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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각자의 사정(4) (241/283)
  • 36. 각자의 사정(4)

    “세상에, 조금만 더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네요.”

    허소리가 호들갑을 떨며 지호의 손을 막무가내로 잡아끌었다. 지호는 눈앞의 허소리가 과연 진짜일까, 의심하면서도 순순히 따라갔다.

    그리고 허소리는 아무렇지 않게 오염된 방주를 빠져나왔다.

    “후아…….”

    잠깐 사이에 퍽 지쳤는지 소리가 대자로 드러누웠다. 지호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일단 소리의 상태부터 살폈다.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그냥 좀, 한 시간쯤 전속력으로 달린 느낌? 힘들 뿐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상태도 시스템창에도 이상한 점은 없다. 그제야 지호는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강태주를 돌아보았다.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는지 두 사람은 전에 봤던 것과 똑같이 멀끔한 꼴이다.

    “강태주 헌터는 그렇다 쳐도 양호진 헌터가 안 들어와서 다행이네요.”

    “나는 왜 그렇다 치냐?”

    “왜겠어요?”

    누워있던 소리가 웃으며 쏘아붙였다. 그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허소리 헌터는 거기서 어떻게 멀쩡했던 거예요?”

    “음, 그게. 들어가는 순간 뭔가 안에서부터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이걸 막아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뭘 막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대충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했더니 되더라고요?”

    “뭔소리냐.”

    강태주가 지호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 주었다.

    “아이, 저도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기합으로 해냈다 치고 넘어가요.”

    “기합 굉장하네.”

    “어쨌든! 목소리 같은 게 제 머릿속에 들렸거든요. 자기가 그 방주의 관리자라나. 음, 아무래도 제가 방주랑은 조금 연관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럴싸한 추측이다. 확인할 방법은 없겠지만. 지호는 두 번은 못 들어갈 방주의 입구를 심란하게 눈짓했다.

    “그 방주의 관리자가 뭐라고 하던가요?”

    “음, 그게… ‘여긴 이미 미궁의 주인에게 침식당했다.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 있지만 더는 지킬 힘이 없다. 어서 가져가라’라고.”

    “남긴 것이요?”

    “제가 한 건 했죠.”

    허소리가 씩 웃더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녀가 들고 있는 건 아이의 주먹만 한 크기의 마석이었다.

    “이거 받았어요.”

    지호는 조심스레 마석을 받아들었다. 잔뜩 오염된 방주에서 꺼낸 것인데도… 마석은 더럽혀진 부분 없이 깨끗했다. 정말 마지막 힘을 긁어모아 지켜 낸 것이리라.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뭔가 달랐을까. 지호는 착잡한 마음으로 마석을 꾹 쥐었다.

    “뭔가 잘못됐어요?”

    “아니, 멀쩡하네요.”

    조마조마하게 묻는 소리에게 지호가 답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태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그러니까 뭐냐. 좀 꼬이긴 했지만 양호진은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는 거네.”

    “그렇죠.”

    양호진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건 다행이지만, 더 심란한 사실을 알아 버려서 웃을 수가 없다.

    대던전화된 방주와 방주가 마지막으로 전달한 메시지에 나오는 ‘미궁의 주인’. 오염된 방주의 흔적과 그 기묘한 이름을 보아하니 대던전과 관련 있는 자겠지.

    ‘안 그래?’

    이쯤에서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멸망의 대적자’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큰 기대는 안했다만.

    일단 마석을 보주로 변환할겸 스킬을 확인하던 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러세요?”

    information

    닻별의 인도(Lv.1)

    등급SS
    설명관리자가 첫 번째로 [지구 멸망 최후 대비 시스템]에 방문했을 때, 관리인에게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마석을 특수한 힘을 지닌 [보주]로 변이시킬 수 있다.
    단, 같은 관리자는 동일한 [지구 멸망 최후 대비 시스템]에서 마석을 두 번 이상 발견할 수 없다.
    (발견한 보주: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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