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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냥(4) (267/283)

41. 사냥(4)

“화신이 별 게 아니라면 뭔데?”

“……물론 쓰기에 따라 별게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별거 아니었거든요…….”

최남솔은 과거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때는 최남솔이 다섯 살 때였다. 아직 멋모를 적, 최남솔은 부모님의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까지 향해 멀리까지 헤엄쳐 나간 적이 있다. 결과야 물론 뻔했다. 사고사.

그러나 최남솔은 몇 시간 후, 오열하며 자신을 찾는 부모에게 아무렇지 않게 돌아왔다. 최남솔의 어머니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분이 너를 안고 오는데, 엄마는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잖니.’

남솔의 은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였다. 실제로는 아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남들 못지않게 물질을 할 만큼, 범상치 않은 할머니이긴 했지만.

어머니가 말하는 ‘그분’은 다름 아닌 레비아탄의 화신이었다. 그중에서도 레비아탄의 의식을 불러 친히 그를 새로운 화신 삼아 줄 만큼, 꽤 격이 높은 이.

남솔이 화신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은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났다. 아마 혼은 레비아탄에게 향했을 것이다.

그분이 레비아탄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최남솔은 바다와 가깝지 않아 대단한 힘을 쓸 수 없음에도, 사랑하던 화신의 선택을 받은 덕분인지 레비아탄의 애정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뭐 대단히 특별한 건 없었다.

“특별한 것도 없으면서 왜 입을 털어?”

“아니, 여기부터 중요하거든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일 듯 간을 보는 이원에게 남솔이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가끔 레비아탄에게 몸을 내어줘요.”

“내어준다고?”

신지호는 최남솔을 훑어보았다. 그러자 최남솔이 다소곳하게 양팔을 X자로 겹쳐 살포시 제 앞을 가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변태.”

“됐고, 빙의되었던 동안 의식은 있어?”

“그게 중요한데 말이죠…….”

남솔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원래는 대부분 있었거든요. 저는 찐따인데 지가 일진처럼 굴어서 곤란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라…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죠. 어쨌든. 언제부턴가 아예 의식이 끊겼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빙의됐을 때 보인 사람이…….”

“…….”

“이지영 씨였어요.”

그때는 정말 숨이 한 번 더 멎는 줄 알았다고, 최남솔은 과거를 회상했다.

‘일어났으면 이제 할 일 하지.’라고 말하는 그녀는 남솔이 어떤 반응을 할지 재어 보고 있었다.

활용할 수 있을지, 이대로 죽이는 게 나을지, 최남솔의 가치와 위험성을.

다행히도 최남솔은 눈치가 빨랐다. 간신히 살아 돌아오긴 했으나, 마냥 다행인 일은 아니었다. 이후부터 최남솔은 게네시스의 감시 속에서 살았으니까.

“감시가 끝나게 되고 나서야 연락했군?”

“뭐, 그렇죠……. 위험부담이 크니까요.”

남솔은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더니 얄밉지 않게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그렇게 보진 마세요. 솔직히 손을 좀 보태긴 했지만 그쪽도 제 한계를 알아서 그런가, 많이는 안 부려 먹더라고요.”

이제 와서 게네시스에 얼마나 협력을 했네, 안 했네… 로 시간 끌 생각이 없어서 지호는 대신 다른 걸 물었다.

“새삼스럽지만, 게네시스의 머리는 이지영이야?”

“어. 아시아 쪽은 그럴 거예요. 그리고 외부 고문 비슷한 게 있는데 그건 말할 수가 없어서…….”

남솔이 당황해서 말하다가 이내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괜한 정보를 말해서 의심받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응을 보며 지호는 오히려 남솔의 정보에 신빙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쪽은 됐어. 알고 있으니까.”

“……정말요? 저도 잘 모르는데.”

“아는 게 뭐야, 이 녀석?”

가만히 지켜보던 이원이 혀를 찼다.

“별 가치가 없는데. 그러고도 목숨을 살려 달라 구걸하는 건가?”

“구걸은 안 했는데요. 물론 살려 주면 좋긴 한데요…….”

“……좋긴 한데?”

“어차피 그러긴 힘들어요. 레비아탄 수명도 끝물이고, 지금도 충분히 오래 살았다고 봐야겠죠. 그냥…….”

포기한 기색으로 남솔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저도 제가 어떤 식으로 죽을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만약 일이 잘 풀렸을 때… 제 시신이 온전하든 온전하지 않든, 부모님께 돌아갈 수 있도록 수습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잠시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이원은 크게 한숨 쉬며 남솔을 노려보았다.

“솔직히 말해.”

“네?”

“너 신지호 조사했지?”

“네? 조사는 했는데…….”

“역시.”

“아니, 인터넷이랑 SNS 서치 정도요. 남들 하는 만큼만…….”

“그래, 조사하지 않고 신지호의 약점이 나나 가족이라는 걸 알 수는 없었겠지.”

최남솔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이원이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남솔은 잔뜩 당황하다가 이내 어처구니없는지 입을 떡 벌렸다.

“……보통 그게 다 약점이지 않나요?”

“난 아니야. 나는 지호뿐이니까.”

“네에…….”

“우리 길드원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깜박 안하고 지호 편이지.”

“그건 좀, 눈은 깜박하심이.”

뭐, 친구… 든 애인이든 가까운 사람과 가족은 누구에게나 약점이지만. 지호는 남들 이상으로 가족과 끈끈했고, 가족이 이유라면 특히나 약해졌다.

만약 남솔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사연을 들은 이상 신지호는 저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불안하리만치 부정적인 최남솔의 말이다.

“왜 일이 잘 풀렸을 때지?”

“그야, 레비아탄은 자신의 죽음을 대가로 뭔가를 소환할 생각이거든요. 그게 바로…….”

레비아탄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소환해야 하는 것.

남솔은 극적인 투로 말을 끌었지만, 듣는 순간에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대던전.”

이제 와서 다른 답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게네시스와 녹스에게 힘을 준 주체는 대던전. 이미 멸망을 벗어난 세계를 포식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겠지.

다만 문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겠지만.

지구는 그들이 놓친 세계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을 먹기 위해 이리도 공든 탑을 쌓아 올릴 리는 없을 테니까.

온 세계를 탐식하던 대던전이 노리는 게 바로 이곳이다. 이렇게까지 집중한 땅은 지구가 처음이고, 어쩌면 지구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계획했든, 그들에게도 이곳이 승부처일 테니까.

그러나 잔뜩 뜸들이던 남솔은 단숨에 김이 빠졌다.

“다 알고 있네요…….”

“확신은 네가 줬어.”

“사실 저도 확신하고 말한 건 아닌데.”

“…….”

차디찬 시선에 남솔이 빠르게 변명했다.

“물론 증거만 없던 거였죠! 다 믿어 주니까 다행이지, 증명해 보라면 답이 없었다고요.”

“그러시겠지.”

“아, 진짜예요! 게다가 전 진짜 확신할 수가 없었던 게,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가 이상했는데?”

“그게요, 레비아탄이 제 몸에 빙의한다고 했잖아요. 레비아탄은 그런 식으로 충분히 자기 삶을 즐기고 있었거든요. 물론 도덕성의 기준이 남보다 훨씬 헐렁해서 문제지만.”

“……작은 문제가 아닌데.”

“어쨌든요. 이젠 남이나 마찬가진데 변명하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도 레비아탄이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었다고요.”

‘물론 마지막에 깽판 정도는 쳤겠지만.’이라고, 자신이 한편이 아니란 말을 증명하듯 덧붙인 남솔의 얼굴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미 레비아탄은 세계 멸망의 신호탄이 되어 있었으니까.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네, 얼마든지요.”

“레비아탄에게 공간이동의 능력이 있어?”

“아뇨. 그런 능력이 있는 건…….”

“황혜림이지.”

“……저 도움 되고 있는 거 맞나요?”

알면서 뭘 물어보냐, 투덜대는 남솔에게 대답하는 대신 지호는 정신을 집중했다. 레비아탄이라면 추적하기 힘들지만, 그 대상이 평범한 각성자인 황혜림이라면 다르다.

현재 SS급 관리자인 지호는 딱 SS급만큼의 한계를 지닌다. 모든 스킬이 SS급을 기준으로 제한이 걸린 것이다.

레비아탄의 등급은 SSS.

그러나 황혜림의 등급은 S.

그리고.

“야, 주이원.”

“응.”

“나 좀 도와줘.”

“그래, 뭐든 도와줄게.”

게다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이원이 있다면야… 이쪽도 결코 부족한 전력은 아니다.

지호는 설명 대신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지호의 이마 위로 이내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그리고 몇 분 뒤.

“어… 어?”

뭘 하는지 몰라 눈만 멀뚱멀뚱 뜨던 남솔의 눈이 빠르게 깜박였다.

각성자들의 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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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대던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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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대던전의 진실

최악의 재앙인 ‘대던전’의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자. 많은 사람에게 정보가 공개될수록 보너스 포인트를 얻는다. 내용이 상세할수록 보너스 포인트를 얻는다.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은 사람에게 순위별 보상이 주어진다.

1등 보상 EX급 아이템 3종류, 한화 100억 원

2등~10등 보상 EX급 아이템 1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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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던전’에 관해 거짓말하는 사람을 제보하자. 제보는 해당 퀘스트를 통해 가능하다. 단, 보상은 퀘스트 종료 후 지급된다.

보상: 제보 1건당 10골드 가치의 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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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서 고대부터 존재했던 해룡, ‘레비아탄’을 붙잡아야만 한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마력 반응을 추적하자. 현재 ‘레비아탄’은 각성자 ‘황혜림’과 함께 도주 중이다. 현재 위치는 해당 퀘스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레비아탄’의 위치를 제보하자. 제보는 해당 퀘스트를 통해 가능하다. 한 위치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단, 보상은 퀘스트 종료 후 지급된다.

보상: 제보 1건당 10,000골드 가치의 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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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 확인 레비아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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