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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도심의 용(2) (160/283)

외전3. 도심의 용(2)

“네.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입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여성분처럼 선한 기를 가진 분께는 잘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답다. 잘하고 있네.”

김태용의 말에 답한 건, 이전까지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였다. 최애를 만나 잔뜩 흥분한 A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한 외형을 지닌 남자가.

짙은 금발에 실내에서도 끼고 있는 짙은 색의 선글라스 아래의 황금빛 눈, 위에서 세 번째 단추까지 풀어 헤친 무늬가 들어간 셔츠, 두루마기를 닮은 반투명한 로브, 손에 낀 여러 개의 요란한 반지 그리고 대충 신은 슬리퍼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남자가 걸치니 묘하게 잘 어우러졌다. 어쩌면 남자의 빼어나게 잘생긴 얼굴이나 몸이 뒷받침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황룡 님.”

김태용은 상대를 보며 원래 제 자리의 맞은편에 앉은 이에게 돌아갔다. 황룡이라 불리는 남자는 습관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반지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처음에 뭍으로 보낼 때 네 아비 잔소리에 귀가 뚫리는 줄 알았는데. 난 네가 잘 할 거라 믿었지.”

“제가 미덥지 못해서 찾아오신 것 아닙니까?”

“아니, 흥미로운 게 많아서 왔지.”

황룡이 씩 웃었다. 마치 못된 짓을 꾸미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에 김태용이 인상을 찌푸렸다.

“또 나쁜 버릇 나오시면 안 됩니다.”

“안 그래, 안 그래.”

“다 저한테 떠맡기고 사고만 치시고…….”

“그래서 서러웠냐, 우리 태용이? 괴롭힌 놈들 내가 혼쭐을 내줘야겠네.”

황룡이 정말 혼을 낸다면 가볍게 끝나지 않음을 잘 아는 태용은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황룡은 그저 장난스럽게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난 그저 내 평생을 기다려 온 존재가 기대될 뿐이니까.”

“…….”

황룡이 무언가를 기대하는 게 긴장되는 건데… 태용은 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황룡이 움직이면 뭐든 가볍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저 큰 사고를 치지 않도록 빌 뿐이다. 처음에는 그저 낯설었던 뭍에 태용도 퍽 정이 들었으니까.

“그래서 언제 만나러 가실 생각입니까?”

“곧?”

황룡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씩 웃었다.

“오늘은 약속 있어서.”

“어제도 있으셨잖습니까…….”

“내일도 있지.”

“…….”

그 약속이라는 거, 분명 인간들과 술 마시고 클럽이나 가는 비생산적인 일 뿐이었는데.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뭍에 나오는 일을 떠맡아, 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챙기며 고생하는 태용은 어째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언제 만나러 가는 걸까? 황룡이 움직이는 날이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왔으면 좋겠기도 하고…….

태용은 자신이 정확히 뭘 바라는지도 모른 채, 뭐가 됐든 늘어날 제 일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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