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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플리스에서(2) (165/283)
  • 23. 이플리스에서(2)

    “폐하!”

    허겁지겁 달려온 사람들이 아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차마 아이를 붙들 수 없어 완전히 가로막지는 못한 채 어쩔 줄 몰랐다.

    지호는 당당하게 달려온 아이를 아래위로 가만히 훑어보았다. 이곳에서 아이가 아바마마라 부를 만한 사람은 분명 하나뿐. 썩 닮은 외모는 아니지만, 어차피 여기는 이세계니 혹시 모르는 일…….

    “서, 선왕 폐하를 그리 부르십니다.”

    아라베크가 끼어들어 지호에게 황급히 변명했다. 지호는 그 답을 듣고 아라베크를 향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지호 스스로는 평온한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남들이 볼 때는 겨울보다 차디찬 분노가 느껴졌다.

    “부자지간이…….”

    “아닙니다.”

    “맞아!”

    아라베크의 절실한 수습을 짓밟으며 아이가 용감하게 외쳤다.

    “아바마마가 선왕이고 내가 왕이면 부자지간이잖나!”

    “아닙니다, 폐하. 선왕 폐하께서는 단지 후계자로 거두신 것뿐이라…….”

    아, 그제야 머리가 조금 식었다. 관리자인 이원이 그 자리를 내려놓고 지구에 왔다면 분명 빈자리를 채운 이가 있을 터. 바로 눈앞의 아이가 이원의 뒤를 이은 존재인가 보다.

    “아니야…….”

    왕이니 관리자이니 하는 거창한 말을 들먹이기에… 눈앞의 아이는 정말로 어린애였다. 울먹거리는 아이를 보니 불쌍한 기분이 들었다. 애가 간절하게 말하는 걸 저렇게까지 가차 없이 쳐낼 필요 있나?

    지호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자 주변의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 느껴진다. 지호는 조심스레 아이에게 물었다.

    “괜찮으니까, 울지 마.”

    “…….”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짙푸른 눈동자가 처량하게 지호를 응시한다. 이내 아이는 손을 뻗어 지호의 소매를 꼭 붙잡았다. 지호는 순진한 아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뭔가 용건이 있어?”

    “너와 이야기를 하겠다.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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