈빛이 심상찮았다. 한쪽 눈썹을 찡그리고 쏘아보는 눈빛이 맵차다 못해 얼음장 같았다. 샛서방과 몰래 오입질을 벌인 마누라를 잡아 죽이기 전 골샌님의 눈빛이 이러할까.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물건을 반쯤 물고 멍해 있던 홍의는 이내 뿝, 하고 물건을 전부 뱉고는 냉철한 풍류랑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갑자기 잘하는 것이 아니라, 소신이 본래 타고난 재능인데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뿐입니다.”
그에 태자는 별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다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홍의는 침 범벅이 된 입술로도 자신감 넘치게 아뢰었다.
“소신은 원래 입이 크옵니다. 우리 전하 좋으라고 그리 났나 봅니다.”
“…….”
천천히 태자의 입가에 재밌다는 미소가 걸렸다.
“허면, 다시 소신의 본 실력을 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대는구나.’
아까부터 매우 깝쳐. 한숨을 쉰 태자가 홍의의 이마를 밀어내면서 아예 상체를 다 일으켰다. 이마를 떠밀리던 홍의가 고 사이에 어깨를 쥐어 잡혀 다시 침상에 내리꽂혔다. 태자의 손이 한 방에 홍의의 옷을 쫙- 찢어발겼다. 홍의는 겉으로 놀라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시선을 내려 홍의의 양물을 바라보던 태자가 문득 화가 난 것처럼 힘주어 읊조렸다.
“툭 건들기만 해도 싸겠군.”
“…….”
실로 그러했다. 이미 홍의의 초롱꽃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 눈물을 찔끔거리며 소리 없이 포효하고 있었다. 건드는 게 다 무언가, 입김만 훅 불어도 찍 쌀 것 같았다. 홍의는 크큼, 헛기침하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대고 손부채질을 하였다. 태자가 홍의의 양 오금을 붙잡아 확 밀어 올렸다. 거기에서는 홍의도 당황하였다. 이, 이게 무슨 자세람? 엉덩이까지 치켜들려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치부를 드러냈으니 놀람직도 한 것이었다.
“저, 전하! 어찌!”
“잡고 있어.”
태자는 여상하게 홍의의 팔을 끌어당겨 대신 다리를 잡게 하더니 이내 진진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넣는 건가?”
참으로 새삼스러웠다. 넣을 곳은 애초에 정해져 있었다. 붉은 꽃봉오리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단호하게 꼭 다물려서는 찬 공기가 서름한지 옴찔옴찔하는데, 태자는 고개를 기울이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홍의는 온 얼굴을 찡그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이미 천지신명부터 일월성신 부처님까지 죄다 끌려 나왔다.
태자는 신중하고도 학구열이 넘치는 표정으로 천천히 검지 하나를 들어 천천히 붉은 주름을 콕, 찔러 보았다. 그에 놀란 주름은 꽉, 굳세게 오므라든다. 괴괴망측하였다. 각오를 안 한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이리되고 보니 남사스러워 죽을 것 같았다. 홍의는 비장하게 훅훅훅 심호흡을 하였다.
태자는 여전히 눈으로는 홍의의 샅을 들여다보면서 손으로는 협탁 위를 더듬어 향유 병을 집어 들었다. 그것을 한 움큼 손바닥 위에 쏟았다. 질척한 끈끈 물이 난향을 풍기며 흘러내렸다. 무릎걸음으로 홍의에게로 더 바싹 붙은 태자는 연신 뚫어져라 응시하며 손가락 하나를 봉우리의 중심에 쑥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