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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각자의 사정(1) (238/283)
  • 36. 각자의 사정(1)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지호는 무사히 업무에 복귀했다.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길드는 잠깐의 부재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되어, 소소하게 신경 쓸 만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일도 없이 평상시의 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호가 멀쩡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동안, 양호진은 여전히 어린 상태였다. 사실 현상 유지조차 못 했다. 현재, 호진은 귀와 꼬리가 뾰족 나와 있었다.

    원래 구미호인 호진이 인간의 형태로 바꾸는 건 둔갑술 덕분이다. 온전한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건, 그만큼 호진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뜻이었다.

    “이 녀석 어떻게 좀 해 봐.”

    호진이 어려진 피해의 불똥은 애먼 사람에게 떨어졌다. 호진이 계속해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모 역할을 맡은 강태주. 딱 봐도 육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자는 지금 죽을상이었다.

    “얘 때문에 놀러도 못 가고 죽겠다. 일 안하고 돈 받아먹는 건 좋지만.”

    “정신머리 썩은 걸 보아하니 좀 더 놔둬도 될 것 같은데요.”

    허소리가 다 들리도록 속삭였다. 그러나 이내, 작은 호진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양호진 씨가 저리 되지만 않았어도… 놔두는 건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양호진 헌터가 정말 어디 잘못된 것 같잖아요…….”

    “아, 그런가요? 그럼 취소.”

    소리가 재빨리 제 말을 정정했다.

    세 사람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호진이 태주의 허리에 꼭 달라붙었다. 봐도 봐도 신기한 꼴이었다.

    원래 양호진과 강태주는 썩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호진이 태주를 싫어하는 것에 가까웠다. 둘 다 사적인 감정을 일에 개입시키진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나름 유명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양호진이 어려지더니, 하필 강태주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니.

    현재 노네임 길드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소소한 화제였다. 겉으로 사이 안 좋아 보이던 두 사람이 뭔가 알 수 없는 임무를 따로 진행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어려진 호진이 강태주에게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니.

    사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느니, 강태주가 스킬을 써서 양호진을 제 종으로 만들기 위한 수작이라느니, 사실 따스한 마음씨의 강태주가 아이를 잘 돌봐 줘서 따르는 거라느니,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양호진이라면 그 어떤 소문도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그러니 어서 빨리 원래대로 되돌려줘야겠지.

    지호는 다시 보이기 시작한 시스템창으로 호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status

    이름양호진
    직업미르의 길드원, 노네임의 길드원
    등급S
    칭호인간의 친구, 은혜 갚는 여우, 혁명가,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 타고난 연기자, 천년 묵은 구미호, 선호(仙狐), 첩자, 키덜트 헌터
    체력2245
    마력3892
    근력1522
    민첩2481
    스킬스킬: 둔갑술(SS), 정기흡수(SS), 여우불(S), 매혹(S), 방중술(S), 축지법(S), 종합 주술(A), 신사법(A), 치유술(A)
    인벤토리(2092/3024)

    현재, 저주 ‘여우 봉인술’에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대상의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갑니다. 스테이터스가 극도로 하락하며, 대부분의 스킬 사용에 제약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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