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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대가(2) (233/283)

34. 대가(2)

인형처럼 사랑스럽게 생긴 아이가 얌전히 앉아 있다. 곰돌이 귀가 달린 후드에 발목 부근에서 앙증맞게 걷은 멜빵바지라는 사랑스러운 차림새.

그러나 아이는 조금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게, 겉으로 보기에만 대여섯 살 아이일 뿐. 안에 든 건 스물다섯 살 신지호였으니까.

귀여운 옷은 주이원이 사 줬다. 처음에 신지호는 미친 짓 하지 말라고 옷을 걷어찼으나… 결국 얌전히 입게 되었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우리 지호, 너무 예쁘네.”

“이야, 진짜 옛날에는 이렇게 작았는데. 지금도 귀엽지만 진짜 앙증맞다, 우리 지호.”

“어이구… 요 귀여운 것. 두말하면 잔소리지! 자, 아빠한테 뽀뽀.”

지호를 둘러싸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그의 가족이었으니까.

지호는 입꼬리를 파들파들 떨면서도 활짝 웃었다. 그리고 설레는 얼굴로 제게 뺨을 내민 아버지의 뺨에 입을 맞췄다. 지호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서는 나름 근엄한 면모를 보여 주던 아버지도, 갑자기 어려진 막내아들의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어머니, 지호를 가운데 세우는 게 어때요? 무거우실 텐데.”

“무슨 소리니, 이렇게 작은데. 늙은이 취급하지 마라. 아직 우리 아가 안아 줄 정도의 기력은 충분하니까.”

한술 더 떠서 지호의 어머니는 제 막내아들을 무릎 위에 앉힌 채였다. 정말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처럼.

“그럼 이제 여기, 카메라 봐 주실까요?”

지호는 앞에 선 사진사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어릴 적부터 사진이야 숱하게 찍었고, 길드장이 된 후로도 계속 찍혀 왔지만… 단언컨대 오늘 찍는 사진이 평생 제일 어색했다.

솔직히 내키지는 않는다. 지호는 이 사진이 엄청난 크기로 인화되어 집에 걸릴 거라는데 노네임 길드를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들 이렇게 좋아하는데.

지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각오를 다지며 촬영에 임했다. 물론 심각한 각오와는 다르게 최대한 어릴 때를 떠올리며, 활짝 웃으면서.

“자, 그럼 찍습니다!”

지호는 자신의 흑역사를 박제시킬 카메라를 향해 향해 활짝 웃었다.

* * *

사실 지호는 세테르와 테네브와의 싸움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애초에 불가능한 규모였다.

현상수배된 거대한 드래곤이 끼어든 데다, 전투 자체도 지형지물 자체를 바꿀 만큼 요란했다. 사전에 발각되지 않도록 준비했다면 모를까, 갑작스러운 전투였으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건 사치였다.

어마어마한 마력의 격돌에 근처의 각성자들이 먼저 싸움을 알아차렸다.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요란한 전투가 된 후에는 일반인까지 알게 됐다.

위성이나 드론, 스킬 기타 등등. 사람들은 방법을 총동원해 그 전투를 지켜보았고… 덕분에 싸움 자체가 널리 알려졌다.

어마어마한 스킬의 위력, 그리고 이후 지호가 쓰러지면서 어려지는 것까지.

모든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되었고, 사람들은 며칠째 그 이야기만 하는 중이었다.

“그거 알아, 삼촌?”

둘만 남게 되자 신재운이 히죽거리며 지호에게 다가왔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든 걸로 봐서, 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뭐가.”

“미튜브나 커뮤에서는 삼촌 SSS급 떡밥보다 삼촌이 어린애 된 게 더 핫해.”

“…….”

끔찍하다.

사실, 지호의 SSS급 승급에 관한 건은 이전부터 줄곧 나오고 있었다. 다만 한국에서 최초의 SSS급까지 나오게 할 수 없다는 타국의 방해 공작으로 막혔을 뿐.

하지만 이번 지호의 전투는 논란을 완전히 종식했다. 시스템을 활성화한 데다, 보조계로서는 세계 제일. 거기에 한정적이지만 전투계로서도 압도적인 힘.

승급은 이미 확실하다. 그러니 인터넷에서는 확실한 승급 대신 지호가 어린애가 되었다는 기간제 떡밥을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어린애가 된 지호는 누가 봐도 엄청나게 사랑스럽다. 원래 사람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에 열광하기 마련. 전부터 예쁜 외모로 인기를 끌던 지호였으니 이번의 반응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멸망의 대적자’가 당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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