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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세계의 종착지(6) (195/283)
  • 28. 세계의 종착지(6)

    주이원의 머리 위로 새파란 빛이 번뜩였다. 시스템의 공격은 아니었다. 지호가 멋도 모르고 발동한 새로운 스킬일 뿐.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 낸 위협적인 빛은 이원이나 다른 이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러나 완전히 무용한 건 아니었다. 번쩍이는 빛을 본 이원이 반사적으로 몸을 빼내, 시스템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냈으니까.

    순간 자신이 이원을 공격한 줄 알고 놀란 지호는 숨을 헐떡이며 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새로운 스킬에 대한 설명이 짤막하게 쓰여 있었다. 내용을 이해한 지호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힘이 이원에게 마수를 뻗치기 전에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했다.

    다름 아닌 자신에게.

    새파란 빛의 낙뢰가 지호를 통째로 삼킨 몬스터에게 떨어진다. 마력을 퍼부은 강력한 일격에 몬스터가 우뚝 멈춰 섰다.

    단 일격이지만 멈춰 세울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동시에 정신이 나갈 법한 격통이 몸을 덮친다. 미리 각오하고 스스로 쓴 힘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버틸 만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 그만 둬.

    이원을 죽이겠다고 할 때와 다른 상냥한 목소리가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주이원이 죽으면 가슴이 뻥 뚫린 상실감에 휘청이다가 무너졌을 것이다.

    제멋대로 판단해 주이원을 죽이겠다는 정신 나간 짓을 시도한 주제에 걱정은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이원이 죽지 않는다면 지호는 이보다 더한 고통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래,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다시 한번.

    “아악……!”

    분명 이 몬스터의 안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만큼 이전보다 더 아팠다. 줄줄 흐르는 눈물이 데일 듯 뜨거웠다.

    고통이 극심해진다는 건 마냥 나쁜 징조는 아니다. 그만큼 몬스터가 이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진다는 것. 동시에 몬스터의 지배가 약해지고 있단 증거였다.

    ‘조금만 더…….’

    곧장 스킬을 쓰려던 지호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온몸이 산 채로 불타는 듯한 공격을 제 손으로 내리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때, 저 멀리서 이원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무섭게 표정을 일그러트린 채, 마치 제가 고통을 겪는 양 괴로워하는 얼굴을 보며… 지호는 고통 속에서 저도 모르게 웃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남들이 보기엔 얼굴이 더 일그러졌을 뿐이지만.

    이게 다 너를 살리기 위함이었지.

    쾅!

    머리 위에서부터 내리친 벼락이 몬스터를 관통한 순간, 잠깐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그 사이 바로 앞까지 달려온 이원이 보스 몬스터의 몸통을 끌어안았다. 투명한 몸체 너머로 이원의 얼굴이 똑똑히 보인다.

    “그만해! 씨발, 신지호!”

    화가 잔뜩 난 이원이 몬스터의 몸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리고 공격으로부터 지호를 지키려는 듯이 제 몸으로 감쌌다. 그러면 지호가 자신에게 벼락을 내리치지 못하리라 믿는 듯.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봤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는 그 모습을 보자 오히려 용기가 샘솟았다. 지호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괜찮아.

    입술만 달싹여 전한 말을 이원이 알아들었을까.

    지호는 망설임 없이 스킬을 제게로 내리찍었다. 바로 코앞에서 지호의 고통을 눈에 담을 이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잠깐이라도 멈출 새 없이 연거푸.

    물에 잠긴 채 수면 위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던 이원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나직한 한숨이 들렸다.

    ─ 정말이지 너는, 어쩔 수 없구나…….

    안타까움과 씁쓸함 섞인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정체를 모를 이들의 개입이 여기서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연달은 공격에 보스 몬스터는 이미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졌으니까.

    “신지호!”

    여유 따위는 완전히 사라진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길로 어디가 다친 건지 살피는 이원에게 지호가 속삭였다.

    “나 안 다쳤어…….”

    “안 다치긴 무슨!”

    “정말, 나… 괘, 괜찮아…….”

    지호는 조금 전부터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슬쩍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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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의 창(Lv.1)

    등급S
    설명가장 확실한 방어는 해를 끼치는 자를 섬멸하는 것이다. 심판의 푸른빛이 [지구] 또는 [지구의 관리자]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를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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