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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수상한 녀석들(12) (213/283)
  • 30. 수상한 녀석들(12)

    지호는 시스템창으로 던전 지도를 확인했다.

    던전 지도는 확실히 유용한 기능이지만, 첫 공략대에게는 지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텅 빈 지도는 누군가 직접 가는 곳만 조금씩 채워진다. 때문에 제대로 된 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두 번째 공략대부터다.

    초행인 이들에게 던전 지도가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다. 처음 던전에 들어와 채워진 부분과 전체의 크기를 비교하면 이 던전의 규모를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확인한 이 던전의 크기는… 넓었다.

    “이 던전 넓은데? 형, 나랑 며칠은 같이 있어야겠다.”

    마찬가지로 던전 지도를 확인한 최남솔이 히죽거렸다. 가끔 던전이 넓어도 보스는 중간쯤에 자리 잡기도 하지만, 보스 몬스터를 상징하는 붉은 점은 지도의 제일 끝에 찍혀 있다.

    “꼭 이동할 구역이 많다고는 할 수 없어.”

    “일직선상으로 간다고 쳐도 이 정도면 꽤 걸을걸.”

    “…….”

    “적어도 이틀은 형이랑 같이 있겠네. 잘 부탁해?”

    버리고 가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인지 최남솔은 계속 약 올리듯 떠들어 댔다. 저기에 넘어가면 지는 거다……. 지호는 최남솔을 무시한 채 걷다가 멈춰 섰다.

    이 던전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몬스터였다.

    느릿하게 걸어온 놈은 당장 공격할 생각도 없는지 이쪽을 빤히 쳐다봤다. 아등바등하지 않는 놈에게서 제법 사나운 기세가 느껴졌다.

    “와, 꽤 센데?”

    대충 마력을 가늠한 최남솔이 뒤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나는 연약한 제작계라서. 부탁해, 지호 형!”

    이렇게 남의 속을 효과적으로 긁는 사람도 참 오랜만이었다.

    지호는 날아드는 몬스터를 공격하는 대신 슬쩍 피했다. 몇 번쯤 피하며 몬스터의 움직임을 파악한 지호는 방주의 검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돌진할 때 훌쩍 뒤로 뛰었다.

    “어, 엇?”

    지호가 뛰어서 착지한 곳은 다름 아닌 최남솔의 뒤였다. 지호는 눈을 크게 뜬 최남솔의 멱살을 잡아 그대로 몬스터에게 던졌다.

    “야……!”

    지호가 저를 몬스터에게 던져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한 듯, 최남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지호는 그런 최남솔에게 코웃음 쳤다. 그리고 몬스터가 그를 꿰뚫기 전에 스킬을 썼다.

    [수호의 창].

    새하얀 빛이 몬스터를 덮쳤다. 작열하는 빛은 최남솔의 팔 또한 스치고 지나갔다.

    그대로 몬스터와 충돌할 뻔했던 최남솔은 간신히 바닥에 착지했다. 최남솔을 숨을 헐떡이며 지호를 노려보았다.

    “너…….”

    “당장 날 죽일 생각 없단 말은 진짜인가 봐.”

    지호는 별다른 상처 없는 남솔의 팔을 보며 말했다. 그대로 잠시 굳어 있던 최남솔은 이내 언제 화냈었냐는 듯 웃으며 일어났다.

    “하하, 당연하지, 형. 이제 믿어 주는 거야?”

    “믿는 것까진 아니고.”

    어지간히 넉살 좋은 녀석이었다.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겠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걸 보면.

    이후로는 딱히 거칠 것이 없었다.

    [수호의 창].

    만에 하나를 대비해 검을 들고 있지만, 이 광역 스킬 하나면 어지간한 적은 힘도 쓰지 못한 채 쓰러졌으니까.

    게다가 안정화를 켠 이후, 지금까지 디버프를 받았던 스킬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특히나 쓸모 있는 스킬이 [바다의 안식]이다.

    information

    바다의 안식(Lv.3)

    등급S
    설명푸른 별의 넓은 바다가 당신에게 안식의 효과를 부여한다. 소모한 마력의 회복 속도가 2배로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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