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각자의 사정(1)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지호는 무사히 업무에 복귀했다.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길드는 잠깐의 부재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되어, 소소하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일도 없이 평상시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호가 멀쩡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동안, 양호진은 여전히 어린 상태였다. 사실 현상 유지조차 못 했다. 현재, 호진은 귀와 꼬리가 뾰족 나와 있었다.
원래 구미호인 호진이 인간의 형태로 바꾸는 건 둔갑술 덕분이다. 온전한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건, 그만큼 호진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뜻이었다.
“이 녀석 어떻게 좀 해 봐.”
호진이 어려진 피해의 불똥은 애먼 사람에게 떨어졌다. 호진이 계속해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모 역할을 맡은 강태주. 딱 봐도 육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자는 지금 죽을상이었다.
“얘 때문에 놀러도 못 가고 죽겠다. 일 안하고 돈 받아먹는 건 좋지만.”
“정신머리 썩은 걸 보아하니 좀 더 놔둬도 될 것 같은데요.”
허소리가 다 들리도록 속삭였다. 그러나 이내, 작은 호진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양호진 씨가 저리 되지만 않았어도… 놔두는 건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양호진 헌터가 정말 어디 잘못된 것 같잖아요…….”
“아, 그런가요? 그럼 취소.”
소리가 재빨리 제 말을 정정했다.
세 사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호진이 태주의 허리에 꼭 달라붙었다. 봐도 봐도 신기한 꼴이었다.
원래 양호진과 강태주는 썩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호진이 태주를 싫어하는 것에 가까웠다. 둘 다 사적인 감정을 일에 개입시키진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나름 유명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양호진이 어려지더니, 하필 강태주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니.
현재 노네임 길드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소소한 화제였다. 겉으로 사이 안 좋아 보이던 두 사람이 뭔가 알 수 없는 임무를 따로 진행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어려진 호진이 강태주에게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니.
사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느니, 강태주가 스킬을 써서 양호진을 제 종으로 만들기 위한 수작이라느니, 사실 따스한 마음씨의 강태주가 아이를 잘 돌봐 줘서 따르는 거라느니,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양호진이라면 그 어떤 소문도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그러니 어서 빨리 원래대로 되돌려줘야겠지.
지호는 다시 보이기 시작한 시스템창으로 호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status
이름 | 양호진 |
직업 | 미르의 길드원, 노네임의 길드원 |
등급 | S |
칭호 | 인간의 친구, 은혜 갚는 여우, 혁명가,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 타고난 연기자, 천년 묵은 구미호, 선호(仙狐), 첩자, 키덜트 헌터 |
체력 | 2245 |
마력 | 3892 |
근력 | 1522 |
민첩 | 2481 |
스킬 | 스킬: 둔갑술(SS), 정기흡수(SS), 여우불(S), 매혹(S), 방중술(S), 축지법(S), 종합 주술(A), 신사법(A), 치유술(A) |
인벤토리 | (2092/3024) |
현재, 저주 ‘여우 봉인술’에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대상의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갑니다. 스테이터스가 극도로 하락하며, 대부분의 스킬 사용에 제약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